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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공간지배자
작가 : 박군
작품등록일 : 2017.11.6

특별한 능력을 지닌 네 명의 소년, 소녀들의 성장스토리!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2부>_12화
작성일 : 17-11-10 13:15     조회 : 33     추천 : 0     분량 : 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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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우재는 만났어?”

  서희는 앉자마자 궁금해서 못 참겠다는 듯이 물었다.

  “주문부터 하고.”

  주선이 대답을 피했다.

  “그래.”

  서희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주선은 약속대로 서희 알바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카페에 나타났다. 그리고 언제 들어도 반가운 소리로 서희를 반겼다.

  “밥 사줄게!”

 

  “어떻게 지냈어?”

  “나야 뭐, 그림 그리면서 지냈지. 너는?”

  “나도 뭐, 알바하면서 지냈지.”

  “하하, 비슷하네.”

  “그러게. 재벌도 별 거 없네.”

  그들은 그대로네, 예뻐졌네, 하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끼리 나눌만한 평범한 인사말을 한참동안 주거니 받거니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다시 여고생이 된 것 마냥 배꼽을 쥐며 까르르댔다. 그렇게 그들은 서희가 일하는 카페 사장 흉부터 주선이 여행하면서 만난 이상한 사람들 얘기까지 다양한 주제와 중구난방으로 뻗어나가는 이야기 가지들로 쉴 새 없이 웃고 떠들었다. 그러는 사이 그녀 사이에 놓여있던 철판볶음밥 3인분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우재는 안 만날 거야?”

  더 이상 오물거릴 음식도 없었고, 웃고 떠들던 소재들도 고갈되었다. 서희와 주선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놓여졌다. 그 침묵을 서희가 먼저 깨고 나섰다.

  “만나야지.”

  “언제?”

  주선이 대답대신 가방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이거.”

  “뭐야?”

  초대장이었다.

  “전시회 하는구나?”

  “응, 한국에서는 처음이야.”

  “와, 멋있다.”

  “우재는?”

  “그만 좀 물어봐라.”

  “궁금해서.”

  “그럼 우재한테 물어보든가.”

  말문이 막혔다. 요즘 서희도 우재를 보기 힘들었다. 우재가 워낙 바쁜 탓도 있겠지만 서희도 왠지 우재가 어려웠다. 우재를 보면 길상이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그리고 그건 우재도 마찬가지였다.

  “우재도 초대하려고.”

  서희의 쓸쓸한 표정을 읽은 주선이 일부러 밝은 목소리를 꾸몄다.

  “그럼 오랜만에 같이 볼 수 있겠다!”

  “그러게. 마지막으로 같이 본 게 언제였지?”

  주선이 추억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한 10년 됐을 걸?

  “벌써 그렇게 됐나?”

  “참 빠르다. 시간.”

  “태욱이는 아직도 연락 없어?”

  주선이 아까부터 입안에서만 맴돌던 말을 용기 내어 입 밖으로 꺼냈다. 서희는 말없이 고개만 저었다.

  “나쁜 자식!”

  주선이 주먹으로 식탁을 내리치는 시늉을 했다.

  “맞아, 나쁜 자식!”

  주선의 위로에 서희도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미래는 언제부터 안보이기 시작한 거야?”

  서희도 주선이 언제쯤 물어볼까 궁금해지던 참이었다.

  “정확하게는 몰라. 한 7, 8년 쯤 됐 것 같아.”

  “이유는 모르고?”

  “응.”

  잠시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서희가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주기가 눈에 띄게 짧아졌다.

  “무슨 약속 있어?”

  서희의 눈치를 보던 주선이 결국 먼저 물었다.

  “어? 아니야.”

  서희는 대답을 하면서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뭔데 그래?”

  주선의 재촉에 서희가 잠시 머뭇거리다 포기한 표정을 지으며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아무래도 안 되려나봐.”

  “뭐가?”

  “오늘 편의점 알바 좀 바꿔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없네.”

  “편의점 알바 아직도 해?”

  “그럼, 그게 얼마나 좋은 알반데.”

  서희는 당연하다는 투로 말했다.

  “지금 가야돼?”

  주선은 진심으로 아쉬워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래야 할까봐.”

  서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 출발해도 빠듯했다.

  “미안해.”

  “아니야. 미리 약속 잡고 만날 걸 그랬다.”

  “그래. 미리 알려주면 나도 최대한 시간 빼볼게.”

  서희는 인사를 나누기가 무섭게 뒤돌아서 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알바 시간에 늦은 것 같았다. 주선은 괜히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뭐하지?”

  주선은 혼잣말을 했다. 집에 들어가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거리는 건물들이 내뿜는 조명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주선은 발길 닿는 대로 걷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가 이대로 저무는 게 아쉬웠다.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걷던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눈빛이 반짝였다. 결심이 선 표정이었다. 그녀는 곧바로 택시를 잡아탔다.

 

  “기우재 선생님 계시나요?”

  로비를 지나던 현희는 익숙한 이름에 발걸음을 멈췄다. 안내데스크에 붙어 서서 대답을 기다리는 여자가 보였다. 평균보다 살짝 큰 키에 날씬한 뒷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청바지가 잘 어울렸다. 뒷모습만 봤을 뿐인데도 괜히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대답을 기다리던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주선이었다. 화장을 거의 하지 않은 얼굴인데도 화려하게 느껴졌다. 숏커트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선과 현희의 눈이 마주쳤다.

  “기우재 선생님은 왜 찾으세요?”

  현희가 먼저 다가갔다.

  “아, 친구에요.”

  “네.”

  현희는 주선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언젠가 길거리 인터뷰하는 여배우를 봤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기선생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방금 퇴근하셨어요. 지금쯤 주차장에 계실 거에요.”

  “고맙습니다.”

  주선은 인사를 꾸벅 하고 뛰듯이 주차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현희는 둘이 꼭 만났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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