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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페이크 라이프.
작가 : 빈둥남
작품등록일 : 2017.9.9

인기 장르소설 작가였던 박건호. 소설 속 엑스트라인 금발 미소년 '노아'가 된다. 왜? 하필 주인공도 아닌 엑스트라? 본격 생존을 위해 주인공에게 빌 붙는 엑스트라 이야기. 페이크 라이프!

*표지는 무료 이미지 입니다.

 
episode 4. 에이스는 바로 나야 나, 나야나! #4
작성일 : 17-10-03 20:49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7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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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왜 그랬을까. 평소와 다르게 너무 날뛴 감이 있었다. 어차피 이제는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길버트의 제안을 받아주고자 방을 찾아간 것 맞지만 폭력은 나의 스타일은 아니었스니까.

 

 하지만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또다시 그의 사람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게 되자 그동안 쌓였던 울분을 토해내고 말았다. …아아. 정말 수양이 부족하군. 반성한다.

 

 “크크크…. 웅캬캬캬”

 

 그것과 별개로 사이다인 건 인정? 어 인정. 넘나 기분 좋은 것. 크흠, 나도 모르게 인터넷 용어를 써버렸군, 그래도 명색이 작가 출신인데 바르고 고운 말을 써야겠지. 정정한다,

 

 저것과는 상관없이 속 시원합니다. 그건 여러분도 인정하지 않습니까? 정말 해갈했습니다.

 

 …….

 

 크흠. 어쨌든 내가 느닷없이 괴상한 웃음을 터트리자, 주변 사람들이 모두 쳐다봤다.

 

 나는 표정을 고치고 잰걸음으로 빠르게 피신했다. 현재 내가 가는 곳은 스텔라의 집무실이었다. 클럽사람 중 한명이 그녀가 나를 찾는다고 전해주었다. 별다른 설명은 안 해주었지만, 무엇 때문에 불렀는지는 뻔해보였다. 어제 일 때문이겠지.

 

 “…….”

 

 스텔라의 집무실에 거의 다다르자, 내 발걸음이 자연스레 느려지기 시작했다. 왠지 학창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교무실에 호출당하는 학생 느낌이랄까. 게다가 불려오는 이유가, 자신의 ‘사고’ 때문이라면 그 공포는 이루 말 할 수 없으리라.

 

 에잇. 사나이 박건호. 자신의 과오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친다. …결심과는 다르게 아주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똑똑

 

 “누구세요?”

 

 “노아입니다. 스텔라씨.”

 

 “…들어오세요.”

 

 목소리에서 왠지 한기가 느껴지는 것 같은데 착각일까?

 

 이번에도 조심스럽게 문을 열며 들어가자, 스텔라가 팔짱을 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흠. ‘일단’ 앉아요. 노아씨.”

 

 일단이라는 말에 유독 악센트를 준 것 같은데…. 이번엔 착각이 아닌 게 확실하다. 나는 쭈뼛 거리며 의자에 앉았고, 그녀도 잠시 후 마주앉았다.

 

 

 “…어제 아주 큰일을 해내 주셨더군요. 클럽이 그 일로 파다해요. 노아씨.”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부끄럽다는 듯이 말했다.

 

 “헤헤. 제가 좀 화끈하죠?”

 

 “내가 지금 칭찬하는 것처럼 들려요?”

 

 “…….”

 

 물론, 아니죠. 나는 찔끔하며 입을 다물었다. 스텔라는 소리치거나, 화를 내진 않았지만 분명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다.

 

 한동안 스텔라는 침묵하고 있는 나를 묵묵히 바라보더니, 작게 한숨을 쉬었다.

 

 “…후. 도대체 어쩌자고 길버트씨 제안을 받아들인 거죠? 무엇보다 왜 내게는 아무 말도 없이 그런 큰일을 벌 인거에요.”

 

 이번엔 나도 진지한 눈빛으로 스텔라를 바라보았다.

 

 “…스텔라씨에게 말을 하면 안 들어줄게 뻔했으니까요.”

 

 스텔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요? 내가 얼마나…”

 

 스텔라가 이어서 폭풍처럼 잔소리를 펼칠 기색이 길래, 내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예의가 아닌 건 알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다. 그리고 이것은 양보할 수 없는 나의 싸움이었으니까.

 

 “…….”

 

 “스텔라씨. 일단 물의를 일으켜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길버트와 그의 파벌들은 도가 지나쳤어요. 더 이상 참기 힘들 정도로. 그리고 이건 스텔라씨가 개입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에요. 말 그대로 둘 중 하난 사라져야 끝이 날 겁니다.”

 

 “…….”

 

 집무실 안에는 고요한 정적이 감돌고 있었다.

 

 내가 한말은 모두가 진심이었다. 설사 그녀가 뜯어 말려 이번 일을 무산시킨다고 해도, 그들의 교묘하고 은밀한 괴롭힘은 계속될 것이다. 그만큼 길버트가 보여준 악의는 이상하리만치 집요하고 순수했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고, 이윽고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스텔라씨 입장에서는 이것을 공인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해해주시길.”

 

 “…….”

 

 이것 또한 진실. 자존심이 1그램이라도 있으면 내일 결과에 따라 승복할 수밖에 없을 것 이다. 모든 걸 다 떠나서 쪽팔려서라도 이곳에 남아 있지는 못하리라. 그녀 입장에서는 아무리 안타깝더라도 이것을 묵인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스텔라는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후. 아니에요. 내 불찰이에요. 일이 이지경이 되기 전에 손을 썼어야 했는데.”

 

 “…….”

 

 “노아. 내가 걱정하는 건 다른 게 아니에요. 여기에 나가면 제이콥씨가 가만히 놔둘까요?”

 

 갑자기 아픈 곳을 찔러 오는군요. 마담. 당연히 상납금이 끊긴다면 미소 살인마 제이콥은 그 꼴을 가만히 좌시하진 않을 것이다. 내 목숨도 끊기겠지. 하지만 내가 아무리 화가 나서 벌인 행동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일을 벌이진 않았다.

 

 나는 스텔라가 짓고 있는 안쓰러운 표정을 무시하며 말했다.

 

 “…사실 스텔라씨에게 말은 못했지만. 조만간 클럽에서 나올 생각이었습니다. 단지 이번일로 그게 약간 더 빨라지게 되었지만 뭐…괜찮습니다.”

 

 “…그게 정말인가요?”

 

 나는 놀라워하는 스텔라에게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그럼요. 스텔라씨가 이번 달 제 월급을 떼먹지만 않는다면 전 무사할겁니다. 걱정 마세요.”

 

 그녀도 처음으로 웃음기를 보이며,

 

 “아무렴요. 명색이 우리 클럽 에이스인데, 퇴직금도 두둑이 챙겨줄 테니 기대해요.”.

 

 이것은 스텔라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세계적인 소년검술대회 ‘대륙의 별’은 이제 한 달 채 안 남았다. 그것은 소년영웅 키리얀을 만나게 되는 것도 조만간이라는 소리.

 

 조금 예정과 어긋나는 일이 발생하긴 했어도, 큰 틀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게 내가 이렇게 여유로울 수 있는 자신감의 근거였다.

 

 그때, 스텔라가 갑자기 빵 터졌다. 뭐지? 이 느닷없는 웃음은. 내가 그녀를 쳐다보자, 이유를 알려주었다.

 

 “…생각해 보니 우리 둘 다 노아씨가 당연히 질 것을 상정하고 얘기하고 있었군요.”

 

 “…….”

 

 정말. 그렇다. 내가 묵묵히 동조하고 있을 때. 스텔라는 이어서 말했다.

 

 “…입장 상 누구를 지지 하지는 못하지만, 노아씨가 더 걱정이 된다는 것은 확실해요.”

 

 그녀는 이제 평소 온화한 느낌으로 돌아와 있었다. 나는 왠지 모를 따뜻함에 입 꼬리가 절로 올라가는 것이 느껴진다.

 

 “…그 정도로 충분합니다. 어쨌든 내일이면 클럽 투톱중 하나가 나가 매출에 큰 지장이 생길 텐데 아쉽지 않아요?”

 

 “내가 그렇게 쪼잔 한 사람인줄 알아요? 그런 쓸데없는 생각 말고, 내일을 생각해요. 노아씨.”

 

 짐짓 서운하다는 듯이 말하는 스텔라였지만, 방안에 분위기는 처음과 달리 많이 편안해져있었다. 그것을 끝으로 그녀와 몇 마디 정도 더 나눈 뒤 나는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

 

 

 나는 현재 엔드류를 찾고 있었다. 클럽에서 나가게 되어도 상관은 없었지만, 그게 길버트에게 지는 것이 괜찮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물론 승산은 매우 희박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었다.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나는 엔드류의 방은 물론 곳곳을 찾아보고 있음에도, 그의 흔적조차 찾지 못하고 있었다. 어디 있니 종달새야? 새장 밖으로 나가 버렸니?

 

 내가 막 이제는 클럽 밖으로 나가서 엔드류를 찾아봐야 하나라고 생각했을 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무언가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노아씨.”

 

 “…제가 인기척 좀 내달라고 했잖아요.”

 

 무언가의 정체는 바로 소피아였다. 그녀는 내 작은 항의에 고저 없는 톤으로 대꾸했다. 즉, 평소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제가 노력은 해보겠다고 했지. 그렇게 하겠다고 한 적은 없어요.”

 

 “…아. 네 그러시군요. 그런데 무슨 용무로?”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보자, 소피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

 

  “하룻밤 사이에 더욱 유명해 지셨더군요. ‘소마‘ 노아씨.”

 

  “…….”

 

 하룻밤 사이에 유명해졌다는 건 알아들었다. 그런데 소마는 무슨 뜻일까? 처음 들어보는 단어인데.

 

 “그런데 ‘소마‘가 뭐죠?”

 

 내 질문에 소피아는 찰나지만 작게 미소 지었고, 그 모습은 여타 다른 미소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어여뻤다. 아쉬운 점이라면 그 웃음이 생겼던 시간보다 더 빨리 사라진 것이랄까.

 

 “아직 못 들었나 봐요. ‘소마‘는 노아씨의 새로운 별명이에요. 다들 그렇게 부르고 있죠.”

 

 “…무슨 뜻인데요.”

 

 “소드 마스터요. (Sword Master) 줄여서 소마. 좋겠어요? 이름난 용병처럼 이명도 생기고.”

 

 “…헐.”

 

 아무래도 똥개3마리를 교육시키고 나서 소문이 퍼져, 저런 닉네임이 생겼나보다. 저 영광스러운 호칭은 검술 사범이나, 달인한테나 어울리지 나 같은 애송이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바, 다분히 비꼼이 가득한 별명이라 하겠다.

 

 나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뭐 지금으로서는 나를 뭐라 놀려도 상관없어요. 곧 클럽을 나가게 될 테니까.”

 

 내일 승부에서 이기든 지든 클럽에서 조만간 떠날 것이기에 한 말이었지만, 소피아에게는 전혀 다르게 들렸나보다. 그녀는 무표정을 무너트린 채 눈에 띄게 다급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노아씨! 제가 정확한 사정은 모르지만, 이곳에 피칠 못 할 이유로 들어온 것은 알고 있어요. 그러니….”

 

 그녀가 이렇게 평정을 잃은 적이 있었던가. 우습게도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소피아의 말.

 

 “저희 어머니한테 부탁 해봐요. 그깟 체면이야 손상되긴 하겠지만. 노아씨한테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소피아는 평소 직장 내에선 칼같이 ‘마담’이라고 불렀던 스텔라를 ‘어머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그런 차이를 전혀 못 느끼고 있을 만큼 여유가 없어보였다.

 

 “…….”

 

 나는 할 말을 잠시 골랐다. 소피아는 내가 이미 스텔라를 만나고 왔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깟 체면’이라고 했지만 남자는 가끔 죽어도 고개 숙이기 싫을 때가 있는 법이다.

 

 “소피아씨. 저는 이미 마담을 만나서 이야기를 끝내고 오는 길이에요.”

 

 소피아는 당황했다.

 

 “네? 그게 사실이에요?”

 

 나는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뭘 생각하는지는 알아요. 클럽에 남에겐 말할 수 없는 이유로 온 것도 맞고요. 하지만 그것은 이미 해결방안을 찾았으니 너무 걱정 말아요.”

 

 “…….”

 

 우리 주변은 어색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소피아에게 미소를 지었다.

 

 “…게다가 아직 게임에서 진건 아니니까. 그런 표정 말아요. 그럼.”

 

 그것을 끝으로 소피아와 일별하고 나는 뒤를 돌아 엔드류를 찾기 위해 걸었다. 그러다 얼마 안 있어서 소파아의 외침이 들려왔다.

 

 “엔드류씨는 근처 공원에 있어요.”

 

 “…그걸 어떻게 알았죠?”

 

 엔드류의 위치는 어떻게 알 수 있다 쳐도, 내가 뭘 찾는지는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나는 놀란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애초에 그것 때문에 이리로 온 거예요. 노아씨는 워낙 유명 인이시라. 한걸음 한걸음이 소문이 되거든요..그래서 알 수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클럽원 소재를 파악하는 것은 저의 일이니까요.”

 

 그게 전부는 아닐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진심을 담아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소피아.

 

 

 ***

 

 공원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원래 내가 체력단련을 마치고 휴식 겸 지친 몸을 끌고 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엔드류 역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림 같은 미남이 공원 한가운데에서 멍 때린 채 앉아있는 모습은 흔한 게 아니었으니까.

 

 “…….”

 

 재 왜 저래? 안 어울리게 웬 궁상. 절로 힘 빠지는 그 모습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뒤, 다다닥 달려갔다. 그리고 등짝을 내려치는 스매싱!.

 

 -짝

 

 “으악! 뭐야!?”

 

 “선배. 여기서 왜 궁…리 중이에요.”

 

 원래 들어갈 말은 궁상이었지만, 나의 사회성이 그걸 용납하지 않고 필터링했다. 엔드류는 토끼 눈을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노아 너였냐.”

 

 “네. 접니다. 근데 왜 이렇게 힘이 없어요?”

 

 그러자 엔드류는 눈빛이 탁해지며 깊게 한숨을 쉬었다.

 

 “…소피에게 또 차였다.”

 

 “…….”

 

 일단 소피아를 ‘소피’라고 부르는 건 넘어 가도록하자.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으니까. 나는 그의 힘없는 모습이 어제의 사건이라고만 짐작했었다.

 

 길버트 하수인들이 행한 구타는 남자의 자존감을 충분히 건드릴 수 있는 것이니까. 게다가 겉모습만이라도 ‘소년‘인 나에게 구해졌다. 고마운 마음도 들겠지만 무언가 박탈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일터.

 

 …….

 

 그런데 단순히 차여서 였냐? 실로 그답다면 그답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한편으론 한심한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선배답네요.”

 

 “…뉘앙스가 이상하다?”

 

 눈치는 빨라가지고. 나는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내뱉었다.

 

 “그 포기를 모르는 남자다운점이 선배답다는 거지요.”

 

 “…그러냐?”

 

 엔드류는 미심쩍은 기색이지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그를 찾은 목적을 이야기했다.

 

 “선배. 내일 길버트와 한판 붙는 건 아시죠? 저를 도와주시겠어요?”

 

 말하자면 나의 핼퍼가 되어달라는 권유. 상황이 웃긴 게, 그동안 선배들 뒤에서 병풍 역할을 하던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이야. 게다가 엔드류는 나의 첫 사수였다.

 

 “…왜 내가 필요한데?”

 

 “…….”

 

 

 엔드류는 죽은 눈빛으로 기운 없이 물어왔다. 만사가 귀찮아 보였다.

 

 그걸 몰라서 묻냐? 부탁할 사람이 너밖에 없어 서지. 모두가 인정하는 에이스 로이드가 없는 지금 엔드류 특유의 친화력에라도 기댈 생각이었지만 이 모양이라면 쓸모가 없어보였다.

 

 나는 잠시 설득할 말을 생각하며, 물끄러미 엔드류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무언가 갈구하는 게 느껴진다.

 

 ‘칭찬해줘. 칭찬해줘. 칭찬해줘. 칭찬해줘.’

 

 기분 탓인가. 하지만 무언가 바라는 게 있는 건 확실했다.

 

 “…다 알면서 그러신다. 저한텐 믿고 의지할 사람이 선배 받게 없다는 걸…. 게다가 첫 만남 때 분명 선배만 믿고 따라오라면서요. 그러니 그 말에 책임을 지셔야죠.”

 

 사실 듬직함이야 로이드가 백만 배 듬직하지만, 일단 되는대로 내뱉었다. 돈 드는 일은 아니니까. 그러자 확실히 효과가 나타났다.

 

 엔드류가 귀를 쫑긋해 오는 것이 아닌가.

 

 “후후. 그래서?”

 

 “…….”

 

 아니, 그 정도 빨아… 크흠. 해줬으면 됐지, 뭐 더 필요하냐. 으휴. 옜다. 입 크게 벌려라. 칭찬 들어간다.

 

 “…저는 선배가 이 승부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미래의 에이스가 될 몸이니까요. 선배의 기량을 믿습니다.”

 

 나의 혼신의 힘을 담은 립 서비스에 엔드류의 눈동자에서 점점 생기(….)가 불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며 광소를 터트렸다.

 

 “크큭큭. 하하하핫!”

 

 엔드류는 웃음을 멈춘 뒤 나를 도발적인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나를 믿느냐 노아?”

 

 …….

 

 

 좋아.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리액션 해준다. 더 이상 그러면 승부고 뭐고 얄짤 없을 줄 알아라.

 

 “우아아앙 믿습니다!”

 

 내 신앙심을 담은 외침에, 교주 엔드류는 마침내 부활했다.

 

 “좋아 회보오옥! 그럼 돌아 가볼까 노아?”

 

 “…네. 그러죠.”

 

 나는 질린 표정으로 대답했고, 엔드류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나를 앞질렀다. 그 모습이 마치 나에겐 기분 좋아 꼬리를 흔드는 개처럼 보였던 것은 비밀이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 엔드류가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까 와는 전혀 다른 진지한 얼굴과 음성으로 말했다.

 

 “…그런데 노아. 승산은 있는 거냐?”

 

 나는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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