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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공간지배자
작가 : 박군
작품등록일 : 2017.11.6

특별한 능력을 지닌 네 명의 소년, 소녀들의 성장스토리!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24화
작성일 : 17-11-07 11:10     조회 : 29     추천 : 0     분량 : 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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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상이?”

  서희의 표정이 갑자기 부드럽게 변했다. 그녀는 지금 이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몸에 나는 열 때문에 식은땀 범벅이 된 채 정신이 몽롱하던 중에 봤던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 때 자신의 앞에 있던 사람은 분명히 자신이 알고 있던 길상이었다.

  “안 돼!”

  변회장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길상아!”

  서희가 간절한 목소리로 길상의 이름을 불렀다.

  “이 자식이, 감히!”

  분노에 찬 변회장의 비명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방 안을 울렸다. 그의 동작이 갑자기 멈추었다. 마치 갑자기 전원이 나간 기계 같았다. 짙게 드리운 그늘 때문에 변회장의 얼굴은 어둠에 묻혀 있었다. 정적이 흘렀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변회장은 천천히 자신의 손을 살펴보더니 다시 그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더듬었다. 그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묶여있는 서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걸음을 옮겨 어둠에서 벗어나며 얼굴을 드러냈다.

  “짜잔!”

  길상이었다. 그는 일부러 개구진 표정을 지어보였다. 사실, 길상은 서희를 끌어안고 목 놓아 울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두려움에 떨며 우는 모습으로 서희에게 기억되기는 싫었다.

  “길상이, 맞지?”

  서희의 목소리가 떨렸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길상은 웃고 있었다.

  “정말 너 맞는 거지?”

  울먹이는 소리 때문에 서희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었다.

  “그래. 이제는 네 남자친구지. 하하하”

  길상은 허리에 손을 짚고 고개를 젖히면서 일부러 과장되게 웃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눈물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대로 사라지는 게 무섭고 억울했다. 엄마 아빠가 보고 싶었다. 이상하게 죄송한 마음만 들었다.

  “길상아!”

  서희의 목소리에 길상은 정신을 다시 가다듬었다. 코끝에 매운 기운이 남았다.

  “분명히 네가 먼저 사귀자고 했다!”

  길상은 평소의 자신을 흉내 냈다. 스스로도 말투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는 일부러 더 과장된 표정을 지었다.

  “뭐?”

  “네가 그렇게 원하니까 사귀어는 줄게.”

  “무슨 소리야?”

  서희의 눈물이 잦아들었다.

  “아쉽다. 너는 튕길 때가 더 매력적이었는데.”

  “헛소리 그만하고 이것부터 풀어줘.”

  길상의 장난에 서희가 제 모습을 찾았다. 길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역시 마지막으로 간직하기에는 우는 모습보다 웃는 모습이 더 나았다.

  “아, 미안!”

  길상은 미안한 표정을 연기했다. 서희의 뒤로 돌아가서 서둘러 밧줄을 풀었다.

  “주길상, 진짜 너 맞지?”

  서희는 길상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길상이었다.

  “그럼, 내가 나지. 누구겠냐?”

  서희는 길상을 꼭 끌어안았다. 자신이 잡지 않으면 이대로 길상이가 다시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울지 말아야지 하는데도 무서운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워워, 이거 진도가 너무 빠른데? 손부터 잡아야지.”

  길상의 목을 끌어안고 있던 서희의 어깨가 들썩였다.

  “뭐, 진도가 빠르면 나야 좋지.”

  서희가 길상을 끌어안았던 손을 풀고 길상의 얼굴을 마주봤다. 서희는 길상의 얼굴을 자세히 살피고 있었다. 투명한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와, 이건 너무 빠른데.”

  서희와 눈을 맞추던 길상은 능글맞게 웃으며 입술을 내밀었다. 눈도 감았다.

  ‘퍽!’

  길상은 배를 움켜쥐었다.

  “야! 그래도 남자친군데, 너무하는 거 아냐?”

  길상은 서희를 올려다봤다. 서희의 얼굴에 미소가 비쳤다.

  “장난 그만하고 빨리 가자!”

  서희가 몸을 돌려 문으로 향했다. 그녀는 길상의 손을 잡아 끌었다. 불안했다. 자신이 본 미래에서 길상은 분명히 자신을 밀어내고 있었다.

  “여기까지야.”

  문 앞까지 얌전히 끌려오던 길상이 문 앞에서 그녀가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뭐가 여기까지야?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따라와라.”

  서희도 애써 밝은 목소리를 꾸며냈다. 길상의 말이 장난이길 바랐다. 눈을 가득 채우는 눈물 때문에 길상의 모습이 흐리게 보였다.

  “서희야.”

  길상의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서희는 이것이 길상이의 마지막 모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가리고 있던 눈물을 걷어냈다. 그의 마지막을 눈에 새기고 싶었다.

  “길상아.”

  길상은 서희의 손을 풀었다. 그리고 서희와 눈을 마주했다.

  “이 사람, 진짜 위험해.”

  “알아. 그러니까 같이 가자.”

  서희는 이미 이 장면의 끝을 보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난 괜찮아.”

  서희는 길상의 손을 다시 잡았다. 서희는 몸을 돌려 문을 열었다. 길상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가자.”

  서희는 길상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더 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길상은 힘들이지 않고 자신을 잡고 있던 서희의 손을 다시 풀어냈다.

  “서희야.”

  길상의 목소리에가 축축하게 느껴졌다. 보기 싫은 장면을 억지로 봐야하는 사람처럼 서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러지마.”

  서희의 간절한 마음이 울먹이는 소리에 묻혔다. 서희의 눈을 잠시 바라보던 길상의 눈빛이 견고해졌다.

  “먼저 가.”

  길상이 서희를 문 밖으로 밀어냈다.

  “바꿀 수 있어. 내가 본 미래 따위 바꿀 수 있다고!”

  서희는 길상을 붙잡고 늘어졌다. 길상이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힘을 준 그의 손이 떨고 있었다. 서희는 그제야 자신이 떨고 있음을 깨달았다. 서희는 떨리는 어깨를 어찌하지 못한 채 계속 눈물만 흘렸다. 길상은 가만히 서희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희의 흔적을 몸에 새기려는 듯 그녀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먼저 가고 있어.”

  길상도 겨우 눈물을 참고 있었다.

  “금방 따라갈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선 서희는 길상의 눈을 바라보았다.

  “정말 올 거지?”

  길상의 거짓말이 사실이기를 바랐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당연하지. 우린 부모님이 맺어주신 연인이잖아.”

  “약속했다!”

  서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고갯짓에 그녀의 턱 끝에 맺혀 있던 눈물이 빛을 반사시키며 떨어졌다. 친구도 좋고 연인도 좋았다. 서희는 길상이 돌아오기만 하면 되었다.

  “그럼 이따 봐!”

  길상은 밝게 웃어보였다. 손까지 흔들어 주었다. 서희는 정말 내일이면 아무렇지 않게 다시 길상을 볼 수 있을 거라 믿고 싶었다. 그렇게 서희가 멍하게 있는 사이 길상의 모습이 문 뒤로 완전히 사라졌다.

  ‘철컥.’

  문이 잠기는 소리가 났다. 서희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길상아! 문 열어! 문 열라고!”

  대답이 없었다. 서희는 문을 두드렸다. 손이 아픈 것도 몰랐다.

 

  “서희야!”

  우재의 목소리에 서희가 고개를 돌렸다. 태욱과 주선도 함께였다.

  “만나서 다행이다.”

  주선이었다. 우재의 부축을 받고 있는 태욱은 간신히 미소만 짓고 있었다.

  “길상이는 못 봤어?”

  우재가 서희의 등 뒤로 보이는 문에 시선을 주며 말했다. 서희는 우재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서희는 차마 우재에게 길상이 얘기를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눈물이 바닥으로 흩어졌다.

  우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재야!”

  주선의 다급한 목소리가 그의 말을 막았다. 우재는 주선을 돌아봤다.

  “빨리 가야 돼!”

  그녀는 복도 반대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두르는 발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그래. 일단 빠져 나가자.”

  우재가 결심한 듯 서희를 바라보았다.

 

  길상은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우재를 보고 싶었다. 서희도 다시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면 안 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방문을 열고 뛰쳐나가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아냈다. 길상은 문을 등지고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곧 고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때? 한 방 먹었지?”

  길상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에겐 더 이상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더 기다렸다가 내 몸을 되찾으려고 했는데, 이젠 정말 틀렸네.”

  길상은 서희가 앉았던 의자의 등받이 부분을 손으로 쓸어보았다.

  “그래도 봤으니까.”

  길상은 힘없이 의자에 몸을 의지했다.

  “서희를 봤으니까, 그걸로 됐어.”

  길상은 혼잣말을 끝내려는 듯 눈을 감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이럴 줄은 몰랐겠지?”

  길상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표정이 드러났다. 두려워하는 기색은 없었다. 총구를 자신의 머리에 댔다. 그의 눈이 반짝였다.

  “탕!”

  총소리가 저택 전체를 울렸다.

 

  “아가씨!”

  “조실장님!”

  태욱의 일행은 주선의 능력 덕분에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을 피해 섬에서 무사히 빠져나왔다. 그리고 조실장이 섬을 빠져나온 그들을 맞아주었다. 조실장의 뒤로 많은 차들과 사람들이 보였다.

  “어떻게 나오셨습니까?”

  “설명은 나중에 할게요.”

  조실장 주위에 있던 사내들이 태욱과 우재를 부축했다.

  “형님, 들어갈까요?”

  조실장의 곁에 있던 사람이 입을 열었다. 걷어 올린 소매 밑으로 문신이 보였다. 서희는 조실장과 함께 온 사람들을 재빨리 훑어보았다. 하나같이 범죄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인상들이었다. 이대로 들어간다면 굳이 그녀의 능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이들의 미래는 뻔해 보였다.

  “어서 가야해요.”

  조실장은 서희를 바라보았다. 조실장은 서희의 불안한 눈빛을 읽었다. 평범한 여고생이 이러한 상황에 보이는 정상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조실장은 자신이 있었다. 급하게 소집하긴 했지만 이들은 국내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조직이었다. 심지어 경찰이었던 조실장이 관리할 때보다 더 큰 조직으로 성장해 있었다.

  “저희는 여기를 정리하려고 합니다만.”

  “안돼요. 저쪽은 총도 있어요.”

  주선이었다. 주선도 서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총이, 있다고요?”

  조실장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네. 전부 갖고 있어요.”

  주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어렵겠군요.”

  조실장은 잠시 생각하고는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 조실장은 자신의 차에 태욱과 서희, 우재, 그리고 주선을 태웠다. 조실장의 차를 선두로 그곳에 진을 치고 있던 수 십대의 차량이 차례대로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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