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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루나틱
작가 : 0kim
작품등록일 : 2017.7.4

주인공의 그림자로 동고동락하며 살아온 인생만 10년! 눈치 없는 주인공 옆에서 소꿉친구의 짝사랑을 바라본 기간 또한 10년! 수다스럽지만 불만 많고, 유쾌하지만 겁 많은 그림자와 세상 비관적인 주인공, 호기심 많은 여자 소꿉친구와 함께하는 판타지 세계 모험물.

 
끌려가는 존재
작성일 : 17-07-04 20:14     조회 : 63     추천 : 0     분량 : 7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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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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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토의 몸은 모든 그림자가 그러하듯이 사람의 발에 붙어 있어서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그림자와 달리 다리를 제외한 모든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렇기에 현우의 도움 없이 밥을 먹을 수도 있고, 엉덩이에 깔리는 불상사도 피할 수 있었다.

 몸이 저절로 따라가지는 것은 힘들이지 않고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꽤 편했다. 물론 현우가 가려는 곳이 항상 마토도 가고 싶어 하는 곳은 아니었다. 이를 테면 그는 현우가 화장실에서 어떤 식으로 볼일을 보고, 얼마나 몸을 청결하게 씻는지에 관해서는 보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다.

 이렇게 곤욕을 치르고 움직임에 제약이 있는 생활을 하는데도 마토가 버틸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자유의 몸을 주는 대신 목소리를 빼앗는다고 하면 그는 한사코 거절할 것이다.

 그만큼 마토는 자신의 수다스러운 성격이 좋았고, 비음 섞인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그가 좋아하는 이 두 가지가 현우가 그를 싫어하는 이유의 전부라는 게 문제지만…….

 현우와 마토의 말다툼이 잦아들었다. 식탁 위에는 숟가락이 그릇에 부딪치는 소리와 조금 신경질적으로 음식 먹는 소리만이 남았다. 뭉치는 배부른 포만감에 스멀스멀 잠들어갔다.

 갑자기 문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자 현우와 뭉치가 동시에 현관 쪽을 쳐다보았다.

 “뭐지?”

 “택배라도 왔나보지.”

 마토는 택배가 자신의 식사를 멈출 수는 없다는 듯 대충 대꾸하고서 부지런히 숟가락을 놀렸다. 현우도 택배라고 생각해서 다시 숟가락을 들려고 하는데, 잠시 멈추었던 문 두들기는 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이상하네. 요즘에는 몇 번 문 두들기다가 사람 없으면 그냥 집 앞에 두고 가는데.”

 “그럼 뭐 교회에서 전도라도 왔나보지.”

 “그럼 더 이상해.”

 마토는 뭐가 이상하냐는 듯이 현우를 바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뭉치를 가리켰다.

 “택배건 교회에서 온 사람이건, 낯선 사람이 오면 뭉치가 짖을 텐데. 봐봐, 안 짖잖아?”

 입을 쩍 벌려서 밥을 크게 한 숟갈 넣으려던 마토의 동작이 뚝 멈추었다. 현우의 말대로 뭉치는 현관 쪽을 바라볼 뿐 짖지 않았다.

 “냄새 좋은 사람인가 보지.”

 시선만 옮겨서 뭉치를 쳐다보던 마토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숟가락을 마저 입에 넣었다.

 “뭔가 이상해. 확인 해봐야겠어.”

 현우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일어났다.

 “기다려봐 친구야. 내가 아직 밥을 다 못 먹었잖니. 어어? 잠깐만!”

 마토는 갑자기 몸이 당겨져서 깜짝 놀랐다. 미처 다 먹지 못한 국물이 숟가락 위에서 넘실대다가 얼굴 위로 떨어졌다.

 “우왓, 뜨거! 야, 표현우! 멈춰! 멈추라고. 이 자식아! 으아악!!”

 그는 산책을 하던 도중 억지로 끌려가는 강아지처럼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단지 목줄이 아닌 다리줄이 묶여있는 셈이었다.

 현우는 반신반의하며 현관문에 다가갔다. 등 뒤로는 험한 욕설을 뱉고 있는 마토가, 옆으로는 꼬리를 흔드는 뭉치가 있었다. 그의 손이 문고리를 잡으려는 순간,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멈추었다.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났다.

 

 * * *

 

 한 명의 사람과 하나의 그림자가 얼어붙었다.

 처음에 그들은 다현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녀는 종종 물건을 놓고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그녀라면 처음부터 비밀번호를 풀고 집에 들어오면 되지, 굳이 문을 두들길 이유가 없었다.

 기껏해야 네 자리 비밀번호가 눌려지는 그 짧은 순간이 고무줄처럼 길게 늘어났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현우의 침 삼키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려왔다.

 이윽고 현관문이 열렸다.

 “안녕?”

 주영은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했다. 새하얀 치아가 훤히 드러나는 미소와 부드러운 눈웃음은 다현의 연락을 받고 현우의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거울을 보면서 수십 번도 더 연습했던 결과물답게 아주 자연스러웠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의 방문에 현우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당황했다. 반면 뭉치는 그녀의 다리에 찰싹 달라붙어서 반갑게 꼬리를 흔들었다.

 “네가 어떻게 여기를…….”

 주영은 어깨에 걸터앉은 갈색 머리칼을 찰랑거리며 현관으로 들어왔다. 여자치고 키가 큰 편이어서 남자치고는 키가 작은 현우와 눈높이가 비슷했다.

 “방학하고 처음 만났는데 ‘반갑다. 친구야!’ 라거나 ‘못 본 사이에 더 예뻐졌는걸? 못 알아볼 뻔했어.’ 같은, 뭐 그런 정겨운 인사말을 들을 순 없을까?”

 예시로 말한 두 개의 인사말에 각각 다른 표정을 지으며 주영이 능청스럽게 말했다. 현우는 아직도 이 상황이 믿겨지지 않아 입을 반쯤 벌린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강아지의 몸을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가볍게 안아 들었다. 뭉치는 이제 주영의 얼굴을 핥으려고 난리였다. 여전히 멍하니 있던 현우는 현관문이 쾅하고 닫히는 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뭐?”

 멍청한 반응에도 주영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정겨운 인사말을 어서 해보라는 눈길을 보냈다. 그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하나뿐인 친구의 기분을 맞춰주기 어색하게 따라했다.

 “어, 그래……. 안녕. 오랜만이야.”

 주영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썹을 들썩였다. 현우는 입술을 달싹이고 말을 이어나갔다.

 “못 본……. 사이에 더 예뻐졌네. 못……. 알아볼 뻔했어.”

 그녀는 만족스러운 듯 싱긋 웃었다.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아서 일순 정적이 흘렀다.

 “아니, 잠깐. 이게 아니지. 뭐야, 너? 우리 집은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 아니, 우리 집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주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난 너에 대해서 모든 걸 알고 있어.”

 그리고 고개를 돌려 현우의 등 뒤를 바라보았다.

 “그치, 마토?”

 바닥에 붙어 있는 종잇장 같은 마토의 몸이 서서히 떼어졌다. 마치 밀려오는 파도처럼 발에서부터 시작해 다리, 골반, 허리, 가슴을 지나 얼굴까지 일어나졌다. 그는 현우 옆으로 빠져나와 벽에 몸을 기대고 한껏 분위기를 잡았다.

 “내가 아는 한 주영이보다 현우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지.”

 “후후, 고마워. 그동안 잘 지냈어? 그런데 머리에 그건 뭐야, 염색한 거야?”

 마토는 진지한 표정을 짓다 말고 황급히 머리를 툭툭 털었다. 머리에 묻어 있던 된장국 국물이 방수기능 있는 옷에 묻어 있는 물방울처럼 떨어져 나갔다. 더럽다는 눈길로 마토를 바라보다가 현우는 다시 주영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뭐야? 너 어떻게 집 비밀번호를 알고 온 거야?”

 “여기에 계속 서서 얘기할까?”

 주영이 고갯짓으로 자신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신발장이 없어서 정리되지 않은 신발들이 현관에 나뒹굴었고, 부엌에 있어야 할 가스레인지가 현관과 붙어 있어서 굉장히 비좁았다.

 눈치 없는 현우도 그 정도의 눈치는 있었다. 그는 겸연쩍은 듯 뒤통수를 긁으며 주영이 지나갈 수 있도록 몸을 돌려 싱크대에 바짝 붙었다.

 “들어와.”

 주영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와, 들어와. 우리 집에 온 건 처음이지? 밥은 먹었니? 요리라도 해주고 싶지만 보시다시피 내 신세가 이래서 좀 힘들겠다. 하하하!”

 마토는 집주인처럼 너스레를 떨었다. 그녀가 흥미로운 눈길로 방안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동안 마토의 입은 한시도 쉬지 않았다.

 사실 딱히 둘러볼 게 없는 집이었다. 현관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곳이 짐을 쌓아두는 창고로 쓰였고, 그 공간 옆에는 통상 거실이라고 불리는 조금 널찍한 공간이 있었다. 그래봤자 사람 서너 명이 누우면 꽉 찰만큼 작았다.

 ”보시다시피 이게 다야.”

 현우는 팔을 허허롭게 벌리며 씁쓸하게 말했다.

 “누나랑 단 둘이 사는데 더 넓어서 뭐해? 딱 좋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간이식탁에 마주앉았다. 현우는 또 아무 생각 없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그래서 마토는 옆으로 몸을 피해야 했다. 그런데 그가 웬일로 짜증을 내지 않았다. 허기가 채워지지 않아 허겁지겁 박을 먹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입은 식사할 때만 멈추었다.

 “갑자기 왜 온 거야?”

 현우는 밥 먹을 생각도 않고 물었다.

 “너희 누나한테서 전화가 왔어.”

 주영은 뭉치의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우리 누나?”

 “네가 알바에 늦을 것 같으니까 집에 가서 데리고 가달라고 부탁하시더라고.”

 어이가 없어 현우가 할 말을 잃은 사이, 마토가 밥풀을 튀기면서 숨넘어갈 듯 웃었다.

 “진짜로 그랬단 말이야? 아까 다현이가 직접 깨우고 나갔는데 얼마나. 큭, 흐끅. 얼마나 널 안 믿었으면 친구한테 부탁을 하냐.”

 마토는 눈치 없이 계속 웃다가 현우의 날카로운 눈초리와 마주치자 표정을 싹 바꾸었다. 그는 언제 웃었냐는 듯이 다시 입을 꾹 다물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누나는 무슨 그런 부탁을 하는 거야……. 집 비밀번호까지 알려주면서.”

 현우는 못 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한 손으로 턱을 괴었다.

 “아, 너희 누나가 집 비밀번호는 안 알려줬어.”

 “그럼 네가 우리 집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고 있어?”

 “나야 이미 알고 있었지.”

 “그니까 어떻게 이미 알고 있을 수 있냐고. 누나도 나도 알려준 적이 없는데.”

 “글쎄? 어떻게 알고 있을까?”

 주영이 식탁에 두 손을 올리고 턱을 괸 채 싱긋 웃었다. 한 번 맞춰보라는 듯이 도발하는 표정에 뭔가 짚이는 구석이 생각난 현우는 다짜고짜 마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아야! 왜 때려?”

 “이런 짓을 할 만한 놈이 너 밖에 안 떠올라. 너지? 네가 집 비밀번호 알려줬지?”

 “뭐라는 거야? 내가 그걸 왜 알려 줘?”

 “그럼 얘가 우리 집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고 있는데?”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둘은 서로 침을 튀겨가며 한참을 싸우다가 무엇인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주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턱을 괸 채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현우와 마토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마토가 주영의 어깨너머로 넌지시 물었다.

 “어떻게 알게 되었어?”

 “하? 내가 바보야? 물어본다고 넙죽 대답하게…….”

 주영은 문득 마토가 자신에게 물어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가 불안한 표정으로 마토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곳에는 자신의 그림자가 있었다.

 당황한 주영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진실을 말하지 못하게 입을 틀어막으려고 했지만 한발 늦었다.

 “훔쳐봤대.”

 “마토!”

 주영은 자신을 쳐다보는 현우의 눈길을 무시한 채 오로지 마토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너희 집 구경하려고 집 앞까지 왔는데 네가 집을 보여주기 싫다면서 들여보내주지 않았더래. 그런데 그 날 네가 비밀번호 누르는 거 훔쳐보고는 일기장에 적어놨다고…….”

 마토는 일기장이라는 단어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끝을 흐렸다. 현우도 이맛살을 찌푸리며 주영을 바라보았다.

 “이, 이 그림자는 왜 마음대로 불고 난리야?”

 주영은 몸을 돌려 자신의 그림자의 목을 조르는 시늉을 했다. 마치 도둑질을 하다 걸린 사람처럼 행동이 몹시 과장되고 과격했다. 그러나 그림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네 그림자가 무슨 죄가 있겠어? 그저 묻는 말에 대답해준 것뿐인데.”

 마토가 음식물을 우물우물 씹으면서 콧방귀를 끼었다.

 “그래. 그럼 네가 원흉이네!”

 “자, 잠깐!”

 주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마토에게 다가가 그의 얇은 목을 조르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네가 문제야! 왜 남의 그림자에게 말을 걸고 난리야.”

 “켁켁! 네, 네 그림자가 아주 술술 다 말해주더만! 그러게 누가 스토커마냥 쫓아오래? 그리고 일기장이 뭐냐, 일기장이?”

 “일기장이 뭐 어때서?”

 “아이고, 유치해라. 일기장, 큭큭”

 “뭐? 너 말 다했어?”

 “아니? 아직 다 못 했는데? 내가 진짜 말 다하는 거 보여줘?”

 마토가 본격적으로 말을 쏟아내려고 하자 주영은 입으로 생각되는 곳으로 손을 가져갔다.

 ”끄아아악!”

 “뭐야, 여기가 입 아닌가?”

 마토는 발작적으로 고개를 흔들며 눈두덩을 문질렀다. 떠들썩한 소리에 깜짝 놀란 뭉치가 그들의 주위를 맴돌면서 시끄럽게 짖어댔다.

 “거기 눈! 눈이야!”

 “그럼 여기?”

 “거긴 코야, 이 멍청아!”

 “엄청 시끄럽네. 그럼 여기가 입이겠지”

 안타깝게도 이번에 주영이 건드린 곳은 마토의 목젖이었다. 그는 켁켁거리며 그녀의 얼굴에 서너 번 재채기를 뿜었다. 더러운 거라면 질색하는 주영의 눈에 핏발이 섰다.

 “아, 아니. 콜록! 이건 내 잘못이……. 콜록! 콜록!”

 마토는 기침을 하는 와중에도 필사적으로 손을 휘둘렀다.

 “일부러 그런 게 아냐. 이, 이건……. 너의 그 빌어먹을 손 때문……. 아니, 그렇다고 네 잘못이라는 건 아니고, 네 손이 잘못했다는 말이야. 물론 그게 무슨 차이가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겨울 속의 마녀처럼 주영은 싸늘한 표정으로 마토를 내려다보았다. 마토가 구원의 눈빛을 현우에게 보냈지만 그는 그세 흥미가 떨어져서 밥을 먹고 있었다.

 현우의 관심이 사라진 것을 슬쩍 확인한 주영은 슬그머니 자리로 돌아와 헛기침했다.

 “흠흠, 며칠 안 봤다고 그세 마토의 능력을 깜박했네. 하여간 음흉한 놈이라니까.”

 “그림자가 음흉하다는 건 사람들이 만들어낸 고정관념이야. 우리처럼 성실히 사람 몸 따라다니는 생명체가 어디 있어? 그리고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밥 먹다 말고. 내가 밥 먹을 때 얼마나 예민한지, 아직도 몰라? 내가 밥 먹는 건 현우에게 있어서 잠과 똑같아. 밥 먹을 때 누가 건드리는 건 정말 진절머리 나게 싫다고. 알았어, 몰랐어? 왜 말이 없어? 대답해봐. 응?”

 현우와 주영은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서로 시선이 마주쳤다. 찰나의 순간에 똑같은 생각을 했다.

 “너 알바 늦지 않았어?”

 현우는 시계를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차례 말을 쏟아낸 마토가 한숨을 쉬면서 숟가락으로 밥을 먹으려 할 때, 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두꺼운 겉옷 하나만 걸쳐 입고 현관으로 걸어갔다.

 “잠깐만, 어디가? 나 아직 밥 다 안 먹었어!”

 마토가 현우에게 질질 끌려가면서 외쳤다. 그들의 뒤로 주영이 그림자를 밟지 않기 위해 징검다리를 건너듯이 깡충깡충 뛰며 따라갔다. 무슨 재미난 놀이라도 하는 줄 알고 뭉치도 펄쩍펄쩍 뛰면서 따라갔다.

 “그 자식 아침부터 더럽게 떽떽거리네.”

 “뭐, 떽떽? 너 지금 나한테 떽떽거린다고 했냐? 내가 오리야? 덤벼, 인마! 오늘 너랑 나랑 아주 끝을…….”

 성큼성큼 걸어가는 현우와 질질 끌려가면서도 숟가락을 놓지 않는 마토. 주영은 뒤에서 그 모습을 보고 킥킥거리며 웃었다.

 “너희 지금 실수하는 거야! 커헉!”

 현우는 신발을 꾸겨 신으면서 실수인 척 마토를 밟았다. 마음씨 착한 주영은 적어도 현우가 밟은 곳은 밟지 않았다.

 “컥! 이주영, 너!”

 “어머, 미안……. 이건 내가 한 게 아니라 내 발이 한 거야. 물론 그게 무슨 차이가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들은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집에 홀로 남은 뭉치가 현관 앞에 앉아서 가만히 문을 바라보았다. 문 밖에서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집안은 비교적 조용했다.

 잠시 후 문이 열리자 뭉치는 꼬리를 흔들면서 일어났다. 하지만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현관문이 거의 닫힐 때쯤, 좁은 문틈 사이로 숟가락이 휙 날아와 개수대에 쏙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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