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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공간지배자
작가 : 박군
작품등록일 : 2017.11.6

특별한 능력을 지닌 네 명의 소년, 소녀들의 성장스토리!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23화
작성일 : 17-11-07 11:09     조회 : 27     추천 : 0     분량 : 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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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정신을 차린 태욱은 자신이 의자에 묶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을 뜨고 싶었지만 눈꺼풀에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느껴져서 신음이 먼저 터져 나왔다.

  “음.”

  “정신이 들어?”

  우재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는 걸 포기하려던 태욱은 겨우 아물기 시작한 상처가 다시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며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반짝이는 구두였다.

  태욱과 우재, 그리고 주선은 서로 어깨를 대고 삼각형을 그리며 의자에 묶여 있었다. 각각의 앞에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한 명씩 마주서서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전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지만 태욱은 분명히 그렇게 느꼈다.

  “전부 깨어났나?”

  태욱은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목 주위에 느껴지는 통증에 얼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우재의 맞은편에 선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목소리의 주인공이 발자국 소리를 내며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의자 주위를 천천히 돌았다. 표정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그러니까 얘들 전부가 능력자라고?”

  사내는 다시 한 바퀴를 돌았다.

  “그래서 그렇게 강한건가.”

  사내는 주선의 앞에 멈춰 섰다. 주선은 하도 많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아가씨의 능력은 뭐지?”

  주선은 대답하지 않았다. 선글라스 너머로 보이는 눈이 마치 먹이를 노리는 뱀 같았다. 그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주선이 먼저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래, 뭐. 시간은 많으니까 천천히 하자고.”

  그는 주선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오른손을 들어 주선의 왼쪽에 있던 우재의 뺨을 갈겼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다.

  “쿵!”

  공간을 울리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우재가 의자와 함께 나가 떨어졌다.

  “어이쿠, 이런.”

  우재가 쓰러진 채 사내를 노려봤다.

  “너무 셌나? 미안하군.”

  사내는 눈만 내리 깐 채 사과를 했다. 비열한 미소가 가득했다. 전혀 미안한 표정이 아니었다. 사내는 우재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천천히 태욱의 앞으로 몸을 옮겼다. 이번에는 태욱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애들 말로는 네 녀석이 가장 세다고 하던데?”

  묶여있는 손을 풀기 위해 끙끙거리던 태욱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만큼 엉망이었다. 그런 태욱의 시선에 사내는 얼굴이 바늘에 찔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직도 기가 살아있군!”

  사내는 더 이상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허리를 폈다. 그는 태욱을 내려다보았다. 내내 여유 있어 보이던 사내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쨌든 너희에게 고맙다는 말은 꼭 하고 싶었다.”

  사내는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덕분에 총을 지급받았거든.”

  주머니에서 빠져나온 사내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 있었다. 사내의 자신만만한 표정이 무안할 정도로 그가 쥐고 있는 권총은 아담했다.

  주선은 자신의 앞에 있던 사내를 향해 눈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곧 그의 말이 전부 사실임을 확인했다. 그들 모두가 같은 총을 갖고 있었다.

  “M&P9 Shild라는 총이야. 어때? 귀엽게 생겼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총을 쓸어보던 사내가 느린 동작으로 총구를 태욱을 향해 겨눴다.

  “이렇게 작아도 성능은 꽤 괜찮다고.”

  사내는 태욱이 겁먹기를 바랐다. 능력이 있건 없건 상대는 고등학생이었다. 총으로 위협하면 최소한 태도의 변화 정도는 생길 줄 알았다. 그러나 태욱의 태도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총을 겨눈 상대가 태욱이 아닌 우재였다면 그가 예상한 시나리오대로 됐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태욱이었다. 그는 태욱이 전 세계를 여행하며 총으로 위협받은 적이 많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 네 능력은 뭐냐?”

  태욱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장님, 위에서 찾으십니다.”

  팽팽한 긴장감이 깨졌다. 열려있는 방문 쪽에서 사내를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예상과 다른 태욱의 반응에 어찌할 줄 모르던 사내는 그 소리를 핑계 삼아 총을 거두었다. 그리고 소리 난 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몸을 일으킨 사내는 천천히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그대로 방을 나가는 줄 알았던 그가 방문을 닫고 돌아섰다.

  “이대로 그냥 가면 서운하지. 안 그래?”

  비열한 미소가 다시 그의 얼굴을 채웠다.

  쓰러져 있는 우재의 시야에 닫혀 있는 문이 들어왔다. 우재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비쳤다.

  “내 능력은 안 궁금하냐?”

  “뭐?”

  사내가 우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알려준다고, 콜록!”

  우재가 말을 끝까지 맺지 못하고 기침을 했다.

  “뭐라고?”

  사내가 우재의 곁에 쪼그리고 앉았다.

  “내 능력 알려준다고.”

  사내가 고개를 숙여 우재의 얼굴 가까이 귀를 댔다.

  “뭘 알려준다고?”

  “내 능력!”

  우재의 눈빛이 반짝였다.

  “헉!”

  사내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얼굴을 바닥에 붙이고 우재와 마주보는 신세가 되었다. 그와 동시에 방 안에 있던 다른 세 명의 사내들도 갑자기 온 몸을 무너진 것처럼 바닥에 붙이고 엎드렸다. 껌 딱지 같았다. 그들은 신음도 제대로 내뱉지도 못했다.

  “이게 뭐야?”

  우재와 눈이 마주친 사내가 소리를 쳤다. 그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뭔가에 의해 짓눌려지고 있는 사람처럼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느린 동작으로 밧줄을 풀어낸 우재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까 넘어진 덕분에 밧줄이 헐거워져 있었다. 그래도 움직일 때마다 마디마디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저절로 흘러나오는 신음은 어쩔 수 없었다.

  “이게 뭐냐고?”

  목소리에 공포가 서려 있었다. 그는 여전히 한 쪽 얼굴을 바닥에 딱 붙인 채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우재는 계속 소리를 지르는 대장의 물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선과 태욱의 밧줄을 차례로 풀었다. 우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설명을 바라는 주선과 태욱의 표정을 읽었다.

  “설명은 나중에 해줄게.”

  주선은 고개를 끄덕였고, 태욱은 신음을 참아내는 데 신경을 집중했다.

  “이 새끼야! 이게 뭐냐고?”

  우재는 사내가 소리를 지르든 말든 자신의 할 일을 한다는 담담한 표정으로 바닥에 붙어 있는 대장의 옷을 뒤져 총을 찾아냈다. 우재를 멍하게 보고 있던 주선은 재빨리 움직여 나머지 사내들의 옷 속에서 총을 찾아냈다.

  “고마워.”

  우재의 칭찬에 주선의 표정이 환해졌다. 우재는 총을 한 곳에 모아놓고 다음 행동에 들어갔다.

  “지금 뭐하는 거야? 뭐하는 거냐고?”

  사내의 악쓰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잠시 후 우재가 손을 털며 일어섰다. 엎드려 있는 사내들의 양손은 등 뒤로 돌려진 채 양말에 묶여 있었다. 그리고 바지는 발목까지 내려져 있었다.

  “이거 풀어! 이거 풀라고! 읍! 읍!”

  방금 전까지 들리던 악 쓰는 소리가 갑자기 신음소리로 변했다. 주선도 마무리를 한 듯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좀 조용하네.”

  사내의 입에는 재갈이 물려져 있었다. 손을 묶고 남은 양말 한 짝도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가자!”

  우재와 주선은 아직 일어나지 못하고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던 태욱을 양쪽에서 부축하며 방을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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