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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공간지배자
작가 : 박군
작품등록일 : 2017.11.6

특별한 능력을 지닌 네 명의 소년, 소녀들의 성장스토리!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2부>_33화
작성일 : 17-11-22 11:15     조회 : 24     추천 : 0     분량 : 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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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핵잠수함.”

  완전히 정신을 차린 서희가 처음 내뱉은 말이었다. 우재가 경호원들을 완전히 제압하고 나서야 서희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주선도 어느새 돌아와서 서희를 부축했다. 서희는 머리가 아픈지 인상만 찡그린 채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뭐?”

  “태욱을 데려간 곳 말이야.”

  “본 거야?”

  우재의 질문에 서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핵잠수함? 그런 게 정말 북한에 있긴 한 거야?”

  “있어.”

  주선의 말에 서희는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하아, 존재조차 몰랐던 북한 핵잠수함이라니.”

  우재는 머리가 아파왔다. 북한 핵잠수함의 위치는 미군의 협조가 아니면 알아내기 힘들었다. 설사 협조를 구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위치를 금방 알긴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능한 게 없었다.

  “시간이 없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 사람, 핵미사일을 발사할거야.”

  “뭐라고?”

  서희의 말에 우재와 주선은 말을 잇지 못하고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이었다.

 

  “형님, 저는 모르는 겁니다.”

  “알았어. 모든 건 다 내가 책임진다.”

  “이 통화기록도 모두 삭제합니다.”

  “알았다니까.”

  진상은 거칠게 통신을 끊었다. 요즘 북한지부장의 태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번 일이 마무리 되면 그부터 손 볼 작정이었다.

  “함장, 아직 멀었어?”

  “삼십 분 이내로 준비됩니다.”

  진상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핵미사일 발사 준비를 서둘렀다. 이제 촛불이고 뭐고 다 필요 없었다. 이걸로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는 구석에 세워져 있는 태욱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는 쇠기둥을 안은 채 수갑에 묶여 있었다. 잠수함에 올라타면서 태욱이 묶여 있던 침대는 바다에 버렸다. 어차피 이곳에서 그가 도망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이 잠수함은 원래 공간지배자를 가두기 위해 만든 이동감옥이었다. 이 곳에 그가 숨을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으.”

  태욱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아직도 두통이 그의 머리를 괴롭혔다. 머리가 깨지는 것 같았다. 눈이 빠질 것 같고, 고막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었다. 뇌 속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몸서리가 쳐졌다. 간신히 눈을 뜬 그의 앞에 전에 보이지 않던 작고 하얀 점이 아른거렸다. 코에서 뜨거운 액체가 흘러나와 입술을 적셨다. 비릿한 맛이 느껴지자 구역질이 올라왔다.

  구역질을 겨우 참은 태욱은 눈을 열심히 굴렸다. 하지만 어디에도 공간이 보이지 않았다. 낭패였다. 이대로라면 30분 안에 핵폭탄이 대한민국을 향해 발사될 것이다. 그러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어떻게든 해야 했다. 필사적으로 공간을 찾는 태욱의 눈에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한 쌍의 눈이 들어왔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느낌이었다. 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태욱을 보고 있었다. 그의 완장에 그려진 적색 십자가가 보였다. 태욱은 장훈에게서 속성으로 배운 발작연기를 떠올렸다. 그는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이거, 왜 이럽니까?”

  태욱을 지키고 섰던 병사였다. 그는 몸을 떨던 태욱이 눈까지 까뒤집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진상을 향해 소리쳤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

  진상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날래 눕히라우!”

  한쪽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의무병이 소리쳤다. 진상이 말릴 새도 없이 태욱을 지키던 병사는 태욱의 손목을 묶고 있던 수갑을 풀었다.

  ‘찰칵!’

  수갑이 풀리는 소리와 함께 태욱의 눈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떨림도 멈췄다.

  “잡아!”

  진상의 눈이 벌겋게 충혈 됐다. 그래도 당황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곳에서 그가 도망갈 곳은 없었다.

  태욱은 자신을 잡으려는 병사들을 침착하게 한 명씩 상대했다. 좁은 공간이 오히려 그에게는 유리했다. 그를 향해 마구 내지르는 북한군의 주먹은 그에게 닿지 못했다. 오히려 그 힘을 이용한 그의 역공에 속수무책으로 나가떨어질 뿐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진상은 이를 깨물었다. 이대로는 안 되었다. 그렇다고 총을 쓸 수도 없었다. 잠수함이 위험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태욱을 생포해야했다. 그래야 실험재료로서 가치가 있다.

  “모두 비켜!”

  진상의 일갈에 태욱을 향해 달려들던 북한군들이 일제히 동작을 멈췄다. 그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태욱을 노려보았다. 진상은 태욱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의 얼굴과 몸 전체의 근육이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꿈틀댔다. 흡사 변태하는 괴물 같았다. 태욱은 자신도 모르게 온 몸에 힘이 들어갔다.

  “잠깐!”

  태욱이 갑자기 진상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방금까지 긴장된 표정도 풀려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태욱의 행동에 진상은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었다.

  “잠깐 실례!”

  말을 마친 태욱이 갑자기 앞으로 점프를 했다. 진상은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예상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태욱은 그대로 사라졌다.

  “어디 갔어?”

  진상은 크게 뜬 눈을 부라리며 소리만 질러댔다.

 

  탁월한 연기로 수갑을 푸는 데까지 성공한 태욱은 일단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한다는 마음으로 북한군 한명 한명을 상대했다. 전투요원이 아니어서 그런지 생각만큼 힘들지 않았다. 게다가 잠수함 안이라 총을 사용할 수도 없는 모양이었다. 잘하면 핵미사일 발사를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바로 처참하게 짓이겨졌다. 가까이 다가오는 진상을 보며 태욱은 공포를 느꼈다. 그는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태욱의 출중한 전투력은 사람을 상대할 때는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상대해야 할 대상이 사람이 아닌, 곰이나 호랑이 같은 존재라면 얘기가 달랐다. 하물며 진상은 그런 동물들보다 더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이대로는 승산이 없었다. 태욱은 등에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때였다. 아까부터 아른거리던 작고 하얀 점에서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이 점점 강해졌다. 태욱은 그곳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점은 점점 커지더니 급기야 구멍으로 바뀌었다. 공간이었다. 태욱은 여유 있는 미소를 지었다. 떠나기 전에 인사라도 하고 싶었다.

 

  “태욱아!”

  서희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재와 주선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태욱이 나타났다.

  “어떻게 된 거야?”

  “몰라. 나 능력이 또 업그레이드 됐나 봐. 분명히 공간이 없었는데 갑자기 생겼어.”

  태욱은 양 손을 들어보이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 북한 핵잠수함에 있었어?”

  “맞다!”

  주선의 질문에 태욱은 정말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는 걸 기억해냈다.

  “돌아가서 막아야 해!”

  “뭘?”

  태욱은 대답대신 시계를 확인했다. 10분도 채 남지 않았다.

  “내가 가지.”

  태욱의 표정을 읽은 우재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지금 한 개 사단을 상대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도 같이 가.”

  우재에게 질세라 주선과 서희도 앞으로 나섰다. 서희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 있었다. 태욱은 주선의 손도 확인했다. 주선은 권총대신 어디서 챙겼는지 모를 주사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권총이든 주사든 어차피 그곳에서 도움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태욱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오래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알았어.”

  태욱은 그들을 모두 데리고 자신이 나왔던 공간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잡아!”

  공간에서 나온 그들은 나오자마자 그물에 잡힌 고기신세가 되었다. 진상은 태욱이 다시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멍청한 놈, 다시 제 발로 기어들어오다니.”

  진상은 태욱과 그 일행을 비웃었다. 그들을 보던 진상의 얼굴에서 곧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태욱의 얼굴에는 당황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불길했다.

  “억!”

  북한군들이 갑자기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자기들끼리 부딪히거나 벽에 가서 부딪혔다. 진상은 기둥을 붙잡았다. 알 수 없는 힘이 그를 허공으로 띄우려 했다. 그는 모든 근육을 손으로 집중시켰다. 그가 잡고 있던 기둥이 그의 손아귀 힘에 의해 조금씩 찌그러졌다.

  “오, 제법 버티는데?”

  우재였다. 그들은 어느새 그물에서 벗어나 있었다. 서 있는 사람은 그들과 진상이 전부였다.

  “이놈!”

  진상은 분노에 찬 외침과 함께 팔을 펼쳤다. 그의 팔이 화살처럼 빠르게 우재의 얼굴을 향해 뻗어나갔다.

  “으윽!”

  진상이 이를 가는 소리가 조타실 전체를 울렸다. 바늘처럼 뾰족한 진상의 손끝이 우재의 얼굴 바로 앞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까지다.”

  우재는 편안한 얼굴이었다.

  “다 끝났어요.”

  주선도 우재를 거들었다.

  “건방 떨지 마!”

  진상은 마지막 발악을 했다. 다른 손을 들어 같은 시도를 한 번 더 했다. 하지만 그도 이 공격이 먹히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우재의 간단한 손동작 하나로 그의 마지막 공격은 와해되었다. 어느새 진상의 옆에 자리한 주선이 그의 목에 주사바늘을 찔러 넣었다.

  “윽!”

  신음을 흘린 진상은 그대로 눈을 감았다.

  “끝났다.”

  태욱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진상의 마지막 표정을 본 서희는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주사가 목에 꽂히기 전 진상은 분명히 웃고 있었다.

  “핵미사일!”

  서희가 진상이 지은 미소의 의미를 깨달았다. 서희의 외침에 우재는 급히 발사스위치를 찾았다. 발사스위치는 이미 눌려져 있었다. 카운트다운은 0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이거 어떻게 멈춰?”

  “몰라.”

  “그럼 어떡해?”

  그들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핵미사일이 발사됐다는 신호가 모니터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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