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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공간지배자
작가 : 박군
작품등록일 : 2017.11.6

특별한 능력을 지닌 네 명의 소년, 소녀들의 성장스토리!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34화
작성일 : 17-11-09 11:54     조회 : 26     추천 : 0     분량 : 4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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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쪽이다!”

  발소리가 점점 더 많이, 그리고 가까이서 들려왔다. 태욱과 우재는 한참을 정신없이 뛰었다. 아무 대책 없이 섬에 발을 들인 그들은 자신들의 방문을 상대에게 알리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둘이 가진 능력과 전투력의 도움으로 지금껏 잡히는 건 피했지만 쫓기는 것까지 어찌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그들은 무사히 변회장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어느 쪽으로 가면 돼?”

  서희의 물음에 주선이 다시 눈에 힘을 주었다. 주선은 투시하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렸다. 주선이 아니었다면 주선과 서희는 이미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에게 붙잡혔을 것이다. 그들이 지금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다는 것도 그녀들이 저택 가까이 접근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이쪽이야! 잠깐, 놈들이 곧 지나갈 거야.”

  서희는 주선의 지시대로 움직였다. 마침내 그녀들은 변회장의 저택 안까지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다.

  “여기가 맞아?”

  주선의 물음에 서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은 서희가 꿈에서 태욱과 우재를 봤던 방에 들어섰다. 방이라기보다 대연회장 같은 커다란 공간이었다. 그곳은 텅 비어 있었다.

  다급한 느낌의 발소리들이 점점 가까워졌다. 눈빛을 교환한 서희와 주선은 커튼 속으로 몸을 숨겼다.

 

  저택 안에서도 태욱과 우재는 여전히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더 이상 도망갈 곳도 보이지 않았다. 잡히는 건 시간문제인 것 같았다. 둘은 문이 잠기지 않은 곳을 찾고 있었다.

  “여기!”

  우재가 잠기지 않은 문을 찾아냈다. 그들은 생각할 것도 없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

  “헉헉.”

  그들은 가쁜 호흡을 내뿜으며 문에 등을 기댔다. 잠시 동안 호흡을 가다듬은 그들은 방 안의 상황을 살폈다. 방이라기보다는 강당에 가까운 것 같았다. 다행히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헐떡이는 숨을 억지로 누르며 그들은 밖의 상황에 귀를 기울였다. 문 앞에서 구두소리가 멈췄다. 우재와 태욱은 숨을 죽였다. 다시 들리기 시작한 발소리들이 점점 멀어졌다.

  우재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 앞에 있던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남아서 복도를 지키고 있던 상대는 두 명이었다. 프로는 프로였다. 당황한 태욱과 우재와는 달리 그들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문을 닫지 못하게 방문을 잡고 안으로 들어왔다. 뒷걸음질 치던 태욱과 우재도 다시 정신을 차렸다. 이쪽도 두 명이니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 눈빛을 교환한 태욱과 우재는 동시에 달려들 자세를 취했다.

 

  커튼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주선은 눈에 힘을 주어 바깥 상황을 살폈다. 그녀는 자신들이 숨어 있는 방으로 두 명이 들어온 것을 확인했다. 태욱과 우재 같았지만 등을 돌리고 있어서 확신할 수 없었다. 주선의 눈치를 보던 서희가 커튼의 틈을 살짝 벌렸다. 그와 거의 동시에 그들이 갑자기 문에서 몸을 떨어뜨렸다. 그 바람에 서희와 주선은 태욱과 우재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와, 겨우 만났네!”

  서희가 말릴 틈도 없이 주선은 반가움을 온 몸으로 표현하며 발사되듯 튀어나갔다. 그녀는 우재에게 매달리듯 안겼다. 주선의 뒤를 따라 나온 서희도 태욱을 향해 입을 열었다.

  “만나서 정말 다행……?”

  태욱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뭔가 잘못 됐다는 걸 깨달은 서희는 말을 맺지 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얼어버렸다.

  뒤에는 태욱과 우재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는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서 있었다.

 

  서희는 이 장면을 이미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도 알고 있었다. 그것만은 막고 싶었다. 그녀는 망설일 틈도 없이 태욱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는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탕!”

  총소리가 귀를 때렸다. 서희의 생각을 읽은 태욱이 그녀보다 빨랐다. 그는 서희를 밀쳐냈다. 그녀는 바닥에 넘어졌고, 태욱은 배를 움켜쥐었다.

 

  “총 내려놔! 이 새끼들아!”

  어느새 방으로 달려 들어온 변회장의 다급한 외침에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움찔했다. 변회장의 뒤를 따라 용주도 방안으로 들어왔다.

  “태욱아!”

  태욱은 너무 아파서 기절할 것 같았지만 서희의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티셔츠 밖으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티셔츠를 들어 올렸다. 총알이 옆구리를 스친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내 허락 없인 아무도 쏘지 마!”

  변회장의 목소리는 아까보다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 화가 서려있었다. 그의 등장으로 양 쪽이 서로 대치하는 상황이 되었다.

  “제 발로 걸어들어 왔군.”

  상황이 진정되자 변회장은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 사이를 걸어 나와 태욱 일행들 앞에 섰다.

  길상이가 아닌 길상의 모습을 처음 본 우재는 변회장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변회장을 보자마자 길상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생긴 건 같아도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마치 일란성 쌍둥이 같았다. 우재는 눈앞에 길상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인물이 변회장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저 사람, 다른 사람의 신체를 빼앗을 수 있대.”

  주선은 조실장이 헤어지기 전에 해준 말이 생각나서 자기도 모르게 우재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생각이 바뀌었다. 저 여자는 죽여도 좋다.”

  변회장이 주선을 가리키며 말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 중 주선과 가장 가까운 한 명이 총구를 주선에게 들이댔다.

  “빙의 같은 건가?”

  우재도 변회장을 보며 주선에게 말했다. 속삭이는 것처럼 입을 손으로 가렸지만 목소리는 방안에 있는 모두에게 들릴 만큼 컸다.

  “쟤도 죽여.”

  변회장의 말에 검은 양복 중 다른 하나가 다시 총을 들었다.

  “빙의는 아닌 것 같아.”

  이번에는 서희였다. 마침 그녀 앞에 있던 용주가 서희를 향해 총을 들었다.

  “잰, 아냐!”

  서희에게 총구를 들이댔던 용주는 변회장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억울한 표정이었다.

 

  “흠흠, 잠깐 내 궁금증을 좀 풀고 마저 하도록 하지.”

  변회장은 잠시 숨을 골랐다.

  “너, 정말로 공간을 이용할 수 있나?”

  변회장의 말에 태욱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드러났다.

  “정말이군. 정말이었어!”

  변회장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목소리도 들떠 있었다.

  “공간 지배자를 이렇게 직접 보기는 처음이군.”

  공간지배 능력에 대해 얘기만 들었을 뿐 실제로 보는 건 변회장도 처음이었다. 그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혹시 이 방에도 공간이 있나?”

  태욱의 눈빛이 흔들렸다.

  “거기 하나 있을 거야.”

  서희였다. 방 안의 모든 시선이 서희에게 쏠렸다.

  “뭐야? 너도 공간이 보이는 거야?”

  변회장이 놀란 눈을 하고 서희를 보았다.

  “아니, 미래를 봤어.”

  변회장이 서희를 행해 몸을 움직였다. 태욱과 눈이 마주친 서희는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 태욱이 길상과 함께 공간으로 뛰어드는 악몽을 꾸었다며 침울해 하던 서희의 모습을 떠올랐다. 그 속에서도 서희는 예뻤다.

  “역시 꿈이 아니었구나.”

  태욱이 혼잣말을 했다. 변회장이 다시 태욱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태욱은 여전히 서희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뭐?”

  변회장은 그들의 대화를 알아듣지 못했다.

  “꼭 돌아올게.”

  태욱이 일부러 환하게 웃었다. 태욱을 보는 서희의 눈 밑으로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

  변회장의 신경질적인 질문에 태욱은 대답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서희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장면을 영원히 눈에 새겨 넣으려는 사람 같았다. 태욱은 정신이 점점 흐릿해지는 것을 간신히 붙잡았다. 지압하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뭐라는 거야?”

  변회장은 태욱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태욱의 시선에는 변화가 없었다.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는 태욱과 서희를 번갈아보던 변회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이미 끝난 게임이었다.

  “흥, 제 정신이 아니군. 어쨌든 너는 나중에 보도록 하지.”

  태욱에게서 눈을 뗀 변회장은 서희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너만 같이 가주면 아무도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그렇게는 못하지.”

  식은땀 때문에 한쪽 눈을 찡그리고 있는 우재가 내뱉듯이 말했다.

  “못하면 어떻게 할 건데?”

  변회장은 표정을 바꿔 매서운 눈으로 우재를 쏘아보았다.

  “아, 지난번처럼 중력으로 장난쳐서 빠져나가려고?”

  우재의 놀란 표정을 읽은 변회장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설마 문만 열어 놓으면 쓰지도 못하는 그 힘 믿고 그러는 거야?”

  얄밉도록 여유 있는 변회장의 얼굴 뒤로 완전히 닫혀 있지 않은 문이 우재의 눈에 들어왔다.

  “어쨌거나 지난번에는 놀랐어. 너도 능력자였다니. 여전히 별 쓸모는 없지만 말이야.”

  변회장의 시선이 이번에는 주선에게 향했다.

  “그러고 보니 이 재벌아가씨도 능력자였지? 뭐더라? 아……, 기억이 안 나는군. 어쨌든 완전히 어벤저스네! 어벤저스야!”

  능력자를 네 명이나 확보했다는 생각에 변회장은 기분이 좋아졌다.

  “투시! 난 지금 당신들 알몸까지 볼 수 있다고!”

  주선이 토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주선의 대답에 변회장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흠흠, 뭐 나름대로 좋은 능력이구만.”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의 손이 일제히 아래로 내려갔다. 그들 중 몇몇은 귀까지 빨개졌다.

  “그만! 잡담은 여기까지다!”

  변회장이 다시 분위기를 잡았다.

  “이 둘만 끌고 와. 나머지는 죽여도 좋다.”

  변회장은 태욱과 서희를 가리키며 말을 마친 후 문을 향해 돌아섰다.

  “지금이야!”

  서희의 절박한 외침에 변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의 눈앞에 거짓말처럼 태욱의 얼굴이 가득 들어왔다. 태욱이 변회장을 향해 몸을 날렸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뒤엉킨 두 형체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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