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은 작가님의 <안전한 비서>를 읽고 쓴 감상입니다..
하드웨어는 판박이이나 소프트웨어는 절대 다른 일란성 쌍둥이인 남자.
고아의 설움을 알기에 자신처럼 고아가 된 일란성 쌍둥이 사촌 동생들을 돌보는 여자.
본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여자들을 홀리고 다니는 끼 부리는 남자.
저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어쩌는지 연애 방면으론 영~ 눈치가 밥통인 여자.
열 번이 안 되면 스무 번이고 서른 번이고 찍을 도끼형 남자.
절대 넘어갈 것 같지 않은 철통같은 방어력을 보일 철벽형 여자.
동신 그룹 상무님 김재윤은 창,
그의 비서님 성다현은 방패.
창과 방패의 의도치 않은 밀당, <안전한 비서>.
사내 연애? 안 좋아합니다.
이상형? 없습니다.
결혼? 독신주의입니다.
연애? 해본 적도 없고, 할 생각도 없습니다.
남자? 일절 관심 없습니다.
그저 성격상 친근하게 대해주었을 뿐인데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오해하더니만
졸지에 여비서가 스토커로 돌변해 자신에게 빅 엿을 먹였던....... 처참한 역사를 가진 상무님 김재윤에게맞춤형 비서가 들어왔다.
공사 구분 확실하고 (좋아)
사내연애를 기피하며 (더 좋아)
상사에게 사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아~주 좋아)
그야말로 안전 만렙인 비서님, 성다현.
그래서 누구보다 괜찮을 것이라 믿어왔던 비서였는데
하... 언제부턴가 이 안전한 비서님아가 안 안전한 비서님으로 변해버렸다.
아니, 오히려 자신이 위험한 상사로 변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인 건가?
능글능글 유들유들한 남자와 상큼 발랄한 비서의 만남에 시작부터가 심장이 쫄깃해졌다.
로맨스의 '비서 물'하면 보통 그려지는 설정들이 있기에 시작 전에는 뭐, 거기서 거기겠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작가님의 찰진 필력 덕인지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편안한 문체와 막힘없는 전개, 솰~아있는 작품 속 캐릭터에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페이지는 모터 달린 듯 술술 넘어가기에 바빴다.
바겐세일도 아니고 온몸에 아우르는 끼를 여과 없이 방출해 여성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남자가 바로!!! 우리의 남주, 김재윤님이시다.
그러나 그런 재윤의 만능끼에도 안 넘어가는 이가 있으니......
그녀가 바로, 그의 비서 다현이렸다.
다현은 과거의 한 사건으로 인해 마음을 아예 닫은 채 이성의 호감을 스스로 거부하기도 하지만
입사 때 대놓고 '함께 일하는 여직원과는 사적으로 엮이기 싫다'고 말하는 상무님의 당부 같은 말씀에
사심 따윈 네버 에버 절대로 가져선 안 되겠다 생각하는 여자다.
칼 같은 눈썰미와 출중한 업무 능력.
나설 땐 나서고 또 할 말은 똑 부러지게 하는 그녀인지라 같은 여자가 보아도
와~ 이 여자 참 괜찮다 싶어지는데 그런 여자를 매일 보고, 매일 듣고, 매일 접하는 남자의 눈에는 오죽하랴.
심적으로 안전하다 싶었기에 채용한 비서였는데 그 비서가 졸지에 여자로 인식되어 자신의 마음에
새겨지던 순간!!! 재윤은 제 무덤을 제가 팠다며 후회하기에 이른다.
(사적 어쩌고 엮이기 싫다 어쩌고 했던.......... 내 이놈의 입을!!)
스스로 한 말이 있어 대놓고 고백도 못 하지만 자신의 끼 부림도 가볍게 타파하는 여자니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한 남자의 마음이 하.... 가히 씁쓸하렸다.
재윤의 그 답답한 입장, 울상인 상황을 어찌나 옹골지게 잘 풀어 놓았는지,
읽는 것만으로도 그의 심정이 독자의 가슴에 콕 박혀 들어왔다.
한 사람은 애가 타 죽는데 (자신도 자기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겠지)
한 사람은 초지일관 '저는 사심 없어요.' 공적 모드이니... 이거 원..... 오호통재라.
차라리 프로젝트 열 개를 따내고 말지, 여자 마음 하나 얻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 그인들 알았으랴.
속만 타들어가다 얼떨결에 고백해버린 재윤의 그 고백담과 후일담,
또 '거절은 거절한다'는 그 작전의 내막은 책을 통해 스스로가 알아볼 일이다.
없어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있으니 더 맛있게 느껴지는 MSG처럼
이 작품엔 재윤과 다현의 밀당 로맨스 외에도 그들의 가족들을 포함시키며 이야기를 더욱 맛깔나게 그려낸다.
다현의 쌍둥이 동생들, 라효와 사준의 이야기는 불행하지만 그 속에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게 하고, 재윤과 일란성 쌍둥이지만 외모 빼곤 전혀 다른 형제, 강재의 스토리는 꼭 새로운 작품으로
만나보았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든다.
(강재는 재윤보다 앞서, 그의 비서였던 가연을 자신의 와이프로 둔.... 진정한 능력자였다. - 물론 재윤의 시선에서.
형제들의 취향이...... 누가 쌍둥이 아니랄까 봐, 참 이렇게도 한결같은지.)
내용이 마냥 가볍진 않지만 위기라 할만한 상황도 없기에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는 작품.
열 번 찔러도 뚫리지 않을 방패에는 역시, 진심이 제격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작품.
도끼남과 철벽녀의 매력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었던 작품.
아마도 내게 이 작품은 이러한 감상을 남겨다 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마지막으로.....
안전한 비서는
전무후무한 도끼남 상무님과
한결같이 상큼 발랄이나 철벽인 비서가
비로소 진심에 의해, 하나로 합쳐지는 로맨스로
서혜은 작가님의 서른한 번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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