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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공간지배자
작가 : 박군
작품등록일 : 2017.11.6

특별한 능력을 지닌 네 명의 소년, 소녀들의 성장스토리!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29화
작성일 : 17-11-08 10:29     조회 : 30     추천 : 0     분량 : 2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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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서희와 태욱은 나간 김에 저녁식사까지 모두 해결했다. 숙소로 돌아온 태욱은 장 본 물건들을 정리했다. 그 사이 서희는 손을 씻었다. 정리를 끝낸 태욱도 손을 씻기 위해 서희가 있는 욕실 앞에서 서희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오늘 신은 양말 빨래까지 마친 서희는 손의 물기를 수건에 닦고 있었다. 서희는 매일같이 그날 신은 양말과 입었던 속옷을 손빨래 했다. 태욱에게는 낯선 모습이었다. 그는 살면서 지금까지 손빨래를 해본 적이 없었다.

  창문으로 지는 태양의 빛이 들어와 서희의 실루엣을 그대로 그려냈다. 머리칼은 반짝였고, 피부는 투명하게 빛났다. 태욱은 애써 외면했지만 이미 그 모습이 그의 눈동자에 각인되어 버렸다.

  “수도꼭지는 찬물방향으로 부탁해요.”

  서희의 차가운 말투에 태욱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응?”

  서희는 태욱의 곁을 지나면서 일부러 딱딱하게 말했다. 첫날부터 여러 번 부탁했는데 태욱이 자신의 부탁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것 같아서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는 그녀는 안 쓰는 가전제품의 코드를 모두 빼놓거나 수돗물을 쓰고 난 뒤에 꼭지를 찬물방향으로 돌려놓는 것 등의 규칙들에 민감했다. 절약도 절약이지만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이라는 생각에 반드시 지키고 있는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돌려놨는데?”

  첫날부터 시작된 서희의 잔소리에 태욱도 힘들었다. 하지만 서희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던 그는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도 마지막으로 욕실을 쓰고 그냥 나오려다가 다시 들어가 꼭지를 찬물 방향으로 돌리고 나온 자신의 모습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럼, 우리가 없는 사이에 누가 욕실을 썼다는 말이야?”

  서희는 일단 발뺌부터 하는 태욱이 괘씸했다. 자신도 모르게 다그치는 말투가 나왔다.

  “잠깐만!”

  서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욱은 자신의 입술에 검지를 갖다 댔다. 태욱은 방을 나서기 전 거실에 숨겨 두었던 스마트폰을 꺼냈다. CCTV용으로 조실장이 설치하라고 챙겨준 것이었다. 어제까지 잊어버리고 있다가 오늘 처음으로 설치한 것이었다.

 

  “앗!”

  태욱과 함께 동영상을 돌려보던 서희는 자신도 모르게 터지는 신음을 급하게 손으로 막았다.

  스마트폰의 첫 화면은 아주 가까이 보이는 태욱의 얼굴이었다. 나갈 준비를 마친 자신들의 모습이 화면에서 사라지고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말소리도 멀어졌다. 그리고 곧바로 창문으로 검은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 집안을 둘러보던 그는 식탁 밑에 무언가를 설치했다. 설치를 끝낸 그가 욕실로 향하면서 화면에서 사라졌다. 조그맣게 물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다시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집안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건드렸던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절제되고 계산된 동작이 프로 같았다. 집안을 전부 뒤진 그는 자신이 들어왔던 곳으로 사라졌다.

 

  태욱의 손이 서희의 어깨를 짚었다. 태욱에게 고개를 돌린 서희는 태욱의 시선이 가리키는 곳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태욱의 시선은 식탁을 향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식탁 아래로 고개를 숙인 그들의 눈에 도청장치가 보였다.

  “오늘이구나.”

  서희와 눈이 마주친 태욱이 여유 있는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 히말라야로 통하는 공간이 있어?”

  숙소를 잡기 위해 돌아다니면서 서희가 물어봤던 말이었다. 서희는 태욱에게 둘이 함께 안나푸르나를 바라보고 서 있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거짓말처럼 히말라야로 통하는 공간이 있는 숙소를 발견했다.

 

  “내일은 뭐 할까?”

  “가볍게 산책길이나 걸어볼까?”

  “그것도 좋다.”

  평온한 대화와 달리 서희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가득했다. 태욱도 굳은 얼굴로 짐을 꾸리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산책길을 가기 위한 짐은 아니었다. 그들은 최대한 소리가 안 나도록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짐을 싸는 사이사이 태욱은 조심스럽게 커튼 사이로 밖을 살폈다.

  “오늘 좀 많이 걸었나? 피곤하네.”

  서희가 먼저 운을 띄었다.

  “나도 피곤하다. 오늘은 일찍 잘까?”

  “그래.”

  태욱이 불을 껐다. 집안에는 어둠과 정적만 남았다. 그리고 태욱과 서희의 그림자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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