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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이벤트 호라이즌
작가 : 서린
작품등록일 : 201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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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곳곳이 쓰레기장처럼 보였다.
길거리는 너무나 고요했다.
이동하는 동안 들리는 거라곤 연규의 발걸음 소리뿐이었고, 보이는 건 무너진 건물과 크레이터로 인해 중간중간 끊겨있는 도로뿐이었다.
하늘은 여전히 붉은색이다. 모든 게 어색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이곳을 오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변해버렸다.
이 모든 게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 본문 중 발췌

 
5. 난민 (2)
작성일 : 17-07-29 17:53     조회 : 55     추천 : 0     분량 : 4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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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난민 (2)

 

 연규의 외침에 금발 여자가 동아줄을 잡은 마냥 목청 높여 울음을 터트린다.

 "흐윽! 도와주세요! 크흑."

 "씨발, 너 뭐 하는 놈이야!?"

 민머리 남자 주위로 남자들이 몰려든다. 분위기가 험악하게 흘러간다. 속칭 예수머리를 한 남자가 연규의 어깨를 밀친다.

 "어디 새낀데 형님들 노는데 끼어들어?"

 남자의 위협에 연규가 민머리 남자의 손목을 놓고 뒤로 물러났다. 그때 남자들 뒤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냥 가세요. 그러시면 저희만 더 힘들어져요."

 이건 또 무슨 소린가. 그냥 가라니. 본인들이 원치 않은 성폭행을 당하면서도 가라고 한다. 연규는 뭔가 꼬여도 단단히 꼬여있음을 느꼈다.

 예수머리 남자가 피식 웃는다.

 "저 봐, 쟤들도 살고 싶어서 우리 옆에 붙어 있는 거라고. 이제 상황파악이 좀 되셨으면 꺼지시지?"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본인들이 도움을 원하지 않는데 자신이 무슨 수로 도와준단 말인가. 하지만 비명을 지르던 금발 여자가 마음에 걸렸다. 적어도. 저 여자는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금발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제… 제발 구해주세요."

 애처롭게 연규를 본다.

 민머리 남자가 붙잡혔던 손목을 돌리며 금발 여자에게 다가간다. 그대로 손바닥을 펼쳐 휘두른다.

 짝.

 "꺄악!"

 뒤로 물러섰던 연규가 다시 뛰쳐나갔다. 연규의 앞을 남자들이 막아선다.

 "아놔. 우리가 떡을 치던 뭘. 컥."

 불끈 쥔 주먹을 예수머리 남자의 턱에 꽂아 넣었다. 남자가 쓰러지자 주변 남자들이 달려든다. 무차별적으로 날아드는 주먹. 도대체 뭘 막고 뭘 피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결국, 연규는 몸을 말아 웅크려 남자들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다.

 능력을 써서 제압하는 건 문제가 아니다. 다만 능력을 쓰고 난 뒤 꿀 악몽이 걸린다. 악몽에 대한 두려움이 채 가시지 않은 하루다. 걷는 내내 어렴풋이 떠오르는 악몽은 연규의 몸도 마음도 지치게 만들었다. 그렇게 능력에 대한 믿음이 결여되자 능력은 발동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건 생각보다 남자들의 주먹, 발길질이 거세지 않다는 거다. 연속적으로 뻗어대는 공격에 한 치 앞을 분간하기는 힘들지만 견딜 만했다.

 참을 만하다는 것을 느낀 이상 맞고만 있을 수 없다. 연규가 웅크리던 몸을 풀고 일어나면서 주먹을 휘두른다.

 "와! 개새끼들아, 다 들어와!!"

 남자들은 연규의 동작이 크고 느릿한 주먹에 맞아줄 생각이 없었다. 각자 몸을 비틀고 뒤로 물러나며 연규의 공격을 피한 뒤 다시 달려든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다. 연규는 남자들의 주먹질을 몸으로 때워가며 오른쪽 남자의 옷깃을 잡았다.

 "어? 어?"

 옷깃을 잡힌 남자가 저항한다. 봐줄 생각은 없다. 눈에 별이 보일 듯 맞았는데 봐줄까 보냐. 이제 옷깃을 잡은 왼손을 당기며 오른손으로 면상을 후려치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차근차근 정리하면 이길 수 있다.

 빡.

 아직 오른손을 뻗지 않았는데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어라? 세상이 빙글 돈다. 뒤통수가 욱신거리는 게 뭔가 잘못 맞은 느낌이다.

 연규가 고개를 돌려 뒤돌아봤다. 민머리 남자가 부러진 나무막대기를 들고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어지럽다. 눈을 감았다 뜬다. 갑자기 새빨간 하늘이 보인다. 머리를 짚어본다. 아직도 붉은 하늘이 빙글빙글 돈다. 주변을 둘러보니 카터가 보인다. 민머리 남자의 부러진 나무막대를 들고 있다.

 "거기까지 하시죠. 나서긴 싫은데 그래도 제 일행이라서요."

 에스더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이어서 남자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네년은 또 뭐야?"

 "대… 대장. 마녀! 마녀예요."

 "뭐… 뭣? 마녀? 리버풀의 마녀? 그게 왜 여기 있어?"

 "그야 저도 잘 모르죠."

 남자들이 웅성거리길 멈추고 민머리 남자가 가슴을 펴고 외친다. 나름대로 박력 있어 보이고 싶은 것 같은데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리… 리버풀의 마녀가 여긴 무… 무슨 일이냐! 이… 이쪽 사정을 모르는 게 아닐 텐데?"

 고개를 돌리니 에스더가 멀찍이서 턱을 긁적이고 있다.

 "아, 미안해요. 제 일행만 돌려받으면 그쪽 사정 같은 건 관심 없으니까. 하던 일 보세요."

 "에… 에스더!"

 연규가 어지러운 와중에 소리쳤다. 남자들이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에스더와 카터, 그리고 연규를 번갈아 본다.

 "영구도 적당히 해요. 괜히 쓸데없는 오지랖으로 애써 정립된 룰을 깨부수지 말고요."

 룰이라고 한다. 도대체 어떤 룰이길래 거부하는 사람까지 따라야 한단 말인가. 이해가 안 됐다.

 연규의 몸이 들린다.

 "크헉."

 또다시 사타구니가 배긴다. 카터가 연규를 어깨로 둘러업고 움직인다. 악몽의 후유증일까? 어지럽고 몽롱한데 사타구니에서 올라오는 고통까지 견딜 수 없었다. 연규는 게거품을 물며 기절했다.

 

 쌀쌀한 기운에 정신이 든다. 연규가 몸을 벌떡 일으켜 주변을 살핀다. 짙은 녹색에 거친 캔버스 재질의 천이 눈에 들어온다. 아주 친숙한 모습이다. 다리 아래서 바람에 흔들리는 천 쪼가리가 텐트라는 걸 알려준다.

 바지를 풀어 자신의 소중한 부위를 살펴본다. 다행히 물건에 손상은 없다. 안도의 한숨을 쉬자 뒤통수가 욱신거린다.

 뒤통수를 만져봤다. 끈적한 점성이 느껴짐과 함께 욱신거리는 통증이 몰려든다.

 "크으으…."

 손바닥을 펼쳐보니 찐득한 피가 보인다. 자신의 실수를 돌이켜 본다. 아무리 견딜 만했어도 다수와의 싸움인데 너무 무모했다. 감정적으로 나섰어도 조금의 계획은 가지고 움직여야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예전 같았으면. 아니, 이벤트 호라이즌 이후인 예전 같았으면 벌써 나았어야 할 상처다.

 아차 싶은 생각에 허리춤에 달린 가죽 주머니를 풀어본다. 붉은 가루가 흩날린다. 가죽 주머니를 뒤집어 흔들어도 스칼렛쿼츠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능력을 썼을 때 생긴 경련도 너무 오래 간 것 같다. 그렇다면 변이체에게 발을 씹어 먹혔을 때 가루가 난 건가? 다시 한번 뒤통수를 만져보고 인상을 찌푸린다. 상처를 치료할 스칼렛쿼츠가 없으니 경각심을 가지고 움직여야겠다.

 하지만, 민머리 남자를 다시 만난다면 머리통에 머리카락이 날 때까지 두들겨 주리라.

 연규가 뒤통수를 붙잡은 채로 텐트를 빠져나온다. 붉은 햇볕이 따갑게 비춰댄다. 이제 낮은 완전한 봄기운으로 가득하다. 햇살을 느끼고 있을 때 갑자기 에스더가 말한 룰이 생각난다.

 도대체 룰이 뭐길래 그런 성폭행도 묵과하는 걸까?

 주변을 둘러본다. 드넓은 잔디에 텐트가 가득하다. 1인용 텐트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24인용 텐트까지 다양하다. 텐트 너머에 축구 골대와 트랙이 있는 거로 봐서 운동장으로 보인다.

 이 넓은 운동장에 가득 찬 텐트에서 어떻게 에스더를 찾아야 할까.

 연규는 주린 배를 채울 겸 텐트로 들어가 더플백에서 통조림 하나를 꺼냈다. 꺼내 든 통조림은 과일 통조림이었다. 상단에 표기된 유통기한을 보니 간당간당하다. 걱정이 앞선다.

 이벤트 호라이즌이 일어나고 1년이 조금 넘게 지났다. 그렇다면 대체로 유통기한이 긴 통조림도 대부분 먹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식량을 자급자족해야 할 텐데 어떤 걸 먹어야 할지가 관건이다.

 육류를 사랑하는 연규로서 고기는 그야말로 신의 선물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캥거루 같은 동물도 변이체가 된 마당에 고기를 쉽게 구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변이체가 된 동물을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당장 굶주리고 눈앞에 변이체 고기만 있다면 먹을 수야 있겠지만, 왠지 꺼려지는 건 본능이다.

 유통기한이 시급한 통조림을 분류했다. 그리고 통조림 하나를 까먹으며 텐트를 빠져나왔다. 다른 생존자들은 어떤 걸 먹고사는지 궁금하다.

 연규가 운동장을 빠져나가며 설렁설렁 걷다 보니 의문이 생겼다. 남자들의 공격을 견딜 만했다는 의문. 정확히는 날아드는 주먹이 매서운데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는 의문이다.

 연규는 싸움을 그리 잘 하는 편이 아니었다. 잘했다면 다섯 남자 중 한 명이라도 땅바닥을 뒹굴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붙잡은 손목을 풀지 못하는 민머리 남자. 그의 표정은 당혹감에 물들어있었다.

 "내가 원래 이렇게 힘이 셌었나?"

 듣는 이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혼잣말을 읊는다.

 눈앞에 기둥이 보였다. 시드니 대학교(The University of Sydney). 성한 건물 몇 없는 도시에 세워진 입간판의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연규가 피식 웃고 입간판을 지나친다. 생존자들이 한데 뭉쳐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이 모여있는 가운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생존자들이 조그마한 식기를 들고 줄을 서 있다.

 배식인가?

 마침 생존자들의 음식에 관심이 있던 연규에게 잘된 일이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성비가 여성이 우월하게 많다. 평범한 배식이라면 성비가 한 곳으로 치우칠 리가 없다.

 궁금증이 생겨 다가갔다.

 이들이 받아가는 음식은 음식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국이었다. 색은 투명했고 약간의 기름기가 떠다니는 모습이 전부였다. 건더기? 말할 것도 없다.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저 끓인 물을 받아가려는 게 아니라면 이러한 음식에 불평불만이 안 나올 리가 없다. 하지만, 음식을 받아가는 사람들은 건더기를 구경도 할 수 없는 투명한 국조차 감사한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받아간다. 그리고 누군가 뺏어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구석에 숨어들어 호로록 마신다.

 "거기 아저씨! 신체 멀쩡하면 일을 해야지 왜 여기서 얼쩡거려요?"

 걸걸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연규는 소리의 근원지를 찾지 못했다. 분명 배식하는 곳에서 들렸는데 걸걸한 목소리를 가졌을 만한 사람은 없다.

 "카악, 퉤! 아줌마들 잠깐 비켜 봐요. 이봐 아저씨!"

 배식을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로 휠체어 탄 남성이 나타났다. 선해 보이는 인상과 대조적으로 덥수룩한 수염이 거칠게 나 있는 남성이다. 그는 옷차림이 약간 불편해 보였다. 바지를 입었는데 허벅지 중간부터 푹 꺼져있다.

 "아저씨! 귀먹었어요?"

 "네? 저요?"

 "뭐야? 귀머거리도 아니고, 사지도 멀쩡해 보이는데?"

 남성이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연규를 훑어본다. 잠시 훑어보던 남성은 엄지와 검지를 입에 집어넣고 바람을 분다.

 삐이익~

 "자경대! 자경대!!"

 휘파람 소리와 함께 자경대를 외치자 곧 익히 아는 얼굴 둘이 배식대로 나타났다.

 "베르가, 무슨 일이야? 엇! 넌?"

 "마녀의 하수인!"

 "이 개자식들!!"

 민머리 남자와 예수머리 남자다. 그들의 얼굴을 확인한 연규는 바로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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