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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놈 nom
작가 : 초파기
작품등록일 : 2017.12.3

화성그룹의 홍보실에 근무하는 과장 최창배는 어느 날 비서실에 새로 온 여직원을 만난다. 여직원은 대학시절 창배를 죽자 따라다닌 서클 후배 유정아. 자유분방한 성격의 창배는 50억 원을 모으면 정아와 결혼하기로 약속한다. 주위에 최창배를 좋아하는 여자들 틈에서 과연 창배는 50억원을 모으고 정아는 과연 그와 결혼을 할 수 있을까.

 
22. 인맥 넓히기
작성일 : 17-12-11 20:28     조회 : 33     추천 : 0     분량 : 9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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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니까 그 경주 안압지에서 발굴된 나무로 깎아 만든 남근의 용도는 과연 무엇이겠냐, 가 몹시 궁금증을 자아낸단 말입니다. 물론 남근 숭배 사상은 고대 사회부터 다산을 바라는 의미가 있긴 하지만 신라 왕족의 연희 장소로 주로 이용된 그곳에서 왜 하필 그게 못에 빠져 있으며 그 정확한 용도는 뭐냐는 겁니다. 더구나 그 펄 속에서 나무배도 함께 나왔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추정하기로는…….”

 

 

  오지희는 한참 이야기에 열중해 있는 창배의 모습을 물끄러미 건너다봤다. 오지희가 오랜만에 보는 그는 놀랍게도 달라져 있었다.

 

  그간 개인적으론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만나오곤 했지만, 그가 무슨 바쁜 일이 있었는지 한동안은 계속 만나지를 못했었다.

 

  더구나 지난번에 있던 이 모임에도 나오지 않아 그를 본 지 거의 두 달이 되어 가는 것이다. 의사, 변호사 등의 다양한 직업군의 젊은 사람들의 이 모임에 창배가 나오게 된 건 모임의 간사인 오지희 자신이 이끌어서였다.

 

  모임에 참석한 창배는 한동안은 모임의 분위기에 적응치 못하고 몹시 낯가림했다. 오지희는 이것은 그들과 창배의 상대적 위치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나온 창배는 불과 그간 오지희가 봐왔던 창배가 아니었다.

 

  그전에는 한쪽에 앉아 혼자 술잔을 기울이거나 아니면 조용히 남이 하는 이야기를 듣거나 했는데 오늘은 처음부터 재미난 이야기로 좌중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가는 그에게서 뭔가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으며 입고 있는 옷도 전과 달리 매우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외국 생활을 해온 자기가 보기로는 그가 입고 있는 옷은 명품이 틀림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요즘 사업하시는 분들은 어떻습니까? 전부 어렵다고 하는 데. 정말 그렇습니까?”

 

 

  기재부에 근무하고 있는 이정빈이 물었다.

 

 

  “어휴 말도 말아요. 지난해보다 매출이 반으로 줄었어요. 우리는 특히 중동 쪽에 거래 선이 많은데 수출도 안 되고 이러다 문 닫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김영복 씨야 무역업을 하니 그럴 때도 있다고 하지만 의사인 저도 요즘은 환자가 없어 병원 개원할 때 진 빚을 아직 못 갚고 있어요. 남들은 보통 일 이년 정도면 다 갚는다는데 동네마다 하루 한 개씩 개원하는 게 병원이니 이 짓도 이제 못할 일입니다.”

 

  “저는 박재원 씨가 정신과 의사라 그런지 말할 땐 늘 조심스러워요. 꼭 남의 속을 꿰뚫고 있는 것만 같아서.”

 

  “하하하, 그건 저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네. 저도 오지희 씨 말대로 늘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너무 오버하시는 거 아닙니까? 그럼, 교도관을 가장으로 둔 가족들은 그 가장이 비번이라 집에 있을 때는 어떻게 생각을 해야 합니까?”

 

  “생각해 보니 그것도 그러네요.”

 

  “최기원 씨는 어때요? 내가 돈 벌어 번듯한 내 병원을 짓게 되면 최 형한테 맡기려 했는데 부지하세월이 되게 됐으니.”

 

  “다 마찬가지지요. 뭐.”

 

  “참, 최기원 씨는 건축연구소를 한다고 했죠?”

 

 

  창배가 물었다.

 

 

  “뭐, 그럭저럭 조그만 구멍가게 하나 꾸려가고 있죠.”

 

  “글쎄, 최기원 씨는 저렇게 겸손하다니까. MIT 공대를 우등으로 졸업 한 사람이.”

  “지난해엔 젊은 건축인들이 주는 무슨 상인 가도 받았잖아.”

 

  “최기원 씨! 저…… 우리 화성그룹 일을 한번 해 보시지 않겠어요?”

 

  “화성 일이오?”

 

  “예. 지금 화성이 파주 출판 단지 쪽에 땅이 있어 대규모 놀이 시설을 계획하고 있거든요. 미국이나 일본에 있는 디즈니랜드 같은. 물론 장차 통일 후를 바라보고 하는 거지만 그 설계를 최기원 씨가 한번 해 보실 생각 있습니까?”

 

  “그거야 공모를 하지 않겠어요?”

 

  “물론 국내외 저명한 건축가에게 설계 공모를 의뢰할 겁니다. 그런데 최기원 씨에도 기회를 줄 테니 일단 공모에 응하란 말입니다. 그러고 나면 아마 최기원 씨가 하게 되기가 쉬울 겁니다.”

 

  “제가 하게 된다고요?”

 

  “물론이죠.”

 

  “쟁쟁하신 분들이 많을 텐데, 감히 제가 어떻게……?”

 

 “ 제가 한다면 되는 겁니다.”

 

  “…… ?”

 

 

  최기원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화성 그룹에 다닌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직 이렇게 자기를 당당히 드러내 보인 적은 없었다.

 

  오늘 보니 말도 굉장히 잘하고 분위기를 잘 이끌어 가고 있는 사람이 그간은 어찌 그리 가만히 있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최기원은 그가 이렇게 큰소리치는 걸로 봐서 화성그룹에서 굉장한 위치에 있는 거로 생각이 되었다.

 

 

  “그렇다면, 저에게 기회를 한번 주십시오. 아직 경험은 그리 없지만,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하하하, 그럽시다. 확정이 잡히는 대로 제가 연락을 드리죠. 자, 그럼 이제 모두 나가 이 차를 갑시다. 이차는 제가 근사한 데로 가 한잔 사죠.”

 

  “아니, 오늘 최창배 씨가 웬일이야? 사람이 달라 보여.”

 

  “제 얼굴에 뭐가 묻었습니까?”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창배를 쳐다보자 창배는 갑자기 어색한 듯 말했다. 오지희는 사람들 간의 오가는 대화를 들으며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화성 건을 매듭져야겠다고 생각했다.

 

  ***

 

  오지희는 창배가 약속한 시각이 되도록 오지를 않자 점차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화성그룹과의 광고 대행사 계약이 될 듯하면서도 자꾸 미뤄지자 회사에서는 전사적으로 매달려 마침내는 부사장이 직접 나서게 되었다.

 

  지난번 모임에서 오지희가 창배에게 그 얘기를 끄집어내자 창배는 은근히 회사의 책임 있는 사람과 접촉을 했으면 하는 눈치였다.

 

  그 후 창배가 직접 부사장과 통화를 했는지 오늘 전격 약속이 이루어진 것이다.

 

  창배는 약속 시각을 이십 분이나 넘겨 나왔다. 그간 부사장은 속이 탔는지 그의 엽차 잔엔 물이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아, 미안합니다.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 그만…….”

 

 

  창배의 말과 달리 오지희는 그가 어디서 샤워를 하고 왔음을 알았다. 그에게서 자신과 섹스를 한 후 늘 가방에 넣어 갖고 다니며 애용하는 클라란스 스킨 향이 났다.

 

 

  “제가 부사장 김일두입니다. 진작 한번 찾아뵀어야 했는데, 우리 오지희 씨에게만 맡겨놓아 죄송합니다.”

 

 

  부사장은 아주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니, 괜찮습니다. 앞으로 잘 좀 해 주셔야겠습니다. 휴먼이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화성의 광고 물량은 배로 늘어 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건 염려하지 마십시오. 아마 차장님께서 두고 보시면 아실 겁니다.”

 

  “좋아요. 그런데 휴먼에서 저희 그룹의 성격이나 내용을 먼저 파악해야겠지만 그 전에 먼저 서둘러줘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뭐죠?”

 

  “화성건설 해외 시에프를 빨리하나 만들어 줘야겠습니다.”

 

 

  창배는 조영기가 얘기한 걸 생각해 말했다.

 

 

  “아, 그건 걱정 마십시오. 오지희 씨한테 미리 귀띔으로 듣고 바로 회사 내 팀 구성을 마쳤습니다. 내일이라도 당장 화성에 들어가 협의를 하겠습니다.”

 

  “저, 이거…….”

 

 

  술이 몇 순배 돌고 오지희가 걸려온 전화를 받기 위해 밖으로 나가자 김일두가 가방에서 봉투를 꺼내 창배 앞쪽에 내놓았다.

 

 

  “참, 이거…… 면목 없습니다. 난 부사장님한텐 정말 이런 얘기하고 싶지가 않은데, 우리 사장님이 은밀히 얘기를 해 오는 통에…….”

 

 

  창배는 얼른 김일두가 꺼내 놓은 봉투를 집어 들어 양복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두툼한 촉감으로 백만 원짜리 수표로 계산해 넣었음을 직감했다.

 

 

  “잘 해 주십시오. 잘 만하시면 저도 계약기간과 상관없이 부사장님과 오래 인연을 맺고 싶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잘할 겁니다.”

 

 

  김일두는 짐작대로 약발이 잘 먹히자 희심의 미소를 지었다.

 

  직원인 오지희가 자신 있다고 해 그냥 맡겨 놓은 게 자꾸 차일피일 지연되길 레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담당 차장 놈이 자신에게 직접 전화를 해 돈을 요구해 올 줄은 전혀 예상을 못 했다.

 

  김일두는 미국인 사장에게 한국적 상황을 이해시키는 게 조금 어렵긴 했지만 그래도 피티 준비로 직원들을 고생시키지 않은 게 무엇보다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미 자기 손을 떠난 삼천만 원이야 정말 이놈 말대로 화성의 사장이 먹든, 아니면 이놈이 처먹든, 그건 자기가 알 바 아니라 생각했다.

 

 

  “차장님. 그럼 저는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오지희가 들어오자 김일두가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아니, 벌써 가시게요?”

 

  “죄송합니다. 급한 약속이 있어.”

 

  “오늘 사장님 집에서 임원 모임이 있어요. 가든파티를 한대요. 마침 화성그룹 광고주 유치 축하 파티가 되겠네요.”

 

 

  오지희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일어나죠.”

 

  “아니, 저 때문에 괜히.”

 

  “아닙니다.”

 

 

  김일두가 떠나자 창배와 오지희는 약속이나 한 듯 허겁지겁 호텔을 찾아 들었다.

 

  방안에 들어서자 오지희는 핸드백을 내던지곤 두 팔로 창배의 목을 감으며 창배의 입술을 빨기 시작했다. 창배는 못 참겠다는 듯 오지희를 바닥에 눕혔다.

 

  이어 그들의 몸에 걸쳤던 옷들이 하나둘 카펫 위에 뒤섞였다. 오지희가 창배의 몸 위로 올라갔다.

 

  창배는 자기의 하체에 걸터앉은 오지희의 가슴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오지희의 고개가 뒤로 꺾이자 창배는 곧 그녀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

 

  “아저씨, 담배 하나 주세요.”

 

  “예, 잠깐만 기다려…… 어, 네가 웬일이냐?”

 

 

  창수는 손님이 산 물건을 봉투에 담다가 담배를 찾는 손님이 동생 창배인 것을 알아보곤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여보. 창배 왔어!”

 

  “어머. 삼촌 오셨어요?”

 

 

  창수의 이야기를 듣고 한쪽 구석에 앉아 물건을 정리하고 있던 그의 아내가 반색 하며 달려 나왔다.

 

 

  “어떻게 집에는 들어갔다 오신 거예요?”

 

  “아니요. 지금 들어가다 잠깐 들른 거예요.”

 

  “저녁은 어떻게 하셨어요?”

 

  “아니, 여보 그러지 말고 당신이 얼른 들어가 차려 주고 와. 지금 뭔 밥을 먹었겠어.”

 

  “아니에요. 놔두세요. 잠깐 들러 엄마, 아버지나 보고 가죠.”

 

  “그래도…….”

 

  “신경 쓰지 말아요. 잠깐 들어갔다 나올게요.”

 

 

  창배는 형수가 따라 들어오려는 것을 만류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아니, 연락도 없이 어떻게 왔어?”

 

 

  창배의 엄마와 아버지는 과일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가 창배가 들어서자 반색을 해 맞았다.

 

 

  “인수하고 인길이는 어디 갔어요?”

 

 

 어린 조카들이 보이질 않자 창배가 물었다.

 

 

  “다 공부하러들 갔어. 에미가 이곳에 오자마자 애들을 놀리면 안 된다고 전부 학원들을 보냈다. 걔들은 늦게 와. 아주.”

 

 

  창배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제 가정이 안정을 되찾아 가는 것 같아 흐뭇한 생각이 들었다.

 

 

  “어떠세요? 아버지.”

 

  “뭐가 어때?”

 

  “이쪽 일산으로 이사 와서 좋으시냐고요?”

 

  “좋긴 뭐, 그렇지.”

 

  “네 아버진 좋으면서 괜히 저러신다. 그나저나 네 덕분에 우리 집안에 이제 꽃이 폈다. 네 형이 하는 슈퍼야 살던 집을 팔아 했다손 쳐도 이 집하고 네 형이 진 그 빚들은 너 아니면 어디 언감생심 꿈이나 꿔 봤겠냐. 내 이제 아주 마음이 편안타.”

 

  “이봐. 수다 그만 떨고, 쟤 밥 안 먹었었을 텐데, 얼른 밥이나 차려다 줘.”

 

  “너 아직 저녁밥 안 먹었니?”

 

  “먹었으니, 염려 마세요.”

 

  “너도 얼른 장가를 가야 할 텐데. 왜 아직 색시가 없냐? 어떤 여자든 오면 이제 너 돈 잘 벌어 좋을 텐데. 어디 내가 한번 알아보랴? 창배야! 이제 우린 꿀릴 것도 없다. 안 그러냐?”

 

  “그만 떠들어. 모처럼 온 애 붙잡고 왜 그리 수다를 떠는 거야?”

 

  “너, 네 아버지가 이사 올 때 놔두고 오지 않은 게 딱 한 가지 있는데, 그게 뭔지 아니? 바로 저 내가 말할 때마다 시시콜콜 간섭하는 거다. 그 구질구질한 세간살이 다 버리고 오면서 왜 저 간섭하는 버릇은 못 버리고 왔는지 알 수가 없구나.”

 

  “그만해, 이 여편네야. 어떻게 이사 오더니 말이 더 많아졌어.”

 

  “알았어요. 그만 해요.”

 

  “야, 창배야!”

 

  “예…… ?”

 

  “그런데, 너 정말 장가 안 가냐?”

 

  “하하하, 안 가긴 왜 안 가요. 이제 가야죠.”

 

  “언제 갈 건데?”

 

  “예?”

 

  “당신은 나 보고 말하지 말라고 해 놓을 땐 언제고…….”

 

  “뭐라고!”

 

  “아니에요. 그만합시다.”

 

 

  창배는 엄마와 아버지의 대화 속에서 오랜만에 가정의 따스함을 한껏 느끼며 돈의 위력을 새삼 절감했다.

 

  집에서 나온 창배는 형의 가게에 잠깐 들러 인사나 하고 가려다 형과 형수가 들어찬 손님들로 몹시 바쁜 것 같이 보여 그냥 발걸음을 돌렸다.

 

  백만 원 수표 두 장씩을 받아들고 당황해하던 엄마 아버지의 모습을 떠 올리며 창배는 모처럼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을 느꼈다.

 

  ***

 

  “새꺄, 잔소리 말고 빨리 나와 봐! 네가 보면 정말 홀딱 반할 사람들이란 말이야.”

 

  “야, 내일로 연기하자니까! 오늘은 정말 안 돼.”

 

  “그럼, 관둬 인마! 전부 없던 거로 해. 그 사람들이 뭐가 아쉽다고 너한테 약속을 맞출 것 같냐, 새꺄!”

 

  “하, 그 새끼 정말. 알았어. 그럼 지금 나갈게.”

 

 

  창배는 윤수의 전화를 받고 할 수 없이 정아와의 저녁 약속을 나중으로 미루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창배는 신문사 정치부 차장으로 있는 친구 윤수에게 각 분야의 아는 사람들을 한번 만날 수 있도록 소개해 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창배는 화성그룹은 물론 앞으로 사회생활을 좀 더 제대로 해 나가기 위해서는 외부의 휴먼 네트워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하필 오늘 정아의 생일이라 저녁을 함께하기로 했는데 윤수로부터 그 일로 만나자는 연락이 온 것이다.

 

  창배가 택시를 타고 청담동에 있는 룸살롱 황제에 도착해 들어가자 마담이 그들이 있는 방으로 안내를 했다. 윤수를 포함해 남자들만 넷이 앉아 있었다.

 

 

  “자, 오늘 모두 처음 만나는 사이들이니 제가 잠깐 소개를 하죠.”

 

 

  윤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 사람씩 소개 했다.

 

 

  “먼저 이 분은 이번에 국회의원으로 출마한 김을룡 씨, 그리고 이쪽은 벤처 회사 대표인 이길호 사장. 제 옆에 앉은 이 분은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이번에 한국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김일한 박사입니다. 아마 생물학 분야에선 대한민국 최고 전문가가 될 겁니다.”

 

  ‘새끼, 그래도 기자라고 발은 넓군.’

 

 

  윤수가 소개하는 참석한 사람의 면면을 보며 창배가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나중에 온 이 사람은 화성그룹의 최창뱁니다. 비록 직급은 차장이지만 화성의 실세 중의 실셉니다. 부장이고 이사야 지금이라도 당장 마음만 먹으면 달수는 있지만, 너무 빠른 진급도 좋지 않아 그냥 차장에 머무르고 있죠. 그렇지 않습니까, 창배 씨?”

 

 

  창배는 윤수의 소개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사람들은 서로 창배와 같은 필요에 의해 만나게 되어서인지, 아직 술이 나오기 전이지만 스스럼없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이제 그만 술을 가지고 올까요?”

 

 

  안에서 얘기가 길어지자 마담이 들어와 물었다.

 

 

  “좋아. 그렇게 하구, 애들도 아예 넣어 줘. 예쁘지 않으면 안 돼.”

 

  “염려 마세요. 이 동네 최고인 애들만 있는 걸 요.”

 

  “잠깐, 너희들 거기 한번 죽들 서봐라.”

 

 

  아가씨들이 들어오자 벤처회사 대표라는 이길호가 그들을 한쪽에 일렬로 세웠다.

 

 

  “다, 나가!”

 

  “예…… ?”

 

 

  일렬로 늘어선 아가씨들은 갑작스러운 손님의 말에 전부 영문들을 몰라 했다.

 

 

  “너희들 다 나가고 마담 언니 좀 오라고 할래?”

 

 

  이길호의 말에 김윤수만 싱글벙글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창배도 영문을 몰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마담, 우리 애들 필요 없다.”

 

 

  마담이 들어오자 이길호가 말했다.

 

 

  “아휴, 참 사장님도 갑자기 왜 그러세요? 제가 일부러 골라 넣는데.”

 

  “필요 없어. 생각 있으면 기다릴 테니, 한 시간이 걸려도 좋아. 최고 예쁜 애들을 데리고 와. 그리고 이건 아까 들어왔던 애들 팁이다. 하긴 걔들이야 무슨 잘못 있나? 제 부모를 탓해야지.”

 

 

  이길호는 지갑에서 백만 원짜리 수표를 두 장 꺼내 내놓았다.

 

 

  “이십만 원씩 주고, 나머진 마담 거.”

 

 

  모두 이길호의 행동에 놀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창배는 술을 자기가 사겠다고 생각하고 왔지만, 이길호의 이런 행동에 적지 않게 놀랐다.

 

  그건 돈만 있어서가 되는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창배는 그에게서 어떤 보스와 같은 위엄을 느꼈다.

 

  아가씨들은 이길호가 말한 한 시간이 아닌 한 이십여 분이 지나자 들어왔는데 이번엔 그야말로 창배가 아직 술집에서 보도 못 한 미인들이었다.

 

  창배는 자신이 이 정도 생각할 정도니, 나머지 사람들은 말할 나위가 없으리란 생각을 했다. 특히 김일한 박사의 눈은 휘둥그레져 있었다. 외국에서 공부만 하다 온 그는 꽤나 놀란 모양이었다.

 

  술자리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분위기는 점차 무르익고 창배는 오늘 이 사람들이 썩 괜찮은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서는 오지희와의 모임에서 만났던 사람들과는 또 다른 어떤 동적인 게 느껴졌다. 창배는 모임은 구성원에 따라 풍기는 분위기가 다른 거라 생각했다.

 

 

  “창배 씨는 말이요. 내가 보기에 앞으로 정치를 하면 잘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어떻소? 정치를 한번 해 보지 않겠소?”

 

  “제가 무슨 정치를 합니까. 저는 김을룡 씨나 힘껏 돕지요.”

 

  “그거 정말이오?”

 

  “물론이죠.”

 

  “제가 그간 김춘수 의원을 팔 년이나 모셨습니다. 제가 이번에 신한당 후보로 나오는데 뭐, 그리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막상 붙게 되면 아무래도 청록당 삼선인 김덕수 후보가 좀 걸림돌이겠지요.”

 

  “머리 좀 아프겠습니다.”

 

  “뭐, 선거는 의외성이 있으니까요. 더구나 김윤수 씨가 도와주고 있으니 잘 될 겁니다. 신문에 제 이름 한 줄만 나와도 큰 힘이 되니까요.”

 

  “윤수 씨가 많이 도와줘야겠네.”

 

  “어이쿠, 말도 마라. 얼마 전 김을룡 씨 지역구인 서대문 갑에서는 김을룡 씨가 신한당의 경선 후보 중에서 공천될 가능성이 유력시되고 있다고 기사를 썼다가 나머지 후보들한테 항의 전화를 엄청 받았다. 이러니 막상 본 선거전에 들어가면 얼마나 머리가 아프겠냐. 그쪽은 김덕수 씨가 워낙 터를 잘 닦아 놓아. 앞으로 막판 바람이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

 

 

  창배는 맞은편 자리에 앉아있는 김일한 박사를 바라다봤다. 술에 취한 그는 아까부터 파트너의 가슴 속에 손을 넣어 주무르고 있다가, 이젠 아예 자기 무릎 위에 올려놓고 스커트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더듬고 있었다.

 

  이길호는 그런 김일한을 재미있다는 듯이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야, 창배야 너 김을룡이한테 보험 좀 들어 놔라.”

 

 

 창배가 화장실을 갔다 오는데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던 윤수가 창배에게 말했다.

 

 

  “새꺄, 갑자기 보험은 무슨 보험이야?”

 

 

  창배는 짐짓 모른 척 대답했다.

 

 

  “김을룡이 한 테 돈 좀 주라고, 인마! 사실 저 친구가 될 가능성이 커. 내가 아는 조사기관을 통해서 암암리에 여론 조사를 해 봤어. 그런데 이건 아직 저 친구한테도 얘기 안 한 건데, 막상 선거에선 김덕수보다도 저 친구 지지율이 더 우세하게 나왔어. 그런데 내가 일부러 그것만 빼놓고 기사를 썼어. 기고만장해질까 봐. 저 친구가 그걸 알면 안 돼. 그러니 그냥 어려울 때 도와주는 척하란 말이야. 알았지?”

 

  “하, 새끼. 좌우지간 머리 굴리는 것 보면. 그런데 내가 지금 돈이 어디 있냐? 내일 보내주면 안 되냐?”

 

  “그건 상관없어. 그런데 너 지금 얼마 있는데?”

 

  “그건 왜?”

 

  “글쎄, 새꺄. 물어보면 대답이나 해.”

 

  “이런, 씨발 놈.”

 

  창배는 지갑을 열어 수표 두 장을 꺼냈다.

 

  “오늘 내가 술 사려고 갖고 온 이 백이다.”

 

  “그럼, 이거 내가 줄 테니, 오늘은 합해서 일단 이거라도 건네줘. 아마 백만 원쯤 들었을 거다.”

 

  “햐, 이 새끼 또 촌지 받았네.”

 

 

  윤수가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는 것을 본 창배가 말했다.

 

  “그럼 여기 술값은 어떡하고?”

 

  “그건 걱정하지 마. 이미 이길호 사장이 애들 데리고 나가는 이차까지 다 계산 끝냈어.”

 

  “야, 그 친구 그렇게 돈이 많아?”

 

  “너 들어오다 앞에 딱 서 있는 벤츠 봤지? 그거 그 친구가 타고 온 거야.”

 

  “무슨 돈을 그렇게 벌었냐? 그리고 무슨 기품까지 느껴지는 것 같던데.”

 

  “인마, 명색이 벤처회사의 대표다. 나중에 더 만나 보면 알게 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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