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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공간지배자
작가 : 박군
작품등록일 : 2017.11.6

특별한 능력을 지닌 네 명의 소년, 소녀들의 성장스토리!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2부>_32화
작성일 : 17-11-21 09:34     조회 : 42     추천 : 0     분량 : 3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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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이렇게 됐군.”

  귀에 꽂히는 소름끼치는 목소리에 태욱은 눈을 떴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태욱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대통령 관저에서 TV로 계엄령 선포를 본 다음부터 기억이 없었다. 태욱은 자신이 침대에 묶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를 보고 있는 진상의 얼굴에는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미소가 서려있었다. 태욱은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아직 청와대인 것 같았다. 다른 친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불안했다.

  “아, 친구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내가 편안하게 모시고 있으니까.”

  입을 연 진상은 마치 그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드디어, 내가 공간지배자를 사로잡았군. 하하하”

  그는 태욱을 잡은 게 진심으로 기쁜 것 같았다.

  “10년만인가?”

  그는 천천히 태욱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살짝 쥐었는데도 손아귀 힘이 보통사람의 배는 되는 것 같았다.

  “이 머릿속을 분해하면 그 비밀을 밝힐 수 있단 말이지.”

  그의 눈을 본 태욱은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그의 눈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에게 태욱은 그저 실험체에 불과했다.

  “의원님, 지금 가셔야 합니다.”

  갑자기 열린 방문 뒤로 오비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표정이 다급해 보였다.

  “뭐야?”

  “청와대 정문이 뚫렸습니다.”

  “뭐? 장장군은 뭐하고 있어?”

  “그게, 사령관이 무장해제를 지시했답니다.”

  “장장군이? 이 멍청한 새끼!”

  진상의 얼굴이 일순간 기묘하게 일그러졌다가 펴졌다. 분노를 간신히 참아내고 있는 것이 태욱의 눈에도 보였다.

  “이거 챙겨서 따라와.”

  진상이 태욱을 눈짓으로 가리킨 후 방문 쪽으로 향했다.

  “다른 놈들은 어떻게 할까요?”

  오비서의 질문에 방문을 나서려던 진상이 걸음을 멈췄다. 잠시 생각하던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죽여.”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진상의 말에 태욱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했다. 발버둥이라도 치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약기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네?”

  오비서도 진상의 결정에 놀란 모양이었다.

  “어차피 헬기에 다 못 태워. 그냥 버리고 간다.”

  “알겠습니다.”

  오비서는 대답과 함께 태욱이 묶여 있는 침대를 밀었다. 바퀴가 달려있는 침대는 너무 쉽게 진상의 뒤를 따랐다.

 

  “정신이 좀 들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우재였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약기운을 몸 밖으로 배출시켰다. 우재의 양 옆에는 주선과 서희가 나란히 묶여 있었다. 그녀들은 아직도 약기운에 취한 채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 우재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두통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냥 죽이기는 아까운 걸?”

  문이 열리고 세 명의 경호원이 걸어 들어왔다. 그들은 방금 오비서로부터 사살명령을 하달 받았다.

  “시간 없어. 빨리 해치우고 우리도 떠야 돼.”

  멀리서 사람들의 함성소리 같은 게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들은 각자 총을 장전했다. 그리고 동시에 묶여 있는 세 사람의 머리에 총을 겨누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깨끗한 동작이었다.

  “안 돼!”

  우재는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마지막 발악을 했다.

  “뭐야?”

  그들의 손에 들려있던 총이 그대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다행히 그의 발악이 먹혔다. 우재는 수갑을 풀고 일어섰다.

  “무슨 일이야?”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경호원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우재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방 안에 있던 세 명을 날리는 것과 동시에 들어오는 인원들에게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모두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사방으로 날아갔다.

  “주선아, 서희야, 정신 차려!”

  우재는 주선과 서희의 수갑도 풀어주었다.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주선이었다. 눈을 뜬 그녀는 방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태욱이 안 보여!”

  우재의 말에 주선은 급하게 눈에 힘을 주었다.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머리를 한 번 흔들고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머리가 맑아지면서 모든 게 환하게 보였다. 집중하고 있던 벽이 희미해지더니 급기야 투명해지기까지 했다. 벽 너머에 있는 벽도 또, 그 너머에 있는 벽도 투명해졌다. 정문을 지나 청와대를 향해 몰려오는 촛불의 물결이 보였다. 너무도 선명했다. 그들의 표정, 눈빛, 심지어 머리카락 한 올까지 전부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선아, 태욱이 보여?”

  우재는 여전히 경호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가 상대하고 있는 경호원의 수는 그냥 봐도 열 명이 넘는 것 같았다. 그들은 우재에게 손가락 하나 대지 못하고 있었다.

  “잠깐만!”

  주선은 다시 고개를 돌려 우재를 찾기 시작했다. 청와대 안의 모든 곳이 그녀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들이 지나온 숙정문 처마 끝에 앉아 있는 비둘기도 보였다.

  “찾았다!”

  주선의 눈이 빛을 발산했다. 그녀의 눈에 침대에 묶인 채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는 태욱이 보였다. 주선은 태욱보다 몇 발작 앞서가고 있는 진상도 발견했다. 주선은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곳에는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이륙준비를 하고 있는 헬기가 있었다.

  “내가 갈게.”

  주선은 고양이같이 잽싼 동작으로 방 안을 빽빽이 메우며 날아다니는 경호원들을 피해 순식간에 방을 빠져나갔다. 그 와중에 경호원들이 떨어뜨린 권총도 한 자루 챙겼다. 그녀는 지금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벅찬 기분이었다. 갑자기 모든 것이 분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원래보다 훨씬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주선은 자신의 능력이 진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방에서 봤던 우재의 능력도 전보다 훨씬 강력해 진 것 같았다.

  주선은 헬기장까지 단숨에 뛰어갔다. 하지만 이미 헬기는 하늘에 높이 떠 있었다. 주선은 주저하지 않고 총구를 헬기를 향해 들어올렸다. 자칫 헬기를 맞추기라도 하면 태욱이 위험할 수 있다는 불안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래도 그녀는 총을 내리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헬기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진상의 얼굴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주선은 방아쇠에 닿아 있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헬기에 앉아 있던 진상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저 멀리서 청와대를 향해 밀려들어오는 촛불의 행렬이 보였다. 위에서 보는 촛불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너무 아름다워서 그 곳을 향해 미사일을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면 더 아름다워질 것 같았다. 그런 즐거운 상상을 하며 눈길을 돌린 진상은 헬기장 바로 아래에 있는 같은 작은 형체를 보았다. 너무 작아서 누군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진상은 쌍안경을 들어 형체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주선이었다. 그녀의 총구는 정확히 자신을 향해 있었다. 비웃음이 먼저 배어나왔다. 이 거리에서는 저격수도 맞추기 힘들었다. 권총으로는 어떤 명사수도 불가능했다. 게다가 자신은 움직이는 헬기에 타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녀의 눈빛에서 빛이 나오는 것 같았다.

  ‘탕!’

  총이 발사되는 소리가 그녀 주변의 공기를 울리며 헬기까지 전해졌다.

  ‘팅!’

  총알이 그의 머리를 맞고 튕겨나갔다. 혹시나 해서 머리에 근육을 집중시키길 천만다행이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전율이었다. 그는 침대에 묶여 있는 태욱과 눈을 마주쳤다.

  “아무래도 하늘은 내 편인 것 같군.”

  진상은 태욱을 향해 승리를 확신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제길!”

  주선은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머리에 닿은 총알이 튕겨져 나가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주선의 안타까운 마음과는 다르게 태욱을 태운 헬기는 작은 점이 되어 어두운 하늘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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