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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루나틱
작가 : 0kim
작품등록일 : 2017.7.4

주인공의 그림자로 동고동락하며 살아온 인생만 10년! 눈치 없는 주인공 옆에서 소꿉친구의 짝사랑을 바라본 기간 또한 10년! 수다스럽지만 불만 많고, 유쾌하지만 겁 많은 그림자와 세상 비관적인 주인공, 호기심 많은 여자 소꿉친구와 함께하는 판타지 세계 모험물.

 
면회
작성일 : 17-07-08 17:28     조회 : 289     추천 : 0     분량 : 7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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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화」

 

 그들은 겨울로 변해버린 변덕의 숲을 구경하면서 광장을 벗어났다. 주위 풍경이 갑자기 바뀌었다. 허름하고 낡은 건물들이 사라지고 고급스러운 목조 건물들이 나타났다. 도로도 따로 청소를 하는지 깔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리온은 고급스러운 목조 건물들 중 한 곳에 들어갔다. 현우와 마토는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가면서 간판의 이름을 확인했다. 실루엔노틀 언어로 적혀져 있어서 읽을 수가 없자 현우는 서둘러 번안경을 꺼내어 썼다.

 “뭐라고 적혀 있어?”

 “햇빛 로펌...?”

 목조 건물 안은 안온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뭄하프처럼 조용한 분위기였는데 훨씬 더 따뜻하고 편안한 침묵이었다. 로비에서는 바로 다음 층의 천장이 아닌 건물 천장까지 보이는 구조여서 공간이 넓어 보였다.

 현우와 마토가 문 주변에 놓여 있는 고급스러운 조각상들을 구경하고 있는 사이, 리온은 홀을 가로질러 성큼성큼 걸어갔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

 로비 안내소에 있던 남자는 리온의 얼굴을 보더니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그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떠올랐다. 리온은 남자의 반응을 보더니 활짝 웃으면서 더욱 빠르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현우와 마토는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거의 뛰다시피 리온을 쫓아갔다.

 안내소 남자는 괴한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다. 그는 안절부절 못하다가 재빨리 책상 위에 있는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동시에 리온이 그의 귀에 닿아 있는 수화기를 낚아채 거치대에 거칠게 내려놓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넘긴 남자는 다시 수화기를 들려고 했지만 리온은 손에 힘을 딱 주고 버텼다.

 “리온님? 죄송하지만 손 좀 떼어주시겠습니까?”

 남자는 공손한 표정으로 말하면서 이를 악물고 리온의 손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건 안 돼, 바번. 손을 떼면 곧장 샨 변호사님에게 알릴 거잖아.”

 리온이 수화기를 가리키며 눈썹을 들썩였다. 뒤늦게 안내소에 다가간 현우와 마토는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분명 바번과 리온은 서로 웃고 있었는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수화기를 잡고 있는 둘의 손은 과도한 힘 때문에 부들부들 떨렸다.

 “샨 변호사님이 리온님 방문하실 때면 꼭 미리 연락을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그런데 왜 미리 연락을 달라고 했을까?”

 “그건……. 아무래도 과도한 업무를 하시느라고 바쁘셔서…….”

 “아니지, 아니야. 창문을 통해 도망갈 시간을 벌기 위해서지.”

 “그, 그렇진 않습니다. 왜 샨 변호사님이 리온님을 피하시겠습니까?”

 바번은 곧장 표정 관리를 하면서 말했지만 정곡을 찔린 기색이 역력했다.

 “왜 피하는지는 너도 알고 있잖아?”

 리온이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바번은 리온의 시선을 피하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리고 잠시 위쪽을 힐끔 쳐다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현우와 마토는 리온과 바번의 반응을 보고 소곤거렸다.

 “뭐야, 왜 우리를, 아니 리온을 불청객처럼 여기는 거지?”

 “아까 스승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치. 분명 스승이라고 했는데.”

 ”그런데 도저히 반기는 분위기가 아닌데?”

 한참을 고민하던 바번은 갑자기 손뼉을 마주치고는 어색하게 말을 꺼냈다.

 “아……. 하하! 이런, 내 정신 좀 봐. 리온님, 죄송하지만 샨 변호사님은 지금 외출 중에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요즘 제가 건망증이 심해서. 다음에 다시 오시겠…….”

 “위에 있는 거 다 알아.”

 “네?”

 바번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아닙니다. 지금 진짜로 샨 변호사님은 외출을…….”

 “아까 네 입으로 말했잖아. 내가 방문할 때면 미리 연락을 달라고 했다고.”

 리온의 한쪽 입고리가 씨익 올라갔다. 바번은 아직도 무슨 말인지 몰라서 눈살을 찌푸렸다.

 “네가 날 보자마자 수화기를 들었다는 건, 지금 집무실에 있다는 소리겠지.”

 바번은 한순간에 나라 잃은 표정이 되었다. 더 이상 변명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그는 입을 작게 벌린 채 리온을 바라보았다.

 리온은 수화기에서 손을 떼고 수고하라는 의미로 바번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몸을 돌렸다. 현우는 마토보다 멍청한 생물체가 있다는 것에 놀라며 리온을 따라갔다.

 그들은 멋진 나무 계단을 올라가, ‘샨’이라고 적힌 나무 팻말이 걸려 있는 3층 집무실에 들어갔다. 방안에는 커다란 책상과 그 위에 널브러져 있는 수많은 종이들, 그리고 그 종이들을 빠른 속도로 훑어보고 있는 안경을 낀 한 변호사가 있었다.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중년의 남성이었다. 그는 소매를 걷어 올린 채 정신없이 일하고 있었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날카로운 눈매와 눈빛의 광채만 봐도 그가 얼마나 단호한 성격의 소유자인지 알 수 있었다.

 집무실의 벽에는 커다란 책장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었다. 흉기로 사용해도 될 만큼 두꺼운 책들이 책장에 빼곡히 꽂혀 있었다. 현우는 그 책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나는 기분이었다.

 리온이 힘 있는 걸음으로 책상에 다가갔고, 현우는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그의 뒤를 따라갔다.

 샨 변호사는 리온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나가.”

 “...아직 말 꺼내지도 않았어요.”

 그는 리온을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서류 더미에게 시선을 돌렸다.

 “넌 자꾸 이상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날 찾아오잖아.”

 “그럼, 제자가 답을 못 구하면 스승을 찾지 누굴 찾습니까?”

 “난 널 제자로 둔 적 없어.”

 “전 샨 변호사님을 스승으로 두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샨 변호사는 서류를 내려놓더니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작은 목소리로 바번을 잘라버리든가 해야지 하고 중얼거렸다. 그 사이 리온과, 현우, 마토는 책상 앞에 있는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그래. 뚫린 게 입과 귀이니 말하면 들어나 보지. 뭔데?”

 “이대로는 말할 수 없습니다.”

 리온이 비밀스러운 어조로 말하면서 벽을 힐끔 쳐다보았다.

 샨 변호사는 조금 의아한 얼굴이 되더니 서랍 속에서 뼈지팡이를 꺼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뒤쪽의 창문을 향해 휘둘렀다. 커튼이 촤르륵 닫혔다.

 현우는 깜짝 놀랐다. 라그디헨 교수는 루나틱 상태가 되어야지만 마법이나 환영을 쓸 수 있다고 했는데, 샨 변호사는 평범한 상태에서 마법을 쓴 것이다.

 샨 변호사는 나뭇바닥을 향해서도 뼈 지팡이를 휘둘렀다. 이번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현우와 마토가 변화를 확인하려고 나뭇바닥을 살펴보았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그래. 이제 말해봐. 이번엔 또 무슨 미친 일이 터져서 날 찾아온 건데?”

 “사람이 실루엔노틀로 넘어왔습니다.”

 “응, 미친 게 너였구나?”

 샨 변호사는 뼈지팡이를 종이더미에 휙 내던지고 다시 서류를 손에 들었다.

 “진짜입니다.”

 리온이 진지하게 대답했다. 샨 변호사는 눈을 가늘게 뜨고 리온을 쳐다보았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아는 쉐도어랑 비슷하게 생기셔서 헷갈렸습니다. 미안하지만 여긴 법률 사무소이고 정신과로 가시려면 바깥으로 나가셔서 바로 우측 코너로…….”

 “저 리온 맞습니다, 스승님.”

 리온은 눈을 감고 헛웃음을 내뱉었다. 샨 변호사는 고개를 숙여 안경을 코에 걸치고 눈을 치켜뜨는 시늉을 했다. 그 행동은 데너드 교수가 무엇인가를 자세히 보기 위해서 하는 행동과 비슷했다.

 “응, 리온이구나. 그래, 그 사람이 어떻게 실루엔노틀로 넘어왔대?”

 샨 변호사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기고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동시에 난생 처음 듣는 신비로운 이야기에 관심이 생겨 서류를 내려놓고 처음으로 리온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혼자서는 실수로라도 실루엔노틀로 넘어올 수 없고.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사절단으로 나갔던 어떤 미친 쉐도어가 데리고 온 건가? 그래, 그거라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군. 너보다 더 정신 나간 쉐도어가 있다니, 새삼 놀라운 걸? 하하! 잠깐, 혹시 그 미친 쉐도어를 알고 있어?”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한 번 데리고 와봐. 어떻게 생긴 녀석인지 낯짝 좀 보고 싶네.”

 “알겠습니다.”

 리온이 느닷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멍하니 있던 현우가 깜짝 놀라 리온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일어나서 따라 나오라는 듯이 고갯짓을 했고, 현우는 영문도 모른 채 집무실을 나갔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문을 열고서 집무실 안으로 들어와 방금 전에 앉았던 의자에 그대로 앉았다. 샨 변호서는 막 서류를 들고 보려는 동작 그대로 멈추었다.

 “뭐야? 그 미친 쉐도어 데리고 오라니까?”

 “접니다.”

 “뭐?”

 “사람을 실루엔노틀로 데리고 온 그 미친 쉐도어가 바로 접니다.”

 샨 변호사는 그제야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현우를 힐끔 쳐다보더니 턱짓으로 이 친구가 사람이냐고 물었다. 물론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질문이었다. 현우의 옆 의자에 대놓고 마토가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온은 태연하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 그 사람은 뭄하프 구치소에 갇혀 있습니다.”

 “그렇겠지. 그게 정상이지. 그런데……. 네가 여기에 있는 건 비정상 같은데? 왜 너는 구치소에 갇히지 않고 버젓이 돌아다니는 거야?”

 “...정녕 제자가 구치소에 갇히는 걸 보고 싶으신 겁니까?”

 “물론 그것도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사람을 실루엔노틀로 데리고 온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였는데 태연하게 돌아다니는 것도 웃기지 않아? 넌 지금 네가 한 일에 대해 심각성을 알고 있기는 한 거야?”

 삽시간에 집무실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현우와 마토는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것처럼 몹시 불편했다.

 리온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샨 변호사의 시선을 피하지도 않았다.

 “설마 또 넬레 장관님이? 이번 건은 설사 그분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도와줄 수가…….”

 “이번 사절단 임무를 제가 왜 맡은 줄 아십니까?”

 “어라? 그렇고 보니 왜 다시 사절단 임무를 맡았어? 사절단 임무 두 번 다시 안 한다고 했었잖아. 왜냐하면 넌…….”

 샨 변호사는 어떤 눈치를 받고서 입을 싹 다물었다. 현우와 마토가 고개를 돌려 리온을 쳐다보았을 때는 이미 표정을 싹 바꾼 후였다. 이제 리온의 표정에는 어떤 감정도 있지 않았다.

 “크흠! 그래서 이번에 사절단 임무를 왜 다시 받았는데?”

 리온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현우와 마토의 시선을 무시하고 샨 변호사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넬레 장관님이 저를 따로 부르셨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수도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리 쉐도어가 있는데, 그를 어떤 수를 쓰더라도, 어떤 상황이 생기더라도 반드시 실루엔노틀로 데리고 오라고 말하셨습니다.”

 “그런데 내 생각엔 넬레 장관님도 사람이 실루엔노틀로 넘어오는 상황은 예상 못하셨을 것 같은데...?”

 “물론…….”

 리온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많이 놀라시긴 했습니다.”

 “그 나이에 기절 안 한 게 용하지. 무려 사람이 실루엔노틀로 넘어왔다고. 참나, 캐브리포 장관이 눈에 불을 키고 달려들겠군.”

 “그래서 자문을 구하려고 스승님을 찾아온 것입니다. 지금 현재 상황이…….”

 리온은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자초지종 설명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내용이 틀렸던 것이나 보완해야 될 부분은 현우와 마토가 덧붙여서 말했다. 샨 변호사는 한참 동안 고개를 끄덕이거나 짧은 추임새를 넣으며 묵묵히 이야기를 들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지만 커튼이 가려져 시간을 가늠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그 주영이라는 여자애가 석방되는 판결이 나오게끔 자문을 달라 이거군. 그런데 만약에 구치소에서 그 여자를 빼내면 어떻게 할 건데?”

 예상치 못한 질문에 리온이 당황했다. 그가 혹시 생각한 게 있느냐는 듯이 현우를 바라봤지만 현우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구치소에서 석방시켜야겠다는 생각만 해왔지, 뒷일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건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나저나 구치소에서 석방하는 판결이 나오는 게 가능할 것 같습니까?”

 “흐음…….”

 샨 변호사는 속으로 작게 신음했다. 시선은 허공을 향하고 있었지만 현우는 그가 여태까지 읽은 책과 겪었던 경험들의 기억을 빠른 속도로 헤집고 있는 중이라는 걸 알았다.

 “...가능할 거 같은데?”

 “진짜입니까?”

 “진짜요?”

 현우와 리온이 동시에 소리쳤다. 꾸벅꾸벅 졸던 마토는 화들짝 놀라며 몸을 흠칫했다.

 “지금 그녀에게 적용된 법은 ‘사람이 실루엔노틀로 넘어온 것을 금한다.’ 라는 항목의 죄를 범한 거잖아?”

 “그렇습니다.”

 “단순히 그녀가 사람이라는 점 때문에 죄가 성립되긴 했지만, 반대로 사람이라는 것 때문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는데?”

 “그게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리온은 샨 변호사가 빙빙 돌려서 말하자 답답해서 소리쳤다. 현우도 몹시 궁금했지만 초인적인 인내력을 가지고 기다렸다.

 “그러니까…….”

 샨 변호사는 말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에서 말의 무게를 가늠하는 것 같았다.

 “기본적으로 법이라는 것은 의식이 닿는 한의 상식을 적어둔 거야. 법의 태초는 바로 ‘그 행동이 상식적인 행동인가, 그 행동이 옳은 행동인가?’를 묻는다고 보면 돼. 가령 남의 물건을 훔쳐도 될까?”

 샨 변호사는 갑자기 현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안 되죠.”

 “그렇다면 남을 때리는 건?”

 샨 변호사는 이번에 마토를 바라보며 물었다. 마토는 현우를 노골적으로 바라보며 대꾸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폭력은 안 되죠. 매우 나쁜 겁니다. 주먹을 휘두르는 건 한마디로 몰상식한 놈들이나 하는 짓…….”

 현우가 입을 손으로 틀어막는 바람에 마토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샨 변호사는 꽤 재미있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해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다시 리온을 쳐다보았다.

 “이처럼 누군가의 물건을 훔치거나 누군가를 때리는 게 옳지 못한 행동이라는 걸 우리는 이미 머릿속으로 알고 있어. 어떤 집단에 속한 대다수의 생명체들이 상식으로 알고 있는 최소한의 것들을 적어 놓은 것, 이게 바로 법이야.”

 리온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야 샨 변호사가 말을 이었다.

 “이 뼈대 위에 각 집단의 특이점을 담아서 살을 덧붙이는 거지. 예를 들면 리생계에는 자동차라는 게 있잖아? 그래서 차량들을 통제하는 신호등이 있고, 사람들을 통제하는 횡단보도라는 게 있어. 그곳에서는 횡단보도를 무단으로 건너지 말라는 법이 있어. 왜냐하면 차량이 지나가는 신호를 법호를 정해두었는데 그걸 어긴 셈이니까. 그런데…….”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덧붙이듯 말했다.

 “리생계를 처음 가본 이종족이 과연 그 횡단보도를 무단으로 건너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현우와 마토는 서로 입을 틀어막거나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던 동작을 딱 멈추고 샨 변호사를 쳐다보았다. 리온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현우가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리생계를 처음 가본 이종족이 과연 횡단보도라는 것을 알고, 그것을 무단으로 건너면 안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을까?”

 “당연히……. 모르겠죠?”

 현우는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반대로 리온은 샨 변호사의 말을 이해했는지 두 눈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럼 반대로……. 실루엔노틀를 처음 넘어온 사람이 과연 실루엔노틀을 넘어오는 것만으로도 법을 어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아!”

 리온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의자가 뒤로 우당탕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그거군요!”

 “그 여자애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이 실루엔노틀에 넘어오는 것을 금한다.’라는 법은 상식 밖인 거야. 애초에 이곳에 와 본 적도 없고, 이곳의 집단에 속해본 적도 없는데 그게 법으로 되어 있는지 없는지를 알 리가 없지.”

 리온은 경악을 넘어서 감탄했다. 뒤늦게 이해한 현우와 마토는 이제야 경악을 하며 서로 입을 크게 벌리고 바라보았다.

 “그렇지! 주영이가 이곳으로 넘어온다는 게 법이라는 걸 알고 있을 리가 없죠! 어느 사람이 그런 법을 알고 있겠어요?”

 현우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쳤다. 마토와 리온도 드디어 방법을 찾았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물론 그 여자애가 죄를 짓지 않은 건 아니야.”

 샨 변호사가 딱 잘라서 말하자 셋은 거의 동시에 기가 팍 죽었다.

 “내가 방금 말한 내용을 들이밀면 선처를 받아서 석방이 될지도 몰라. 하지만 그러려면 한 가지 조건이 있어.”

 “조건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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