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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축귀의 검
작가 : 후우우우니
작품등록일 : 2017.12.4

세조 10년 현덕왕후의 저주로 나병에 걸려 문둥이가 된 세조.
설상가상으로 왕에 오르며 저지른 짓들이 다시 세조와 조선에 앙갚음으로 돌아온다.
적의 무기는 위대한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을 주문으로 사용하여 고대의 악한 마법을 되살린

"언문주"

언문주로 조선과 조선의 7대 임금 세조의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적들.
그들로부터 국가의 안정을 지키고 사악한 주법을 막기 위해 언문주를 사용할 줄 아는 새로운 국가기관을 창설하는 데

그 이름은 "축귀검" 이었다.

 
4. 요화병풍전 4.흑암지옥(허리)
작성일 : 17-12-17 09:38     조회 : 38     추천 : 0     분량 : 7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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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이리들 오너라~!”

 

  삿갓의 노인이 목장 끝의 표주박 호리병의 마개를 열고 약간의 물을 손바닥에 쏟았다. 그리고 얼굴에 찬 면박갑의 앞면 살 사이로 조금씩 흘려주었다.

  항현의 사인검의 빛에 모인 저승, 지옥의 죄인들이 그 노인이 조금씩 흘려주는 물을 열리지 않는 입술을 달싹거리며 조금씩 빨아먹으며 울었다.

 턱밑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이 노인이 준 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었다.

 

 “자~ 자~, 조금 씩 입안에 흘려 넣거라. 조금 씩~ 조금 씩~ 모두~ 모두~ 나누어야 하느니......”

 

  항현이 옆에서 물을 나눠 주는 노인을 멀건이 바라보았다.

 자신도 목이 안 마른 것은 아니었지만 차마 그들 틈에서 물을 받아 마실 수가 없었다.

 

 “으......, 우우우우......”

 “조금 씩~ 조금 씩~ 나누어야하느니~”

 

  얼굴에 박갑(縛鉀:구속구) 사이로 물이 조금 들어가자 다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우는 것 같았지만 항현으로서는 확인할 길도 없고 굳이 남의 눈물을 확인하고 싶지도 않았다.

 항현은 한 걸음 물러나 노인이 물을 나누어 주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이윽고 어느 정도 물을 나누어 주자 나눠 받은 자들은 주저앉아 예의 그 짐승같은 소리를 내며 울기만 했다.

 그들로부터 삿갓의 노인이 나와 항현에게 다가 왔다.

 항현이 다시 노인에게 물었다.

 

 “어르신은 누구십니까? 누구시길래 저들에게 이런 봉사를 행하십니까?”

 “아니~! 내가 묻겠네! 자네 누구야? 누군데 여기 있나?”

 

  노인이 질문을 질문으로 받아쳤다. 항현은 슬쩍 불쾌했으나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하긴 내가 이 세계로 무턱대고 들어 온 것이니 내가 먼저 나를 밝히는 게 순서지. 이 사람들이야 여기에서 거하는 자들 아닌가?’

 

  항현은 자신이 이 세계의 침입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여 맘을 고쳐먹고 다시 공손하게 자신을 밝혔다.

 

 “저는 정 9품 사용벼슬을 사는 온가, 항현이라 합니다. 어르신, 공무 중 사고로 그만 이곳에 떨어졌습니다. 이곳이 대체 어디 입니까?”

 “벼슬한다고? 헤헤헤헤....... 여기는 그런 게 필요 없는 곳이라네. 헤헤헤헤......”

 

 노인이 놀리듯이 깔깔대며 항현의 정중함을 비웃었다.

 항현은 부아도 났지만 이 어두운 곳에서 홀로 아무런 구속없이 하얀 옷을 입은 이 노인이 보통은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도움을 받는다면 이 사람 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는 어디입.....”

 “지옥이야! 지옥! 흑암지옥이지! 헤헤헤헤, 빛조차 없는, 앞도 못보고, 말도 못하고, 헤헤헤헤...... 죽은 죄인들이 죄에 따라 다른 지옥으로 끌려가기 전에 대기하는 곳이지......”

 

  항현의 질문을 뚝, 따내어 대답으로 말을 끊었다.

 아마 그러려니 생각은 하고 있던 차에 확답을 들으니 항현은 되레 편하게 긴장이 풀렸다. 물론 상황이 나아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자신이 있는 곳의 정확한 명칭만은 알게 되었잖은가.......

 

 “후우우우~”

 

  자신에게 해를 끼칠 적이 없음을 확인한 항현이 계속 자신의 기운을 잡아먹는 사인검의 빛을 지우며 노인의 옆에 주저앉았다.

 다시 칠흑같은 어둠이 그들을 감싸고 그저 알 수 없는 울음소리만 여기저기서 흘러 나왔다.

 노인도 옆에 앉는 듯이 털썩, 소리가 작게 들렸다.

 

 “간만에 밝은 빛을 봐서 좋았는데,...... 아쉽구만.......홀홀홀~”

 

 노인이 슬쩍 항현의 빛을 아쉬워하자 항현이 송구스런 표정으로 노인에게 대꾸했다.

 

 “이 주문이 체력을 소모하는 지라 좀, 아끼고 있습니다.”

 “음.... 흠..... 흠.......”

 

  노인이 불만스러운 듯, 아쉬운 듯, 콧방귀를 뀌는 것 같은데, 바로 옆에 있는 노인의 표정이 보이질 않았다.

 아마 자신의 송구스런 표정도 보이질 않았을 것이다.

 뭐 어떠랴싶은 마음에 항현은 보이지 않는 노인의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얼굴을 돌린 방향에서 푸념처럼 타령처럼 노인이 이야기를 던져 뿌리기 시작했다.

 

 “저어기 저놈들도...... 살아있을 때 자기 입에 넣던 것을 한입만 덜어서.....”

 “......”

 “다른 불쌍한 이들의 손에 반 줌만 쥐어줬으면 저런 꼴로 이 어둠을 헤매고 다니지 않았을 께야.....”

 “......”

 

 어둠 속에 아까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애처롭게 느껴지는 울부짖음이 항현에게서 점점 멀어져 갔다.

 

 “이들을 구하시려는 겁니까?”

 “구하기는 무슨 수로! 흠~!”

 

  항현이 보이지 않는 노인에게 말이라도 걸고자 뻔히 아닌 줄 아는 질문을 슬쩍 물었다.

 다른 곳도 아닌 죽어서 오는 지옥에 무슨 구원이 있겠는가? 노인 역시 콧방귀를 뀌며 항현에게 면박, 비슷한 것을 주었다.

 

 “여기가 어디인 줄 모르는가? 이곳에 온 놈들이라면 남의 입을 강제로 벌려서 그 안에 것을 자기 입에 처넣은 놈들이야! 입안에 없으면 뱃가죽에 칼질이라도 해서 그 안도 확인하는 놈들이었기 때문에 여기 있는 게지! 구하기는 무슨!”

 “그런데 어르신은 어째서 저들의 입에 물을 흘려주셨습니까?”

 “......”

 

  잠시 한 호흡 쉬더니 노인은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 이유를 말했다.

 

 “이치(理致)로는 저들을 버리는 것이 옳지만 기분(氣分)도 그러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

 “이(理)와 기(氣)가 서로 다른 행동을 하게하는 것은 음양이 서로를 보완하여 어울려 공존하게 하기 위함이지. 아니 그런가?”

 “이치로는 벌이 당연하지만 기분으로 저들을 동정하시는 거군요.”

 “자넨 어떤가? 아까 저들의 얼굴을 보았지? 말도 못하고 겨우 울음만 내는 것? 그렇게 이 어두운 흑암에서 계속 지내야하네. 여기에 있는 것 만이라면 차라리 낫지. 몇몇은 지옥사자들이 나타나 갑자기 끌고 사라진다네. 그러면 여기보다 더욱 끔찍한 지옥으로 가는 게야. 여기가 지옥 중에는 제일 편안한 곳이라네. 그런 저들에게 물 한줌, 입가에 흘려준다면 저들의 죄에 편승하고 저들이 받아야할 벌을 가볍게 하는 것일까?”

 “......”

 

 항현이 가만히 말을 듣다가 공손히 반론을 제기했다.

 

 “벌을 가벼이 한다든가 편승한다든가 하는 평가의 이전에 의로움의 문제가 아닐런지요? 하늘의 법이 언제나 반드시 의롭다면, 기분에 의해 저들의 벌에 단 한 조각의 이득이라도 주는 것은 의롭지 않은 것이 아닐까요? 하늘의 언제나 의로운 법에 흠을 남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좀, 걷세나......”

 

 잠시 생각하던 노인이 걸을 것을 권하자 항현이 사양했다.

 

 “저는 자리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떨어진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뭔가를 바랄 수도 있기에......”

 “그러니까 걷자는 게야. 자네는 똑바로 걸어갔다 똑바로 되돌아갔다고 생각하나본데 자네는 지금 처음 떨어진 곳에서 굉장히 많이 떨어져 있네. 그것도 희한한 방향으로......”

 

 그 말에 항현이 꽤 당황했지만 그 어둠 속에서 확인할 수가 없었다.

 

 ‘따라가야 하나? 지옥에서 만난 사람을? 그렇지만 죄인들에게 물을 나눠주는 것이 악인으로는 보이지 않으니......’

 “한 치 앞도 안보이면 그 자리에 가만있어야 하는 게야. 눈 없이는 방향도 없는 것이니, 이 지팡이로 땅을 때리며 갈 테니 귀 기울여 소리를 따라오시게.”

 

 그리고는 바로 땅, 탕,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항현은 속마음을 들킨 것에 놀랐다가 망설일 시간조차 주질 않자 서둘러 그 소리를 쫓아 따라 갈 수밖에 없었다.

 

 ----------------------------------------------------------------------------

 

 “아가! 이럴수록 정신을 차려야 하느니~!”

 

 철호의 한마디에 수빈이 얼른 눈물을 소매로 훔쳤다.

 펑펑 울진 않았지만 너무 놀라 눈에 눈물이 흘러내리기 직전이었다.

 

 “네..... 넷!”

 “제가 가지요! 가서 데리고 오겠습니다.”

 

 준모의 말에 연흠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멸악도를 다시 건네주며 연흠이 말했다.

 

 “반드시 데려오너라!”

 “......”

 

  준모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수빈도 자신이 동행할 것을 주장했다.

 

 “다시 무상삼매에 들도록 자리를 마련해주세요. 같이 갈께요.”

 “......”

 “반드시 갈 꺼 예요-!”

 

  수빈은 사내들이 말릴 말을 찾으며 잠시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확! 못을 박아 버렸다.

 수빈이 그렁거리는 눈을 다시 소매로 훔치자 다시 철호는 미소를 입에 담았고 연흠은 입이 댓발 나왔다.

 

 “음~ 잠깐 기다릴 수 있다면 그도 좋은 겝니다. 내가 또 한 사람을 부르기도 해서......”

 

  동파가 무심히 말을 하자 연흠이 고개를 돌려 동파를 바라보았다.

 

 “누가 또 온다고?”

 “예, 광조라고.... 이 집을 아는 아이 하나를 보내 놨으니 곧 도착할겁니다.”

 

  철호가 동파의 대꾸에 재차 물었다.

 

 “광조? 그게 누군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

 “태광조라고 지난 일을 같이 한 사람인데 나름 쓸 만한 난힘의 소유자입니다.”

 

  준모가 철호에게 대답하자 연흠이 동파에게 소릴 쳤다.

 

 “태? 태씨라고? 혹시 형호아들이야? 태형호?”

 “.......예.......”

 

  동파가 잠시 머뭇대다 할 수 없다는 듯, 힘없이 대답했다.

 그런 동파에게 연흠이 소리를 빼액~ 질렀다.

 

 “야-! 넌 우리가 아들 안 낳았으면 어떻게 벼슬하려고 했냐-! 어-!”

 

  안채에 문풍지가 떠르르 울리도록 소리를 치자 동파는 예의 그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연흠에게 대꾸 했다.

 

 “형님들에겐 감사하고 있어요. 아들 잘 키우셔서 저 주신 거......”

 “주긴 누가 줘-! 아직 내 아들이야-!”

 “현영휘, 그 교활한 늙은이의 복안인가? 제 놈 똥칠을 우리한테 시키더니 이제는 그 똥 치우는 일은 우리 자식들에게 시키는 건가?”

 

  연흠의 호통은 너무 시종 없이 몰아치는 식이어서 가끔은 도리어 코믹하기까지 했다.

 그런 우스개같은 면이 있어서 그 어조에 맞춰서 동파는 능글능글 미소로 응대하며 요리할 수 있었다.

 헌데 철호가 차가운 눈으로 핵심을 간파하고 상대의 대답을 듣기 위한 직문으로 대화를 엮어가자 동파는 웃음으로 대충 때울 수가 없었다.

 

 “......”

 “그렇군, 내 그 늙은이를 한 번 만나 봐야겠구만......”

 

  동파가 대거리를 못하고 말없이 있자 그 모습이 바로 긍정이라는 듯, 철호는 혼잣말을 읊조린 후, 큰소리로 모든 이들에게 주의를 환기 시켰다.

 

 “여기로 집중하시게! 일단 항현이를 귀환시키는 것, 이것을 우선해야 하느니-!”

 “예-!”

 “넷-!”

 

  수빈과 준모가 힘차게 대답했다.

 힘찬 대답을 들은 철호가 째려보자 동파는 멋쩍게 뒤로 물러났다.

 연흠이 직접 멍석을 하나를 한 폭만 남은 병풍 앞에 다시 깔아주었고 그 앞에 다시 금줄을 쳤다.

 곧 수빈이 줄의 끝을 쥐었고 타래를 풀어 준모가 어깨에 묶어 걸었다.

 

 “제가 들어갑니다!”

 

  이미 다시 의식을 따로 구성한 수빈은 줄을 손에 쥔 채로 잠들 듯, 주저앉았고 수빈의 의식이 화한 빛의 새는 병풍 앞에서 급하다는 듯이 날개 짓을 연신 해 댔다.

 

 “방심하지 말거라!”

 

  땅에 눕혀진 한 폭 병풍으로 걸어가는 준모의 등에 연흠이 한마디 던져 붙였다.

 준모가 살짝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는 바로 땅에 깔려 있는 병풍에 뛰어들었다.

 

 ----------------------------------------------------------------------------

 

  항현은 노인을 따라 계속 걸어갔다.

 새까만 먹물 속을 걷는 느낌이었다.

 지팡이 소리를 내지 않으면 절대로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자네는 하늘의 뜻이 이(理)에만 있다고 보시는가?”

 

 갑작스런 노인의 물음에 보이지도 않는 노인에게 항현은 대답했다.

 

 “이치로 따져볼 줄 아는 것이 수오의 마음(羞惡之心: 일반상식에 의해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판단력)이라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측은지심은 이치가 아닌가?”

 

  노인이 갑자기 성리학의 이론을 논하자 항현은 속으로 짜증을 내며 보이지 않는 앞을 노려보며 의구심을 품었다.

 

 ‘뭐하자는 거야!’

 

  항현은 무과 응시로 무장이 된 터라 실지로 성리학의 깊은 수준까지는 이해하질 못했다. 그러나 앞의 노인은 살아생전에 제법 글줄이나 읽어 본 인사인 듯 했다.

 앞이 안보여 눈을 감았는지 떴는지도 알 수가 없는 어둠 속의 산보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성리학 이론의 질문을 받자 죽을 맛이었다.

 

 “너무 짜증내지 않아도 되네. 깊은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니, 그저 스스로 생각하는 바만 이야기해 보시게”

 ‘독심술을 하시는 가?’

 

  자기는 눈 뜨고 앞도 못 보는 데 상대는 뒤에 서있는 자기 마음속도 꿰뚫다니, 다시 정곡을 찔리자 항현은 되려 속이 편했다.

 

 ‘그래, 다 말해버리자. 숨길 일도 아니고......’

 

 마음을 가다듬은 항현은 노인에게 마음먹고 반론을 제기했다.

 

 “측은지심이 사람의 마음에 한 갈래이긴 하더라도 죄를 미워하는 수오지심이 언제나 그 축을 잡고 있을 때 비로소 측은지심도 빛이 나는 것입니다. 옳고 그름도 없이 그저 악인에게도 당장의 감정에 따라 불쌍하게 여겨준다면 그것은 도리어 악을 키우는 행위일 뿐입니다.”

 “그렇지, 남의 동정심을 그저 다시 공격할 수 있는 기회로만 여기는 짐승같은 인간은 도처에 있으니까......”

 “그렇지요.”

 

 다시 노인은 항현에게 물었다.

 

 “그런 인간이라면 자네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구만. 그렇지?”

 “물론입니다. 그런 악인이라면 반드시 처치를 하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럼, 그쪽은 쉽구만. 처치해 버리면 되니..... 그런데......”

 

 노인이 스~윽 말을 끌더니 역접으로 말을 하나 더 붙였다.

 

 “그러면 그런 승냥이, 늑대같은 놈들에게 당한 자들은 어찌해야 하는 가? 늑대, 승냥이들은 처치해 버린다치고, 그들이 깨물어 피를 낸 아픈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어...... 그건........”

 

 항현이 잠시 생각하다가 궁색하게 답변했다.

 

 “그......건 제 일이 아닙니다. 전 무관이지 않습니까?”

 “흐~음~ 분업이라 이 말인가? 그들을 구아여 위무하는 건 누군가 따로 할 일이고 내 할 일은 아니다!? 헐헐헐~”

 “뭐...... 그렇지 않겠습니까? 저야~ 뭐......”

 

  답을 하면 할수록 초라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 그러면, 그 피나고 아픈 사람들이 자기들은 깨문 늑대, 승냥이들에게 직접 대가를 받겠다고 나선다면? 보복을 원한다면?”

 “......그들을 도와주어야하지 않습니까?”

 “늑대, 승냥이들이 자기들도 죽지 않겠다고 덤비고 싸우면?”

 “그리 괘씸한 것들을 처치하는 것이 수오의 마음이겠지요.”

 

  노인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지팡이를 땅에 몇 번 치는 소리가 났다. 그러더니 다시 앞으로 걸어가며 말을 이었다.

 정신없이 따라가는 항현은 앞이 비탈인 것을 깨달았다.

 노인은 비탈을 걸어 위로 오르고 있었다.

 소리가 항현의 머리 위에서 미끄러져 내려왔다.

 

 “한 번 뿐인 인생을 자기 깨문 짐승들을 깨물기 위해 산다는 것이 얼마나 덧없겠나? 뭔가 이루며 살아도 모자란 세월을.....”

 “그러나 한 번 뿐인 인생이니 아픈 상처를 만든 자들에게 그 아픔을 느끼도록 당연히 돌려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차라리 그 아픔을 아프지 않도록 위무해주는 일에 더 정성을 쏟는다면? 그것은 수오지심에 어긋날까?”

 “그럴리가요~? 아파하는 자들을 아프지 않게 하는 일은 보살행이지요. 수오에 맞고 또한 아파하는 사람을 위무하는 일이니 측은지심에도 맞을 겁니다.”

 “허허허~”

 

 노인이 너털웃음을 웃었다.

 

 “시비지심(是非之心:둘 이상의 가치를 비교해서 판단하는 마음)으로 보면 수오지심 하나만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수오와 측은, 양쪽을 이룬다면 더 좋을 일이군. 그렇지 아니한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그 짐승들이 다른 이들을 아프게 하지 막으며 또 한 쪽으론 아파하는 자들을 위무하는 것이 가장 옳겠구만, 그렇지?”

 

 노인이 다시 말을 이어갔고 항현은 순순히 답을 응했다.

 

 “그 늑대, 승냥이들을 말로 잘 설득하여 다시 사람들에게 해 끼치지 못하게 한다면 그것은 칼로 처치하는 것보다 나은가? 못한가?”

 “수오로 대답할까요? 시비로 대답할까요?”

 

 이번엔 항현이 질문을 질문으로 받아쳤다.

 노인이 바로 질문으로 받았다.

 

 “두 답이 틀린가?”

 “틀릴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시간은 많네. 천천히 두 답을 다 들려주시게.”

 “저 어르신, 제가 아까 걸을 때는 비탈이 없었습니다. 절 어디로 인도하시는 겁니까?”

 

  항현이 불현 듯 걱정이 되었다. 왔던 길과 너무 다르지 않은가?

 

 “좀 멀리 돌아가는 길이지만 자네와의 문답이 즐거워 내 이 길로 잡았네? 왜 혼자 돌아가시려고? 허허허~”

 “......”

 

  자기 코끝도 안 보이는 어둠속에서 돌아가기는 무리였다.

 이젠 죽든 살든 가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노인의 문답이 뭔가 자신에게 희한한 가르침을 주는 것도 같아 항현은 계속 가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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