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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놈 nom
작가 : 초파기
작품등록일 : 2017.12.3

화성그룹의 홍보실에 근무하는 과장 최창배는 어느 날 비서실에 새로 온 여직원을 만난다. 여직원은 대학시절 창배를 죽자 따라다닌 서클 후배 유정아. 자유분방한 성격의 창배는 50억 원을 모으면 정아와 결혼하기로 약속한다. 주위에 최창배를 좋아하는 여자들 틈에서 과연 창배는 50억원을 모으고 정아는 과연 그와 결혼을 할 수 있을까.

 
14.베이비, 일억 삼천을 당기다
작성일 : 17-12-07 19:30     조회 : 27     추천 : 0     분량 : 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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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튿날 새벽 일찍 출근한 창배는 회장이 지금 막 나왔다는 정아의 연락을 받곤 곧 자료를 챙겨 회장실로 향했다.

 

  아침 시간에는 늘 결재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붐벼 일찌감치 출근해 정아에게 회장이 나오면 바로 연락을 해달라고 부탁을 해 두었던 것이다.

 

  비서실로 들어갈 때 김일동 상무가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가 이렇게 일찍 웬일인가 싶어 궁금한 눈으로 창배를 쳐다봤지만 창배는 김일동을 무시하고 곧바로 회장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

 

  조만호는 소파에 앉아 멜론을 먹고 있다 들어서는 창배를 보곤 접시 위에 포크를 내려놓았다.

 

  자신이 대진과 관련해 지시한 일로 왔음을 알았다.

 

 

  “이리 와 앉아!”

 

 

  창배는 조만호의 앞에 앉아 그동안 집과 새벽에 출근해 만들어 놓은 ‘대진 인수 언론 홍보 방안’이란 대외비가 찍힌 보고서를 앞에 꺼내 놓았다.

 

  보고서에는 화성이 대진을 인수해야 하는 당위성이 화성그룹의 21세기에 추진하는 장기 사업 전략과 맞물려 있어 누가 봐도 타당성이 있어 보이게끔 되어 있었다.

 

  이것은 보도 자료가 나가게 될 때 혹시 모를 의혹을 자연스럽게 잠재우도록 창배가 고심해 만든 문건이었다.

 

  조만호는 화성이 대진을 인수함으로 앞으로 얻는 시너지 상승효과로 앞으로 5년 후에는 재계 순위 3위가 목표라는 문구 앞에서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광고는 이렇게 많이 해야 하나?”

 

  “예. 신문사들도 어려운데, 이럴 때 인사치레로 한번 씩 들 줘야 합니다.”

 

  창배는 광고비로 약 이십오 억 원을 책정해 올려놓았다. 이는 다 쓰진 않더라도 당근과 채찍으로 일단 언론에 칼자루는 쥐고 있자는 속셈이었다.

 

  조만호는 별말이 없었다. 앞으로 재계 3위의 총수인데 그깟 이십오 억 원,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이거…….”

 

 

  창배는 조만호가 보고서를 대충 다 훑어보자 들고 있던 결재 판에서 클립이 붙은 에이 훠 용지 세 장을 꺼내 앞에 내놓았다.

 

 

  “이건…… ?”

 

  “인사해야 할 기자들입니다. 한번 보십시오. 유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출입 기자와 각 신문 경제부나 산업부에서 철강을 담당하고 있는 기자 명단입니다. 건설도 빼놓을 수 없어 그쪽 담당 기자들도 일부 집어넣습니다.”

 

  “술자리를 마련할 건가?”

 

  “예.”

 

  “사람이 많아 술값만 해도 꽤 나올 것 같은데. 그런데 술자리만 마련하면 되는 거야? 뭐라도 좀 줘야 하는 건 아닌가?”

 

  “물론, 당연히 줘야죠.”

 

 

  창배는 촌지 이야기를 하려다 조만호 회장이 먼저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일이 술술 풀려간다고 생각했다.

 

 

  “그럼, 다 하려면 얼마나 있어야 하나?”

 

  “우선 한 일억 만 주십쇼. 빠듯하게 써 보고 모자라면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내가 한 삼천 을 더 줄 테니 가져가. 놀겠다고 하는 사람들 있으면 전부 놀게 하라고.”

 

  “알겠습니다.”

 

  “돈은 내가 두어 번에 나눠 보내도록 하겠네.”

 

 

  창배는 현금이라 부피가 커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회장실에서 나온 창배는 박두식 전무 방을 지나다 문이 열린 것을 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박두식은 신문을 보고 앉아 있다 창배가 들어서자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창배는 박두식의 맞은편 의자에 가 앉았다.

 

 

  “회장님이 찾아서 들어갔더니 대진을 인수하면 광고를 하겠다고 준비하랍니다. 참, 그리고 계약하는 날 기자들하고 저녁 약속을 하기로 했는데 그날 전무님 갖고 계신 법인 카드를 쓰겠다고 회장님에게 말씀드렸습니다.”

 

 

  박두식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걸 보며 창배는 일어나 나왔다.

 

  ***

 

  “어머, 오빠!”

 

 

  윤희가 꽃이 담긴 수반을 들고 오다 창배를 보자 아주 반색을 하며 다가왔다.

 

  며칠 안 봤더니 얼굴이 핼쑥해 있었다. 창배는 그런 윤희를 보자 불쑥 섹스가 하고 싶었다.

 

 

  “윤희야! 너, 나 좀 보자.”

 

  “왜 그래, 오빠.”

 

  “잠깐, 이리 들어와.”

 

 

 차를 준비하는 탕비실에 먼저 들어 간 창배는 윤희가 들어오자 곧 안에서 문을 걸어 잠갔다.

 

 

  “뭐, 하려고 그래?”

 

  “가만히 있어 봐.”

 

  “어머! 마, 말 두 안 돼……!”

 

 

  곧 창배가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를 챈 윤희가 놀라 소리를 지르자 창배는 서둘러 윤희의 스커트를 위로 올리고 팬티를 밑으로 잡아 끌어내렸다.

 

 

 “어, 어! 어떻게 여기서…….”

 

  “조용히 해!”

 

 

  창배는 주방 의자에 윤희의 허리를 굽혀 숙이게 한 후 뒤에서 다짜고짜 찔러 넣었다. 창배가 속살을 헤집고 들어오자 윤희는 통증을 느꼈지만 혹시 박두식이 들을까 애써 이를 악물었다.

 

  ***

 

  화성이 대진 주식회사를 인수키로 계약 체결하는 날 오전, 홍보실 직원들은 각 언론에 보도자료를 돌리고 찾아오는 기자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바빴다.

 

  창배는 오후가 되자 조금 여유를 찾는 듯했지만 회장이 약속 한 돈이 이틀이 지나도록 오질 않자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혹시 회장이 잊은 건 아닌가 싶어 조금 더 기다려 보고 한 번 들어가 얘기를 해 보리라 생각했다.

 

  이럴 때 그 자금부 여직원의 이름이라도 알아두었더라면 전화라도 한번 해볼 텐데, 그렇지 못했음을 뒤늦게 후회했다.

 

  창배는 혹시 자기가 없는 사이에 여 직원이 다녀갈까 봐 자리도 비우지 못한 채 좁은 사무실 안을 쳇바퀴 돌 듯 왔다 갔다 했다.

 

 

  “저어…… 늦어서 미안해요.”

 

 

  자금부 여직원이 들어온 것은 퇴근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였다.

 

  여직원은 회장의 지시를 받고 다른 일로 깜박했었다며 몹시 미안해했다. 창배는 여직원의 가슴에 달려있는 명찰로 슬쩍 눈길을 줬다.

 

 

  ‘대리 이순옥’

 

 

  창배는 여직원의 이름을 머릿속에 입력했다. 창배는 이순옥이 건네주는 검정 가방을 받아 책상 밑으로 밀어 넣으며 서랍에서 조그만 봉투를 꺼내들고 이순옥의 뒤를 좆아 문 밖으로 나갔다.

 

 

  “저어, 잠깐만!”

 

 

  이순옥은 나가다 창배의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다봤다.

 

 

  “저기, 이것…….”

 

  “이게 뭐예요?”

 

  “늘 신세 지는 것 같아 조그만 선물 하나 샀습니다.”

 

  “어머, 안 그래도 되는데……!”

 

  “하하, 앞으로 순옥 씨께 잘 봐달라고 드리는 미낍니다. 미끼는 덥석 무는 겁니다.”

 

  “어머, 어떻게, 제 이름을…… 고마워요.”

 

 

  이순옥의 얼굴은 벌게졌다. 창배는 이 대리라고 하는 것보다는 이름을 한번 불러 줌으로 상대로 하여금 자신을 각인시키는 데 극적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창배는 이순옥이 돌아가 봉투 속의 함을 꺼내 보고 놀라는 광경을 상상하곤 씩 미소를 지었다. 이순옥에게 주려고 점심시간에 일부러 백화점에 가 비싸게 골라 산 다이아 반지였다.

 

 

  “나 약속이 있어 먼저 나간다. 방송 뉴스와 초판 신문 나오는 대로 보고 연락해 줘. 그리고 내가 전화할 때까지 퇴근들 하지 말고 모두 대기들 하고.”

 

 

  창배가 직원들에게 지시하고 허겁지겁 검정가방을 들고나가는 것을 여직원 최미정이 뿌루퉁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최미정은 최창배가 이순옥에 뭔가를 건네는 것을 사무실에 들어오다 창배의 뒤편에서 보곤 입을 샐쭉했다.

 

  ***

 

  이튿날 창배는 회사 근처에서 자고 새벽 일찍 출근했다. 사무실에 들어갔더니 박양선이 각 신문에 난 대진 인수 관련 자료들을 전부 스크랩해 놓고 있었다.

 

 

  “뭐, 어제 초판하고 달라진 건 없지?”

 

  “예. 바뀐 게 없는데요.”

 

 

  창배는 의자에 앉아 스크랩 한 기사들을 하나하나 넘겼다. 어제 화성그룹이 대진을 인수한다고 나온 기사들을 다 훑어봤지만 기사 내용은 그런대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각 경제지는 일면 상단에 톱기사로 다뤘고 일간지 성우일보의 경우는 화성의 가전 공장 준공에 이어 대진 인수를 놓고 ‘화성그룹, 5년 내 재계 순위 3위 넘봐’ 란 제목으로 경제면에 크게 할애해 화성 그룹의 각 계열사들을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창배는 정아에게 전화해 회장이 출근했는지 확인했다. 곧 들어올 예정이라고 했다.

 

 

  “양선 아! 너, 어제 집에 못 들어갔지?”

 

  “예.”

 

  “자, 가서 사우나라도 하고 들어와.”

 

 

  창배는 지갑에서 오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 박양선에 건넸다. 박양선의 얼굴 표정이 잠시 일그러지는 듯했지만 곧 받아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어제는 생각보다 기자들이 절반도 되지 않는 일곱 명밖에 나오질 않았다.

 

  그것도 일 차로 저녁 먹고 몇 명은 바쁘다고 가고 이 차는 겨우 김무웅을 포함해 네 명이 단란주점으로 가 고작 양주 한 병을 비우고 헤어졌다.

 

  창배는 조만호 회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회장실이 있는 15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막 내리자 김일동 상무가 엘리베이터 앞에 대기하고 있어 창배는 회장이 지금 올라오고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 회장 전용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막 조만호 회장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섰다. 창배는 얼른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따라와!”

 

 

  조만호는 창배를 보자 한마디하고는 앞서 걷기 시작했다. 비서실 문 앞에는 직원들이 도열해 있다 조만호가 지나자 일제히 허리를 꺾었다.

 

  창배는 조만호의 뒤를 따라가다 앞에 선 정아에게 눈을 찡긋했다. 조만호는 따라 들어간 정아에게 상의를 내맡기고는 응접용 테이블이 있는 소파에 가 앉았다.

 

 

  “이것 한번 보십시오!”

 

 

  창배가 앞으로 가 대진 인수 관련한 기사 스크랩을 내놓자 조만호는 창배가 노란 형광펜으로 그어 놓은 주요 제목들을 훑어 내렸다.

 

  창배는 박양선이 스크랩 한 것 중 조금 부정적이거나 회장이 읽다 이상할 것 같은 기사들은 사무실에서 미리 다 빼 버렸다.

 

  창배는 스크랩 철을 회장이 뒷부분까지 다 넘기고 책상 위에 내려놓자 그제야 마음을 놓으며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별일들은 없었나?”

 

  “예. 어제 한 이십여 명이 나와 뒤치다꺼리하느라 아주 혼났습니다. 자기들도 한 번에 이렇게 많이 모이기는 처음이라며 화성이 기자들 관리를 잘하는 모양이라고 합니다. 기회 되면 언제 한번 회장님을 한번 모셨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래? 그렇게 많이 들 참석했다니 아주 고생했겠구먼.”

 

  “모임이 오늘, 내일 인터넷과 주간지 담당 기자들 한 차례 씩 더 있습니다.”

 

  창배는 조만호에게 마저 받아야 할 팔천만 원을 환기시키기 위해 강조했다. 어제 술값 계산은 박두식 전무의 카드로 계산해 이순옥이 가져온 오천만 원 대부분은 창배의 차 뒤 트렁크에 실려 있었다.

 

  오늘 중 은행 구좌에 집어넣을 생각이었다. 그때 정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화성 전자 사장이 급히 보고할 일이 있다고 와 있습니다.”

 

  “그래. 들어오라고 해. 자넨, 뭐 더 얘기할 것 남았나?”

 

  창배는 빨리 본론을 얘기해야겠다고 서둘렀다.

 

 

  “저어, 얼마 전에 말씀드린 그 인사 문제를…….”

 

  “알았어. 좀 있어 보자 구.”

 

 

  그때 화성 전자를 맡고 있는 김순근 사장이 들어서자 창배는 하는 수 없이 회장실을 나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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