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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루나틱
작가 : 0kim
작품등록일 : 2017.7.4

주인공의 그림자로 동고동락하며 살아온 인생만 10년! 눈치 없는 주인공 옆에서 소꿉친구의 짝사랑을 바라본 기간 또한 10년! 수다스럽지만 불만 많고, 유쾌하지만 겁 많은 그림자와 세상 비관적인 주인공, 호기심 많은 여자 소꿉친구와 함께하는 판타지 세계 모험물.

 
현실과 환영 사이
작성일 : 17-07-04 20:22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7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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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땅거미 내려앉은 도로를 매서운 추위가 점령했다. 세찬 겨울바람이 쌔앵이라는 의성어를 뱉어내 낙엽을 쓸어내는 빗자루처럼 사람들을 거리에서 몰아내고 있었다. 패잔병이 된 사람들은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실내로 도망가려고 걸음을 재촉했다.

 “앗, 신호등 바뀌었잖아! 그러니까 좀 빨리 걸으라니까. 추워 죽겠는데 어떻게 다음 신호까지 기다려? 내 말 듣고 있어? 뭘 그렇게 보고 있는 거야?”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뀌어 건너지 못하자 마토가 구시렁거렸다. 그는 바닥에 달라 붙어 있어서 차가운 냉기에 몸이 얼어붙는 와중에도 그림자 연기를 하느라 죽을 맛이었다.

 현우는 인도에 심어져 있는 나무를 올려다보며 혼자만의 생각에 잠겼다.

 나무는 체온을 빼앗긴 채 앙상한 나뭇가지를 바르르 떨었다. 며칠 전만 해도 흰색 외투를 걸친 것처럼 새하얀 눈이 나뭇가지 위에 소복이 쌓여서 따듯해 보였는데, 지금은 전부 녹아서 사라졌다. 눈은 물이 되어 곧장 아래로 흘러내렸는지 나무 밑동 주변에 살얼음이 얼어 있었다.

 따뜻함을 포기하는 대신 목마름을 해결한 것이다. 만약 목마름을 참을 수 있었다면 따뜻함을 포기하지 않았으리라.

 두 가지 중 하나만 선택해야하는 상황, 양자택일. 10년 전, 그녀가 사용한 방식이었다. 물론 그 당시 어떤 문제가 있고,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현우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단지 자식을 버리고 도망가는 일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현우는 엄마에게 고마웠다. 아주 좋은 가르침이었다. 어른은 누구도 믿을 게 못 된다는 것을 몸소 가르쳐주었으니.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핸드폰 알림 소리가 10년 전의 그 날을 회상하던 현우를 현실로 끄집어냈다.

 그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마토가 주위에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그의 어깨 너머로 얼굴을 내밀었다.

 - 어제 집에 잘 들어갔어? 술을 많이 마시긴 마셨나봐. 필름이 끊겼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나. 내가 무슨 실수라도 한 건 아니지?

 현우와 마토는 서로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신호등이 바뀌어서 현우는 횡단보도를 건너며 메시지를 보냈다.

 - 정말 기억이 아무것도 안 나?

 횡단보도를 다 건너기도 전에 답장이 왔다.

 - 진짜 아무것도 안 나……. 왜? 내가 무슨 실수했어?

 - 기억 못하는 편이 좋겠다.

 이후로 답장이 왔지만 현우는 손이 시려서 확인하지도 않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 * *

 

 현우는 추위에 쫓기듯 치킨집에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새해 첫날은 집에서 보내야 한다는 무언의 약속이라도 있는지 치킨집은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어제 자정에 그 많은 사람들이 일심동체가 되어 제야의 종 카운트다운 하던 열광적인 분위기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마치 카페에 들어왔다고 착각할 정도로 분위기가 조용했고, 아르바이트생들마저 카운터와 주방에서 한가하게 쉬면서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현우는 홀을 가로질러 걸어가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커플 손님, 남자들끼리 떠드는 테이블 중에서도 유독 한 손님이 눈에 띄었다. 여자 혼자서 치킨과 맥주를 먹고 있는 손님.

 현우의 입이 감탄으로 오므려졌다. 혼술이 대세라는 것은 몇 번 들었지만 실제로 호프집에서, 그것도 여자가 혼자 술을 마시는 모습은 꽤 낯설었다. 등지고 앉아 있고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그는 그녀의 얼굴이 보통 두꺼운 게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현우가 카운터에 있는 동료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평소 같았으면 짧게나마 인사가 되돌아왔을 텐데, 오늘은 조금 이상했다. 묘하게 눈치를 보는 느낌, 현우의 등장이 부담스럽다는 듯 쭈뼛거리는 동작.

 현우는 겉옷을 벗으며 시계를 쳐다봤다. 저녁 7시 58분, 지각을 하진 않았다.

 “요즘은 치킨집이 데이트 장소로 좋나봐?”

 노골적으로 빈정거리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우가 고개를 돌렸다. 덩치 큰 경국이 실실 웃으며 현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간식 치킨을 먹었는지 그의 입가에는 치킨부스러기며 양념소스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그게 무슨 말…….”

 경국은 현우의 말을 가로막으며 고갯짓으로 홀을 가리켰다. 카운터에서는 혼술을 하고 있는 여자의 옆얼굴이 보였다.

 갸름한 얼굴과 가는 목, 강아지 같은 귀여운 인상, 매끈한 피부가 낯이 익었다. 현우가 조금 더 자세히 보려고 하자 그녀는 갑자기 오른손으로 턱을 괴어 고개를 살짝 돌린 채 맥주를 마셨다. 굉장히 어색하고 과장된 행동이었다. 뒤통수가 말하고 있었다. 얼굴을 확인하고 싶으면 직접 와보라고.

 “설마…….”

 현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거 지금 연기라고 하기엔 엄청 어색한 거 알아?”

 “진짜로 지금 알았어요.”

 “아~ 그럼 네 여자친구가 서프라이즈로 찾아왔나 보네.”

 “…….”

 “내가 군대를 전역한지 얼마 안 돼서 몰랐네. 요즘은 치킨집이 데이트하기 좋은 곳이라는 걸. 물론 넌 아직 군대를 안 가봐서 잘 모르겠지만, 군대는 정말이지 사호와 단절된 그런 곳이거든……. 그러니 내가 최신 트렌드를 잘 모를 수밖에.”

 현우가 눈썹을 치켜뜨며 그를 노려보았다. 평소에도 군대 전역한 사실을 들먹이며 미필자들을 놀리고, 가끔은 이상한 군기를 잡아서 아르바이트생들도 그를 몹시 싫어했다.

 그때 찬희가 주방에서 나왔다.

 “어허, 내가 현우 연애에 태클 걸지 말랬지?”

 그의 뒤로 베기니가 수건으로 얼굴의 땀을 훔치며 따라 나왔다. 베기니는 현우의 얼굴을 보더니 밝게 웃으며 손짓으로 인사했다.

 히죽거리며 웃던 경국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안심하는 표정으로 찬희를 바라보았다.

 “20년 솔로인 현우가, 응? 이제 좀 연애를 해보겠다는데 뭔 초를 쳐?”

 찬희는 친근하게 현우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찬희 형, 그래도 치킨집에 일하러 왔지 연애하러 온 건 아니잖아요?”

 “손님이 쥐뿔도 없어서 너도 쉬고 있으면서 무슨. 차라리 연애라도 하는 게 낫지, 안 그래?”

 “그건…….”

 “군대 전역한 이야기 들먹일 시간에 차라리 연애를 해.”

 정곡을 찔렀는지 경국은 대꾸도 못하고 얼굴을 붉혔다.

 “너희도 현우가 치킨집에서 데이트하는 걸 눈치 주거나 트집 잡기만 해봐. 이건 내 영업 방침이야, 알겠어? 너희들도 근무시간에 데이트하고 싶으면 애인 만들어서 데리고 와. 가게만 바쁘지 않으면 연애할 수 있도록 시간 빼주고 테이블 더해줄 테니까.”

 찬희가 아르바이트생들을 둘러보며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 바닥에서 ‘와, 진짜 멋있는데!’라고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서 현우는 담뱃불을 끄듯이 바닥을 발로 비볐다. 마토는 밉살스럽게 웃으면서 요리조리 피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너 애인 있어?’를 빠르게 물어봤다. 하지만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는 걸로 봐서 모두 애인이 없는, 솔로인 듯했다.

 “한 번 흘러간 시간이 다시 돌아온다면, 이런 말 하지도 않았어. 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라서 조언이 아주 사골처럼 진국일 거다. 왜냐하면 내가 일한답시고 20대에 연애를 못 해봤…….”

 찬희는 말을 하다말고 슬픔이 울컥 치밀어 입을 틀어막고 흐느끼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르더니 현우의 어깨를 부드럽게 토닥였다.

 “자, 난 괜찮으니까 어서 여자친구에게 가봐.”

 “여자친구 아니라니까요.”

 어깨에 올려 있는 찬희의 팔을 떼어내면서 현우가 말했다.

 “하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여자친구도 아닌데 네가 일하는 곳에 왜 자꾸 찾아와?”

 “쟤가 좀 이상하거든요.”

 “혹은 너한테 마음이 있거나.”

 현우는 세상이 멸망하는 일은 있어도 그럴 일은 절대 없다는 듯이 찬희를 바라보았다. 그는 한쪽 눈을 찡긋하고는 현우의 등살을 살짝 밀었다.

 현우는 떨떠름한 얼굴로 힐끔힐끔 뒤돌아보면서 머뭇머뭇 걸어갔다. 경국은 여전히 언짢은 기색을 내비쳤고, 찬희는 팔짱을 끼고 흐뭇하게 웃었다. 그의 옆에 있던 베기니는 새까만 얼굴에 대조되는 새하얀 치아를 훤히 드러내는 미소를 지으며 힘내라는 듯 주먹을 들어올렸다.

 “진짜로 주영이가 너한테 마음 있는 거 아냐?”

 마토는 그림자 연기를 하면서 넌지시 의중을 떠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장난스러웠지만 속내는 한없이 진지하고 신중했다. 한 여자의 10년간 이어져온 짝사랑을 이번 기회에는 끝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내심 기대했다.

 “너까지 왜 그래?”

 현우의 목소리에는 살짝 짜증이 섞여 있었다.

 “아니, 이상하잖아. 어제 너희 누나가 부탁했다고 한달음에 달려온 것도 그렇고, 오늘도 이렇게 와 있는 것도 그렇고…….”

 혹시나 주영이 들을까봐 마토가 말을 아꼈다. 현우는 마토의 말을 비웃으며 주영의 맞은편에 털썩 앉았다.

 “어머”

 주영이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눈썹을 치켜 올리고, 눈이 크게 떠지며 입이 반쯤 벌려지는, 사람이 놀랐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표정이었다.

 “네가 여긴 웬일이야?”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현우의 위아래를 훌터오방싿.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너 오늘 일하는 날이었어?”

 “그래.”

 ”전혀 몰랐어.”

 “몰랐다고?”

 주영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우는 눈앞의 친구가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기가 찼다.

 “왜 자꾸만 내가 일하는 곳에 찾아오는 거야?”

 “자꾸? 나 어제하고 오늘, 딱 이틀만 여기에 왔는데 자꾸 찾아온다는 말은 이상하지 않아? 누가 보면 널 보려고 일부러 계속 찾아온 줄 알겠네?”

 “그럼 여기 왜 왔는데?”

 “치킨집에 치킨 먹으러 왔지.”

 “그니까 그 많고 많은 치킨집 중에서 왜 이 집만 오느냐고”

 “그야…….”

 주영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치킨 한 조각을 날름 먹으며 말을 덧붙였다.

 “여기 치킨이 맛있으니까?”

 “이 집 치킨이 맛있긴 하지.”

 마토는 마치 어떤 논문에 동의하는 연구실 박사처럼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치킨을 하나 둘 입 안에 집어서 먹었다.

 현우는 카운터에서 제각각 시기와 질투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을 힐끔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자꾸 찾아오니까 눈치 보이잖아.”

 “내가 가서 한 마디 해줄까?”

 주영이 짐짓 카운터에 있는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나 쫓겨나는 꼴 보고 싶으면 해봐.”

 “헤헤. 아, 그나저나……. 나 어제 무슨 실수했어?”

 그녀는 겉으로 드러나는 표정 이상으로 불안해했다. 자신의 행동을 다른 사람은 알고 있는데 정작 자신이 모르는, 일명 필름이 끊기는 게 몹시 당황스러웠다.

 “뭐, 별일 없었어.”

 현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자 주영의 얼굴에 안도하는 감정이 떠올랐다.

 “마토가 추워 보인다며 땅바닥에 코트를 덮어주고, 119에 전화하려고 하고, 속이 안 좋다며 마토의 몸에다가 토를 한 것 말고는…….”

 “꺄아악!”

 주영은 앙칼지게 비명을 질렀다. 재빨리 자신의 입에 손을 가져갔는데 그건 갑자기 비명을 지른 게 놀라서 막으려는 행동이 아니었다. 경악할 때 사람이 흔히 하는 손짓이었다. 홀에 있던 손님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이 대화를 멈추고 책망하는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평소 공공장소에서의 에티켓을 중요시 여기던 주영이 이번만큼은 눈치를 보지 않았다. 오로지 두 눈을 크게 뜨고서 현우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현우는 말없이 싱긋 웃었고, 마토는 새벽에 당했던 봉변이 생각났는지 이맛살을 찌푸렸다. 주영의 시선이 자연스레 마토에게 향했다.

 “거, 거짓말…….”

 그녀는 여전히 입을 틀어막은 채 중얼거렸다. 강아지 같은 눈망울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내가 그랬을 리 없어. 하하, 그럼……. 내가 그런 추태를 보였을 리가……. 너희들 장난하는 거지? 지금 아무것도 기억 못한다고 말 지어내는 거지? 응?”

 마토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현우와 눈길을 교환하더니 오른손을 불쑥 내밀었다.

 “냄새 맡아볼래?”

 “뭐?”

 “아직 안 씻어서 냄새가 남아있을지도…….”

 “싫어!”

 주영은 코를 부여잡으며 상체를 뒤로 내뺐다. 그 태도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인정하는 꼴이었다.

 “나, 난 네 몸에 토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몸을 빼?”

 “뭐라고?”

 “네가 토를 안 했으면 아무런 냄새도 안 날 텐데, 왜 몸을 빼는 거야? 뭔가 켕기는 거라도 있는 거야?”

 “이, 이건……. 단지 반사적인 행동일 뿐이야! 네가 더러운 말을 해서…….”

 “더러운 건 내 말이 아니라 네가 한 토…….”

 “그만!”

 주영은 뺨이 발갛게 달아오르면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갑자기 맥주잔을 들어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마토가 히죽거리며 웃었다.

 “하하하, 또 그렇게 마시고 내 몸에 토하려고?”

 그 순간, 주영의 입에서 맥주가 촤악하고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결코 사례가 걸렸다거나 탄산으로 목이 따가워서 그런 게 아니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고, 정확히 마토의 얼굴에만 뿜은 것을 보면 고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토는 입을 쩍 벌리고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맥주로 흠뻑 젖은 자신의 몸을 천천히 내려다보았다. 주영이 작게 트림을 하더니 감정이 깃들지 않은 목소리로 짧게 ‘미안’이라고 말하며 딸꾹질을 해댔다.

 곧이어 마토는 감정을 폭발하는 비명을 지르려했다.

 “조용히 해!”

 현우는 손으로 마토의 입을 막다가 그 모습이 이상해 보일 것 같아서 아예 몸을 던졌다. 하지만 그 모습은 주변 사람들이 봤을 때 더 이상하게 보였다.

 아르바이트생들의 눈초리는 이제 창밖에 부는 겨울바람만큼이나 싸늘해졌다.

 “너, 너! 이주영, 너!! 읍읍!”

 현우는 난동을 부리는 그림자를 간신히 깔아뭉개며 주영에게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그녀는 오히려 허리를 꼿꼿이 피고서 쌤통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손님이 없어서 그들이 난동을 부리는 소리가 무척 크게 들리던 때였다.

 갑자기 치킨집의 통유리창이 산산조각났다.

 “꺄아아악!!”

 와장창 소리와 함께 유리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홀에 있던 사람들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몸을 숙였다.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인지하지 못했다.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현우는 상황을 파악하려고 고개를 들었다. 통유리창 근처 바닥과 테이블에는 자잘한 유리조각으로 가득했고, 휑하니 비어 있는 창틀 너머로 인도가 보였다. 차가운 바람이 들이닥쳐서 온몸에 소름을 더했다.

 별안간 대로변에서 검은색 실루엣이 가게 안으로 휙 날아 들어왔다. 네 발을 딛고 있는 맹수는 분명 가까이 있었는데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깊은 울림소리는 먼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현우는 맹수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봤다. 새벽에 자신의 목숨을 노렸던 흑표범, 하울릿이었다.

 “젠장! 왜 저것들이 여기에…….”

 깊은 울림소리, 주영의 비명소리, 의자가 바닥에 나뒹구는 소리, 세찬 바람소리가 고막에 맴돌았다. 하울릿이 현우를 발견하고는 근처 테이블을 널뛰며 달려왔다. 번뜩이는 선홍빛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으아악!!”

 현우는 방어하는 자세를 취하며 비명을 질렀다. 문득 어떤 공간으로부터 빨려나오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저런! 드디어 미친 건가?”

 마토는 안타깝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찼다. 난데없이 바람이 불어왔다. 실내에 있는데 바람이 분다니?

 현우는 천천히 얼굴을 감쌌던 팔을 내리며 눈을 떴다.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야 자신이 치킨집 앞에 서 있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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