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옥은 창배가 저녁이나 하자는 말에 오후 내내 마음이 설레었다.
회장님으로부터 누구에게 돈을 전해 주라는 지시를 받고 돈을 줄 때마다 그들은 돈의 무게에 감복해 밥을 사 주겠다거나 때로는 선물도 준비했다 내놓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이순옥은 한사코 마다해왔다.
그러나 홍보실의 최창배 차장은 달랐다. 그것은 그들이 유부남이고 최 차장이 아직 결혼을 안 한 미혼이라서가 아니었다.
어차피 자신은 가정을 가진 유부녀이기에 그가 총각이든 유부남이든 그것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와 마주하고 있으면 이상하게 왠지 마음이 편안하고 넓은 가슴에 한 번 안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충동적으로 일어나곤 했다.
일전에 그와 춘천에 갔을 때도 은연중 그런 기대를 하고 갔었으나 그냥 돌아오게 되어 여간 섭섭하지 않았다.
순옥은 혹시 자기의 몸에 음탕한 끼가 숨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일찍 나오신 모양입니다.”
창배가 약속 시간 보다 조금 일찍 왔는데도 순옥은 벌써 나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막 왔어요.”
이순옥과 만난 장소가 회사 근처와는 상당히 떨어진 곳 임에도 창배는 앉으면서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같은 부서 여직원인 최미정이한테 덴 생각을 한 것이다.
‘씨발. 아직 결혼도 안 한 년이…….’
이튿날 약속한 일억 원을 주고 수첩과 통장 복사본을 넘겨받긴 했으나 창배는 개운 찬은 생각이 들었다.
그까짓 종이 쪼가리야 얼마든지 복사를 해 남겨 놓을 수도 있는 거지만, 그보다 앞으로 최미정은 계속해 그것을 빌미 삼아 계속 자기와의 섹스를 요구할 것이라 생각하니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색골도 그런 색골도 없었다. 창배는 그날 생각을 하곤 진저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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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최미정의 요구로 미사리에서 놀다 늦은 밤 양평까지 간 창배는 최미정이 두 번이나 하고도 모자라 계속 요구를 해 와 밤을 홀랑 새우고 새벽에 졸음운전으로 서울로 올라왔다.
“순옥 씨, 오늘 늦어도 괜찮아요?”
“왜요?”
“아이 때문에…….”
“괜찮아요. 엄마 집이 가까워 늦을지 모른다고 부탁해놨어요. 늦으면 거기서 재워도 되고. 뭐, 오늘 좋은 계획이라도 있나 보죠?”
“좋은 계획은 만들어 봐야죠. 갑시다.”
둘은 차를 한잔 마시곤 곧 일어났다. 창배는 순옥이 몹시 들떠있음을 알아챘다.
“여긴 뭐 하는 데에요?”
“네이키드 스시집이요.”
“예? 그게 뭔 데요?”
“좀 있으면 알게 돼요.”
이순옥은 창배와 차를 타고 와 들어온 곳의 분위기가 이상한지 물었다.
일식집 같기도 하고 분위기가 어두워 조용한 것만 뺀다면 친구 따라 한번 가 본 홍대 앞의 재즈 바 같기도 한데 지하라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일하는 사람이 안내한 방으로 들어가니 그 안은 언젠가 회식 때 한번 가 본 적이 있는 룸살롱같이 꾸며져 있는데 조그만 티 테이블이 하나 달랑 놓인 게 이상스러웠다.
잠시 그것을 치우고 난 후, 조금 있자 바퀴 달린 커다란 식탁을 밀며 두 사람이 들어왔다. 식탁 위엔 하얀 식탁보가 덮여 이순옥은 왠지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아악…… !”
종업원이 덮였던 식탁보를 치우는 순간 이순옥은 까무러칠 듯 놀라 비명을 질렀다.
식탁 위엔 사람이 누워 있었다. 그것도 크고 건장한 남자가 얼굴을 가린 상태로.
“하하하. 놀랐어요? 내가 미리 귀띔을 좀 해 줄 건데.”
남자의 몸 위엔 하얗고 붉은색의 먹음직스러운 초밥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순옥은 놀란 와중에도 남자의 중요 부분을 유심히 살폈다. 그 위엔 얇게 썬 여러 조각의 생선회가 덮여 있고 한쪽으론 꽃으로 치장을 했다.
“하하하. 알몸 초밥이라고 한번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순옥은 그제야 언젠가 들어 본 적이 있었음을 생각했다.
“자, 건배합시다. 오랜만입니다.”
창배의 제의로 서로 술잔이 오갔다. 사람 몸 위에 놓인 초밥은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순옥은 몇 잔 마시고 나자 용기가 생겼는지 누워있는 남자의 몸 여기저기를 세밀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제가 일전에 충무로에서 이순옥 씨를 본 적이 있죠.”
“어머, 언제요?”
“한……, 한 달쯤 됐나?”
“그런데 왜 아는 척을 안 하셨어요?”
“옆에 누가 같이 탄 사람이 있어서.”
“네에…….”
“그쪽엔 자주 나가시죠?”
창배는 언젠가 김창현이도 그쪽에서 이순옥을 봤다고 한 말이 생각나 넘겨짚어 물었다.
“예. 일이 있으면요.”
“물론, 일이란 업무적인 일이겠죠?”
“……예.”
사실 창배는 그전에 친구 윤수가 회장으로부터 뜯어낸 돈을 받아 차에서 나눴던 곳도 바로 그 근방이었는데 자기가 이순옥을 또 거기서 보게 된 후부터 그곳에 뭔가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창배는 이순옥을 캐면 분명히 뭔가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의도적으로 한번 충격을 주기 위해 파격적인 이곳에 미리 예약을 해 둔 것이다. 이 음성적으로 영업하는 곳은 친구 윤수가 소개해 같이 왔던 곳이다.
“순옥 씨, 회장님 비자금하고 그쪽하고 무슨 관계가 있지 않습니까? 혹, 비자금 창고라든가 하는…….”
“예? 아, 아니에요.”
“그럼 내가 잘못 들었나 보네. 조영기 사장이 은연중 한번 얘길 하던데.”
“…….”
창배는 이미 이순옥이 흔들리고 있음을 눈치로 알 수 있었다.
“자, 건배합시다. 여기서 마시고 오랜만에 나이트나 갑시다. 순옥 씨 춤추는 것 좀 보게.”
“호호. 저 춤 잘 못 춰요.”
“에이, 순옥 씨가 꽤 잘 논다고 회사에 소문났던데.”
“누가 그래요? 어머! ……이게 뭐야! 난 몰라!”
순옥은 무심코 젓가락으로 남자의 가운데 놓인 회를 집어 들려다 그것에 반응을 느낀 물건이 위로 솟아오르자 깜짝 놀랐다.
물건 위에 얇은 랩을 깔고 위에 올려놓은 회가 하나하나 집어 없어질 때마다 서서히 일어나다 순옥이 마지막 하나 남은 회를 집어 들자 비닐 랩을 세우며 불쑥 곧추서 올라왔다.
“그만 나가요.”
순옥이 얼굴이 확확 달아오름을 느끼며 말했다. 순옥이 일어나려다 몸을 잠시 휘청이자 창배가 얼른 몸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순옥은 접시 대용으로 나온 알몸 남성에 신경 쓰느라 어느새 자신이 술을 많이 한 것도 몰랐다.
“어떻게, 춤추러 갈까요?”
“……글쎄요.”
순옥의 대답은 시원찮았다. 당장 어디가 달아오른 몸을 풀었으면 하는데 술김에도 말하기가 몹시 쑥스러웠다.
만일 춤추러 나이트클럽을 갔다가 나온 후 어디 호텔이라도 들어간다면 그때는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너무 늦어 몹시 망설여졌다.
“그럼, 이만 돌아갈까요?”
“아니, 저기…….”
“왜 무슨 할 말 있습니까?”
창배는 이순옥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순옥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푹 숙였다.
“갑시다.”
창배는 순옥을 데리고 가까운 곳에 있는 모텔로 들어갔다.
“에이, 씨발 놈들. 밤이 됐으면 들어가 자빠져 잠들이나 잘 일이지.”
객실마다 손님들로 넘쳐 두 번째 집에 가서야 간신히 방을 하나 잡을 수 있었다.
“자 순옥 씨, 먼저 들어가요.”
순옥은 부끄러운 듯 조심스레 옷을 벗더니 브래지어와 팬티 차림으로 욕실에 들어갔다. 잠시 후 샤워기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창배는 피우던 담배를 비벼 끄곤 옷을 벗고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 나가세요.”
“같이 합시다. 제가 씻겨 드리죠.”
창배는 비누를 뺏어 들곤 순옥의 몸 구석구석에 비누칠을 해 나갔다. 겉으로 봐 풍만하리라 생각한 육체는 뜻밖에 균형이 잡혀 있었다.
창배의 손이 순옥의 젖가슴과 하체의 짙은 숲을 스쳐 지날 때 순옥은 짜릿한 쾌감에 가볍게 몸을 떨었다. 이번엔 창배가 순옥의 손에 비누를 건넸다.
순옥은 잠시 주저하더니 창배의 몸에 비누칠을 하기 시작했다. 창배의 몸에서 매끄러운 느낌이 손을 타고 전해지자 순옥은 온몸의 땀구멍이 다 열리는 듯했다.
순옥의 손은 창배의 가슴과 배 그리고 허벅지에 미끄러져 내려오다 성이 나 우뚝 선 물건 앞에 잠시 멈춰 주춤하는듯하더니 곧 양손으로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창배가 미끄러운 손으로 순옥의 젖가슴을 비비자 순옥은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두 손으로 창배의 허리를 끌어안고 어찌할지 몰라 했다. 창배는 그런 순옥을 욕실 바닥에 눕히고 뜨거운 샘을 찾아 들어다.
“아아…….”
순옥은 뜨거운 한숨을 토해 냈다. 그런데 집요하게 공격을 해 나가던 창배의 행동이 일시 멈췄다.
“아아……어서…….”
창배가 갑자기 하던 행동을 멈추자 한창 절정에 달아오르기 시작한 순옥은 그만 못 견디겠다는 듯 깊은숨을 토해 내며 빨리 계속해 줄 것을 애원했다.
“순옥 씨!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요. 틀림없이 거기 어디에 회장님 비자금을 보관하는 곳이 있죠?”
순옥의 들떠 오름에 창배는 금세라도 폭발할 것 같은 충동을 애써 누르며 순옥의 귀에 입을 갖다 댔다.
“어서 말해 봐!”
“아……!”
“어서……!”
창배는 순옥의 귓불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술까지 취해서인가. 순옥은 점차 정신까지 혼미해졌다.
“아! …… 맞아요. 나중에…… 어서…….”
일단 순옥으로부터 확인을 받은 창배는 다시 격렬한 몸놀림을 시작했다. 그러나 빨리 내용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순옥보다 먼저 무너져 내렸는데도 부끄럽지 않았다. 순옥으로부터 자세한 내용을 들은 후 처음부터 다시 오래도록 그 보답을 해 줄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