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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공간지배자
작가 : 박군
작품등록일 : 2017.11.6

특별한 능력을 지닌 네 명의 소년, 소녀들의 성장스토리!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3부>_21화
작성일 : 17-12-05 10:53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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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쾅!’

  문이 부서지는 소리에 모두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다.

  “우재?”

  “우재야!”

  주선과 태욱이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서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소리에 놀란 여울은 주선의 품에서 빠져나와 태욱의 다리에 매달렸다.

  “우재 맞지?”

  자리에서 일어선 주선은 우재를 향해 다가갔다.

  “잠깐!”

  서희였다.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에 주선도 멈칫했다.

  “뭔가 이상해. 우재가 아닌 것 같아.”

  서희는 자신이 말을 하면서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문 앞에서 서 있는 사람은 분명히 우재였다. 하지만 그가 내뿜는 기운은 평소 우재가 풍기던 분위기와는 너무 달랐다. 우재의 기운이 하얀색이라면 지금 그의 기운은 한없이 어두운 검은색이었다.

  “무슨 소리야?”

  서희의 말에 우재를 보고 있던 태욱이 고개를 돌렸다. 순간 태욱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우재는 한 번도 주선을 보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우재의 눈을 자신을 향해 있었다. 우재는 줄곧 여울만 보고 있었다.

  “안 돼!”

  서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과 눈을 마주치고 있던 태욱이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와 거의 동시에 무언가가 벽에 세게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병실 전체를 울렸다. 태욱이 사라진 자리에 여울은 없었다.

  “여울아!”

  주선의 소리에 서희가 고개를 돌렸다. 주선은 여전히 우재를 보고 있었다. 서희도 주선의 시선을 따라 우재를 보았다. 여울이 축 늘어진 채,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우재는 더 이상 볼 일이 없는 사람처럼 자리를 떠나려 하고 있었다. 서희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뭐가 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우재야, 왜 이래?”

  주선이 우재를 붙잡았다. 주선과 눈이 마주친 우재는 혼란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그러더니 금방 원래의 텅 빈 눈동자로 돌아갔다.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조심해!”

  어디선가 들리는 익숙한 소리에 주선은 고개를 돌렸다. 여린이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녀는 평소와 다르게 옷의 매무새가 흐트러져 있었다. 주선은 자신과 우재의 사이에 끼어 든 물체를 확인했다. 여린이 항상 가지고 다니던 태블릿PC였다. 그 한 가운데 주선을 향해 날카로운 끝을 겨누고 있는 펜이 박혀 있었다.

  “지금 그는 제 정신이 아니야.”

  여린은 압도적인 힘으로 주선과 여울을 우재에게서 떼어놓았다. 여울을 품에 안은 서희는 쓰러져 있는 태욱의 곁으로 갔다. 태욱은 정신을 완전히 잃은 상태였다.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것 같았다.

  “큭!”

  우재는 터진 입술을 소매로 문질렀다. 피가 묻어 나왔다. 여린이 내뿜는 위압감에 본능적으로 몸을 피한 우재는 손에서 여울이 빠져나가는 것을 알고도 어쩌지 못했다.

  “소우타가 싸움을 피하면서 시간을 끄는 게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어.”

  여린이 우재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입을 열었다. 여린의 몸 여기저기에 난 자잘한 상처들이 주선의 눈에 들어왔다.

  우재는 갑자기 등장한 그녀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이제 하나밖에 없었다. 우재는 눈에 보이는 모든 물건을 자신의 곁으로 끌어 모았다.

  “모두 피해!”

  여린의 외침과 동시에 우재를 둘러싸고 있던 물건들이 수류탄 파편처럼 사방으로 발산되었다.

 

  “선생님!”

  주선은 자신을 향해 돌아선 여린을 부둥켜 앉으며 함께 쓰러졌다. 여린의 입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

  “선생님, 안돼요!”

  주선은 쓰러진 여린을 끌어안고 울부짖었다. 여린은 그 찰나의 순간, 다른 모두를 구하기 위해 능력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그녀는 아주 작은 파편까지 모두 막았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우재를 온몸으로 막았다. 이곳에 오기 전 소우타와 한판을 벌이고 온 여린은 이미 지친 상태였다. 우재는 그런 그녀를 향해 죽을 각오를 하고 달려들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고민도 하지 않고 내쳤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우재였다. 여린은 주선을 위해서라도 우재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우재가 자신의 주변에 방어막처럼 둘러놓은 염력의 기운을 뚫기 위해서는 여린 자신이 창이 되는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행해 돌진하는 우재를 그대로 끌어안은 여린은 마지막 힘을 우재를 잠재우는데 사용했다.

  “선생님, 제발요. 아직 사과도 못했는데 이러시면 안돼요!”

  주선은 여린의 머리를 가슴으로 끌어안았다.

  “미안해.”

  “아니에요. 선생님! 제발 이러지 마세요!”

  여린의 가슴이 들썩였다. 검은 핏덩어리가 그녀의 입에서 벌컥벌컥 솟구쳐 올랐다.

  “안 돼! 선생님, 나 아직 용서 안했어요. 그러니까 이러지 마요. 네? 이대로 가지 마세요!”

  주선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무 말이나 마구 내뱉었다. 그녀는 어떻게든 여린의 정신을 붙잡고 싶었다.

  “주선아, 괜찮아.”

  여린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한 번만, 언니라고 불러줄래?”

  여린은 숨을 몰아쉬면서도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네? 할게요! 언니! 언니! 백만 번이라도 불러줄게요!”

  여린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웃는 그녀의 입술 사이로 검붉은 피가 다시 울컥 새어나왔다.

  “너한테 언니 소리가 늘 듣고 싶었어.”

  “선생님! 아니, 언니!”

  주선의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역시 좋네……”

  주선을 바라보는 여린의 눈빛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주선아.”

  “네, 저 여기 있어요.”

  울먹이는 소리에 묻혀 주선의 대답이 정확하게 들리지 않았다.

  “넌 내게 동생이고, 딸이었어.”

  여린이 말을 할 때마다 그녀의 입에서는 계속 피가 흘러나왔다.

  “선생님, 아니 언니, 저 동생도 좋고, 딸도 좋아요. 그러니까 나만 두고 가면 안돼요!”

  울부짖던 주선의 목소리는 어느새 흐느낌으로 바뀌어 있었다.

  “난 안 그럴 줄 알았는데 그렇게 되더라.”

  여린은 주선의 얼굴을 영원히 기억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눈동자에 그녀의 모습을 가득 채웠다.

  “언니!”

  “고마웠어.”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주선의 팔에 안겨 있던 여린은 그대로 눈을 감았다. 여린의 마지막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엷게 드리워져 있었다.

 

  의료진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난 뒤였다. 그들은 태풍이 지나간 것 같은 병실 상황에 놀라면서도 숙달된 솜씨로 여린의 시신을 수습했다. 정신을 잃은 우재와 태욱을 침대에 눕힌 그들은 상태가 악화된 경현을 데리고 사라졌다. 주선과 서희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우재와 태욱이 누워있는 침대를 밀며 다른 병실로 이동했다.

  “서희야, 부탁해.”

  “응!”

  잠시 망설이던 서희는 아직 잠들어 있는 여울을 태욱의 곁에 눕혀 놓고 우재의 곁으로 다가섰다.

  “됐어.”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맥없이 기절하지 않았다. 그래도 한 번 해봤다고 무섭다는 느낌보다 익숙한 느낌이 먼저 들었다. 온몸이 땀에 젖은 것처럼 축축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옆에 서 있는 주선이 고맙다는 눈빛을 보냈다.

  “여울……?”

  여울을 다시 품에 안을 생각에 뒤를 돌아보던 서희의 눈이 커졌다. 태욱의 옆이 허전했다.

  “왜 그래?”

  우재를 보고 있던 주선이 서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여울이 어디 있어?”

  서희는 주선의 물음에 대답을 하고 싶었다. 미치도록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도 여울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소우타!”

  허공에 향해 눈에 힘을 주던 주선이 소리치듯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분노가 느껴졌다. 서희의 머릿속에 소우타와 대결 중에 달려왔다던 여린의 말이 스치듯 지나갔다.

  “안 돼!”

  서희는 절망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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