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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페이크 라이프.
작가 : 빈둥남
작품등록일 : 2017.9.9

인기 장르소설 작가였던 박건호. 소설 속 엑스트라인 금발 미소년 '노아'가 된다. 왜? 하필 주인공도 아닌 엑스트라? 본격 생존을 위해 주인공에게 빌 붙는 엑스트라 이야기. 페이크 라이프!

*표지는 무료 이미지 입니다.

 
episode 5. 시장선거 #3
작성일 : 17-10-10 12:28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7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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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뒤로 시간이 흘러, 나는 발데아측 사람들과 점심을 함께했다. 초반에 그 치열한 분위기와 달리, 식사는 화기애애하고 편안히 진행되었다. 모두들 만족스러웠는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건물 밖으로 나왔다.

 

 대표자인 발데아의 듣기 좋은 중저음에 독려와 함께, 우리 진영은 다시 전의를 다지며 경쾌하게 발을 내딛었다. 지나치는 사람마다 ‘기호1번 발데아. 잘 부탁드립니다.’ 멘트도 잊지 않았다.

 

 내가 기획한 ‘선거송‘ 은 오늘 당장은 무리였고, 아마도 내일쯤은 되어야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가 꽤 오래시간동안, 홍보를 하며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을 때, 그곳에는 이미 다른 무리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그들은 선거활동에 열중이었다.

 

 “기호 2번. 제니스. 잘 부탁드립니다.”

 

 “자치주를 위해 항상 헌신해온 제니스를 기억해 주십시오!”

 

 바로 발데아의 최대 라이벌이자, 강력한 시장후보인 제니스측 진영이었다. 그 무리들 중심엔 머리가 희끗희끗 흰머리가 나있는 노년의 남자가 보였다. 나이가 꽤 많아 보임에도, 허리는 꼿꼿하고 인상도 소싯적 성격이 남아있는지 매우 날카로워보였다.

 

 그 노년의 남자와, 발데아의 시선이 교환했다. 둘은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으며 그에 따라, 각 진영의 사람들도 입을 다물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시끌벅적했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싸늘해지며 주변은 묘한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

 

 그 언제까지라도 계속 될 것 같은 대치를 깬 것은 발데아였다. 그는 성큼성큼 걸어가 노년의 사내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오랜만입니다. 제니스씨.”

 

 역시나 예상대로 노년의 남자는 다른 출마자 제니스였다. 그는 만만치 않은 인상답게 성격도 그러한지 발데의 오른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싸늘한 표정으로.

 

 “흥. 일개 장사치 따위가 여길 어디라고.”

 

 꼬장꼬장한 목소리였다. 당연히 폴튼 가문은 일개 상인으로 치부 할 곳이 아니지만 그에게는 상관이 없어보였다. 발데아는 모욕을 당했음에도, 인상하나 찡그리지 않고 손을 자연스럽게 회수했다.

 

 “…그 성격은 여전하시군요.”

 

 “일 없네.”

 

 제니스는 팔짱을 끼며 입을 꽉 다물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제스처였으며, 무척이나 고집스럽게 보였다.

 

 발데아는 담담한 얼굴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저를 이렇게까지 홀대하시는 것은, 저번 선거 때 전시장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입니까?”

 

 그러자, 제니스는 평정을 잃고 발끈하며 소리쳤다. 그 기세가 어느 젊은이 못지않게 대단했다. 무척이나 정정하신 할아범이시군.

 

 “무어라? 내가 그런 것에 연연하는 소인배로 보이는가?”

 

 “그렇다면 무엇 때문입니까?”

 

 “…정치는 계산으로 하는 게 아니야. 나는 단지 장사치한테 우리 마크로스 자치주가 주물럭거려지는 꼴은 보지 못하기 때문일세.

 

 “…솔직하지 못하시군요.”

 

 “흥. 일없네. 여기는 이미 우리가 차지했으니, 딴 데를 알아보게나.”

 

 확실히 여기는 유동인구가 많은 명당이었으나 그들이 먼저 자리를 잡은 것도 사실이었다. 제니스의 명백한 축객령에도 발데아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여상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당선되길 바라며, 한 가지 조언을 해드리고 싶군요. 제니스씨.”

 

 “…….”

 

 제니스는 이번에는 절대 반응하지 않을 거라는 듯 눈까지 꼭 감고 있었다.

 

 

 “…아드님 추문이 끊임이 없더군요. 이번 선거에서도 그것으로 인해 발목을 잡히지 않으시려면 관리를 잘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발데아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으며, 조언을 빙자한 공격을 가했고 그 효과는 실로 어마 무시했다. 제니스가 팔짝뛰며, 분노하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으니까.

 

 

 “어디서 그런…. 천박하게 입을 놀리다니!”

 

 “천박한 것은 제 입이 아니라, 당신 아드님이 아닐까요? 그럼 이만.”

 

 “…….”

 

 그 말을 끝으로 발데아는 제니스를 지나쳤고, 우리도 당연히 그의 뒤를 쫓아갔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노년의 남성에 입에서 고상하지 못한, 상욕들이 터져 나왔고,

 나를 포함해 발데아 진영 사람들은 애써 그것을 무시하며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나는 힐끗- 발데아를 바라보았다. 그는 딱딱하게 굳어진 얼굴이었다. 그리고 매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홀로 고고한척하는 늙은이.”

 

 목소리는 워낙 작았지만 나는 근처에 있었고 그에게 집중하고 있었기에, 분명히 들었다. 좀 전에는 워낙 표정이 담담해서 제니스의 무례한 행동에 별다른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 보였지만 이제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나보다.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족공격은 심했수 아저씨. 그의 아들이 아무리 망종이라도.

 

 “…….”

 

 나의 머릿속은 지금 맹렬히 회전하고 있었다. 방금 나눴던 두 후보 간 기 싸움, 루시아에게 들었던 정보들을 바탕으로 내 사견을 조금 더해, 최대한 팩트에 가깝게 설명해 주도록 하겠다.

 

 발데아는 저번 선거 때 제니스가 아닌 전시장을 지원했다. 엄청난 재력가인 폴튼 상회에 지원을 받았으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던 전시장은 계속 승승장구했다. 그로인해 제니스는 아쉬운 표차이로 낙선하게 되었고, 발데아에게 원한을 갖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발데아 측에서 바라본 관점이며, 그것 말고 또 다른 계기가 있었는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었다. 다만 제니스가 보여준 적대감은 거짓이 아니었다.

 

 제니스는 그 까칠한 성격과는 별개로, 무척 청렴결백한 정치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한 가지 큰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그의 아들이었다. 나이는 이제 불혹에 가깝게 처먹었다고 하는데 아직도 철이 덜 들었는지, 아버지 명예를 먹칠하고 다니는 망나니라고 했다. (루시아 오피셜.)

 

 그에게는 많은 엽기적인 일화가 있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여성 편력으로 나이를 전혀 가리지 않는 난봉꾼이라 했다. 애 딸린 유부녀부터 미성년까지. 그나마 강제로 여성을 취한 적은 없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어쨌든 그는 제니스의 치부임은 분명했다. 그에 반해 발데아의 아들은 어떠한가, 5년 전 수재민을 도와 ‘금협‘이라 칭송받는 집안의 자랑이었다. 단언컨대, 그가 만들어놓은 좋은 이미지로 인해 발데아는 지금의 지지율을 손에 넣은 것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유력한 시장후보 중 한명은 되지 못했을 것이며, 제니스와 겨룰 생각은 더더욱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발데아가 제니스의 ‘아들’을 언급한 게 얼마나, 큰 도발인지 이제는 좀 짐작이 가는가? 만만치 않은 성격에 제니스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분을 삼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제니스 입장에서는 정치에 ‘ㅈ’자도 모르는 상인이 운 좋게, 더 쉽게 말해 그냥 아들 잘 둔 덕 하나로 자신의 가장 큰 라이벌이 되었으니, 싫어하는 것도 당연하리라. 게다가 이번일로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었으니, 그의 분노가 어떻게 되돌아올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었다.

 

 ‘…후후. 역시 인간은 재밌어.’

 

 내가 막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우리는 또 다른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거기엔 이미 다른 무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바로 기호 3번, 이름은 피터 클라크. 30대 초반에 젊은 정치인이었다. 정장 차림이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호감 가는 인상의 사내였다.

 

 그는 발데아를 발견하더니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발데아씨.”

 

 발데아도 이제는 다시 인상 좋은 아저씨로 돌아와, 그 손을 마주 잡으며 흔들었다.

 

 “나도 반갑네. 피터군.”

 

 나는 잠시 주변을 훑어보았다. 피터의 진영은 제니스와, 발데아와 비교해보면 너무나 빈약해 보였다. 그를 호위하는 칼을 찬 사내들은 고작 둘뿐이었으니까. 게다가 지지자들 수조차도 거론하기 미안할 정도였다. 실로 출마자답지 않은 조촐함이라고 할까.

 

 피터 클라크는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번 선거는 발데아씨와 제니스씨의 각축전이 되겠군요. 응원하겠습니다. 저는 이번에는 인지도만 쌓아야겠군요.”

 

 피터의 마지막말은 정말 그렇게 믿는 듯, 구김이 없어보였다. 이번에 낙선해도 기운차게 다시 도전할 것만 같았다.

 

 발데아도 이 사내가 마음에 드는 듯, 호탕하게 웃으며 격려했다.

 

 “하하하. 고맙네. 피터 자네의 서민과 빈민을 위한 정책은 인상 깊었네. 배울 점이 많더군. 사람들도 나중엔 자네의 진심을 알아 줄 거야.”

 

 “…저도 그렇게 되길 바라겠습니다.”

 

 제니스와 다르게 엄청나게 훈훈해 보이는 건 착각이 아닐 것이다. 피터는 발데아의 칭찬이 조금도 과하지 않을 만큼 유능한 정치인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다만 아직 젊고, 지지기반이 약해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제니스와 발데아 다음으로 지지율 3위라고 한다. 이대로 포기하지 않고 정진한다면 다음 대선에선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만한 사람이었다.

 

 발데아는 재기 넘치고, 절로 호감 생기는 사내를 위해 어깨를 두드려 주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이번에도 역시 우리는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몇 번을 옮기는 거야!

 

 

 

 ***

 

 

 저녁이 되었다. 루시아와 나는 발데아 측근하고 떨어져 마차로 이동 중이었다. 우리는 지금 레이첼의 별장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였다. 선거도우미는 어쩌고 이리 되었냐고?

 

 열심히 홍보를 하고 있는 도중 루시아가 발데아에게 말했었다. 이정도 했으면 충분하지 않느냐고, 우리는 이만 가보겠다고. 참으로 무정한 딸의 말이지만 발데아는 별다른 저항감 없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하긴 그녀의 성격상 이정도만해도 많이 참은 것이리라. 다만 선거 마지막 날에는 다시 한 번 얼굴을 비쳐달라고 당부하며, 우리에게 9명의 호위를 붙여주었다.

 

 고작 9명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인 게, 한명은 무려 A급 용병이었고, 나머지 전원 B급 용병들이었다. 오히려 고작 2명을 호위하는데 이정도면 사치에 가까운 전력이었다.

 

 하지만 루시아는 평소보다 경호원들 숫자가 적어 진 것이라 말해 나는 크게 놀랐지만, 이해는 했다. 현재는 선거기간이다. 당연히 중요전력들은 발데아를 호위하고 있으리라.

 

 

 “정말 생각 없어?”

 

 “…….”

 

 “진짜로? 레이첼 정도면 남자라면 누구나 안아보고 싶은 미녀 아냐?”

 

 “…….”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냐면, 루시아는 마차로 이동 중에 심심했는지 쉴 새 없이 조잘거렸고, 나는 열심히 대꾸해주다가 지쳐서 잠들었… 사실 잠든 것은 아니고 자는 척 하는 중이었다.

 

 루시아는 내가 눈을 감고 있든 말든 계속 질문해왔고, 지금은 가장 곤란한 주제중 하나인 레이첼의 관해서 말하고 있었다. 그녀가 미녀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숫총각하고 그 서큐버스와 엮기에는 너무 난이도가 높지 않니?

 

 “…자꾸 자는척할래? 내 성격알지? 그러다가 걸리면 곱게는 못 죽는다.”

 

 “…….”

 

 무섭게 왜구랴. 나는 어쩔 수 없이, 지금 막 잠에서 깬 것 같은 느낌으로 기지개를 펴며 말했다.

 

 “아으음. 잘 잤다. 무슨 일 있었어요?”

 

 “…….”

 

 미심쩍은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루시아. 그러다가 이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뭐 좋아. 속아 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그때였다. 갑자기 마차가 크게 흔들리며 급격하게 정지했다.

 

 “꺅….”

 

 루시아는 짧은 비명을 뱉으며,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고 다행히 부딪치기 직전 내가 그것을 붙잡아 주었다.

 

 “…….”

 

 현재 내가 루시아를 꽉 안고 있는 형태라 민망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녀는 그런 감정을 나와 함께 공유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어떤 자식이 운전을 이따위로 하는거얏!”

 

 왜냐하면 불같이 화를 내고 있었으니까.

 

 “…….”

 

 그래. 키리얀 전기는 로맨스물이 아니었지. 내가 잠시 그런 우스운 생각을 할 때였다.

 

 “적의 습격이다!”

 

 -챙챙

 -챙챙

 

 사내의 경호성과 그리고 이어지는 쇠붙이가 부딪치는 소리. 갑자기 위기감이 온몸을 감쌌다. 힐끗- 루시아를 살펴봤다. 마차 안에는 휘광석이 있었고 덕분에 그녀의 표정하나까지도 세세히 볼 수 있었다. 놀라기는 했어도, 겁을 먹지는 않았다.

 

 다행이군. 나는 내심 그렇게 생각하며, 마차 안에서 대기할지 밖으로 뛰쳐나가야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그것은 잠시 후 마차의 문이 열리면서 선택지는 한가지로 좁혀지게 되었다.

 

 -덜컥

 

 “아가씨. 여기는 위험합니다. 얼른 나오시죠.”

 

 문을 연 사내는 발데아가 고용한 B급 용병이었다. 나와 루시아는 주저하지 않고 튀어나갔다.

 

 -챙챙

 -챙챙

 

 밖에서는 엄청난 수의 사내들이 우리를 포위하고 있었다. 과연 유명한 용병들답게 잘 싸우고는 있었지만 중과부적이었다.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하나씩 쓰러지는 경호원들.

 

 “부탁한다! 아가씨를 데리고 도망쳐라!”

 

 우리를 인솔해주던 A급 용병의 외침이었다. 가장 활약해 주어야 했던 그였지만 놀랍게도 단 한명, 빨간 머리의 사내에게 모든 것이 막히고 있었다.

 

 -챙챙

 -챙챙

 

 우리는 경호원들 희생으로 시간을 벌었고, 간신히 말에 올라 탈수 있었다. 나는 B급 용병 뒤에 같이 탔고, 루시아는 승마에 능숙한 듯 혼자서 잘도 기승하며 박차를 가했다.

 

 -다그닥 다그닥.

 

 얼마나 그렇게 도주했을까?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지친 말을 무시하며 최선을 다했지만, 운명의 여신은 우리를 향해 웃어주지 않았다. 결국 막다른 곳에서 의문에 습격자들에게 둘러싸이고 말았으니까.

 

 B급 용병은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말에서 내리며 말했다.

 

 “너희는 감히 이분이 누군지 알고 이따위 포악한 짓을 꾸몄단 말이냐.”

 

 습격자들 사이에서 사내 한명이 대표로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폴튼가의 금지옥엽 아닌가.”

 

 “…….”

 

 용병은 마지막 희망으로 폴튼가의 위명에 기대볼 생각이었던 모양이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상대는 이미 모든 걸 알고 공격을 해왔으며,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용병은 말없이 검을 들며, 몇 걸음 앞으로 내딛었다. 마치 우리를 수호하겠다는 듯이.

 

 “…아가씨 죄송합니다.”

 

 루시아는 담담한 말투로 그의 뒷모습을 위로했다.

 

 “아니에요. 당신은 자신의 일을 잘해주었어요.”

 

 평상시 그녀와 비교한다면 놀라울 정도로 의젓한 모습이었다.

 

 -짝짝

 

 갑자기 느닷없이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방향은 습격자들 사이에서 대표로 말했던 사내가 있던 방향이었다.

 

 “휘유. 한편의 신파극을 보는 기분이군.”

 

 그는 말에서 뛰어내리며 말했다.

 

 “공연비라고 하면 뭐할까? 대신 일대일로 싸워주지.”

 

 “…….”

 

 용병은 자세를 잡았고, 사내는 기합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챙챙

 -챙챙

 

 검들이 불꽃을 튀기며 부딪친다. 나는 주먹을 꼭 쥐며 마음속으로 응원했다. 만약 용병이 저 사내를 이긴다고 해도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아직도 무장을 한 많은 사내들이 우리를 포위하고 있었으니까.

 

 -챙챙

 

 결전은 벌써 10분은 지난 것 같았다. 그만큼 둘은 막상막하였다. 이대로는 끝이 안날 것 같아 용병이 결심을 굳히고 동작을 크게 했을 때였다.

 

 -피융 풋.

 

 용병은 화살에 미간을 꿰뚫리며 힘없이 쓰러졌다. 말을 타고 있는 습격자들 중 한명이 시위를 당긴 것이었다.

 

 “이런 씨발 뭐하는 짓이야. 이길 수 있었다고!”

 

 용병과 대결했던 사내는 자신조차도 예상 못했는지 놀란 표정으로 역정을 내었다.

 

 “꺼져. 너 방금 위험했었다. 게다가 형님이 최대한 빨리 일을 끝마치라고 했잖아. 너의 유희에 함께할 이유는 없어.”

 

 “…쳇. 어쩔 수 없군.”

 

 화살을 쏜 남자의 태연한 대꾸에, 사내는 혀를 차며 시선을 우리에게 주었다.

 

 “…….”

 

 나는 비통한 기분을 느끼며 먼저 쓰러진 용병처럼 똑같이 목검을 들고,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이제는 그녀를 지킬 사람은 나밖에 남지 않았다.

 

 “…노아.”

 

 뒤에서 루시아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이런 애송이를 베면 뒤끝이 안 좋은데….”

 

 사내는 나를 보며 흥이 식었다는 듯이, 힘 빠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루시아를 어쩔 셈인가요?”

 

 그 대답은 화살을 쏜, 남자에게서 들려왔다.

 

 “당연히 귀중한 인질이다. 통제에만 잘 따른다면 다치게 할 생각은 없다. 그러니 그 장난감은 내려놓도록.”

 

 “…….”

 

 나는 잠시 생각했다. 이 사내를 믿을 수 있을까? 일대일 대결에서 비겁하게 기습한 상대였기 때문이었다.

 

 “당신 말을 어떻게 믿죠?”

 

 “믿든 안 믿든 상관없다. 저항한다면 죽일 수밖에.”

 

 “…….”

 

 너무나도 담담히 대꾸하기에 나는 오히려 기가 질렸다. 정말 살인을 가까이 수없이 접한 사람만이 내보일 수 있는 기세였다. 루시아가 귀중한 인질이라는 것은 의심에 여지가 없다. 손에 꼽는 재력가이자 유력한 시장 후보의 딸이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저항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사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내 그런 끝없는 고민은 루시아의 돌발 행동 때문에 종결되어졌다. 그녀는 뒤에서 다가와 나의 목검을 빼앗아 땅에 떨어트렸기 때문이었다.

 

 “…….”

 

 어쩔 수 없군. 물론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면 뺏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나는 노아로 살면서 벌써 두 번째 납치를 당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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