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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루나틱
작가 : 0kim
작품등록일 : 2017.7.4

주인공의 그림자로 동고동락하며 살아온 인생만 10년! 눈치 없는 주인공 옆에서 소꿉친구의 짝사랑을 바라본 기간 또한 10년! 수다스럽지만 불만 많고, 유쾌하지만 겁 많은 그림자와 세상 비관적인 주인공, 호기심 많은 여자 소꿉친구와 함께하는 판타지 세계 모험물.

 
실루엔노틀
작성일 : 17-07-04 20:31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7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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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화」

 

 “그런데 머그 벅 할아버지하고 무슨 대화…….”

 “아, 주영. 앞으로는 먹이라고 부르게.”

 머그 벅은 나뭇가지를 살짝 휘둘러 주영의 말을 부드럽게 끊었다.

 “먹이요?”

 “내 별명일세.”

 “하하, 재미있는 별명이네요.”

 “다들 이름이 부르기 어렵다고 하면서 그렇게 부르더군. 그리고 나도 별명 지어주는 취미가 있는데…….”

 “으헉! 그건 하지 말아요, 먹!”

 마토는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이 머그 벅의 말을 가로막으며 외쳤다.

 “왜 그래?”

 주영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안 돼. 먹의 센스가…….”

 “내 센스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 토마토?”

 머그 벅은 순수한 아이처럼 싱긋 웃었다. 마토는 썰렁한 별명에 입을 쩍 벌렸고, 주영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 하, 하하! 재미있는데 왜?”

 주영의 착한 심성은 상상을 초월했다.

 “먹 할아버지. 저도 별명 하나 지어주세요.”

 “그래도 되겠나?”

 “그럼요. 저야 영광이죠.”

 “이름 전체가 뭔가?”

 “이주영이요”

 “흐음…….”

 머그 벅은 특별히 멋진 별명을 지어주겠다는 듯이 심각한 표정으로 한참동안 고민했다.

 “이주영……. 주이……. 주이? 주리! 주리 어떤가?”

 “와, 예쁘네요. 무슨 보석 이름 같은…….”

 주영은 진심으로 보석 이름 같이 예쁜 별명이어서 기뻐했다가

 “그거 고문 아냐? 주리 틀다 할 때.”

 마토의 참견에 표정이 굳어버렸다. 그녀의 머릿속에 의자에 묶인 한 남자의 다리에 두 개의 나무가 반대 방향으로 비트는 고문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저런, 그게 자네 나라에서는 고문하는 단어인가? 미안하네. 난 그것도 모르고…….”

 “아, 아니에요. 단어 뜻이 그렇다는 거죠. 여기서는 그런 뜻이 아니잖아요?”

 “그렇긴 하네만…….”

 “그러면 됐어요. 먹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별명인데, 제 나라에서 고문이라는 뜻으로 쓰인다는 거랑은 전혀 상관이 없잖아요?”

 주영은 풀이 죽은 머그 벅의 기운을 살리느라고 한동안 고생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한 번만 더 태클을 걸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듯이 마토를 노려보았다.

 “웜마? 내가 뭐 틀린 말한 것도 아닌…….”

 “스읍”

 마토는 주영의 날카로운 눈빛에 꼬리를 스스로 내렸다. 엄격한 집안에서 자란 그녀는 예절 교육을 각별히 받아서 어른을 극진히 공경했다. 어른에게 버릇없게 구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것 때문에 학창시절에 현우와 종종 다투곤 했다. 그는 주영과 달리 어른을 철저히 불신하고 무시했다.

 “현우, 자네에게도 별명 하나 지어주겠네.”

 머그 벅이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주영의 각별한 노력 덕분에 그새 자신감을 되찾았다.

 “아뇨, 괜찮…….”

 주영이 눈빛을 보내자 현우는 말을 바꾸었다.

 “...부탁드립니다. 표현우입니다.”

 “걱정하지 말게. 최고의 별명을 지어줄 테니.”

 현우는 별 기대가 안 되어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마토는 끝까지 깐족거리는 목소리로 이상한 별명들을 지어냈다.

 “표창수리검! 어때? 별로야? 그럼……. 표창장! 킥킥킥. 이건, 마음에 들어?”

 “...너도 어디 가서 누구 별명을 지어주진 말아라.”

 현우는 아예 고개를 돌려 다른 테이블을 구경했다. 손님이 없는 테이블의 우타 종족들이 햇살을 받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조용하면서도 평온한 분위기였다.

 “...표.”

 고민을 끝낸 머그 벅이 말했다.

 “한표 어떤가?”

 “한표요?”

 머그 벅은 자신이 별명을 지어주고도 매우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이 세계에서는 장관을 선출할 때 투표라는 것을 한다네. 이종족들 모두의 의견을 듣고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 하니 뭄하프 측에서 선택지를 주고, 이종족들은 투표라는 것을 통해서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지.”

 “어머, 저희 나라도 똑같아요. 저희도 그걸 투표라고 하는데…….”

 주영은 똑같은 투표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반갑게 말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 투표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래서 이 별명이 얼마나 깊은 의미가 있는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말일세. ‘세상을 위한 한 표’라는 뜻의 한표. 어떤가?”

 “와, 너무 의미 있는 별명인데요?”

 주영은 감동어린 얼굴로 손뼉을 마주쳤다. 마토도 이번엔 조금 나쁘지 않았다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뭐가 의미 있는지 모르겠는데요?”

 “저런, 아직 투표를 안 해봤나보군.”

 “이제 스무 살이니까요.”

 “언젠가 투표를 해보면 알 걸세. 한 표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의사표시 쯤 안 해도 세상은 잘 돌아가잖아요? 우리나라에서도 투표 안 하고 놀러가는 사람 많은데.”

 현우는 한껏 거들먹거리면서 그렇지 않느냐는 듯이 주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틀린 말은 아니어서 당장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실루엔노틀에서도 투표 안 하는 이종족들이 많네. 투표라는 의사표시가 정말 중요한데, 종이로 되어 있어서 가벼이 여기는지 모르겠네. 하지만 이거 하나는 꼭 알아야 하네.”

 머그 벅은 잠시 말을 멈추고 진지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의사 표시라는 건 목소리를 내는 것이고,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모른다네.”

 현우는 신랄하게 반박할 말을 찾았지만 마땅히 맞받아칠 말이 없었다. 천 년의 세월을 살았다는 머그 벅의 말에서는 무게가 느껴졌다.

 “어떤가? 뜻을 알고 나니 좀 마음에 드는가, 한표?”

 현우는 뜻을 떠나 발음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주영은 자신이 더 뿌듯하다는 듯이 웃었다.

 “그런데 유타 종족은 말이 없잖아요. 상대방이 전혀 모르겠는데요?”

 언제나 이런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 건 마토의 몫이었다.

 “껄껄! 우린 대화를 하는 방식이 침묵인 거지, 아예 말이 없는 게 아닐세. 대화에 참여하고 침묵하는 것하고, 대화에 참여하지도 않고 침묵하는 건 엄연히 다르지 않나?”

 “...뭐가 다른 거예요?”

 “기왕 투표 얘기를 꺼냈으니, 투표로 예를 들면……. 기권표와 무효표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군.”

 마토는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두 손으로 머리를 잡고 빙글빙글 돌렸다. 머그 벅은 차차 알게 될 거라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그래서, 나 오기 전까지 먹 할아버지하고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었어? 되게 심각해 보이던데?”

 주영은 조금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현우에게 말을 걸었다.

 “응? 아, 실은…….”

 과연 환영복구에 대한 내용을 주영이가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했던 현우는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그새 머그 벅이 한 말이 무엇이었는지조차 까먹은 것이다.

 그는 슬쩍 머그 벅에게 구원의 눈길을 보냈다. 머그 벅은 가래 낀 헛기침을 두어 번 하면서 말을 가로막는 시늉을 했다.

 “이보게, 그건 내가 설명해주는 게 더 낫지 않겠나?”

 “그러시겠어요?”

 현우는 꽤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했지만, 주영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주었다.

 머그 벅은 조금 전에 했던 설명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말했다. 주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가끔씩 감탄을 내뱉으면서 설명을 끝까지 들었다.

 “이게 뭐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거야?”

 “안 어려워?”

 주영은 황당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우는 그녀가 한 번에 이해한 것을 자신은 두 번이나 설명을 듣고도 이해하지 못 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먹 할아버지가 잘 설명해주셨네. 일종의 보험이라고. 그나저나 범위에 따라서 환영 복구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라면 돈이 엄청 많이 들어가겠는 데요?

 “그렇지!”

 머그 벅은 드디어 대화가 통하는 상대를 만나서 기쁜 표정을 지었다. 둘은 환영 복구 마법에 대해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었고, 현우와 마토는 조금 떨어져 앉아 둘의 대화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정말이지, 가끔 보면 주영이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종족 같아.”

 “왜?”

 “머리가 너무 좋잖아. 너랑 같이 있으면 가끔 같은 사람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종종 있단 말이야.”

 “다른 종족 맞아.”

 “뭐?”

 “엄연히 말하면 쟤는 그냥 사람이고, 난 쉐도어잖아.”

 그 순간, 주영과 대화를 나누던 머그 벅이 현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사람…….”

 머그 벅은 시선을 위로 올린 다음, 입모양으로 사람이라는 단어를 그렸다. 그러곤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을 확인차 물었다.

 “방금……. 사람이라고 했나?”

 “네?”

 “주리가 사람이라고, 방금 말하지 않았나, 자네?”

 머그 벅이 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현우는 아차 싶었다. 문득 사람이라는 말에 어제 뭄하프 당직을 서던 스키네라는 듄이 길길이 날뛰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 그러니까……. 머그 벅. 이, 주영이라는 친구는…….”

 “주리, 자네 사람인가?”

 머그 벅은 현우의 장황한 설명을 단호하게 자르며 물었다. 주영은 현우의 눈치를 보다가 얼떨결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머그 벅은 처음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서서히 평소의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주영은 방금 전에 무엇을 봐도 놀라지 않는 세월이라고 말한 머그 벅의 말이 기억났다.

 “이런, 이거 정말 오랜만이로군. 사람이 실루엔노틀에 넘어오다니.”

 그들의 표정은 처음 실루엔노틀의 풍경을 봤을 때와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그들은, 심지어 현우도 리온이 한 말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인간이 실루엔노틀에 넘어온 전례가 없다고 말한 것을.

 “그게 사실이에요, 먹 할아버지?

 “응? 뭐가 말인가”

 “방금 사람이 실루엔노틀로 넘어온 것이 오랜만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주영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래, 오랜만이지. 벌써 백 년도 더 된 일이니.”

 주영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현우와 눈길을 나눈 뒤,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제가 처음이 아니었어요?”

 “내가 알고 있기론 그 남자가 처음이네.”

 “그 남자가……. 누군데요?”

 머그 벅은 잔가지로 턱을 쓰다듬으면서 기억을 떠올리느라고 인상을 팍 썼다.

 “글쎄……. 이름 까지는 기억나지 않는군.”

 “그럼, 백 년도 더 된 일이라는 게 언제를 말씀하시는 거예요?”

 주영은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머그 벅을 쳐다보면서 재촉하듯이 물었다. 머그 벅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시선을 애써 무시하면서 진땀을 흘렸다.

 “주리, 미안하지만 기억이 안 나네. 난 듄 종족이 아니어서 모든 것을 기억하진 못한다네.”

 “아…….”

 주영의 얼굴에서 맥이 탁 풀려버렸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시선을 우왕좌왕 움직이며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그때 주인장 벌크가 쿵쿵쿵 소리를 내면서 쉐도어들이 흔히 먹는 아침 식사 A세트를 가져왔다. 그것은 마토가 까다롭게 주문한 것과 비슷한 샌드위치와 음료, 샐러드였다.

 “오오! 이거 맛있는데!”

 마토는 샌드위치를 입 속에 욱여넣으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이번에도 머그 벅은 씩씩하게 먹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껄껄 웃었다. 그러곤 낮부터 오향주를 홀짝거리며 마셨다. 현우는 그가 알코올 중독으로 시도 때도 없이 웃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뭔가 느낌이 안 좋은데…….”

 주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샌드위치를 덥석 베어 물더니 갑자기 표정이 바뀌었다.

 “어머, 이거 맛있다.”

 “그치? 이거 샐러드도 먹어봐.”

 둘은 금세 웃고 떠들며 음식들을 맛보기 시작했다. 현우는 주영의 성격이 점점 마토와 비슷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거 알아? 현우가 오늘부터 대학교를 다녀!”

 마토가 숟가락을 기계적으로 놀려 샐러드를 퍼 먹으면서 말했다. 씹지도 않고 음식을 삼키는지 샐러드는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대학교를 다닌다고?”

 “그래. 여기 실루엔노틀로 넘어온 쉐도어들은 의무적으로 다녀야 한대!”

 “현우가 대학생이 되는 거야? 상상이 안 돼.”

 주영은 현우를 보면서 활짝 웃었다. 그도 상상이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인지 겸연쩍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런데 대학교에 가서 뭘 배우는 거야?”

 “그건 잘 모르겠어. 그냥 의무적으로 다녀야 한다고 말하더라고.”

 현우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하품을 해댔다. 그는 입맛이 별로 없어서 샌드위치를 먹다가 이제는 음료만 마셨다.

 “그나저나 내가 대학교에 가 있으면, 그동안 넌 뭐해?”

 “나? 아마도 실루엔노틀 구경하고 있지 않을까?”

 “이 도시를?”

 “응, 그냥 돌아만 다녀도 재미있을 것 같아. 여기에 와서 깨달았어.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말이야.”

 긍정적이고 호기심 많은 주영이다운 대답이었다. 머그 벅은 주영의 말을 듣고서 또 시선을 위로 올리며 무엇인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마토는 아침에 창밖으로 본 풍경을 떠올리며 주영의 말이 공감되었다. 아마도 그녀는 이 놀랍도록 신기한 이곳에 사는 이종족들만큼이나 여유롭게 돌아다닐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나 여기에 와서 다짐한 게 있어.”

 “뭔데?”

 “나중에 세계를 여행할 거야.”

 “오, 그거 멋진 생각인데?”

 마토는 들뜬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그는 만약 세계여행을 가게 된다면 꼭 같이 가자고 했고, 주영은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현우에게 함께 여행하자고 넌지시 물어봤다. 그는 자신은 여행에 관심이 없으니 둘이서 재미있게 다녀오라고 말했다.

 “둘이서 갔다 오라고? 그게 말이야, 이 자식아?”

 “왜? 난 흥미 없어. 둘이서 갔다 와.”

 “네가 안 가는데 내가 어떻게 가!”

 “왜 못가?”

 “이익!!”

 마토는 황당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현우와 붙어있는 다리를 들어 올리며 이걸 한 번 보라는 듯이 손으로 가리켰다.

 “그게 왜? 무릎이 튀어나왔다고?”

 “네 몸과 붙어 있으니까 나 혼자 여행갈 수가 없다고!”

 “그럼 내 몸에서 떨어져서 여행 가면 되겠네.”

 “그게 가능했으면 10년 전에 우린 분리되었어!”

 주영은 현우와 마토의 말다툼하는 모습을 보고 웃었다. 낯선 세상에 와서 잠시 잠잠하나 싶던 둘의 사이가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그래, 그렇고 보니까 리온이 어제 쓴 기술 있잖아! 그걸 쓰면 되겠네!”

 리온이 사내의 몸에 쓰러진 것을 떠올리며 마토가 말했다. 현우도 그 방법이 그림자와 본체가 떨어질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둘은 서로 침을 튀기며 어서 빨리 대학교에 가서 그 기술을 배워서 평생 떨어져 살면 되겠다며 으르렁거렸다.

 “자네…….”

 그때까지 혼자서 무엇인가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던 머그 벅이 입을 열었다. 그들의 시선이 머그 벅에게 향했다. 그는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람이 아니라 개구리였나?”

 현우와 주영과 마토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불처럼 활활 타오르던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딸랑!

 그때, 경쾌한 종소리와 함께 가게 문이 열렸다. 장발의 키에 산적 같은 머리, 리온이었다. 그는 홀에 들어서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현우와 주영을 발견하고는 굳은 얼굴로 다가왔다.

 “리온! 어제 보여주었던 그 기술…….”

 “어제 보여주었던 그 기술, 그림자와 떨어지는…….”

 리온을 보자마자 앞다투어 말하던 현우와 마토는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차츰차츰 줄어들던 종소리가 다시 나면서 이종족들이 가게 안으로 들이닥쳤다.

 남자 두 명이었다. 한 명은 흰색 로브를 입은 젊어 보이는 사내였고, 다른 한 명은 어제 뭄하프에서 당직을 섰던 스키네였다.

 리온은 제자리에 멀뚱히 서서 스쳐 지나가는 둘을 당황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둘은 그대로 머그 벅의 테이블에 다가갔다.

 “당신이 표현우입니까?”

 젊은 사내는 현우를 내려다보면서 무뚝뚝하게 말했다. 아이섀도를 사용했는지 눈 주변이 판다처럼 둥그렇게 남색으로 그려져 있었다. 풍기는 분위기는 경찰, 혹은 무술인으로 보였다. 현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주영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럼 당신이 이주영이겠군요.”

 주영은 잔뜩 경계하는 표정으로 사내를 바라볼 뿐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것을 느꼈다. 뒤늦게 정신 차린 리온은 두 눈을 크게 뜬 채 성큼성큼 다가왔다.

 주영이 대답이 없자 오히려 그것으로 이름을 확인했다는 듯 사내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현우를 바라보았다.

 “일단 캐브리포 장관님의 이름을 빌려 실루엔노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듣기로는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고 하던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젊은 사내는 진심이 조금도 담겨 있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현우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주영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당신은 실루엔노틀 침입죄로 구속하겠습니다.”

 일순 야릇한 침묵이 흘렀다. 카운터에 있던 주인장 벌크는 주영이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리온은 지금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저……. 죄송하지만 감옥에 갇히는 경험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주영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현우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흥미를 따지는 게 아니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젊은 사내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옆에 서 있던 스키네를 쳐다보지도 않고 고갯짓을 했다. 스키네는 로브 자락 안에서 얇은 뼈지팡이와 갈색 밧줄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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