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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페이크 라이프.
작가 : 빈둥남
작품등록일 : 2017.9.9

인기 장르소설 작가였던 박건호. 소설 속 엑스트라인 금발 미소년 '노아'가 된다. 왜? 하필 주인공도 아닌 엑스트라? 본격 생존을 위해 주인공에게 빌 붙는 엑스트라 이야기. 페이크 라이프!

*표지는 무료 이미지 입니다.

 
episode 4. 에이스는 바로 나야 나, 나야나! #3
작성일 : 17-10-01 13:03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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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전에는 체력단련을 끝내고 클럽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코너를 돌 기전 내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서 문득 걸음을 멈췄다. 한동안 움츠리고 다녀서 그런지 진짜 쫄보가 된 것은 아닐까. 아니야, 그냥 반사 신경이 좋아졌다고 생각하자.

 

 아무튼 나는 몸을 벽에 붙인 채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우렸다.

 

 

 “…꺼져. 저번에도 거절 했었잖아.”

 

 평소 가벼운 분위기와는 다르지만 분명 '엔드류의 목소리였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크리스토퍼. 우리 쪽으로 넘어와.”

 

 낮고 굵은 목소리. 생각해 봤지만 흔한 목소리 톤과 말투라, 딱히 떠오르는 사람은 없었다.

 

 “너한테도 좋은 얘기잖아? 안 그래? 왜 고민하는 거지?”

 

 음이 높고 신경을 거슬리게 말끝이 항상 의문형으로 끝나는 남자라서 기억한다. 이름이 로리스였던가?

 

 “…네놈들은 할 짓도 없나보군. 난 내 힘으로 올라가겠다. 니들 뒤나 닦아주진 않겠어.”

 

 단호하게 말하는 엔드류.

 

 “…이새끼. 우리가 헬퍼라고 우습게 보이냐 앙?.”

 

 또 다른 목소리. 화가 난 듯 말끝이 떨리고 있었다. 역시나 누군지는 모르겠다.

 

 “헬퍼라고 우습게 보는 게 아냐. 니들은 목표가 없지. 길들여진 사냥개처럼 주는 먹이에 만족할 뿐이야.”

 

 “…….”

 

 엔드류의 독설에 모두 당황한 듯 사내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네놈들이 길버트 뒤에서 이삭을 줍던 말 던 내 알 봐 아니야. 하지만 강요하진마라. 역겨우니까.”

 

 이어지는 독설. 도저히 못 참겠는지 가만히 듣고 있던 사내들 중, 낮고 굵은 목소리의 사내가 발끈했다.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 그게 선배한테 할 소리냐? 게다가 너도 그 금발 애송이가 마음에 드는 건 아닐 것 아냐. 왜 이렇게 감싸는 거지? ”

 

 “…나도 노아가 부럽고 질투가 나지 않는 건 아냐. 하지만 너희처럼 치졸한 방법으로 뺐진 않을 거야. 내 기량으로 에이스를 차지하겠다.”

 

 …정말 엔드류 다운 말이었다. 첫 만남 때도 그는 당당하게 자신이 에이스라 소개했고, 계속 하위권에 있으면서도 언제나 미래의 자신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압도적인 격차로 위에 있는 로이드에게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호승심을 불태웠었지.

 

 “…잘나셨군. 아주 잘난 후배님이야. 그에 비해 나는 아주 못된 선배라서 말이야. 어떻게든 긍정적인 대답을 들어야겠다.”

 

 낮고 굵은 목소리의 사내. 최후의 통첩인 듯, 위압감이 느껴졌다.

 

 -두둑

 

 목에서 나는 뼈 소리를 일부러 내며, 사내는 마저 이야기 했다.

 

 “양자택일해라 크리스토퍼. 우리 밑으로 들어오던지, 그것도 싫으면 건방진 말을 지껄인 대가로 선배님들에게 한명씩 고개를 숙여라”

 

 그들이 왜 저렇게 엔드류를 포섭하려고 하는지는, 충분히 짐작이 갔다. 로이드가 떠난 지금 그가 유일한 나의 말동무였다. 우리 주변에 어색한 공기가 흐르긴 했지만, 다른 사람처럼들 없는 인간 취급을 하진 않았으니까.

 

 정말 유치하긴 하지만 만약 성공한다면 심리적으로 나를 몰아넣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클럽 내에서 혼자 고립되는 것이니까. 그 단절된 고통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으리라.

 

 

 “…집요하군. 그러니까 네놈들이 여자한테 인기가…”

 

 퍽-

 

 “…윽.”

 

 엔드류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사내에게 기습을 당한 듯 짧은 비명이 울렸다.

 

 -퍽

 -퍽

 

 그 다음부터는 가혹한 집단 구타가 시작 되었다. 나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더러운 자식들. 현재 내가 가장 의지하고 있는 로이드한테는 설설 기길 바쁘더니…, 자신보다 약자라고 생각하는 이에게는 무자비한 폭군이 되어있었다. 이정도면 정말 많이 참은 것 같다. 너희들에게는 대한민국 예비군의 힘을 보여주마.

 

 

 “…너희들 우리 엄마한테 이르기 전에 그만해라.”

 

 여기서 엄마는 스텔라를 뜻했다. 낯선 이의 출현에 당황해서 구타를 멈춘 그들은, 이윽고 그 상대가 금발의 소년인 것을 알게 되자 실소를 터트렸다.

 

 “…하하하 뭐라는 거야. 꼬맹이가. 근데 말이 많이 짧은 것 같다?”

 

 리더 격으로 보이는 낮고 굵은 목소리의 사내.

 

 “너 엄마 없잖아? 빈민가 고아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내 말 맞잖아?”

 

 자연스럽게 패드립을 날리는 하이 톤의 사내. 게다가 항상 말끝을 의문형으로 끝내서 신경을 거슬리게 만든다. 앞으로 편의상 이놈들을 똥개1,2,3으로 부르겠다. 엔드류가 말했던 ‘사냥개’라는 표현은 이따위 놈들에게는 너무 고상한 단어였으니까.

 

 “…어 그래. 네 말이 맞다. 로리타.”

 

 “설마 나 말하는 거야? …내 이름은 로리스인데?”

 

 “…어 그래. 미안. 로리타.”

 

 “…이런 샹?”

 

 내가 왼손으로 까딱거리자, 패드립을 날렸던 똥개2가 얼굴이 붉히며 달려들었다. 나는 애검 ‘신혜’를 들어올렸다.

 

 -다다닥

 

 침착하게 내 앞까지 오길 기다리다, 똥개2의 목을 신혜로 후려쳤다.

 

 -퍽

 

 “…억?”

 

 그것이 끝이었다. 똥개2는 그대로 고꾸라지며 목을 부여잡고 일어날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한명을 행동 불능으로 만들자. 똥개1과 똥개3이 경악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허허. 부끄럽게 그렇게 쳐다보긴. 입 다물어라 이놈들아. 벌레 들어간다. 아무래도 체구가 작은 소년 하나는 똥개2정도면 충분하리라 생각했었는데 내가 생각 외로 강하자 놀란 듯싶었다.

 

 “…….”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그들을 보며 내가 입을 열었다.

 

 “…자 누구부터 혼날래? 매를 드는 선생님도 마음이 아프단다.”

 

 내가 똥개1과 똥개3을 차례대로 애석하다는 듯이 바라보자, 여태껏 별말이 없었던 똥개3이 광분하며 달려왔다. 이어서 상황을 파악하고 뒤늦게 똥개1도 뛰어들어 왔다.

 

 “…이런 시발. 어린노무새끼가.”

 

 그렇게 열 받지 마렴. 실제로는 너희 과외정도는 해줄 수 있는 나이니까. 똥개3이 크게 주먹을 휘둘러왔다.

 

 ‘…느려’

 

 짧은 순간이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로이드의 전광석화 같은 속도에 비하면 어린아이가 내지르는 것 같은 공격이었다.

 

 ‘…게다가 직선적이야.’

 

 나는 가볍게 똥개3의 주먹을 옆으로 피하며 그의 허벅지를 가격했다.

 

 “…으윽”

 

 똥개3의 신음을 터트리며 자세가 무너지자, 그대로 머리통을 후려쳤다. 참고로 아무리 목검이라도 검날은 위험하기 때문에 검등으로 팼다. 아아… 이 얼마나 스승의 은혜인가.

 

 “…….”

 

 똥개3은 그렇게 스승의 사랑에 감격하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즉 기절했다는 소리였다.

 

 

 그 뒤로 똥개1이 큰 덩치를 이용하려는 듯, 양손을 펼치며 나를 덮쳐왔다. 실제로 붙잡힌다면 소년의 몸인 나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매끄러운 동작으로 검을 정면에 두는 중단세에서 찌르기 자세로 전환했다. 그리고 빗살처럼 내질렀다. 로이드에게는 타박만 받았던 그 ‘찌르기’였다.

 

 -푹

 

 “…으억.”

 

 목검이 똥개1의 복부를 사정없이 강타했다. 그러자 그는 배를 움켜잡고 허우적거렸다.

 

 ‘회수는 더 빠르게….“

 

 나는 찌른 속도보다 더 빠르게 검을 되돌리며 머리통을 후려쳤다. 마찬가지로 검등이었다.

 

 -빡

 

 둔탁한 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똥개1. 그럼에도 덩치 값을 하는 듯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의식은 남아있는 듯싶었다.

 

 “…젠장. 나중에 복수를 하고 말겠다.”

 

 “…….”

 

 “…기억해라 내 이름은 칼….”

 

 빡-

 

 묵묵히 하는 꼴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뒤통수를 후려쳤다.

 

 “닥쳐. 엑스트라 주제에 키바(KB)를 낭비케 하지마라.”

 

 “…….”

 

 이번엔 진짜로 그는 침몰했다. 모든 상황이 끝난 것을 확인한 나는 빠르게 엔드류에게 다가가 부축했다. 이걸 다행이라고 말해야 하나, 그의 몸은 엉망이었을지언정 호스트의 생명이라고 할수 있는 얼굴은 멀쩡했다.

 

 똥개들의 최소한에 인정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스텔라의 응징을 두려워해서 그랬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엔드류는 나를 확인하자, 답지 않게 쓴웃음을 지었다.

 

 “…노아?”

 

 “…네. 접니다. 선배.”

 

 엔드류는 주변을 둘러보며, 쓰러진 사내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네가 이렇게 강했었냐? 앞으로는 무서워서 장난도 못 치겠군.”

 

 “…….”

 

 나는 대꾸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가만히 있었고, 딱히 엔드류도 대답을 바라고 한말은 아니었던 듯 이어서 물어왔다.

 

 “…이제 어쩔 셈이야?”

 

 “…정당방위잖아요. 스텔라씨도 이해해 줄걸요?”

 

 “…그걸 묻는 게 아니야.”

 

 엔드류는 불안한 얼굴이었고,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뭔가요?”

 

 “…지금 네 표정이 너무…,”

 

 엔드류는 말을 끝까지 내뱉진 못했지만 나는 충분히 알아들었다. 지금까지 장난스럽게 말을 했으나, 나는 어느 때와 비교 할 수도 없이 화가 난 상태였으니까.

 

 “…개가 똥을 쌌으면 주인이 치우게 해야죠.”

 

 “…….”

 

 나는 엔드류를 부축하고 있는 어깨에 더 힘을 주며 걸었다.

 

 

 

 

 * * * * * * * * * * * *

 

 

 

 

 나는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게 느껴지지만, 그것을 신경 쓸 여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비교적 차분하고, 감정조절이 능한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한걸음씩 걸을 때마다 치미는 화 때문에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였다.

 

 ‘침착하자.’

 

 다시 한 번 되 내이며, 걷는 속도도 조절했다. 그리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나는 노크도 없이 방문을 거칠게 열며 들어섰다. 거기엔 헌칠한 키에 청발청안의 미남. 길버트 디트리히가 놀란 표정으로 서있었다. 그러다 나를 발견하자 평소의 차가운 얼굴로 되돌아오며 소리쳤다.

 

 

 “…이 새끼가 미쳤나.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와!”

 

 “…….”

 

 나는 대꾸도 하지 않고, 그의 코앞까지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말하자.

 

 “…좋겠군요. 디트리히씨?”

 

 “엉? 그게 무슨 개소리냐.”

 

 길버트는 무례한 침입자인 나를 경멸하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소리다. 이 개새끼야!”

 

 침착 하려고 했으나, 저 재수 없는 상판대기를 마주하자 참지 못하고 욕설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내발은 남성의 유명한 급소, 남성중앙(?)을 힘껏 걷어찼다.

 

 -퍽

 

 “…으아아악.”

 

 둔탁한 소리와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새된 비명이 방안에서 울려 퍼졌다. 길버트는 남성중앙(?)을 양손으로 부여잡고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제는 내 키가 더 커져 있었다.

 

 나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제야 눈높이가 맞는군. 사람이 말을 하면 내려다보지 마.”

 

 “…….”

 

 길버트는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가, 이내 짐승같이 울부짖었다.

 

 

 “…이런 빌어먹을 애송이새끼. 죽여 버리겠다아!!”

 

 

 “…사람을 죽여 본적이나 있나? 2인자 양반.‘

 

 

 스스로 놀랄 만큼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입 밖으로 나왔다. 길버트는 고통 때문인지, 나의 평소와 다른 분위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물론 그렇다고 나를 향한 살인적인 안광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직 모르겠지? 네가 홀에서 스텔라에게 제안한 대로 도전을 받아주겠다는 소리야.”

 

 “…….”

 

 여전히 아무 말 없이 노려보는 길버트를 무시하며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단, 게임 룰은 네가 정했으니 기간은 내가 정하겠다. 게임 시작은 모레로 하며, 영업시작에서 영업종료시간의 매출로 승부를 결정하는 걸로. 어때 동의하나?”

 

 

 “…좋다.”

 

 나는 목검을 그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고, 부딪치기 직전 그대로 멈추었다. 흠칫- 놀라는 길버트.

 

 “…마지막으로 경고하나 해두지. 네가 원하는 대로 조만간 우리 둘 중 하나는 클럽을 떠나게 될 테니, 앞으론 이딴 치졸한 도발은 할 생각 말고 조신하게 있도록. 나는 물론 내 주변사람을 건드리면…”

 

 “…….”

 

 나는 길버트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씹어 뱉듯이 말했다.

 

 “…이번엔 밑이 아니라 위를 깨부수러 와주마.”

 

 “…….”

 

 내 서슬에 길버트는 기가 질린 듯 시선을 피했다. 그것을 끝으로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아 방을 빠져 나왔다. 불구대천의 원수라는 말이 있다. 나와 그는 이제 그런 사이가 되었으며, 이틀 뒤에는 누군가 반드시 미소년x미소년을 떠나게 될 것이다.

 

 “…으아아아아아악!”

 

 여러 가지 감정이 동시에 느껴지는 길버트의 포효가 복도까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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