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자유게시판      연재이야기      감상란      설문조사      이벤트      For Us     
 
작성일 : 18-11-30 23:12
[응모]_미운 노새 이야기_로맨스판타지_대딩의 삶
  글쓴이 : Hong
조회 : 1,301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사실 행복보다 더 강렬한 것은 행복을 염원하는 순간일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행복한 사람보다는 불행한 이에게 시선이 머물 때도 있는 것이다. 불행한 이야 말로 행복을 가장 바라마지 않으니 누구보다 강렬하지 않겠나.
이야기의 주인공, 타라는 온갖 불행을 다 짊어졌다. 차디 찬 겨울성의 여왕이 그녀의 어머니이고, 그녀는 고귀족이라는 특별한 신분을 타고 났음에도 천덕꾸러기 취급에,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한다. 학대의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자기 방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집사에게 물어보고 눈치를 살피는 모습은 누구라도 화가 치민다. 기실 학대를 받아도 좋을 아이가 세상 어디에 있을까.

타라는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다. 그녀의 첫 등장도 어머니 손에 서부로 보내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추운 중부를 떠나 황량한 서부에 도착한 타라는 그곳에서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존재를 만나게 된다. 긴 은발에 벽안을 지닌 마도사는 아름다웠다. 물론 그가 온순한 성격은 전혀 아니었다. 하지만 타라는 처음부터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혐오와 경멸이 아닌 무관심이 어린 눈이었지만, 그녀는 그것이 너무 따뜻하고 소중해 울어버리고 싶었다고 하니.
서부 벨벳성의 주인, 쥬다는 어느 날 떠맡게 된 조그마한 소녀를 성가셔한다. 심지어 그와는 오랜 원수 지간인 타라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그가 타라를 보자마자 죽이지 않은 것은 찰나의 변덕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그의 눈에는 언제든 죽일 수 있고 죽이기도 하찮은 게 타라였다.
그러나 가장 연약한 것이 가장 강할 때도 있는 법이다. 쥬다가 내어준 약간의 틈으로 타라는 파고든다. 타라는 몰랐지만, 그 과정에서 몇 번이고 죽을 위기가 있었다. 쥬다가 기억하는 것만 세 번이었다. 그가 소녀를 죽일 뻔 한 순간이. 그 순간들을 상기할 즈음에 그는 이미 타라에게 마음을 모두 내어 준 후였다. 그렇기에 돌아보노라면 만약이라는 아찔함에 식은땀을 흘리게 된다.

그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어둡고 축축한 고성, 벨벳성에서 만들어진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그려지지만, 어느 한 장면도 겹치지 않는다. 소심하고 자존감이라고는 없는 타라가 조금씩 벨벳성을 누비게 되고 길을 잃기도 하며 쥬다의 옆방으로 방을 옮기기도 한다. 들꽃같은 아이는 성의 사람들에게 조금씩 특별한 의미가 되어간다.
그것은 성주인 쥬다도 다를 것이 없었는데, 타라는 그가 자신을 귀찮아 한다고 여기지만, 사실 쥬다는 단 한 번도 그녀를 내친 적이 없었다. 그는 조금 신기했던 모양이다. 약한 것을 경시했지만, 타라의 연약함에는 눈을 떼지 못한다.
타라 또한 쥬다를 무서워하면서도 그의 곁을 멤돌고 조금이라도 시선을 받기를 원한다. 아기새가 처음 본 이를 어미라고 여기듯이 맹목적이고 절대적인 애정이었다. 어쩌면 쥬다는 이런 올곧은 애정을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녀에게 약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벨벳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계, 율리아에는 동화같은 요소가 더러 있다. 황량한 서부의 마도사 쥬다, 중부의 겨울성의 여왕이자 타라의 어머니 아델라이데, 봄이 만개한 동부의 황금성의 기사왕, 쌉쌀한 가을만 존재하는 북부의 수족왕, 여름의 낙원인 남부의 요정왕. 우리가 알고 있는 사방의 계절과는 무언가 다른 설정이다. 이것이야말로 이야기의 배경을 이루는 요소라는 것을, 쥬다와 타라를 오래 두고 봐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비극이 이 이상한 계절을 이루는 대지에서 시작되는 것도.

이 이야기를 떠올리면, 독특한 문체를 먼저 꼽을 수 밖에 없는데, 처음 접하는 이는 낯설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비유법이 주류로, 굉장히 시각적인 부분이 강조된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더듬더듬 읽어나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으면, 보지 못한 쥬다의 아름다운 얼굴과 냉막한 표정, 타라의 순진하면서도 당돌한 모습, 성안의 수족들의 특이하고 신기한 외형, 서부의 황량하면서도 압도적인 사막, 뼈 속이 시릴 듯한 추위를 머금은 중부의 겨울성, 천 년을 지내고도 아이의 얼굴인 요정왕의 천진함, 수족왕이 내지르는 사자후의 놀라움, 기사왕의 번쩍이는 발검 따위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시각 뿐만 아니라 촉각, 후각, 청각, 미각적 묘사도 이어지는데, 분명하고 확실한 이야기 보다 그 분위기, 그 순간에 빠져들게끔 만든다. 그렇기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다. 어딘가에 벨벳성이 있고 쥬다와 타라가 있을 것 같은 묘한 느낌 마저 든다.

쥬다와 타라의 사이가 친밀해질 수록 독자는 한 가지 바라는 게 생긴다. 쥬다가 타라를 괴롭힌 겨울성에 쳐들어가서 뒤집어 놨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그 순간은 오고야 만다. 이 대목이야 말로 쥬다가 타라를 어떻게 여기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타라가 학대 당한 것을 알면서도 쥬다는 사실 무감하게 굴었다. 하지만 그녀와 쌓아가는 시간과 사랑스러운 나약함이 애틋하게 느껴질 때,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 속을 게워내고 싶을 만큼 역하다. 이는 누구나 경험할 법한 일이다. 존재가 특별해질 때 이미 알던 사실은 사뭇 다르게 다가오는 것이다.
쥬다는 타라의 상처를 보고 결국 폭발하게 된다. 어쩌면 흔한 클리셰라고 봐도 좋지만, 시종일관 냉랭한 인물이 애정을 갖고 지켜보는 귀여운 주인공 때문에 극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부분은 쾌감이 일었다. 그리고 상상 이상으로 복수를 해내니 만족스럽기 까지 하다.

미운 노새 이야기는 사실 모든 것이 타라, 이 아이에게서 시작되고 끝난다. 타라가 행복을 거머 쥐기 위한 여정을 그린 것이다. 하지만 행복은 너무 멀리 있다. 넘어야 할 산이 높고도 많다. 탄생부터가 비극의 시작이었고 자신을 낳은 어머니는 자신을 복수의 도구로서 쥬다에게 들이민다. 운명처럼, 쥬다는 독배인 줄 알면서도 그녀를 받아들인다. 조용하고 평온했던 초반부와는 다르게 뒤로 갈수록 난장판이다. 이 속에서 타라는 사랑하는 쥬다와 저 자신을 지켜야 한다. 사실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도 남을 만큼 강대한 힘을 타고난 타라였지만, 그것을 제대로 쓸 수 없으니 보는 이도 속이 탄다. 그런 의미에서 이 모든 것을 계획한 타라의 어머니, 아델라이데는 쥬다가 평했듯 정신 나간 여자이면서도 똑똑하게 정신 나간 여자라고 해야겠다. 타라는 아마 제 어머니를 쓰러뜨려야만 행복을 쟁취할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하지만, 글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독특한 문체 위로 그려지는 잔혹동화의 끝은 어떻게 될까. 아무리 봐도 비극밖에 더 되겠나 싶다. 해피엔딩일 것이라는 말은, 이 세계를 구현한 이가 흘리듯 언급했음에도 믿기지 않는다. 그렇지만 인간의 것이 아닌 힘을 가졌고 무엇보다 서로를 탐하는 광적인 애정이라면, 범인이 상상할 수 없는 돌파구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기대하며 지켜보게 된다.

 
   
 

 감상란
Total 147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감상란 공모전에 참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일괄 비밀… 스토리야 12-04 4957
공지 감상란 사용법 스토리야 03-24 27289
147 [응모] 이대로 그만! 야도아도아 05-29 522
146 -----감상란 공모전에 참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일괄 비밀… 스토리야 12-04 4957
145 [응모]_폭군을 노래로 길들여버렸다._로맨스판타지_조각나비 냐옹이 11-30 5115
144 [응모]_화산전생_무협_정준 alalal 11-30 3839
143 [응모]_나는 이 집 아이_로맨스판타지_시야 veryfirst 11-30 3428
142 [응모]_천하제일_무협_장영훈 하늘꼬냥이 11-30 3465
141 [응모]_레벨!업 하는 식당_판타지_ 인기영 Nyota 11-30 3453
140 [응모]_어느날 공주가 되었다_로맨스판타지_플루토스 메르시 11-30 2044
139 [응모]_소설 속 엑스트라_판타지_지갑송 molggor**** 11-30 1652
138 [응모]_경계를 넘다_로맨스_우지혜 사랑비밀 11-30 1646
137 [응모]_아내가 돌아왔다_로맨스_이보나 사랑비밀 11-30 1257
136 [응모]_무한의 마법사_판타지_김치우 최형규 11-30 1451
135 [응모]_미운 노새 이야기_로맨스판타지_대딩의 삶 Hong 11-30 1302
134 [응모]_벨 에포크_로맨스판타지_세리안 Hong 11-30 1275
133 [응모]_폐하, 또 죽이진 말아주세요_로맨스판타지_에클레어 Hong 11-30 1233
132 [응모]_로맨스가 필요해?_로맨스_송정원 -6 11-30 1261
131 [응모]_신녀를 믿지 마세요_로맨스 판타지_이보라 메타몽판매원 11-30 1277
130 [응모]_궁에는 개꽃이 산다_로맨스_윤태루 다흰냥 11-30 2148
129 [응모]_태양의 탑_판타지_전민희 쭈니 11-30 1317
128 [응모]_검을 든 꽃_로맨스판타지_은소로 혜정HJ 11-30 1211
 1  2  3  4  5  6  7  8  

회원로그인 소셜로그인
자동 ID/PW찾기 | 회원가입
스토리야 추천작
나쁜 놈과 결혼..
초재85
널 길들여 줄게
엘리신
연애도 인턴십..
꽃피는사월단
그 밤보다 더한..
케일리
공작님, 이 독..
나은
오빠 절친이 황..
이들HG
악녀의 끝은 재..
돗토리쥬이
레이디는 천벌..
강심
절대천왕
장담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 배너광고 및 기타 문의 k-storyya@naver.com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

위로


아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