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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남다른 미남 구덕 씨
작가 : 야광흑나비
작품등록일 : 2016.3.28

남다른 부분이 미남인 남구덕.

남다른 미남을 찾는 황휘


남다른 곳이 잘생긴 남자와의 러브 스토리(?) 입니다.

 
23. 변화무쌍한 그
작성일 : 16-04-26 19:26     조회 : 915     추천 : 0     분량 : 3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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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만나기를 바라왔던 사람들도 정작 우리가 사귀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종종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치고 있었다.

 “어휴, 남선생님. 남세스럽게 지금 연애하는 것 티내십니까?”

 “연애 하고 있어서 연애하는 티를 내는 것이 잘못 됐습니까?”

 “연애를 하더라도 태나지 않게 조용히 하실 수는 없는 거냐고요.”

 “제가 왜 그래야 하죠?”

 오늘도 그와 병원의 누군가는 까칠한 말을 주고받았고 그들의 말싸움에 괜히 죄인의 마음이 돼버린 내 중재로 두 사람의 대화가 겨우 단절되며 큰 싸움을 막을 수 있었다.

 “왜 자꾸 병원 사람들이랑 싸우고 그래요.”

 “저 사람들이 자꾸 화를 돋우잖아. 사귀라고 한 사람들이 누군데······.정작 사귀니까. 변덕스런 사람들 같으니라고.”

 “난 저 사람들 이해 가요. 우리가 너무 드러내놓고 사귀는 모습을 보이잖아요. 직장이 놀이터처럼 보일 수 있다고요.”

 내가 그렇게 말해도 그의 표정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아직도 뿔 나 있어요?”

 “누가 뿔 나 있다고!”

 그는 내가 하염없이 울었던 다음 날부터 이렇게 시종일관 날 불러내어 틈나는 대로 제 무릎에 올려놓는 것이 일이었다.

 자신의 일은 미룰망정, 내 머릴 쓰다듬고 뒤에서 껴안는 것은 한 번도 거르는 일이 없었으며 그 상태로 아이를 어르듯 부둥부둥 흔들어대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그의 모습에 우리를 응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반감을 가졌을 것이다.

 그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이제 그만 멈춰야 했지만, 그는 어쩐지 혼절할 정도로 울어버린 날 이후로 끊임없이 날 달래고 또 달래는 것을 반복할 따름이었다.

 ‘많이 놀랐던 걸까?’

 “나 이제 울지 않는데······.언제까지 이럴 건데요?”

 꽉 부둥켜안고 어르는 그에게 기대어 물으니 그가 괜히 못 들은 척 의뭉을 떤다.

 “으응? 언제 끝낼 거냐고요.”

 “안 끝내.”

 “나 이제 안 운다니까요?”

 “언제 또 울지 모르잖아.”

 겁이 나는 듯 그의 손가락이 미약한 떨림을 자아내고 있었다.

 ‘내가 울었던 게 그렇게 충격이었어?’

 난 그를 새삼스러운 눈으로 쳐다봤고 그런 내게 그는 따스한 눈으로 쳐다보며 앞머릴 하염없이 쓸어 올렸다.

 “언제 또 울고 싶어져서 대책 없이 울음보가 터질지 모르는데, 미리 이렇게 붙어서 울지 않게 막아줄 수 있으면 좋지 않겠어?”

 그의 마음은 이해 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는 정말 안 될 일이었다.

 “벌써 진료도 얼마나 몰려 있는지 아세요. 선생님?”

 그렇게 일이 밀려 있으면서도 날 안고 달래는 거냐고 면박을 주는데도 그는 여전히 실실 웃으며 부둥켜안은 팔을 놓지 않았다.

 “오늘 못하면 내일 하는 거지, 뭐.”

 “환자는 기다려 주지 않거든요? 많이 아픈 환자면 어쩌려고······.”

 “그런 건 가려가면서 해. 내가 그냥 놔두는 환자는 그다지 아프지 않은 나이롱환자들뿐이라고.”

 “나이롱환자인지, 아닌지 모르는 거······.”

 “쉿. 지금은 그냥 가만 있어주면 안 되나?”

 그가 눈을 곱게 접으며 미소 지었다.

 ‘이러면 또 약해져서 아무 말도 못 하잖아. 약아 빠졌어. 물론 나야 너무 좋지만······.계속 이러다간 모든 사람들에게 미움 받겠어.’

 그는 자신이 이 병원의 간판 스타급 의사라는 것을 너무 쉽게 망각하고 있었다.

 모두들 바쁜 가운데에서 우리만이 닭털을 날리는 꼴이었으니 아무리 우릴 응원하고 사귀길 원했던 사람들이라도 마음이 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대로 계속 우리가 본분을 망각하고 타인에게 일을 미룬다면 더 이상 우릴 사귀길 바라는 이들은 없을 것이라, 이제는 더 이상 모르는 척 할 수 없었다.

 “내가 벌써 몇 번이나 지적 받았었는지 알아요?”

 “무슨 지적?”

 “얼마나 당신을 치마폭에 가둬야 하는 거냐고.”

 “치마폭?”

 그가 심드렁한 눈으로 내가 입고 있는 청바지를 내려다보았다.

 “바진데······.어디 치마가 있다는 거지?”

 “말이 그렇다는 거죠.”

 “······비유가 별로로군.”

 “더 별로인 건 뭔지 아세요?”

 “응?”

 “나보고 성군 눈을 흐리는 경국지색 같대요. 얼굴은 물론 많이 딸리지만.”

 나는 그때의 기분 나빴던 일들을 떠올리며 부들거렸고, 그는 또다시 습관인 듯 다독이며 그는 미간의 골이 깊이 팰 정도로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일이 있었나?”

 “계속 있어왔거든요?”

 “주의를 줘야겠어.”

 그러나 괜히 말 한 것 같았다.

 “하지 말아요. 사람을 고자질쟁이로 만들고 있어!”

 “아니, 왜······.”

 나는 그가 이번에도 실수를 하지나 않을까하는 노파심에 울먹이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러다간 내가 못 견디고 자진 퇴사 할 것 같아요.”

 “왜 그러는데.”

 “당신은 잘해주는 방식이 너무 극단적이라고요.”

 울상을 지으며 말하자 그가 그윽한 눈으로 한참을 응시했다.

 “지금 내가 곤란하게 만들었다는 건가?”

 그가 곤혹스러운 듯 되묻자 그제야 난 엄한 눈으로 그에게 조목조목 따지고 들 수 있었다.

 “네. 애정표현도 너무 극단적이면 주변에서 보기 불편하다고요. 게다가 우릴 응원하면서 붙여놓으려고 애썼던 사람들까지 적으로 만들고 일거리만 왕창 미뤄버리면, 미움 받는 것이 당연하잖아요. 우리 지금까지 한참 놀았거든요?”

 실제로 그랬다. 나름대로 일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둘 모두 병원에서는 쉽게 뭐라 할 수 없는 이들이라 알게 모르게 병원 직원들에겐 민폐 덩어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가 놀면 누군가는 일을 몇 배로 더 할 수밖에 없어진다.

 벌써 우리들이 허비한 시간 때문에 진즉에 퇴근 해 버렸을 직원들이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있는 것을 본 후로 짐짓 불편함이 쌓이고 있던 참이다.

 “우린 병원을 놀이터 삼아 연애질인데 다른 사람들은 당직을 서다시피 하는 처지니, 아무리 호의를 갖고 있었대도 얄미운 감정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잖아요. 나라도 우리 같은 민폐 커플은 응원 해주기 싫을 것 같아.”

 반감이 극에 달한 사람들은 벌써 이상한 소문까지 만들어서 퍼트리고 있었고, 이대로 조금만 더 있으면 우리가 이미 과장 실에서 아이까지 잉태했다는 소문이 만들어질 듯 보였다.

 ‘아까 전에 지나가던 간호사들만 하더라도······.’

 -저 두 사람. 과장 실에서 앉은 채로 섹스 했대.

 간호사들이 눈짓으로 날 쳐다보며 지나간 복도엔 포스트잇에 작은 글씨로 악의적인 내용이 몇 가지나 적혀 있었다.

  그 대부분의 내용은 그의 욕이 아니라 나를 마녀처럼 표현한 험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의 눈을 가리고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흉.

 그러니 더욱 좌불안석이 될 수밖에.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울어버릴 것 같으니까. 제발 이쯤에서 일 좀 하세요. 선생님. 응? 내가 이렇게 빌게요.”

 “아, 왜······.”

 “제발요.”

 그는 아쉬운 듯 내 허리를 붙잡고 있던 팔을 쉬이 놓지 못하고 있었지만, 난 야멸치게 보일 정도로 세차게 그의 팔을 뜯어내 버렸다.

 ‘이대로는 우리 둘 모두에게 악영향만 끼칠 거야.’

 “아침저녁으로 잠깐씩만 봐요. 그래도 우린 다른 사람들보다 오래 마주보고 연애하는 거잖아요.”

 달래보지만 그는 여전히 떨어지는 게 아쉬운 듯 내 목에 코를 박는다.

 “하지 마요.”

 “잠깐만.”

 “얼른 일 하라고요.”

 -했네. 했어.

 퍽-!

 “아야!”

 그가 미간을 팍 구기며 엉덩방아를 찧은 꼬리뼈를 두 손으로 비볐다.

 “갑자기 그렇게 밀면 어떡하나.”

 “일해요. 어서!”

 나는 포스트잇의 악의적인 내용을 떠올리며 자못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일이 밀려 있으니까. 일 하다가 쉴 때 만나요. 응?”

 “.....”

 그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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