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신여포.
평소에 무협이나 삼국지 등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런칭한 ‘판타지’소설란에 마신여포라는 글이 올라왔다.
여포가 마신이라고? 어떻게 된거지?
호기심이 동해서 읽기 시작했다.
시작은 여느 무협소설과 다르지 않은 느낌.
전쟁에서 여포가 죽는 장면. 하지만 여기서부터 다른 글과 달랐다.
일반적으로 여포는 이렇게 덤덤하게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글에서 여포는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였고, 자신이 썼던 누명과 오해를 굳이 풀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자심이 끌어안고 죽음을 선택했다.
아마 이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다면 난 이 글을 더 보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여포의 기구한 삶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건지, 여포가 다시 깨어났다.
그것도 지옥에서. 정확히 말하면 가상현실 판도라라고 하는 공간에서.
상황을 판단하기도 전에 다른 게임 유저들에게 트롤러 취급받는 여포.
하지만 여포는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던 그 성격 그대로 괴수와 맞서 싸웠다.
약한 유저들을 보호하고, 당당하게 이겼다.
그런데 이 승리가 초대미문의 사건이었다.
30인의 유저가 괴수로부터 도망가는게 듀토리얼의 클리어인데, 그 괴수를 죽여버린 것이다. 그래서 여포는 카스타드라고 하는 마계에 떨어져버렸다. 그리고 계속 싸우고 싸우고. 싸우다 지쳐 죽기를 바라는 사람처럼 싸웠다.
처음 마신여포에서 여포의 캐릭터를 새롭게 해석한 면에서 흥미가 끌었고, 삼국지 인물이 가상현실게임으로 소환된것도 재미있었지만, 내가 본격적으로 이 소설에 빠져들기 시작한 건 스켈레톤 병사 6783이 등장하면서부터 였다.
여포를 구하고, 여포가 살게 하며, 여포의 형제가 되며, 여포가 마신이 되도록 이끌어준 공신.
게임소설, 판타지라고 하더라도 결국은 싸우는 장면이 가득하기 때문에 결국 지쳐버릴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여기 등장한 6783이라는 존재는 이 지루해지고 질릴 수 있는 내용을 가볍고 밝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여포도 모르고 독자도 모르는 작가의 의도를 간접적으로,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거기에 리드미컬한 라임이라는 소스를 팍팍 뿌려서!
그렇게 어렵지 않게 질리지 않게, 재미있게 피식피식 웃으면서 소설을 읽다보면 결국 이 두 형제는 소년 교황 미카엘과도 합류하게 되고, 종교와 척을 두고 싸우게 된다.
웅장하다.
보통 판타지는 그렇다.
왜냐하면 판타지에서는 죄다 싸우기 때문이다.
무협에서도 마찬가지.
하지만 싸우는 장면만 보면 지겹다. 질린다. 지친다.
하지만 이런 스토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초 캐릭터와 살아숨쉬는 캐릭터가 부담없이 이 글을 읽게 한다. 그리고 그 캐릭터가 살아있어서 현실과 판타지, 역사를 오가며 생각하게 한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현실이 아닌 가상공간에서도 사람은 모두 똑같다는 것.
모든 사람은 각자의 스토리를 가지고 자신의 현실을 살아간다는 것.
그런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사건에 맞춰서 재미있게, 가끔은 울기도 하면서, 가끔은 피식 거리기도 하고, 간혹 깔깔 거리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하고, 욱하기도 하고, 답답해하면서 그렇게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읽을 수 있는 글이 좋다.
그리고 마신여포는 그런 글이다.
그래서 아쉽다.
아직 완결나지 않은 글이라 그 끝을 보지 못해서 아쉽고,
완결나지 않아 그 후의 이야기가 기대되면서도 안타깝다.
만약 여포가 성전이 모두 끝나고 로그아웃 할 수 있게 되면 여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대로 죽어버리는 것일까?
아니면 또다른 제3의 세계로 갈수 있는 것일까.
혹시 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안에서 계속 싸우고 싸우고 또 싸워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자신의 존재가 무엇인지 알아버린 6783은?
신을 믿고 따르는 미카엘은 그 신이 인간들의 손에 의해 조작된 것을 알아버린 상태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기대되는 글이고, 안타까운 글이고, 즐거운 글이며, 설레게 하는 글이다.
그런 글이 내가 읽어본 마신여포다.
그래서 기다려지고, 보고 싶기도 하고, 미뤄두고 싶기도 하다.
내가 본 마신여포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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