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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공간지배자
작가 : 박군
작품등록일 : 2017.11.6

특별한 능력을 지닌 네 명의 소년, 소녀들의 성장스토리!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2부>_7화
작성일 : 17-11-09 12:01     조회 : 28     추천 : 0     분량 : 2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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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바람과 파도소리 뿐이었다. 뱃머리에 매달리듯 앉아있는 장훈은 배와 한 몸처럼 출렁였다. 속은 이미 전부 비운 상태였다. 그의 불안한 시선은 한 곳에 꽂힌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에 머리를 맞대고 있는 북한 어부들의 모습이 비췄다.

  “어떻게 할기래요?”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하간? 날래 신고해야 되지 않겄어?”

  “에이, 신고하면 뭐 떨어지는 게 있긴 하간?”

  “왜 그 포상금 있지 않아?”

  “순진하긴. 그거이 우리 주갔나?”

  “안 주면?”

  “지들끼리 나눠먹지!”

  “그럼 다른 수라도 있나?”

  자기들끼리 수군대던 그들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장훈을 노려보았다. 눈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그들의 눈빛을 본 장훈은 온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장훈은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었다. 장훈은 비무장 지대를 지나고 있었다. 수색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 생각도 못했다. 그때 자신을 뽑아줬던 수색대대장이 너무 고마워서 눈물까지 날 지경이었다. 부대에서 평발 판정을 받아 의가사제대할 뻔한 자신을 다시 부대로 돌려보낸 국군병원 군의관도 고마웠다. 그는 주머니에서 손을 넣어 종이쪽지가 잘 있는지 확인했다. 장훈은 자신을 구해준 어부들과 나눴던 얘기들을 디시 떠올렸다.

 

  “너 남조선으로 내려가면 여기 가서 이 사람부터 찾으라.”

  그들 중 하나가 겁먹은 소 같은 눈을 하고 있는 장훈에게 주소와 이름이 적힌 쪽지를 건넸다. 장훈은 떨리는 손으로 쪽지를 받아 들었다.

  “이 사람 만나믄 큰 거 두 장 건네라.”

  “큰 거요?”

  장훈의 눈이 아까보다 더 커졌다.

  “와, 이 천이 아깝니?”

  사내의 눈이 갑자기 돌변했다.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았다.

  “아니요. 아닙니다.”

  장훈은 안심했다. 그는 억 단위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만 약속하면 아랫동네로 넘어갈 수 있게 도와 주겄어.”

  “정, 정말요?”

  믿을 수 없었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정말이다. 대신 약속 어기면 알지?”

  그는 장훈의 주머니에서 뺏은 그의 신분증을 꺼내 보였다.

  “남조선에 있는 우리 아덜한테는 모가지 하나 따는 건 일도 아니야.”

  “약속 지키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장훈에게서 약속을 받아낸 그는 무리로 돌아갔다. 잠시 후 뱃머리가 남쪽을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김병장님, 오늘이 마지막 근무시지 말입니다.”

  “그래.”

  “제가 책임지고 있을 테니까 편히 쉬시지 말입니다.”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다.”

  병헌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 말년휴가를 가는데도 기쁜 마음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입대할 때만해도 이 날이 안 올 것만 같았다. 그런데 어느새 전역이라는 녀석은 눈앞에 와 있었다. 그는 제대하고 다시 학교에 다닐 지, 아니면 졸업해봤자 취업도 안 되는 학교 따위는 때려치우고 돈이나 벌 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여기도 마지막이네.”

  병헌이 쓸쓸한 얼굴로 철책을 쓸었다.

  “에이, 좋으면서 왜 그러십니까?”

  “그러게. 좋은데 왜 그럴까?”

  “정말 부럽습니다.”

  그와 함께 근무를 나서고 있는 조일병은 병헌이 마냥 부러웠다. 자기에게도 빨리 저런 날이 왔으면 했다. 그는 아직도 매일 밤 입대하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똑똑’

  ‘똑똑’

  두 번의 노크에도 인기척이 없었다. 장훈은 조심스럽게 초소의 문을 열었다. 서로 어깨를 기댄 채 곤하게 잠들어 있는 두 명의 그림자가 달빛에 드러났다.

  “저기요.”

  장훈은 계급이 낮은 쪽을 먼저 흔들어 깨웠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경험으로 깨달은 나름의 배려였다.

  “저기요.”

  아까보다 좀 더 큰 소리를 내며 세게 흔들었다.

  “132번 훈련병!”

  또 입대하는 꿈을 꾸던 조일병이 잠꼬대를 하며 깨어났다. 잠결에 장훈의 모습을 본 그는 거품을 물고 그대로 기절했다.

  “누구냐?”

  인기척에 잠이 깬 병헌은 낯선 그림자를 향해 경계 자세를 취했다. 손이 허전했다. 총이 없었다. 그림자의 어깨 뒤로 막대기 같은 그림자 두 개가 보였다. 병헌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조일병을 보았다. 그의 손에도 총이 없었다.

  “저, 수상한 사람 아니에요.”

  “네?”

  “저도 여기서 근무했어요.”

  “네?”

  병헌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자기가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 사람은 누가 봐도 수상했다. 수상한 옷차림에 수상한 행동들. 게다가 여기는 최전방 GOP의 초소였다. 우선 총부터 다시 뺏어야 한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딸기!”

  조일병이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그는 반사적으로 암구호를 외쳤다. 그는 저 낯선 그림자가 차라리 암구호를 알고 있었으면 했다.

  “우유?”

  역시 그는 암구호를 모르고 있었다. 그 둘의 대화에 병헌은 한숨이 먼저 나왔다. 그래도 안심은 되었다. 이 수상한 남자는 어딘가 좀 모자란 사람 같았다.

  “아저씨, 누구세요?”

  “아, 나 비행기 생존자에요.”

  “비행기요?”

  “네. 그 추락한 비행기요. 알죠?”

  병헌은 얼마 전에 봤던 뉴스가 떠올랐다. 뉴스에서는 분명히 생존자가 없다고 했었다.

  “정말이에요?”

  “네. 정말이에요.”

  “대박!”

  조일병이었다. 눈빛을 보니 아직도 온전한 정신은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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