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11-30 07:28
[응모]_두 입술 사이_로맨스판타지_손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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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에서 펼쳐지는 섹시 로맨스 판타지’ 라는 대목에 대조되듯 작품 제목에 식상한 단어가 들어가지 않았던 점이 작품을 선택한 첫 번째 이유였다. 로맨스 판타지 작품 중 황실이라는 소재가 들어가면 많은 비중으로 작품 제목에 황태자~ 혹은 황제~ 등의 제목이 달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제목부터 세련미가 넘쳤다. 물론 작품의 색을 나타내는 것에 있어 직접적인 제목이 가지는 확실함을 포기하기는 어렵다. 다만 독자에게 작품의 많은 점을 PR을 하는 것은 작품 표지와 제목이다. 그렇다면 로맨스 판타지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살릴 수 있게 좀 더 다양한 제목을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두 입술 사이’는 현대 로맨스 물이라고 생각하게 했던 제목이었으나 작품 표지의 몽환적인 이질감이 어우러져 섹시 로맨스 판타지라는 장르를 잘 나타내고 있었다.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첫 장을 넘겼을 때 확실하게 드러나 있는 여주인공인 에스메랄다의 당찬 매력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디어뮈드와 모르웨이의 정략결혼은 명분일 뿐, 사실 거의 팔려온 에스메랄다는 강대국의 황제와 있을 때도 특유의 당참을 잃지 않았다. 그 점이 이 작품을 읽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다. 최근 웹소설 계에서 여주는 사이다! 라는 암묵적인 공식이 존재할 만큼 가련하고 비련 하며 어리버리한 민들레 홀씨 같은 여성상의 여주는 사랑받지 못한다. 내 할 말은 하고 가겠소! 혹은 내 갈 길은 죽어도 가련다! 하며 유명 작품에 등장하는 자유의 여신처럼 돌격 앞으로! 정신을 기본 기질로 가지고 있어야 사랑받는다. 특히 여기서 주인공을 사랑해주는 대상은 독자뿐만 아니라 소설 속 남자 주인공도 함께 포함된다.
작품은 내내 여자 주인공의 당참이 이야기를 진행한다. 에스메랄다의 약혼자인 폭군 패트릭을 상대하는 순간에도, 꽃미모 황제인 알렉산드르와 단 둘이 있는 심장 떨리는 은밀함 속에서도, 황제의 오랜 정부인 카타리나의 시기 어린 음모 한가운데서도 에스메랄다는 품위와 당찬 성품을 여과 없이 발휘한다. 그와 더불어 작품의 전개는 거품을 잘 친 머랭처럼 촘촘하게 진행된다. 둘째인 프란츠가 머물렀던 자리에서 행동하기까지가 가랑비의 옷 젖듯 밀도 있게 촘촘히 쌓여 독자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한다. 작품 속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기질들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에 촘촘한 전개가 가능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예로 에스메랄다의 약혼자인 패트릭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나쁘다. 간혹 영화나 소설에서 악역이 이해되기도 하는 숨은 심연이 있기도 하지만 그의 행동에 독자가 이해할만한 이유는 없다. 그렇기에 촘촘하지만 깔끔하다.
아주 약간의 아쉬운 점이라면 작품 후반부에 접어들어 에스메랄다가 자신의 자존감을 스스로 깎아 먹는 부분이다. 어느 순간에서도 잃지 않는 왕족의 품위와 당찬 성향이 에스메랄다의 기본 성격이라고 당연하게 인식되던 순간이 왔을 무렵이다. 그래서 더욱 불의의 사고로 남게 된 흔적들에 쉽게 흔들릴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고 큰 거품 하나가 톡-하고 터져 전체에 자국을 낸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작품이 매우 세련됐고 밀도가 촘촘한 머랭 거품 같은 작품이다.
아무 맛이 나지 않을 것 같은 머랭 거품이 사실은 새로운 질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그저 그런 황실 로맨스 판타지를 생각했다면 전혀 다른 조화가 가져다주는 매력을 맛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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