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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문 (門)
작가 : 이태희
작품등록일 : 2017.10.31

내가 강시라고! 그런데 그녀도 강시······. 차원의 틈을 통해 알 수 없는 무림의 세계로 떨어진다. 그곳에서 대법을 통해 강시(强尸)가 되어버린 나강현의 신묘한 이야기!



사뿐사뿐 달빛이 내려앉듯
사뿐사뿐 꽃잎이 내려앉듯
그의 한마디 손짓, 눈빛
그녀의 가슴에 수 놓인다.
눈에 머리에 영혼에 각인 한다
야속하게 눈 녹듯 사라질세라.

 
무학은 길고, 인생은 짧구나!
작성일 : 17-11-02 10:39     조회 : 60     추천 : 0     분량 : 7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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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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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운표국(萬澐鏢輂)은 장사(長沙)에서 성업 중인 표국 중의 하나로 국주인 황만운의 뛰어난 수완 덕분에 지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제법 큰 규모의 표국이다.

 

  표국 안 넓은 공터에는 중원 여러 지역으로 보낼 표물 운송을 위해서 짐꾼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뛰어다니며 마차와 수레에 각종 물건들을 옮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가깝게는 장사지역과 멀게는 세외인 서역까지 가는 물건들도 있어 총관이 꼼꼼하게 물표를 최종 점검했다.

  옆에서는 표사들의 우두머리인 곽 대표두가 물품에 맞추어 이번 표행 길에 나설 인원을 배정하기 시작했다.

 

  “자자, 거기 잡담들 그만하고 빨리 빨리 움직여라.”

  “예, 대표두님.”

  다른 한쪽에선 별도로 마련된 짐마차에 쟁자수들이 신중하게 표물을 싣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던 황만운은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집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화창한 날씨.

  오늘도 변함없이 말단 문지기에서 벗어나, 언젠가 그 높은 표두를 꼭 하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문 입구를 지키고 있지만, 아직 삼급 표사 딱지도 채 떼지 못한 유표사.

 

  마음만은 표두가 되어 벌써, 중원 전역과 서역을 넘나들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하다.

  그 굳고 높은 신념은 다 어디로 가고, 어제 먹은 술이 아직 덜 깼는지 연신 하품을 하며 눈물을 흘려댔다.

  도저히 안 되겠는지 목을 좌우로 꺾고 한껏 기지개를 폈다.

 

  “으하아아암. 더럽게 졸리네.”

 

  ‘추표사가 삼차로 성화루에서 한잔만 딱, 더 하자고 박박 우기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지는 피곤하지 않았을 것을······.’

  어젯밤 기루에서 죽자고 나무에 매미 달라붙듯 옆에 척 달라붙어 자신의 애간장을 살살 녹이다 못해 죽처럼 만든 기녀.

  그 기녀의 간드러진 혀 짧은 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울리는 듯했다.

 

  표사라고 암만 말을 해줘도 자신의 기분을 뛰어주기 위해 계속해서 표두라 칭하며 술을 따르던 기녀가 눈에 아른거리자, 저도 모르게 입이 헤벌쭉 벌어지며 침이 고였다.

 

  ‘오호호호, 아이잉! 유표두님. 한잔 쭈우욱 옳지 잘한다!’

  ‘우히히히, 고것 참, 미치겠네. 뽀얀 살결에 앵두 같은 입술이, 입술이······. 얼라리여! 이건 대체 뭔가?’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고 기분이 붕 뜨게끔 만들던 앵두 같은 기녀의 입술이 갑자기 썰어놓은 고기마냥 검붉게 변해 갔다.

 

  그 부드럽고 곱던 피부는 어디로 갔는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잡초 같은 털이 흉측하게 숭숭 마구 솟아나는 것이다.

 

  “어휴, 이걸 그냥 확 죽여 버릴까!”

  “허억! 이런 제길, 대체 누구?”

  “갈!”

  느닷없는 살기와 내력이 실린 쩌렁쩌렁한 호통 소리에 유표사는 놀라 경기를 일으켰다.

  속이 진탕하며 뒤집어 지고 술이 확, 깨는 것을 느끼는 동시에 몸은 뒤로 튕겨져서 문에 크게 부딪쳤다.

 

  -쿠웅

  “크으으윽. 나 죽는다.”

  녹의를 입은 장대한 체구의 중년인은 표국 앞에서 문지기를 하고 있는 표사를 불러 안내를 시키려고 했다.

 

  문지기 유표사는 아마도 정신이 훨훨 어디로 멀리 날아갔는지 몇 번을 불러도 아무대답 없이 멍한 표정을 하고 서 있을 뿐이었다.

  그는 일행인 짙은 회의를 입고 있는 자를 머쓱하게 한번 돌아보더니, 문지기 얼굴 가까이에 다가가 슬쩍 공력을 운용하며 일갈을 한 것이다.

 

  그제야 기겁을 한 유표사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숨통을 끊을 듯 섬뜩한 눈을 한 중년인은 정신을 차린 문지기에게 다시 호통을 쳤다.

 

  “이거, 이거 문지기가 돼서 누가 가는지, 오는지도 모르고 정신 줄을 놓고 있으면 어떡하나!”

 

  ‘남이야 졸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그나저나 이정도면 대단한 고수가 틀림없다. 여기서 잘못되면 나의 원대한 꿈은커녕 목숨도 날아갈 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데.’

 

  -부들부들

  상대의 기세와 풍기는 기도에 도저히 제대로 서 있기는 둘째 치고 눈조차 마주하기 어려웠다. 보기에 표국의 최고수인 부국주보다 더 한수 위의 고수처럼 보였다.

 

  녹의를 입은 자가 풍기는 기세에 털썩 주저 않고 싶었지만,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결의를 다지며 이를 악물었다.

 

  “으득, 뭔가 심각한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오만. 그건 잠시 고뇌를 하느라······. 그리고 사람을 어찌 보고 이래보여도 본인은 문지기가 아니라. 조만간 표두가 될 만운표국의 표사요!”

  그새 두려움은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삼급 표사란 말은 빼고 가슴을 폈다.

  우쭐하는 문지기의 우스꽝스런 행동에 녹의 장포를 걸친 중년인은 수염을 매만지고, 피식 웃으며 속으로 지껄였다.

 

  ‘크흐흣, 아무렴 어련하시겠소. 어디 그 실력으로 표두가 되면 나의 자랑스러운 수염을 싹 밀어주마.’

  ‘왜 그렇게 웃는데!’

 

  “그으래? 허면 여기가 만운표국이 맞는가?”

  “끄응, 그렇소이다.”

  자신을 우습게 보는듯한 사내의 행동에 자존심이 상했으나, 그의 위치가 있기에 참고 참았다.

 

  “표물을 의뢰 할 것이 있으니, 정신을 차렸으면 당장 안으로 안내 하게.”

  무슨 대단한 표물을 가져왔기에 이리도 상대가 위압적으로 나오나 발끈했다.

 

  본인의 잘못도 있고 잠깐 이나마 녹의를 입은 흉흉한 자가 지금껏, 그가 살아오며 본 삼류 무사들하곤 비교조차도 안 되는 무림의 고수로 보였기에 일단 숙이고 들어갔다.

 

  ‘이런 젠장, 확 질러버릴까! 아니지. 아무래도 오늘은 일진이 사나운 것 같으니, 참아야지. 크흠!’

  생각과는 다르게 공손했다.

 

  “안내 하겠으니 이리로 따라 오시요.”

  유표사는 자기가 죽다 살아난 사실도 모르고, 검에 가져간 손을 슬그머니 내리며 따라 오라는 말과 함께 표물 의뢰를 접수받는 접객원으로 안내했다.

 

  유표사의 안내에 세 사람은 몇 발자국 뒤에 서있던 눈매가 날카롭고, 노인이라고 보기엔 아직 좀 이른 인물에게 극도로 조심하면서 예를 취하고는 앞장섰다.

 

  뒤에서 수하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중년인은 고개를 끄덕인 뒤, 눈에 띄지 않게 표국을 유심히 살피며 걸었다.

 

  “흐음.”

  표사의 안내로 접객원에 도착한 만화검(萬和劍) 차오겸(嵯誤拑)은 시비가 내온 차를 마시며 만운표국인 이곳에 오기 전을 잠시 떠올렸다.

 

  차오겸은 오랫동안 처소에 틀어박혀서, 새로이 중원 각지에서 수집된 각종 무공서적들을 연구 검토했다.

  그것을 토대로 일반 무사들과 무력부대에 맞는 검진을 만들고 보완해 나가는 일을 하면서 하루 일과를 보내는 중이었다.

 

  고난하고 쉽지는 않았지만 거기서 얻는 무공 지식들을 틈틈이 몸으로 체득하기도 하면서 한층 깊이를 더해가는 자신의 무공이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죽림으로 우거진 집 뒤뜰에 한쪽에는 봄의 기운을 양껏 받고 있는 꽃들이 활짝 만개를 했다. 차오겸이 그곳에서 최근 입수한, 무당파의 태극양의 검법의 묘리에 관해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수하가 인기척을 내며 다가오더니 고개를 조아렸다.

 

  “주군, 아수불(亞擻佛) 서탁(舒卓) 장로님께서 오셨습니다.”

  “서 장로가 이곳에 왔다고?”

  “예, 주군.”

  서탁 장로가 왔다는 수하의 말에 일단 생각을 접고 마중을 나갔다. 커다란 덩치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봉을 들고, 햇빛을 받아 빛나는 대머리에 마냥 맑은 웃음을 짓는 얼굴이 보였다.

  영락없는 소림의 동자승 같아 보이는 서 장로가 포권을 하며 인사했다.

 

  “흘흘흘, 차 장로님. 그 동안 별고 없으셨습니까?”

  “어서 오게나 서 장로. 나야 늘 상 그렇지. 그나저나 바쁜 서 장로가 이곳엔 어인 일이신가?”

  “흘흘, 장로님을 뵙고 긴히 드릴 말씀이 있는데 귀한 시간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에이 방해라니, 그 무슨 섭섭한 말인가.”

  장로들 중에서 어느 정도 마음을 터놓고 가깝게 지내는 사이인지라, 서 장로를 반갑게 맞이하며 거처로 자리를 옮겼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골치 아픈 일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여봐라, 여기 차를 내 오거라.”

  시비에게 차를 가져오라 시키는 것을 보던 아수불은 옆구리에 차고 있던 행랑에 손을 넣었다.

 

  “장로님, 차보다 술은 어떠신지요?”

  “큼, 술이라 그것도 좋지.”

  술이라는 말에 차오겸의 입안에 침이 고였다.

 

  “여기 오월홍을 가져왔습니다.”

  “오호라! 오월홍. 좋지 좋아.”

  서 장로의 입에서 오월홍이라는 말이 나오자 반색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크크크. 강호에서 모르는 자가, 서 장로를 본다면 아마도 십중팔구 득도한 소림사의 고승인 줄 알거야.”

  “흘흘,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차 장로님께서야 말로 정파, 사파를 가리지 않고 무학을 두루 섭렵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래서인지 그야말로 정파의 도사들과 견주어도 전혀 뒤질게 없어 보이십니다. 흘흘흘.”

  “예끼! 이 사람아. 원 농담 두. 헛헛헛.”

  웃으며 말을 하는 서 장로를 보고 차오겸도 계면쩍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안 그래도 가끔은 너무 정파 쪽 무공에 치우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술을 들고 있는 두 사람 모두 사파의 하늘인 천마교의 인물들로 그것도 최고위의 장로직에 있는 인물들이다.

  만화검 차오겸은 본래 정파무림에서 무공입문을 시작했다.

 

  정파의 위선과 차별에 환멸을 느끼고는 천마교로 투신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초절정 고수의 반열에 올라 무려 천마교의 장로서열에서 여섯 번째였다.

  순수하게 무공 수준으로만 따진다면 아마도 장로서열 두 번째인 차석장로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야말로 엄청난 무학의 경지였다.

 

  그의 성격상 권력에 대한 욕심이 적었고, 쓸데없이 피를 보는 것이 싫었기에 지금의 일에 만족하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마음이기에 후회는 없었다.

 

  “자자, 낯간지러운 얘기는 그만하고 술이나 어서 드세.”

  “흘흘흘, 그럴까요? 장로님 그보다 오늘 온 이유가 실은······.”

  무안해 하는 차 장로를 더 놀려주려고 했으나, 오늘 이곳에 온 진짜 이유가 따로 있었기에 이쯤에서 그만 두었다.

  아수불 서탁은 내력을 끌어 올려 기감으로 슬쩍 주위를 한번 살피고는 이야기를 꺼냈다.

 

  “장로님도 뵙고, 이것도 전해 드릴 겸 해서 왔습니다.”

  아수불은 품에서 서책 두 권을 꺼내 차 장로 앞에 내 놓았다.

 

  “이게, 대체 무언가?”

  아무래도 다른 문파의 비급 같아 보였지만, 비후전을 비롯한 교내의 모든 정보를 총괄하는 서탁 장로가 지접 가져온 거라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그 서책은 밀궁에 관한 내용들입니다.”

  아수불은 대답을 하면서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서책의 내용을 채우기 위해 들어간 돈은 둘째 치더라도 얼마나 많은 수하들을 희생했는지 떠올랐기 때문이다.

 

  “흐음, 이번에 논의된 것 때문에 준비한 것인가 보군. 밀궁이라······, 비후전이 고생 꽤나 했겠어!”

  “뭐, 다 그렇지요.”

  물어보는 차 장로와 눈이 마주치자 아수불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첨가해 주었다.

  한참을 더 잡담을 나눈 후에 서탁 장로는 다음에 더 좋은 술을 가져온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강녕하십시오. 차 장로님.”

  “그럼 또 봄세. 조심해서 가게나.”

  서탁 장로를 보낸 후 궁금함을 참지 못한 그는 밀궁에 관한 책을 펼쳐 읽어 내려갔다.

 

  한권은 밀궁의 무공과 검진들에 관해 다룬 내용이고, 또 다른 하나는 술법과 진법 그리고 강시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새로운 무학을 접하게 된 그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 들었다.

 

  밀궁의 기본무공들은 대체로 여타 다른 문파들의 무공들과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그 중에서 천인지검(天絪知劍)은 그가 보기에도 독특한 입문무공이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묘하게 그의 마음을 잡아끌었기에 자세히 살펴봤다.

 

  무예입문에 있어 기본기에 중점을 둔 것이 정파의 그 어떤 무공보다 충실했고, 검식과 초식 하나하나가 단조로운 것 같으면서도 심오한 뜻을 담고 있어 오히려 정파에서 꼭 익혀야할 무공 입문서처럼 느껴진다.

 

  ‘내 그동안 중원 곳곳 여러 문파들의 무학을 접해 보았지만, 그 어떤 무공 보다 뒤지지 않는 무학이로구나.’

  이래서 무학의 세계는 참으로 넓다고 새삼 생각이 드는 차오겸은 잠시 명상에 들었다. 천마교에서 익히기엔 정파냄새가 너무 짙어 고쳐 보려고 했으나, 초식을 조금만 수정을 해도 내용이 판이하게 달라져 엄두를 내지 못했다.

 

  천인지검의 초식 하나 하나에 예사롭지 않은 무리가 깃들어 있어 이대로가 최선이었다.

  일단, 천인지검을 뺀 나머지 밀궁에 관한 무공들을 분석하여 위에 보고하는 한편, 술법에 관해선 총관에게 부탁해 따로 알아보기로 했다.

 

  차오겸은 천인지검의 검식을 직접 수련하며 연구에 들어갔다. 천인지검을 수련하면 할수록 어렴풋이 손에 잡힐 듯이, 잡힐 듯이 하면서 잡히지 않는 뭔가가 느껴졌다. 공적인 일을 제외 하고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남는 시간을 모두 천인지검 수련에 할애했다.

 

  “차아아앗.”

  -쐐애애액.

  천인지검의 초식을 펼치자 검에 실린 검기가 사방에 흩뿌려지며 땅이 깊게 파이고, 나무들은 힘없이 우수수 잘려 나갔다. 그럼에도 만족스럽지 못한지 여러 차례 검을 휘둘렀다.

 

  어느덧 계절은 흘러 낙엽이 뒹구는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고, 차오겸의 어깨에도 잎이 바짝 마른 낙엽이 떨어져 내렸다.

  시간은 어느새 화살처럼 이렇게 빨리 가는데 그의 무공은 어찌 이리 더딜까 생각하며 푸른 하늘을 올려다봤다.

 

  “허허, 참으로 무학은 길고, 인생은 덧없이 짧구나!”

  무심한 눈으로 하늘에 둥실 떠가는 구름을 보기도 하고, 집 뒤뜰에서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이리저리 흔들리는 대나무를 하염없이 보며 밀궁의 무공에 관해 고민을 했다.

 

  ‘아무래도 검식이 후반부에 더 있을 법 한데, 혹시 실전된 것은 아닐까! 아니면 후반부는 고수들만이 따로 익히게 한 것일까?’

  머리에 맴돌며 잡힐 듯이 하면서도 잡히지 않았다. 뛰어난 검식이었기에 안타까운 나머지 검식에 대해 연구해 보았지만, 모든 무학이 그렇듯 깨달음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답답함에 머리도 식힐 겸 술 한잔 걸치기로 하고 환몽루로 발걸음을 했다.

  환몽루는 교내에 거주하는 일반인들과 하급무사들이 주로 가는 주루였다. 주루 안으로 들어가자 점소이가 이층으로 안내를 하고 주문을 받아갔다. 한낮이라 주루 안은 한산했다.

 

  하기는 대낮부터 드나들며 술을 찾을 무사들이 많을 리 없었다.

  고위무사들을 상대로 하는 고급스런 주루가 몇 있었지만, 차오겸은 그곳보다는 소탈한 이곳이 더 좋았다. 한가로이 밖을 내다보며 술잔을 입에 가져가자 알맞게 잘 익은 곡주의 향이 코 속으로 스며들었다.

 

  “흐음, 아주 좋구나.”

  그렇게 연거푸 몇 잔을 들이키는데 멀리서 익숙한 인영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알고 찾아 왔는지 연신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건넨다.

 

  “흘흘흘, 정말이지 세월 좋으십니다.”

  주위에 보는 눈들이 있어 호칭을 생략하고 인사를 해도 으레 이런 일이 익숙한 듯 차오겸은 개의치 않았다.

 

  “그대의 이목을 피할 수 없으니 과연! 명불허전이로군.”

  “클클,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아수불은 자신의 얼굴에 금칠을 한다며 잔에 술을 따르고 이런저런 잡담을 늘어놓았다.

 

  밀궁의 무학에 관해서 진전이 있느냐는 물음에 차오겸은 그게 진전이 있으면 내가 이러고 있겠냐 말하고 싶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어느 정도는 진전이 있다고 했다.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던 아수불은 위로를 건넸다.

  며칠 후 밀궁의 분타로 짐작되는 곳을 자신이 찾아갈 생각에, 가기 전에 인사를 하러왔다고 전하며 술을 따랐다.

 

  “제 잔 한잔 받으시지요.”

  아수불은 술을 따른 후 잠시 생각을 하다 말을 꺼냈다.

 

  “직접 제 대신 그곳에 한번 가보시지 않겠습니까?”

  “나보고 그곳에 직접 가보라는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아수불은 주위를 힐끗 보더니 전음을 보냈다.

 

  -오랜만에 중원 구경도 두루 하시고, 강호 바람도 좀 쏘이고 오면 무공연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하긴, 중원에 나가본지 좀 됐으니 그대 말대로 그럴까?

  -예, 그렇게 하시죠.

  그 말도 일리가 있어 아수불의 의견에 차오겸은 못 이기는 척 수락했다. 둘은 해가 질 때까지 술을 더 나눈 후 아쉬움을 뒤로하고 헤어졌다.

 

  그렇게 며칠 후, 상부에 재가를 받은 만화검 차오겸은 실로 오랜만에 동이 트는 것을 보며 중원으로 출발하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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