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랑 작가님의 네이버 웹소설 두 번째 작품인 <로제와 애송이 드래곤>의 여주인공 로제는 어느 시골 마을의 가난한 집안의 장녀. 우연히 성에서 열리는 공주 선발대회에서 우승하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는 소식에 홀려 대회에 참가한다. 며칠간의 합숙 후에 온갖 기상천외한 종목들(달리기 시합, 숨바꼭질 시합, 담력시험)의 이상한 심사 기준을 거쳐 통과하고, 마지막인 미모 겨루기에서 우승하여 공주가 된다. 하지만 공주 선발대회의 진짜 목적은 드래곤에게 바칠 공물을 뽑기 위함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드래곤의 공물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그렇게 만나게 된 드래곤 알데리크는 박력 있는 겉모습과 달리 실상은 긴장하면 토하고, 흥분하면 코피를 흘리는 데다 부끄러움을 느끼면 호숫가로 달려가 토끼로 변신해버리고, 심성이 착해서 남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드래곤이었다. 딱히 악룡이 될 생각도 없었는데, 부모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서 악룡이 되려고 하는 것.
그렇게 로제와 알데리크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로제는 그만 알데리크가 수호룡으로서 지키던 마왕의 봉인을 실수로 깨버린다. 세상을 파멸로 몰아갔던 마왕은 봉인 기간이 너무 길었던 나머지 아기로서 세상에 나왔고, 그로 인해 육아까지 추가되어버린 엉뚱하고 기발한 동거를 지켜보고 있다 보면 미소를 짓게 되고, 배꼽을 잡고 웃을 수밖에 없다. 당찬 성격의 로제와 소심한 알데리크의 케미에 웃음을 빵빵 터뜨리고, 레어 내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귀여워 웃음을 짓게 된다. 알데리크의 보모이자 신하인 키메라 레오는 본디 흉악하게 생겼지만, 로제가 두려움에 떨지 않게 하고자 알데리크가 귀여운 모습으로 변신시켰다. 거기에 수다쟁이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만드라고라, 마녀 여왕 그림하일드의 소유였던 천리안 거울 백작, 물건 잘 잃어버리는 용사를 위해 대마법사가 만들어줬던 전설의 그림자 개검, 남의 소원을 자기가 이루는 별난 마리오네트까지 온갖 총천연색의 캐릭터들이 출동하여 개그를 책임진다.
알데리크의 부모도 한 개성 하는 편. 차가운 분위기의 냉미녀인 블랙 드래곤인 어머니와, 그런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랑꾼 골드 드래곤 아버지의 케미 또한 볼거리이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악명을 쌓지 못하면 로제를 압수할 것이라는 경고를 남기고, 그것이 싫은 로제는 알데리크가 악명을 쌓는 걸 돕기로 한다. 여기에서 로제의 강인한 결단력과 행동력이 빛을 발하는데, 계획을 세우고, 알데리크가 움직일 수 있게 돕기도 하면서 착실하게 알데리크의 악명을 쌓아나간다. 이후로도 문제가 생기면 로제가 스스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한다.
로맨스 판타지 시트콤답게 로제와 알데리크의 연애 전선은 당최 바람 잘 날이 없는데, 둘의 성격이 워낙 상극인 탓에 말이나 행동에서 실수해서 서로 간에 엉뚱한 오해가 생기는 건 기본이요, 부하인 마녀가 준 약을 먹고 조금 자란 마왕 라그나로크가 로제에게 반해서 그녀를 마왕비로 삼고자 방해를 놓는 건 옵션, 여기에 라그나로크가 소원을 잘못 비는 바람에 로제를 자기에게 반하게 만들려 하는 마리오네트까지 끼어든다. 게다가 라그나로크를 2천 년이나 찾아다녔던 마왕군 참모인 다크 엘프 모이라까지 군식구로 들어오고, 자진해서 알데리크의 두 번째 공물이 되었던 리티아 공주(사실 이 캐릭터에게는 놀라운 반전이 있다.), 레어를 지키는 수문장으로 고용된 유니켄(유니콘과 켄타우로스의 혼혈) 또한 개그를 책임진다. 이 탓에 못 말리는 동거를 지켜보는 독자로 하여금 오늘은 또 내용이 언제 어디로 어떻게 튀어갈까, 무슨 개그가 판을 칠까? 하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여기에 등장하는 온갖 신기한 아이템들 또한 난장판을 책임지는데, 알데리크가 로제와 키스하기 위해 남용했다가 할아버지에게 두들겨 맞았던 ‘과거로 가주시계’, 만드라고라가 마왕에게 줬던 ‘사랑의 묘약’, 고양이 상인에게서 산 뒤에 마왕이 로제의 진심을 알겠다며 가지고 소동을 일으켰던 ‘진심 깃펜’, 로제가 자신과 알데리크의 미래가 궁금해서 사용했던 ‘미래를 보여초’ 등등.
이 중에서 미래를 보여초는 개그 중심인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만들어냈으며, 이걸 보고 울지 않은 독자는 없었다. 필자 또한 미래를 보여초 에피소드를 보고 눈물을 흘렸었다.
어떠한 역경이 생겨도 로제는 절대 주저앉지 않고 특유의 재치와 뛰어난 행동력, 실행력을 자랑하는 걸 크러쉬 여주로 여성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와 동시에 알데리크와의 사랑도 쟁취한 성공한 여주인공이라고 필자는 평한다. 비록 소설 자체는 독자들의 관심도가 낮아 외면받았었지만, 읽은 사람들은 강력하게 추천한다. 일월랑 작가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엉뚱하고 기발하여 어디로 튈 지 당최 감을 잡을 수 없는 내용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풍의 삽화가 훌륭한 조화를 이루는 이 마약 같은 소설이 진짜 웃기고 재미있는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직접 읽는 걸 권장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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