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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공간지배자
작가 : 박군
작품등록일 : 2017.11.6

특별한 능력을 지닌 네 명의 소년, 소녀들의 성장스토리!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16화
작성일 : 17-11-07 11:05     조회 : 21     추천 : 0     분량 : 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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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길상은 이 악몽에서 빨리 깨어나기만을 바랐다.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난 일이었지만 모든 게 현실 같지 않았다. 자신을 죽일 줄 알았던 아저씨가 눈앞에서 자살을 했다. 자신이 납치 됐는데 사실은 잘못 납치됐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휠체어 탄 아저씨의 행동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방아쇠를 당기면서 웃던 그 얼굴이 지워지지 않았다. 소름이 돋았다.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길상의 눈이 갑자기 뒤집혔다. 그리고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몸부림은 점점 격렬해졌다. 길상이 묶여있던 의지가 부서질까 걱정될 때쯤 그의 몸부림이 잠잠해졌다. 잠시 후 그가 고개를 들었다. 방금 전까지 두려움에 떨던 얼굴이 아니었다.

  “들어와.”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용주가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변회장의 시체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곧바로 길상에게 다가갔다. 빠른 동작으로 길상을 묶고 있던 밧줄을 풀었다.

 

  변회장의 능력은 불사였다. 그는 다른 신체로 영혼을 옮겨 다닐 수 있었다. 밀폐된 공간에 둘만 있어야 한다는 조건만 충족시키면 되었다. 그는 자신을 죽이고 상대의 몸을 빼앗았다.

  그렇게 변회장은 불사의 삶을 살고 있었다.

 

  “회장님, 굳이 능력자의 몸을 원하시는 이유를 여쭤 봐도 될까요?”

  변회장의 기분이 나쁘지 않아 보였다. 용주는 용기를 내어 그전부터 궁금해 하던 것을 물어보았다.

  “능력도 뺏을 수 있으니까.”

  생각보다 변회장은 쉽게 대답해 주었다. 오랜만에 젊은 몸에 들어가서 그런지 기분도 젊어진 것 같았다. 설레는 감정도 느껴졌다. 이렇게까지 어린 몸에 들어간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기분이었다.

  “20년 정도 있으면 원래 그 사람이 갖고 있던 능력도 내 것이 되지.”

  “그럼 왜 지금까지 염력 하나만…….”

  용주는 여과기를 거치지 않고 나간 질문에 스스로 움찔했다. 그래도 궁금한 건 궁금한 거였다. 변회장은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능력 외에 염력도 갖고 있었다. 문제는 그 염력이 아주 미약해서 컵 같이 작은 것만 겨우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도 아주 가끔만 되었다.

  “20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알아? 염력도 10년이나 채운 거였다고.”

  “아, 그래서 그게 됐다 안됐다 하는…, 아닙니다.”

  변회장의 매서운 눈빛을 느낀 용주가 얼른 입을 닫았다.

  “저, 하나만 더 여쭤 봐도 될까요?”

  용주가 다시 용기를 내었다.

  “뭔데?”

  변회장의 기분이 정말 좋은 것 같았다.

  “능력자의 몸에 바로 들어가지 않고, 친구 몸에 먼저 들어가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용주가 진짜로 궁금한 건 이거였다. 질문을 하면서 용주는 보통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보다 고차원적이고 신비로운 비밀 같은 이유를 기대했다. 하지만 변회장의 대답은 단순했다.

  “늑대로 변할 때 얼마나 아픈지 알아? 그때는 정말 보름달을 없애 버리고 싶었어.”

  변회장도 한때는 능력자라는 것만 확인되면 무조건 신체를 빼앗았었다. 그러나 능력이 있다고 다 좋은 건 아니었다.

  “뱀파이어는 말도 꺼내지 마! 햇빛을 못 보는 건 참을 수 있었어. 그런데 고기를 먹고 싶은데 역한 냄새가 올라와서 먹을 수가 없어. 그게 얼마나 괴로운 건지 알아?”

  얼마나 고통스러운 기억이었는지 변회장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서리를 쳤다.

  “피는 또 어떻고! 배고파서 어쩔 수 없이 먹긴 했지만 정말, 우웩!”

  변회장의 헛구역질은 진짜였다.

  “청력능력자의 몸에 들어갔을 때는 너무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 잠을!”

  그때 느꼈었던 짜증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너, 사람이 일주일 넘게 잠을 못 자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변회장의 목소리가 한껏 날카로워졌다. 용주는 불안한 표정으로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흐흠!”

  헛기침을 한 변회장은 잠시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불필요하게 흥분한 것 같았다. 그래도 그 때 생각만 하면 솟구쳐오는 화를 어찌하지 못했다. 자신의 옆에서 잔뜩 긴장한 채 구겨져 있는 용주에게 눈길을 주었다. 그는 용주에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해줄 필요를 느꼈다.

  변회장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능력자라고 무조건 몸을 빼앗지 않기로 했다. 우선 그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파악한 후에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행동하기로 했다.

  그가 생각한 시나리오는 이러했다. 능력자라는 게 확인이 되면 먼저 그의 주변인의 몸을 빼앗은 다음, 그 친분을 이용해 그가 가진 능력에 대해 알아본다. 능력이 괜찮다고 판단되면 자연스럽게 둘만 있는 상황을 만든다. 그리고 몸을 빼앗는다.

  자신의 시나리오를 말하는 변회장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스스로 생각해도 기특했다.

  “역시 완벽하십니다!”

  설명을 다 들은 용주는 존경의 눈빛으로 변회장을 바라보았다. 그의 목소리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변회장은 아까보다 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이이잉.’

  용주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이 반짝이며 떨고 있었다.

  “전화 좀 받겠습니다.”

  변회장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오랜만에 기분이 좋았다.

  “말해.”

  발신자를 확인한 용주는 목소리에 잔뜩 힘을 주었다.

  “뭐라고?”

  용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무슨 전화야?”

  “아닙니다.”

  불안했다. 변회장은 자신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데?”

  “저, 그게…….”

  “빨리 말해!”

  방금까지 좋았던 기분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아랫배에서부터 분노가 치고 올라왔다. 변회장은 요즘 들어 자신에게 분노조절장애가 생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서희 양을 놓쳤답니다.”

  용주는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변회장은 그를 던져버릴 뻔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다만 염력이 말을 듣지 않아서 실행하지 못한 것뿐이었다. 한 번의 실수는 용서할 수 있었다. 용서라기보다는 그냥 잊어버린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지만, 어쨌든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 그래도 우재의 신체를 빼앗은 자신의 모습이 쉽게 지워지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잠깐만 빌리는 몸이기에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서희는 다른 문제였다.

 

  ‘길상아, 할머니 좀 부탁해.’

  길상의 모습을 한 변회장은 길상의 스마트폰에서 서희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 오늘밤에 사정이 생겨서 집에 못 들어가니 할머니를 좀 돌봐달라는 얘기였다.

  “일어나.”

  변회장의 말에 머리를 박고 엎드려있던 고용주가 아주 빠른 동작으로 일어섰다. 안경을 고쳐 쓰는 그의 얼굴에서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차 대기시켜!”

  “어디 가십니까?”

  변회장은 말없이 길상의 휴대폰을 용주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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