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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문 (門)
작가 : 이태희
작품등록일 : 2017.10.31

내가 강시라고! 그런데 그녀도 강시······. 차원의 틈을 통해 알 수 없는 무림의 세계로 떨어진다. 그곳에서 대법을 통해 강시(强尸)가 되어버린 나강현의 신묘한 이야기!



사뿐사뿐 달빛이 내려앉듯
사뿐사뿐 꽃잎이 내려앉듯
그의 한마디 손짓, 눈빛
그녀의 가슴에 수 놓인다.
눈에 머리에 영혼에 각인 한다
야속하게 눈 녹듯 사라질세라.

 
만년화정
작성일 : 17-11-05 12:21     조회 : 51     추천 : 0     분량 : 8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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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만운표국은 다른 문파들이 그러하듯 위장이었고, 실질적으로는 밀궁의 비밀 분타로 중원활동의 교두보로 활용되고 있었다.

 

  부국주는 밀궁의 인물로 부국주가 가진 실제 신분은 밀궁의 외부 일을 맡고 있는 외당의 당주였다.

  황국주는 놀란 속을 급히 진정시킨 뒤 수하들을 밖으로 물렸다.

 

  “부국주와 대표두가 남고 모두 나가들 있게.”

  “국주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안됩니다! 저희들이 있겠습니다. 국주님.”

  수하들의 만류에 이번에는 부국주가 단호히 명했다.

 

  “어허, 괜찮으니 밖에서 대기들 하고 있어라!”

  이들이 설마하니, 이곳에서 칼부림이라도 하려고 온 것이 아닌 바에야 이정도면 적당하다고 부국주는 판단했다.

 

  “예, 알겠습니다.”

  총관일행은 정색을 하며 안 된다고 극구 만류 하였건만, 부국주까지 나서서 단호하게 명령하자 어쩔 도리가 없어 밖으로 나가 대기하였다. 밖에서 경계를 서며 혹시나 생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만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상황이 일단락되자, 이쯤에서 본론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한 차오겸은 정색을 하고 갈무리하고 있던 웅혼한 내력을 뿜어내었다.

 

  -츠으으

  “본좌는 천마교의 밀사 자격으로서 밀궁의 궁주님에게 교주님의 친서를 전달하러 왔다.”

  밀궁의 사람들은 초절정 고수인 만화검 차오겸의 신위에 눌려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으음.”

  수준 높은 무공을 지니고 있는 표국의 인물들도 만화검 앞에서는 그저 평범한 무인일 뿐이었다.

 

  -탁

  철연대 대주가 검은색 봉투와 함께 비단 천에 쌓인 물건을 꺼내어 탁자 중앙에 놓았다. 봉투는 천마교의 표식이 찍힌 밀납으로 단단히 밀봉 되어 있었다.

 

  천마교에서 이곳이 밀궁의 분타라는 것을 알고서 작정하고 밀사를 보냈으니, 이제는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밀사의 대우를 해주어야 했다.

  부국주는 봉투를 세심히 살펴본 후에 천에 쌓인 물건을 가리키며 차오겸에게 물었다.

 

  “만화검님. 밀서와 함께 주신 이것은 무엇입니까?”

  부드러운 표정으로 바뀐 차오겸이 엷은 웃음을 지었다.

 

  “교주님께서 밀궁의 궁주님께 드리는 특별한 선물이오.”

  천마교주의 특별 선물이라는 말에 황국주 옆에 있던 부국주가 만에 하나 있을 문제의 소지가 일어나지 않기 위한 확인을 위해서인지 조심해서 풀어 보았다.

  천 사이를 헤치고 드러난 것은 영약들을 보관하는데 용이하게 만든 상당히 고가로 보이는 홍옥으로 만든 옥갑이었다.

 

  ‘무슨 영약인지는 모르겠으나 옥갑이 좀 크군.’

  영약이나 신단의 크기는 아무리 커야 갓난아이 주먹크기를 넘지 않았다. 그래야 보관이 용이하고 섭취하기도 적당해서다.

  영약의 옥갑 치고는 크다고 생각하며 부국주는 이상 유무를 확인한 다음 덮개를 천천히 열었다.

 

  -사아아아

  옥갑 안에 또 다른 옥갑이 나타났다.

  은은하고 옅은 푸른빛과 옥빛이 묘하게 어우러진 옥갑에서 서늘한 한기(寒氣)가 뒤에 서 있는 자들에게까지 느껴질 정도로 뿜어져 나왔다.

 

  “······이 물건은 북해빙궁의 기물인 빙백수룡의 비늘로 만들어진 것이군요!”

  이건 아무 생각 없이 맨손으로 만졌다간 그대로 얼어서 손이 부서져 가루가 될 정도로 한기를 품은 전설의 기물이다. 이 정도면 특별한 선물이라고 생각된 부국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빙백수룡의 내단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비늘은 둘도 없는 영약의 재료이지. 이 정도면 대단한 보물이다.’

  그걸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짐작한 만화검이 한마디 했다.

 

  “진짜는 그 옥갑 안에 따로 있네.”

  “빙백수룡의 비늘이 아니고, 이안에 말씀이십니까!”

  “그러네, 열어 확인해 보게.”

  고개를 끄덕이는 만화검의 모습에 부국주는 손에 내력을 주입하고 옥갑을 열었다.

 

  -화아아악

  옥갑을 열자 안에서 좀 전과는 정반대로 엄청난 열기가 실내에 확 퍼졌다.

 

  “흐읍.”

  ‘무슨 영단이기에 이런 무지막지한 열기가 나온단 말인가!’

  도저히 들고 있기도 벅찰 정도의 열기였다. 내력을 끌어 올려 몸을 보호할 정도로 말이다.

 

  -딸칵

  “후우.”

  부국주는 옥갑을 닫고서 내려놓은 다음 차오겸이 설명해주기를 기다렸다.

  차오겸의 눈동자는 부국주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살피고 있었다.

 

  ‘내 느낌에 저자가 국주보다 무공이 더 높아 보이는데 적어도 분타주급 아니, 그 이상으로 여겨지는군.’

  궁주에게 전달되는 물건을 직접 확인할 정도면 분타 소속이 아닌 밀궁 내부의 인물일거라 차오겸은 추정했다.

  잠깐이었지만, 옥갑 안의 영단에서 믿기 어려운 열기와 달콤하면서도 청아한 영약의 향이 내실에 퍼졌다.

 

  “흐으으음, 오오오.”

  내실에 있던 모두는 순간 향에 취해 저도 모르게 신음성을 흘렸고, 식견이 넓은 황국주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북해의 전설인 수룡의 기물로 담아야 할 정도의 막대한 열기에 붉은 광채가 나는 것이라면 설마, 만년화정(萬年魤灯)입니까?”

  “껄껄껄, 물론이네. 천마신단과 함께 천마교에서 보유한 영약중의 영약이지.”

  “오오, 이것이 진정 만년화정이라니.”

  만년화정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자존심이 높기로 유명한 천마교에서 최고로 치는 천마신단과 동급이라며 추켜세울 정도면 말 안 해도 얼마나 대단한 영양인지 짐작간다.

 

  천마교의 장로가 맞다 자랑스럽게 대답하며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표국 일을 하며 이제껏 많은 영약을 보아왔던 황국주는 말로만 전해 들었던 천고의 만년화정을 바로 눈앞에서 실물로 목도함에 진심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만년화정의 주 영약인 만년화리는 극양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생물이 살수 없는 지열천에서 서식하고, 만년을 산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오천년이 넘는 수명을 가졌다고 전해진다.

 

  구하기도 힘든 극양의 정수인 만년화리의 내단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영약을 만들 수 있건만, 만년화정은 최소한 그런 내단 다섯 이상을 특별한 방법으로 제조해서 만든 단환이기에 워낙 귀해서 전설로만 전해지는 영약이었다.

 

  양강 계열의 무공을 익히는 자들에게는 꿈에 그리는 영약 이었으며, 음한계열의 무공을 익히는 자들도 한쪽으로 치우치는 음기의 조절을 위해서는 더없이 좋은 영약이다.

  무엇보다 만년화리의 내단을 일반인이 잘만 복용하면 천수를 누리고, 무림인이 복용하면 내공을 정순하게 해주며, 더불어 막대한 내공증진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휴우, 소림의 대환단을 가져왔어도 놀랄 일인데, 두렵구나. 만년화정이라니······.’

  참으로 귀하고 엄청난 영약을 본 황만운은 속으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도 무공을 수련한 무인이라 두 눈에는 아쉬움이 가득 담겨있었다. 욕심이 없다면 아마도 사람이 아닐 것이다.

 

  잠깐이지만, 열기를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어 서둘러 옥갑을 덮은 부국주가 이번엔 다른 목갑에 손을 가져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표면에는 문서나 서책들을 보관하기 좋게 옻칠이 되어 있었다.

 

  덮개를 열자 안에는 무공을 기록해 놓은 무공서가 들어 있었고, 겉표지에는 한자 한자 확고하고 정성을 들여 쓴 필체로 월영천무(月榮天舞)라고 쓰여 있었다.

 

  “월영천무라······.”

  옆에서 미간을 찌푸린 황국주의 얼굴에는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월영천무는 그 존재 가치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 무림인이라면 꿈에 그리던 화경의 경지에 한발 다가 갈수 있기 때문이었다.

 

  절대고수. 무(武)의 길을 걷기 시작한 모든 무인들의 염원이자 이상향인 경지 화경. 그 길을 가고자 하는 이는 셀 수도 없으나, 경지에 이른 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영약을 먹는다고 해서, 기연을 얻는다고 해서, 상승 무학을 수련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만큼 화경의 경지는 오르기가 요원했다. 차라리 새가되어 하늘을 나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앞서 언급한 내용이 그나마, 화경의 경지에 조금 더 가까이 갈수 있기에 많은 무인들이 목을 매는 것이다.

  그것을 아는 부국주는 떨리는 마음을 다잡고 신중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월영천무는 전대의 기인이며 화산파의 도사인 해광진인이 말년에 얻은 심득으로 만든 무공이 월영천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오래전 실전된 거로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

  해광진인 이라는 말이 나오자 황국주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고, 그 물음에 차오겸이 눈을 빛냈다.

 

  “무림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이 없으면 알지 못하는 일을 알고 있다니 참으로 대단하군. 월영천무는 실전된 것이 아니고, 천마교에서 오래전에 구해 소장하고 있었지.”

  해광진인(諧匡眞人)은 화산파가 배출한 절대고수로 뜻한 바가 있어서 장문인의 자리에서 은퇴한 후, 악을 계도하기 위해 남은 일생을 바친 도인이자 기인이었다.

 

  중원천하 방방곡곡을 떠돌며 느끼고, 깨달은 점을 정리하며 말년에 심득을 얻은 후, 하나의 무공을 만들게 된 것이 월영천무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무림의 보물 중 하나였다.

 

  안 그래도 화산의 자랑인 해광진인이 정파의 최고수라는 말까지 공공연히 무림에 떠돌자, 소림과 무당에 밀려 오랫동안 뒷자리에 머물러있던 화산이었기에 그 기쁨이야 말로 다 표현 할 길이 없었다.

  화산파의 발전과 후진 양성을 위해 진인이 빨리 돌아오기를 화산의 도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학수고대 하고 있었다.

 

  호사다마라 했는가. 후일 무림에 혈마의 난이라 불리 운 사건이 일어났다.

  혈마는 천마교의 부교주로, 화경에 오른 천마교의 절대고수 둘로서도 어쩌지 못한 희대의 대마두였다.

  천마교의 계략으로 그의 사악함이 무림에 알려져 무림공적에 오르자 정, 사가 합심하여 혈마를 처단하고자 하였다.

 

  해광진인도 그 일에 동참 하였으나, 아무리 악인이라도 다수가 핍박을 하자 내키지 않으나 어쩔 수 없이 혈마와 대적하기에 이른다.

  산서성 지역 멀리 황하강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서 마주한 두 절대자. 혈마의 수하들은 최후의 일인까지 저항하다 죽어갔다.

 

  주위에 남은 수하라고는 옆에서 하나밖에 없는 팔로 땅에 칼을 박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버티고 서있는 자가 전부였다.

  혈마는 대견하다는 눈빛으로 그런 수하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제 되었다. 너는 그만, 쉬어라.”

  “쿨럭······, 주군 그 정도는 아직 아닙니다. 맡겨만 주시면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성한 곳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수하를 바보 같은 놈이라 속으로 내 뱉고는 앞으로 나섰다.

 

  “크크크, 진인께서는 본좌가 무얼 그리 잘못했다 생각 하시오?”

  바람이 불때마다 긴 흑발이 날리며 핏물에 얼룩진 얼굴 한쪽을 내보였다.

  이제는 하나밖에 없는 눈을 치켜뜨며 광소 짖는 혈마에게 측은한 마음이 다 들었다.

 

  “지금이라도 도를 거두시게, 더 이상은 무리인데다······.”

  멀리 언덕 아래에 모여 있는 정, 사 무리들을 한차례 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보잘것없지만 내 검을 걸고 시시비비를 가리는데 있어 공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겠네. 그러니 제발 이쯤에서 멈추시게나.”

  이번 일이 어디서부터 인지는 모르지만 잘못됐다고 생각이 되어 만류하는 진인이었다. 하지만, 진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 왔고, 그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지 어깨에 걸치고 있던 도를 내리며 수하에게 전음을 보냈다.

 

  ‘기회를 보아서 이곳을 빠져나가라. 본좌가 이 세상에 존재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줄 수하가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동안······, 본좌를 따르느라 고생 많았다. 잘 가거라.’

  ‘크으윽, 주군······, 존명!’

 

  “해광진인. 어디 무림에 소문이 자자한 월영천무를 견식 할 기회를 한번 주시겠소. 크하하하.”

  “어쩔 수 없구려. 허허허허······.”

  호탕하게 웃으면서 물러설 마음이 전혀 없다는 뜻으로 비무를 청하는 혈마를 보고 어쩔 수 없이 공허한 웃음을 터뜨리며 검을 드는 해광진인. 이렇게 무림사에 전설로 기록될 대결이 시작 되었다.

 

  진인의 검은 달빛처럼 시린 짙은 푸른 검광을 뿜어내더니 이윽고, 많은 수의 검 날이 하늘을 뒤덮었다.

 

  -촤라라랑

  이에 질세라 도기를 잔뜩 머금은 혈마의 도가 해지는 노을보다 진한 핏빛의 붉은 혈광을 토해 내며 마주쳐 갔다.

 

  -콰콰콰아아앙

  당대 최고의 대마두와 정파의 기둥인 이 둘의 전설적인 대결은 결국 아무 이득도 없는 양패구상으로 끝나고 말았다.

 

  해광진인은 화산파의 상징이자 정파무림의 기둥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그런 소중한 인물이 없어진 지금, 진인의 무공서인 월영천무 마저 난전 중에 사라져 버린 화산파로서는 너무나도 뼈아픈 손실이 아닐 수 없었다.

 

  뒤늦게 땅을 치고 통한의 눈물을 흘리면서 절치부심 찾아 헤맸으나, 천마교에서 보관하고 있었으니 찾기는 요원한 일이었다.

  만운표국의 부국주는 천마교가 너무 큰 것을 준비했기에, 그만큼 그들이 원하는 것도 작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당연시했다.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천마교에서 무림에 둘도 없을 보물을 가지고 밀사를 보낸 것인지 정말 속을 알 수가 없구나.’

  어쨌거나 천마교에서 분타의 정체를 알고 밀사를 보낸 것임을 알았기에 약조에 맞게 대접할 필요가 있었다.

  고심 끝에 부국주는 포권을 하며 다시 한 번 인사를 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만운표국의 부국주이며 밀궁의 외당 소속으로 우문검 상문필(礵們必)이라 합니다.”

  스스로를 어리석다 낮추어 우문검이라는 별호를 지었을 만큼 검에 있어서 외도를 하지 않고 정도를 걷는 정직한 인물이었다.

 

  차오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엷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의논을 한 시진 가량 더 나눈 후 끝마쳤다.

  상문필은 식사를 마친 후에 천마교의 장로인 만화검과 용화각에서 차를 마셨다.

 

  탁 트인 창 너머에는 연못과 정원이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차오겸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았다.

 

  “그대는 젊은 나이에 많은 진전을 이루었구먼. 피나는 수련을 얼마나 했는지 짐작이 가네.”

  “아닙니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과분한 칭찬에 상문필은 손을 저었다.

  차오겸의 눈에 일급고수의 실력을 넘어 절정고수로 향해가는 상문필에게 조언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겸손할 필요는 없네. 자네 나이에 그 정도의 성취면 많은 노력을 한걸 알 수 있네. 그리고 내 생각에······, 지금 재주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을 꾸준히 하다보면 머지않아 깨달음을 얻고 더 높은 경지의 무학을 만나리라 믿네.”

  “만화검님의 조언, 감사드립니다.”

  상문필은 앞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는 만화검이 천마교의 장로치고는 격식을 따지지 않고 소탈 하기까지 한 점이 특이 하다고 생각하며 차를 입에 가져갔다.

  차를 다 마실 때 쯤 연무장에서는 표사들이 표국의 무공수련을 하기 시작했는지 기합 소리가 들려왔다.

 

  “천인추혼! 일초부터 칠초까지.”

  “하압! 이얍!”

  “천인의기!”

  “하앗!”

  표두가 앞에서 시연을 하면 표사들이 검식을 따라하며 기본 초식을 수련 하는 것 같았다.

 

  무림에서는 다른 사람의 무공이나 수련을 본인이 허락하지 않는 한 몰래 엿보거나 하는 것을 금기시했다. 그건 문파 간에도 마찬가지였고, 표국 또한 문파와 다를 게 없었다.

 

  지금 연무장에서 표사들이 수련하는 것은 감출만한 상승 무공이 아닌 기초적인 수련을 하는 무공이라 만화검이 본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그래도 밀궁의 무공이라 신경이 쓰이는 건 그도 어쩔 수 없었다.

  표사들이 수련하는 검법 중에서 눈에 익은 초식이 보이자 무공 얘기를 넌지시 꺼내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지금 표사들이 수련하는 무공은 감히 말 하건데 군더더기 없이 잘 만들어진 뛰어난 검식처럼 보이는군.”

  만화검의 말에 상문필은 일부로 의문점을 담은 눈으로 별거 아닌 것처럼 답했다.

 

  “표사들이 하는 무공수련은 상승 무공이 아닌 기초체력을 다지는 입문 무공입니다.”

  천인지검은 잘 만들어진 검식이나 기본적인 입문무공에 지나지 않는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그는 속으로 상대의 눈썰미가 대단하다고 여겼다.

 

  “저들이 수련하는 검법이 강맹함이나 화려함과 거리가 먼 초식들로 보여 대수롭지 않게 생각 할 수 있겠으나, 내가 보기에는 무인이라면 꼭 수련해야할 검법의 본분에 충실한 검식으로 보여 지네. 입문 무공이라 지나치지 말고 더 깊이 수련에 정진하면 의외로 높은 성과를 볼 것이라 짐작하네.”

  “예. 만화검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심사숙고 하겠습니다.”

  표사들의 검술 수련은 차오겸 본인이 알고 있는 검식까지만 해보였다.

 

  ‘저들도 마찬가지로 칠식 까지만 알고 있나 보군.’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지만, 실로 오랜만에 중원에 나온 데다 처음 대하는 상문필이 마음에 들었는지 차오겸은 무공에 대한 조언을 여러 차례 해주었다.

 

  천인지검은 밀궁에 몸담고 있는 무인이라면 익혀야 할 무공 중 하나였다.

  과거에는 일정 이상의 자격을 가진 자 만이 익힐 기회가 주어질 정도의 신공절학이었지만, 지금은 분타의 표사들에게까지 전해질만큼 하급무공으로 바뀌었다.

 

  하급무공이라 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검법이기에 의무적으로 수련을 했고, 거기엔 상문필도 예외가 아니었다. 만화검의 충고에 천인지검의 검법에 대해 시간을 두고 차차 생각해보기로 했다.

  상문필은 만화검과 무공에 관해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작지만 깨닫는 것이 있었다.

 

  짧은 만남이지만, 길지 않은 생애에 있어 무림고수를 만나기란 정말 쉽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상문필은 기연을 만난 것과 다름이 없었다.

 

  다음 날. 차오겸은 볼일을 다 마친 후에 수하들을 이끌고 성도(成都)쪽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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