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돌려봐!”
변회장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다. 완전히 없앤 줄 알았던 길상의 영혼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당황한 게 실수였다. 길상의 영혼을 다시 제압하는 게 조금만 늦었더라면 아마 그의 존재는 세상에서 지워졌을 것이다. 변회장은 오랜만에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그 바람에 서희를 놓친 것도 분했다. 하지만 수확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서희와 길상의 대화는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그 덕분에 서희의 능력이 뭔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미래를 본다. 그리고 변회장은 그 능력을 꼭 갖고 싶었다.
“다시!”
변회장은 태욱과 우재, 그리고 주선이 탈출하는 장면이 담긴 CCTV를 계속 돌려보고 있었다. 그들도 능력자인 걸 안 이상, 어떤 능력인지 알아내야만 했다.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었다.
“다시!”
“다시!”
“다시!”
그 방에 있던 녀석들의 증언을 생각하며 CCTV를 수십 번을 돌려봤다. 그 결과 우재와 주선의 능력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우재는 중력을 조정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선지 방문을 여는 순간 그 능력이 사라졌다. 자신처럼 능력을 제한하는 요소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주선이라는 여자는 부하들의 총을 한 번에 찾아냈다. 총을 보관하고 있던 위치가 전부 달랐는데 모두 한 번에 찾아낸 걸 보면 그녀가 가진 능력은 투시인 게 분명했다. 그래야 곳곳에 배치된 수많은 경비원들과 한 번도 마주치지 않고 저택과 섬을 빠져나간 것도 설명이 된다.
정확하게 똑같은 능력도 아니고 능력을 제한하는 조건도 달랐지만 유사한 힘을 경험해 봤던 변회장은 이 두 능력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변회장의 시선은 태욱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문제는 태욱이었다. 변회장은 뒤에서 자신의 눈치만 보며 서 있는 용주를 노려보았다.
“정말 이 자식도 능력자가 맞아?”
“네.”
뒤에 서 있던 용주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확실해?”
변회장이 다시 한 번 물었다. 용주도 이번에는 정말 틀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냄새가 났습니다.”
변회장은 용주를 한참을 더 째려보고는 시선을 다시 모니터로 돌렸다. 용주는 그도 능력자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능력을 짐작할 수 있는 어떤 단서도 그에게 없었다. 다음에 또 이번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녀석의 능력을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
“도대체 이 자식은 무슨 능력을 가진 거야?”
변회장의 분노가 다시 한 번 극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