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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Blood Rose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17.10.30

천년에 한번 태어난다는 뱀파이어 로드. 선대 뱀파이어 로드는 반란으로 인해 죽으며 저주를 남긴다.
그 저주는 다음에 태어날 뱀파이어 로드는 인간인 블러드로즈를 옆에 두지 않는 이상 인간의 피를 마시면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은 느낀다는 저주였다.
저주를 두르고 태어난 뱀파이어 로드 '라티안스' 와 그의 블러드 로즈 '임지유'의 이야기.

 
07
작성일 : 17-11-05 14:37     조회 : 25     추천 : 0     분량 : 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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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유는 지금 굉장히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처음 보는 금발에 벽안을 가진 외국인이 자신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할 때부터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별일 없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무엇일까? 어째서 이 남자가 자신의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걸까?

 거기다 블러드 로즈라니…. 아무래도 신생 사이비 종교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신도를 모집하는 모양이었다.

 

 “저…. 죄송한데 전 종교에 관심이…….”

 

 “사이비 종교도 아니고 수상한 사람도 아닙니다. …이렇게 말해도 수상하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요.”

 

 “그럼 도대체…….”

 

 “자세한 이야기는 그쪽에서 이야기해드리겠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이젠 돌아가야 합니다.”

 

 돌아가야 한다는 말과 동시에 클리프는 망설임 없이 지유의 팔을 잡았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팔을 잡는 손에 지유는 생경한 공포가 온몸을 지배했다.

 이대로 어디론가 끌려가 버리는 걸까? 클리프가 팔을 잡고 앞으로 걸어가자 갑자기 어마어마한 양의 빛이 눈을 괴롭혔다.

 눈을 뜨고 있기도 버거울 정도의 눈부심에 지유는 눈을 꾹 감았고, 빛이 사라졌다 느껴 눈을 뜨자 그곳은 처음 보는 집 안이었다.

 

 “이게……. 무슨…?”

 

 “로드, 블러드 로즈를 데려왔습니다.”

 

 “그대가 나의 블러드 로즈인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의 연속에 혼란스러워하던 지유의 귓가에 나지막한 목소리가 꽂혀 들렸다.

 마치 이 목소리의 주인을 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기묘한 느낌에 지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목소리를 낸 남자를 바라봤다.

 까마득한 심연처럼 어두운 흑색 머리카락에 피처럼 붉은 눈동자.

 마치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로 자신을 옭아매는 느낌에 지유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저……. 도대체 여기가 어디죠? 당신들은 뭐 하는 사람이에요…?”

 

 “클리프, 설명도 하지 않고 모셔온 거야?”

 

 은발의 신비로운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외팔의 여인이 한숨을 내쉬며 클리프를 바라봤다.

 자신을 책망하는 듯한 표정에 클리프는 곧 진이 닫힐 것 같아서 그랬다며 변명을 늘어놨다.

 그런 클리프를 무시하며 여인은 꽤 자애로운 얼굴로 지유에게 다가갔다.

 

 “많이 놀라셨죠, 블러드 로즈?”

 

 “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는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그건 못 믿겠네요. 저는 당신들이 누군지도 모르고, 또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으니까요.”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럼 저희 소개부터 하는 게 먼저겠네요.”

 

 베일리는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지유에게 인사했다.

 난생처음 받는 예의 바른 인사에 지유는 자신도 모르게 따라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블러드 로즈. 저는 베일리. 라티안스 님의 부하입니다.”

 

 “…부하? 여긴 무슨 회사인가요?”

 

 “그런 게 아닙니다, 블러드 로즈. 여기는 뱀파이어 세계, 그리고 라티안스 님은 뱀파이어 로드이십니다.”

 

 베일리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현실감이 전혀 없는 말들뿐이었다.

 뱀파이어, 뱀파이어 로드. 블러드 로즈…. 지유는 그 말들을 듣자 이게 분명 꿈이라고 생각했다.

 꿈이라면 얼른 깨고 싶어서 지유는 자신의 허벅지를 세게 꼬집어 봤으나 남는 건 얼얼한 아픔뿐이었다.

 

 “아파…….”

 

 “블러드 로즈. 이건 꿈도, 환상도 뭣도 아닙니다. 현실입니다.”

 

 “…….”

 

 “이곳은 뱀파이어 세계이고 이분은 뱀파이어 로드입니다.”

 

 “그만해둬, 베일리. 이 자도 적응할 시간을 줘야지.”

 

 “예, 로드.”

 

 라티안스의 말에 베일리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는 라티안스를 보자 지유는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TV에서 보던 연예인들보다 훨씬 더 잘생겼다. 거기다 묘한 색기까지…….

 지유는 자신의 얼굴이 붉어졌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슬쩍 시선을 돌렸다.

 

 “블러드 로즈. 믿기 힘든 건 알겠지만, 난 당신이 꼭 필요해.”

 

 “…저, 아까부터 절 계속 블러드 로즈라고 부르시는데. 전 임지유라는 이름이 있거든요?”

 

 “임지유…? 그게 당신의 이름인가.”

 

 “그래요! 그러니까 뭔지도 모를 이상한 호칭으로 부르는 건 그만둬줘요!”

 

 “임지유…. 그래, 그대가 그렇게 불러주길 원한다면.”

 

 그렇게 말하며 웃는 모습에 지유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누군지도 모르고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지만 얼굴 하나만큼은 잘생겨서 자꾸만 긴장하게 됐다.

 지유는 라티안스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고 다른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 그래서, 여러분들도 모두 뱀파이어라는 건가요?”

 

 “맞습니다.”

 

 “저를 데려오신 분…. 그러니까…….”

 

 “클리프라고 합니다, 블러드…. 아니 지유 님.”

 

 “그, 그냥 지유 양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렇지만 어찌 제가…….”

 

 “지유 님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단한 사람은 아니에요.”

 

 “그럼…. 알겠습니다.”

 

 클리프가 고개를 끄덕이자 지유는 한시름 놓은 듯 한숨을 내쉬고 아직 소개하지 않은 남자를 바라봤다.

 브리지트는 지유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뒤늦게나마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지유 양. 저는 브리지트, 저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뱀파이어입니다.”

 

 “…정말 다들 뱀파이어시네요.”

 

 지유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목을 두 손으로 감싸며 뱀파이어들에게서 살짝 물러섰다.

 그런 지유의 행동에 브리지트는 안심하라는 듯 웃었다.

 

 “겁먹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물론 저희가 인간의 피를 마시지만 살아있는 인간의 목덜미를 물진 않습니다.”

 

 “그럼……?”

 

 “정기적으로 저희에게 피를 주는 다른 인간들이 있습니다. 수많은 인간이 저희에게 피를 주죠.”

 

 “헌혈 같은 건가요?”

 

 “…비유하자면 그것과 비슷하겠네요.”

 

 브리지트의 말에 지유는 조금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지유를 보며 베일리는 작은 수혈 팩을 가져와 라티안스에게 건넸다.

 라티안스는 수혈 팩을 받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베일리를 바라봤다.

 

 “이건 인간의 피지? 정말 마셔도 괜찮은 건가?”

 

 “…저희가 알고 있던 것이 사실이라면요.”

 

 “그럼 마셔볼게.”

 

 지유는 라티안스가 묘하게 소심하게 피를 마시는 걸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뱀파이어면서 왜 인간의 피를 마시는 걸 꺼리는 거지?

 라티안스는 한 모금 피를 마시곤 눈을 질끈 감았다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눈을 떴다.

 

 “아프지 않아.”

 

 “정말 블러드 로즈가 있으니 피를 마셔도 괜찮나 보군요.”

 

 “우리에겐 그대가 필요해, 지유.”

 

 “…제가요?”

 

 “그래. 내가 인간의 피를 마시고 강해지기 위해선 블러드 로즈인 그대가 필요하거든.”

 

 “저……. 근데 아까부터 블러드 로즈, 블러드 로즈라고 하는데 도대체 블러드 로즈라는 게 뭐에요?”

 

 지유의 질문에 베일리는 지유가 최대한 알아듣기 쉽게 블러드 로즈에 대해 설명해줬다.

 하지만 전혀 처음 듣는 정의에 지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이해를 못 한 듯한 지유의 모습에 다시 천천히 설명해주자 지유는 그제야 조금 이해한 듯 보였다.

 

 “그러니까 블러드 로즈는 피를 정화하는 능력밖에 없다는 거죠?”

 

 “네, 맞습니다.”

 

 “그래서 다른 뱀파이어 로드들에겐 블러드 로즈는 필요가 없는 거고요.”

 

 “잘 이해하셨네요.”

 

 “그런데 라티안스 님…. 맞나요? 저분께서는 특이한 상황이라서 제가 필요한 거고요.”

 

 “그렇습니다.”

 

 지유는 그제야 어째서 자신이 여기로 끌려왔는지 이해를 했다.

 하지만 아무리 로드에게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지 이런 식으로 납치하듯 데려오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곳에서 설명을 들었다고 한들 따라올 리는 없었겠지만…….

 

 “그러면 앞으로 뭘 하실 건가요?”

 

 “힘을 기를 거다. 나를 따르는 군대를 만들 거야. 그리고 성을 되찾는다.”

 

 “그럼 설마…. 저도 그때까지 여기 있으라는 소리인가요?”

 

 “…그대에겐 미안하지만, 그래야 해.”

 

 “말도 안 돼!”

 

 지유는 기겁을 하며 네 명에게서 떨어졌다. 아무리 자신들이 급한 상황이라도 그렇지 이렇게 남을 신경 쓰지 않다니!

 자신에게도 자신의 삶이 있었다. 학교도 가야 하고, 집에 돌아가지 않으면 부모님이 걱정하실 거다.

 기껏 대학교에 합격했는데 이들이 군대를 만들고 성을 되찾을 때까지 여기 있어야 한다고?

 

 “전 절대로 여기 있을 수 없어요!”

 

 “알아, 무리한 부탁이란 걸. 하지만 우리 뱀파이어 세계를 위해선 어쩔 수 없어.”

 

 “뱀파이어 세계는 당신네들 문제잖아요! 엄한 사람인 나까지 끌어당기지 말라고요!”

 

 지유의 말에 라티안스는 심각한 표정이 되어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이 인간은 뱀파이어 세계와는 무관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뱀파이어 세계를 구해야하니 끝까지 있어달라는 건 무리한 부탁이겠지.

 

 “……그럼 1주일. 1주일만이라도 내 곁에 있어줘.”

 

 “라티안스 님! 우리에겐 블러드 로즈가!!”

 

 “알아. 나를 위해서라면 필요하겠지만, 그녀는 이곳과 상관없는 사람이잖아.”

 

 “그래도…….”

 

 “1주일이면 내 힘을 키우는데도 충분할 거야. 그러니 그때까지만 우리에게 힘을 빌려줄 수 있겠어, 지유?”

 

 지유는 그것도 싫다고 당장 집에 보내달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너무나도 간절한 눈빛에 차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이럴 땐 싫다고 제대로 거절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한참 망설이던 지유는 결국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딱 1주일. 1주일이 되면 그땐 뒤도 돌아보지 말고 잡아도 싫다고 말하고 돌아가자.

 조금 안일하게 생각을 하며 지유는 라티안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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