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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Blood Rose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17.10.30

천년에 한번 태어난다는 뱀파이어 로드. 선대 뱀파이어 로드는 반란으로 인해 죽으며 저주를 남긴다.
그 저주는 다음에 태어날 뱀파이어 로드는 인간인 블러드로즈를 옆에 두지 않는 이상 인간의 피를 마시면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은 느낀다는 저주였다.
저주를 두르고 태어난 뱀파이어 로드 '라티안스' 와 그의 블러드 로즈 '임지유'의 이야기.

 
27
작성일 : 17-11-26 14:14     조회 : 18     추천 : 0     분량 : 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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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티안스는 자신에게 내민 잔을 받고 물끄러미 잔을 내려다봤다.

 냄새만으로도 알 수 있다. 이게 인간의 피라는 것을.

 마셔야 한다. 마시지 않으면…. 다른 뱀파이어들에게 인간의 피를 마시지 못한다는 사실을 들킨다.

 라티안스는 잔을 꽉 잡고 천천히 잔에 입을 댔다.

 마실 수 있다. 마셔야만 한다. 마시지 못하면……. 안된다.

 라티안스는 눈을 질끈 감고 한입에 피를 털어마셨다.

 한편, 파티에 간 라티안스를 기다리며 지유는 초조한 기색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지유의 마음을 아는지 베일리는 지유의 어깨를 도닥였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로드라면 괜찮을 겁니다.”

 

 “…그렇겠죠?”

 

 “저희가 믿고 기다리지 않으면 누가 로드를 믿고 기다리겠습니까? 믿으세요.”

 

 “네, 믿고 있어요.”

 

 지유가 고개를 끄덕이며 라티안스가 무사히 돌아오길 기다리자고 마음먹은 순간 갑자기 팔뚝 쪽이 타는 듯이 아파졌다.

 갑작스러운 고통에 지유가 신음 하나 내질 못하자 베일리가 당황하며 몸을 숙였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다른 뱀파이어들도 지유의 곁으로 다가왔다.

 

 “지유 양,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모…. 모르겠어요. 갑자기 팔뚝이 너무 아파요…….”

 

 “팔뚝이요?”

 

 차마 말을 하지 못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베일리는 지유가 손으로 감싼 팔뚝을 살펴봤다.

 어째서인지 팔뚝에 새겨진 장미 모양의 반점이 새빨갛게 변해있었다.

 언제나 검은색이었는데…. 어째서 빨간색으로 변한 거지?

 

 “이걸 어쩌지…. 뱀파이어 세계엔 인간을 치료할 만한 뱀파이어가 없을 텐데…….”

 

 “지유 양, 괜찮아요?”

 

 “브리지트. 뭔가 이상해.”

 

 “뭐가?”

 

 “지유 양의 장미 문양이, 붉은색으로 변했어.”

 

 “붉은색으로…?”

 

 베일리의 말에 브리지트는 지유의 팔뚝을 바라봤다.

 베일리의 말대로 지유의 팔뚝에 새겨진 장미 문양이 붉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 색이 진해지면 진해질수록 지유는 점점 더 고통스러워했다.

 지유는 소리 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팔뚝을 꽉 잡았다.

 아파, 어째서 이렇게 아픈 거지? 지유는 이유 모를 아픔에 화가 날 지경이었다.

 

 “지유 양, 로드가 오실 때까지 참아주세요.”

 

 베일리의 말에 지유는 고통스럽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곧 괜찮아질 것이다. 그렇게 믿으며 지유는 고통을 삭혀야 했다.

 파티장에 있는 라티안스는 피를 마시고도 멀쩡한 자신의 몸 상태에 자신이 더 놀랐다.

 

 ‘어째서 아무렇지도 않은 거지…?’

 

 라티안스의 상태가 평온해 보이자 칼립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눈썹이 꿈틀거렸다.

 어째서 인간의 피를 마셨는데도 아프지 않은지 모르겠지만 지금이 기회였다.

 라티안스는 태연한 얼굴로 칼립을 바라보며 다 빈 잔을 내밀었다.

 

 “칼립 님이 주신 피라서 그런지 더 맛있군요.”

 

 “…….”

 

 “감사히 잘 마셨습니다. 그럼 파티를 즐겨도 괜찮겠습니까?”

 

 “…그래요. 즐거운 파티가 됐으면 합니다.”

 

 칼립은 못마땅하단 얼굴로 라티안스를 지나쳐갔다.

 칼립이 지나가자 슌은 안심했는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런 슌을 보며 라티안스는 아직 긴장을 놓지 말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슌은 다시 긴장하며 뻣뻣한 얼굴로 라티안스의 곁을 지켰다.

 

 “누가 좋을까. 슌, 그대는 어떤가?”

 

 “무엇이 말입니까?”

 

 “우리에게 협력할만한 뱀파이어가 있을 것 같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겠다고 말하지만 말고, 살펴봐. 이것도 그대에게 도움이 되는 훈련이니까.”

 

 “알겠습니다. 부족하지만 살펴보겠습니다.”

 

 슌의 말에 라티안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살펴봤다.

 파티에 참여한 뱀파이어는 다들 부유해 보였다.

 하지만 다들 칼립의 눈치를 살피는지 아무도 라티안스 쪽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모두 칼립을 신경 쓰는군.’

 

 진짜 뱀파이어 로드인 자신이 파티에 참여했는데도 다들 칼립의 비위를 맞추느라 바빴다.

 그들이 지금 신경 쓰고 눈치 볼 뱀파이어는 자신이 아니라 칼립인거다.

 자신의 입지는 겨우 이 정도이다. 억지로 로드의 자리를 빼앗은 칼립보다 못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라티안스의 입맛이 썼다. 라티안스가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겨 베란다로 나가자 아무도 없었다.

 찬 밤바람이 라티안스의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갔다.

 혼자서 가만히 경치를 바라보고 있을 때 분홍머리를 가진 누군가가 베란다로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누구지…?”

 

 “제 이름은 에디스입니다. 로드의 이름을 물어봐도 괜찮겠습니까?”

 

 “내 이름은 라티안스다.”

 

 “라티안스 님이시군요…. 진정한 로드를 뵙게 돼서 기쁩니다.”

 

 에디스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곤 조심스럽게 베란다 안쪽으로 들어갔다.

 베란다 안쪽으로 들어온 에디스는 밖에서 이제 보이지도 않았다.

 아마 칼립에게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숨은 것이겠지.

 라티안스는 안쪽으로 몸을 숨긴 에디스를 보다가 앞을 바라봤다.

 

 “그래서 날 찾아온 이유는?”

 

 “…전 칼립을 단 한 번도 뱀파이어 로드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뱀파이어 로드가 나타나길 기다렸죠.”

 

 “나를 기다린 것이군. 그렇다면 그대는 나에게 힘을 빌려줄 준비가 됐나?”

 

 “준비됐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그러면 나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겠나? 우리에겐 자금이 필요해.”

 

 “그런 거라면 저에게 맡겨주세요. 얼마가 필요하든 마련할 수 있습니다.”

 

 “든든하군. 그럼 그대의 집을 알려줄 수 있겠나? 내가 그쪽으로 다른 이를 보내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에디스는 주변을 살펴 종이와 펜을 찾아 주소를 써서 라티안스의 손 위에 올려뒀다.

 그것을 끝으로 에디스는 자연스럽게 베란다를 나갔다.

 라티안스는 주소가 써진 종이를 보고 슌에게 건넸다.

 

 “가지고 있어. 잃어버리지 마. 누군가에게 들키지도 말고.”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더 있을 겁니까?”

 

 “…조금만 더. 칼립이 무엇을 하는지 보고 가는 게 좋겠지.”

 

 “알겠습니다.”

 

 칼립은 베란다에 서서 파티장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하하 호호 웃고 있는 뱀파이어 사이에서 하얀 머리카락의 칼립은 유독 눈에 띄었다.

 그리고 칼립의 비위를 맞추는 뱀파이어 역시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아까 어째서 인간의 피를 마셨는데 괜찮았던 거지?’

 

 그건 분명 인간의 피였다. 원래라면 마시자마자 죽을 정도의 고통을 느껴야 하는 게 맞았다.

 그런데 왜? 마셨지만 왜 고통이 없었던 거지? 블러드 로즈인 지유는 숙소에 있었다.

 그러니까 자신은 아파야 정상이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라티안스는 베란다에서 나왔다.

 

 “로드?”

 

 “왠지 모르게 불길해. 가봐야겠어.”

 

 라티안스는 망설이지 않고 파티장에서 나갔고 슌도 그 뒤를 따라갔다.

 라티안스가 파티장에서 나가는 걸 뒤에서 지켜보던 칼립은 눈을 가늘게 떴다.

 

 ‘뭔가 이상해.’

 

 분명 라티안스에게 준 것은 인간의 피였다. 그걸 마시고 고통스러워하지 않은 게 칼립은 계속 마음에 걸렸다.

 칼립은 조심스럽게 파티장 구석에 서 있는 테크에게 걸어갔다.

 

 “테크, 라티안스의 뒤를 쫓아.”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블러드 로즈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죽여버려.”

 

 “네.”

 

 칼립의 명령을 받은 테크는 다른 뱀파이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은밀하게 파티장을 나갔다.

 테크가 라티안스의 뒤를 쫓아갔음에도 칼립은 계속 불안했다.

 그 불안함이 어디에서 오는 불안함인지 아는 칼립은 입술을 씹었다.

 

 ‘진짜 뱀파이어 로드야. 하셸리 같은. 나처럼 무력으로 뺏은 게 아닌 원래부터 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존재.’

 

 언제나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하셸리보다 더 나은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드는 패배감이 있었다.

 아무리 자신이 하셸리보다 우수하고 똑똑해도 로드는 하셸리었다.

 그렇게 정해진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걸 칼립도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오늘, 억지로 쥐어 잡은 이 자리에 진정한 주인이 온 것이다.

 

 “젠장…!!”

 

 진정한 로드가 나타났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퍼질 것이다.

 그럼 공포로 눌러놓고 있던 뱀파이어들도 순식간에 라티안스 편으로 돌아서겠지.

 왜냐면 라티안스는 자신과 다르게 진정한 뱀파이어 로드니까.

 칼립의 검은 눈동자 안은 분노로 부글거렸다. 절대로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

 이 자리는 내가 차지한 자리이다. 누구와는 다르게 내가 스스로 움직여서 움켜쥔 자리!

 

 “라티안스….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어.”

 

 어차피 블러드 로즈만 없애버린다면 인간의 피도 마시지 못하는 뱀파이어 로드이다.

 인간의 피를 마시지 못한 뱀파이어는 보통 뱀파이어보다 훨씬 약하다.

 아무리 뱀파이어 로드라고 할지언정 인간의 피를 마시지 못하면 분명 약해질 것이다.

 그러니까 블러드 로즈만 처리하면 라티안스는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걱정할 것 따윈 없어. 테크에게 블러드 로즈가 있으면 죽이라고 했으니까 이 자리는 절대로 뺏기지 않아.’

 

 칼립은 테크가 잘 처리하고 올 거로 생각하며 다시 파티장의 중심으로 걸어갔다.

 지금 자신이 할 일은 흔들리는 뱀파이어들에게 누구에게 붙어야 하는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

 그리고 이 파티장도, 이 성도 지금은 자신의 것이었다. 유리한 건 여전히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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