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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가을에 피어난 꽃 반지처럼
작성일 : 17-07-26 21:39     조회 : 15     추천 : 0     분량 : 16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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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세진은 전활 받고서 , 그 이야길 듣고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뒷맛은 참을수 없이 씁쓸했으나-

 

 

 웃을수 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이런게 복수전이라는 건가?

 

 자신이 떠올리고도 유치해서 바람 새는 소리가 잇새로 빠져나온다-

 

 

 자신이 하려고 했다면 더 없이 유치해졌을 이 이야기를

 

 그 남자는 동화로 만들어 놓았다.

 

 

 

 분하게도-

 

 

 

 

 옅은 열등감도 함께 느껴졌지만- 가장 먼저 든 감정은 하임이가

 

 이젠 좀 덜 힘들겠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세진은 이탈리아에서 하임을 지켜보았기에 알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둘의 사이는 이미 끝까지 와 있었다면서-

 

 담담하다고 - 괜찮다고 말했지만... 아무렇지 않다고 가끔은 거짓말도 자신에게 했지만...

 

 

 하임의 눈은-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지 않았다.

 

 

 자신은 오히려 귀찮게 말 걸지 않고 그녀에게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일 시간을 주었다.

 

 

 

 때론 그녀는 그게 괴로웠던지- 아주 일찍 깨어있기도 했고- 자신이 잠들었다고 생각해서인지 혼자 눈물짓고 있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자존심이 아닌, 자존감이었기에 더 슬픈 일이었다.

 

 

 

 

 나는 , 그저 그녀의 감정이 폭팔하지 않도록-

 

 

 

 그녀가 다시 , 길 위로 올라갈수 있도록- 잠시 손을 잡아주고

 

 기다려주는 것 밖에 할수 있는게 없었다.

 

 

 

 살짝 밀어닫은 문 뒤로 , 새벽녁에 들려오던 옅은 울음소리-

 

 그 소리는 아주 오래도록- 오래도록 내 가슴에 남았다.

 

 

 

 

 

 아무래도.... 내가 , 그와 헤어지길, 아주 간절하게 바랬었기에-... 죄책감 또한 마음을 무겁게 했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나머지 애들도 모두 놀랐을 뿐만 아니라- 하임이에 대한

 

 태도까지 달라졌다고 했다.

 

 

 

 

 그렇지-, 그랬겠지- 하임인 원래도 그런 애였다.

 

 

 그걸 남들이 눈치 채지 못했던 것뿐,

 

 

 

 하임이는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를때가 많았다. 김도하를 만나고 나선 더했고-

 

 

 그녀가 숨겨진 원석임을 깨달은건 , 그녀가 아니라 나였다.

 

 

 

 그랬기에 나는 늘 초조했다.

 

 

 남들도 그 사실을 알까봐서- .. 하기사 본인도 몰랐으니 남들도 눈치 못채고 살줄 알았는데-

 

 그리고 어느 정도는 , 못됐게도 , 치사하게도-.... 조금은 그걸 바랐는데....

 

 

 

 

 그 남자는 내가 아주 오랫동안 감춘 것을 한번에-.. 게다가 그 귀중한 원석을 반짝거리게 세공까지 해가지고는

 

 남들앞에- 자랑하듯 드러내었다.

 

 

 

 기본으로 가진 자신감의 차이일지도 모르고 혹은

 

 

 그 남자가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달리 - 하임을 제대로 대접하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나는 걔가 그렇게 까지 예쁜줄도 몰랐어- 되게 오래봤는데.... 처음엔 알아보지도 못했다니까?"

 

 

 

 전화를 타고 나오는 - 의아함을 넘은 목소리에 세진은 왜 자꾸 웃음이 나는지 알수 없었다.

 

 

 

 "원래 그런 애였어- 자신이 워낙 꾸미는걸 싫어해서 그렇지..."

 

 

 한참만에 세진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자- 전화기 너머의 친구가 망설이다가 말을 꺼냈다.

 

 

 

 

 "다들 너랑 올줄 알았어-..... 다들 그 이야기 하더라..."

 

 

 

 .... 거기서 말문이 턱 막혔다.

 

 

 

 

 나도 그럴줄 알았다고 대답할뻔했다. 뭐라 말할수 있을까- 그 남자가 어떤 준비를 시켰는지는

 

 자세히는 몰라도 듣기엔 , 그 남자의 직업이 무엇인지.. 그동안 그토록 망설이게 한게 사람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인지...

 

 그런건 몰라도-

 

 

 

 

 자신에게 말했던 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라는 건 정확하게 알수 있었으니까-

 

 

 

 "..... 그랬어?"

 

 

 내 목소리는 내 귀에도 언짢아 하는 것 처럼 들려왔다. 부끄럽게도-

 

 

 

 

 "옆의 남자가 누군진 몰라도- 자기도 쫙 빼입고 - 장하임한테서 손을 못떼더라- 여자애들이 경악한건

 

 비단 옷차림 때문만은 아니야- 남자가 장하임한테 홀딱 빠져 있는게 정말 티가 났거든... 눈에서도

 

 몸짓에서도.... 더 놀란건-"

 

 

 

 

 친구가 말미에 망설이는건 하임과 자신의 사이를 대충은 짐작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이 친구는 아마도- 그것이 나만의 감정일지도 모른다는 것 까지도 예감하였을 것이다.

 

 

 

 

 "장하임이... 원래 좀 소극적이라고 할까? 좀 답답한 타입이었잖아- 전혀 당당한 면이 없었잖아- 조용하고-

 

 

 그런데 전혀 그래보이지 않았다는 거야-.... 도하한테 가서 무슨말했는지는 몰라도-

 

 

 

 도하는 그 뒤로 완전 얼이 빠져 있었어-

 

 

 

 게다가 그 남자는 축의금까지 냈어- 그러고 식도 시작하기 전에 자릴 떴는데.... 도하는 내내

 

 식 내내 정신이 딴데 가 있는 사람 같았어- 사정 모르는 사람들 까지 수군댈 정도로

 

 정신이 없었어- 뭐라 따끔하게 한마디 한 거였겠지만..그 얘기만 들었다고 하기엔 완전 얼이 빠져 있어서...... 장하임은 말하면서도- 생긋 생긋 웃더라고

 

 장하임도- 그 남자도-"

 

 

 

 "......."

 

 

 

 

 생각이 복잡해서 말이라고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세진은 그저 전화길 들고

 

 뭐라 말을 하고자 열심히 입매를 가다듬었지만 ....

 

 말이라고는 한마디도- 입을 떠나지 못했다.

 

 

 

 

 

 -

 

 

 

 

 

 나와서 운전하다 , 식장에서 안 보일만큼 멀리 떨어지고 나서야, 나는 조심스레 차를 대었다. 하임은 씩 웃었다.

 

 "어쩔수 없죠-자리 바꿔요-"

 

 

 

 낮은 한숨과 함께 일어서서 자리를 교환한다. 그녀는 키가 작은 편이라 의자를 한참이나 당긴 후에야 운전이 가능해진다.

 

 나는 미안한 감정에 그녀를 보면서 씩 웃었다. 미안해도-.... 어쩔수 없었다.

 

 

 하면서 오싹오싹- 1분에도 몇번씩, 초 고도의 긴장을 해야 했으니까-

 

 나는 조심스럽게 말로도 마음을 전했다.

 

 

 "미안해-"

 

 

 

 장하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말 싫댔잖아요- "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산뜻한 목소리에 나는 다행이라고- 겨우 안심한다.

 

 

 "어차피 이 차는 - 오늘 오후까진 우리꺼야- 어디든 가고 싶은대로 가도 돼"

 

 

 

 나는 그 말을 하면서 약간 후회했다.

 

 

 우회했어도 드라이브 하자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내 기억은 장하임이 장난스레 , 나와 있을때 말했던 것처럼 -.... 지뢰가 너무 많았다. 우스운건

 

 

 묻어놓은건 적어도 나니까- 나라도 그 위치를 정확하게 알면 좋으련만...

 

 

 나조차도 잘 모르는게 너무 많았다.

 

 

 

 그래서 나 조차도 가끔은 불안해 진다는게-... 그 지뢰의 가장 최악인 점이었다.

 

 밟으면 그게 누구든- 그게 나라고 해도 죽어라 할퀸다는 점도 그랬다.

 

 

 

 하지만 장하임은 느끼지 못한건지- 아니면 아무렇지 않은 척인지 씩 웃었다. 정말 기쁘단 듯이-

 

 

 

 "그럼- 그래요- 불평없이 따라 오기에요?"

 

 

 나는 그 말에 , 고갤 주억거렸다.

 

 

 "그래 그러지 뭐-"

 

 

 

 그녀는 기쁜듯이, 살짝 콧노래를 불렀다.

 

 그녀의 허밍이 너무 부드러워서- 나는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단속하느라 애썼다.

 

 

 그녀는 도심을 벗어나- 경기도의 외곽으로 차를 몰았다. 나를 염려한듯- 천천히- 속도를 내지 않고-

 

 전에도 느낀 거였지만 그녀는 운전을 잘하는 편이었다. 물론- 공주님 차림에, 운전은 별로 어울리지 않았지만-

 

 

 "어땠어 당신은?"

 

 

 나는 다시 물어야 될것 같아 물었다.

 

 어땠는지- 알고 싶었다. 이런 끝을 그녀도 원한건지- 정확하게 알고 싶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

 

 

 

 " 아-.... 너무 긴장했었는데-... 오히려 좀 개운하다고 할까요?"

 

 

 

 나는 살짝 의외라 다시 물었다.

 

 

 

 "시원 섭섭?"

 

 

 

 그녀가 그 말에 나를 살짝 흘겨보았다. 흘겨보아도- 예쁘게보인다- 원래도 속눈썹이 짧은편은 아닌거 같았는데-

 

 속눈썹도 붙인건지- 그녀의 눈 위에 길다랗게 아름다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아뇨- 시원은 맞고- 섭섭은 아니에요-... 확실히 시원하긴 했어요- 그 남자 앞에서

 

 나는 한 순간도- 아찔하도록 갖고 싶은 여자였던적이 없었던 것 같았거든요-

 

 가질수 없는데- 너무 갖고 싶은 사람이 있잖아요?"

 

 

 

 

 

 아이러니 하게도- 그 말을 하고 있는.. 그녀는 내게- 늘 그랬다.

 

 

 

 갖고 싶은데 가질수 없는 여자였다.

 

 

 아니- 가지고 싶다고 말조차 할수 없는 귀한 여자였다.

 

 

 

 가지고 싶어서 마음의 욕심이 들끓는데- 티조차 내면 안되는 여자이기도 했다.

 

 

 

 그러기에 아까의 그놈이 더 미워졌다. 감히- 그런 생각까지 품게 하다니-

 

 그 놈은 그런 생각하는 것 까지도 아까운 놈이었다.

 

 

 얼굴을 맞 대하고 나서 나는 더 실망했으니까-

 

 세진이라는 그 남자보다도- 한참- 못해 보였으니까- 남자다운 패기조차도 묻어 있지 않은 얼굴하며

 

 

 또 편지에 적힌, 졸렬한 내용도 그랬다.

 

 

 

 

 "섭섭은 아니에요- 물론 우린 사랑하면서... 좋은 순간도 분명 있었을 거에요

 

 

 아뇨.. 있었어요 분명- 그런데- 그 기억이 소중할 만큼- 그래서 그걸 잊지 않고 모조리 기억할 만큼

 

 도하는 우리의 기억을 예쁘게 추억으로 남기지 못했어요-

 

  나도 그랬구요..... 모든건 남은 감정의 차이죠.....혹은 사람따라의 차이 일수도 있겠지만-

 

 마지막의 기억이 혹독하니까.... 잊고 싶고- 밉고- 잊으려 애 쓰고 그래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냥 여기서 우린 끝났으면 - 이젠 원망도- 서로 기억도- 애쓰지도- 않았으면 했어요-

 

 좋은 모습을 남긴건 - 가장 예쁜 모습으로 기억되는건 , 순전히 나를 위한거였지만요-"

 

 

 

 나는 그말에 , 웃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진심같이 들렸기 때문이었다. 이번은 확실히 진심인 것 같았다.

 

 

 

 

 "요정할머니가 실력이 좋아서 그렇지 뭐-"

 

 

 

 우쭐해 하는척 장난스런 표정을 짓자 그녀가 듣기 좋은 소리로 웃었다.

 

 

 

 

 "이번 이 옷도-.. 당신이 골랐어요?"

 

 

 나는 그 말에 좀 쑥쓰러워졌다.

 

 

 "응-..... 그랬어-.... "

 

 장하임은 나를 보면서 , 진지하게 대답했다.

 

 

 

 

 "당신은.... 내 아름다운 모습만 봐 주는거 같아요- 내 많은 모습중에서.... 내 가장 좋고 따뜻하고

 

 예쁜 모습만요.... 옷 입었을때, 놀라고 말았거든요-.... "

 

 

 

 

 "왜 놀랐는데? "

 

 나는 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 기대했던 것 보다- 나한테 잘 어울려 보이고- 내가... 더 나은 사람 같아 보여서요- 나는 내 자신을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당신이 자꾸 나를 좋아지게 만들어요- "

 

 

 

 

 "......."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오히려 내가 해 주고픈 말이었으니까-

 

 

 그녀는 나를 자꾸만 용기 있는 사람으로- 가끔은 아... 내가 누군갈 웃게 해 줄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아직 맞 잡았을때... 손을 마주 잡았을때 다른 상대까지 얼려버리는.... 그런 사람이 아닐수 있구나-

 

 

 

 사람에 따라.. 아닐수도 있구나를 가르쳐 준 사람이었으니까-

 

 

 

 아주 오래- 나를 미워하고, 내가 내 손으로 나를 죽여 버렸으면 하고 조용히 소망하던 나를-

 

 순전히 책임감 때문에 놓치지 않고 그저 잡고 있었던- 나와의 공존을 허락해준

 

 

 

 나와.... 나 스스로의 공존을 있게 해준 가장 크나 큰 이유중의 하나는

 

 

 분명 그녀였으니까...

 

 

 

 이상한 이야기지만- 나는 나 스스로와 공존하기엔- 내 자신에 대한 미움이 너무 컸었다.

 

 그런데 그녀가 내게 오고 나서야- 나는 나 스스로를 궁지에 모는 걸 그만둘수 있었다.

 

 

 

 편해도 된다- 너무 괴로울 필요는 없다.

 

 아주 잠시만이라도- 그런 생각을 할수 있었다.

 

 오로지- 그녀 덕분이었다.

 

 

 

 

 

 그녀는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마치 안다는 것 처럼 웃었다. 나는 그 웃음에 우울한 기색을 날려버리고서 웃으며 덧붙였다.

 

 

 

 "그럼 내내 내 곁에 있어- ... 내가 당신한테 어울리는 옷을- 매일, 매 순간- 매 시간 골라 줄 테니까- ... "

 

 

 

 그 말에 그녀는 고갤 돌려 날 바라보았다. 나는 또 내 감정을 너무 숨김없이 드러내서 그녀에게 부담을 준게 아닐까 생각하였다,

 

 그래서 장난스레- 덧붙였다.

 

 

 

 

 "아무래도 내가 너보다 패션에 대해선 좀 잘 아나보지- 미술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말야-"

 

 

 내 장난기 어린 말에 그녀는 얄밉다는 듯 혀를 차며 대답했다. 그러나 눈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어휴- 잘난척 할 틈을 주면 안되요 하여간-"

 

 

 

 "... 그런 내 단점까지도 - .. 넌 다 좋아하잖아- 아니야?"

 

 내가 더 얄밉게 덧붙였다. 그녀가 장난으로 받아 칠거라 생각해서 한 말이었는데

 

 

 오히려 그녀는 쓸쓸하게 웃음지으며 대답했다.

 

 

 

 

 그녀의 눈이 뜨거웠다. 본적없는 눈빛이었다.

 

 

 

 

 "그래요- 당신은 단점까지도 가지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에요- 그런 단점때문에는 도저히 포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

 

 단점조차도- 장점처럼 빛나는 사람-"

 

 

 

 

 그녀가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않았어도-

 

 그녀의 손을 꽉 잡았을 텐데-, 나만 마음을 드러내는게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그 마저도- 그녀는 나보다 더 용감해서- 나처럼 웃음으로 넘기지도 않았다. 그 말을 다시 웃음으로 포장하지 않았다.

 

 그대로- 내게 그 마음을 주었다. 그건 내겐 부담이 아니라- 오래 그런 맘에 굶주려 있었기에 소중해지는 마음이었다.

 

 

 

 손에 담아 온기가 묻은- 마음에서 꺼내서 아직도 따끈한 마음 한 조각이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손을 잡고 싶어한다는 걸 안것 같았지만- 왠지 그녀는 두 손 다- 운전대를 꽉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손을 , 도착할 때까지도 내리지 않았다.

 

 

 

 

 

 

 -

 

 

 

 

 그녀가 다다른 곳은 호숫가에- 가로수 길이 길게 붙은 곳이었다. 경기도 어귀인것은 알수 있었지만 어딘지를 정확하게는 알수 없었다.

 

 그녀는 길치라고 했는데... 여기는 너무나 순식간에 찾아왔기에 나는 궁금해졌다.

 

 

 

 

 

 "여기는 어떻게 알았어?"

 

 

 

 

 

 그녀는 막 신발을 벗은 참이었다- 신발이 높았던 탓인지 발은 상처 투성이였다. 나는 차 안을 뒤졌지만 회사 차여서 , 편한 신발따윈 없었다-

 

 

 

 그녀는 개의치 않는 다는 듯- 맨발로- 손으로 구두를 들고- 총총총 깨끔발로 뛰어서는 가까운 벤치에 앉았다.

 

 

 나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물병에서 물을 꺼내 묻혔다. 그리고 그녀의 발을 닦아주고자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얼굴이 빨개져서는, 나를 만류했다.

 

 목소리엔 왠지 화난거 같은 기색이 역력했다.

 

 

 

 

 "다리도 불편한 사람이! 내가 할게요- 주세요-"

 

 

 

 "괜찮아 이 정도는 할수 있어-"

 

 

 

 

 내가 고집을 부리자 그녀는 내 팔을 당겨서 끝내는 나를 옆에 앉혔다. 자신이 모로 앉을테니 , 꼭 해야겠다면- 앉아서 하라며-

 

 

 

 "괜한 배려는......"

 

 

 

 나는 괜히 투덜대며 옆에 앉아서- 그녀의 발을 안아들고는 살살 닦기 시작했다.

 

 

 조그마한 발에 - 붉은 상처들이 가득하다-

 

 

 

 

 

 예전엔 왜 이런 생각... 못했었을까-

 

 

 

  하민이와의 두번째 만남또한 하민이의 신발 때문이었다.

 

 전에, 그 전에 만났던 여자애들도- 옷맵시를 위해 맨발로 이런 구두를 신었던 날 있었을 텐데-

 

 

 아니 많았을텐데도..

 

 

 

 

 그 발에 난 상처가 내 맘까지도 아릿하게 하는 사람은..... 여자란 아름답기 위해 희생하는게 한두가지가 아니구나-

 

 하게 만드는 사람은 이제껏 둘 뿐이다.

 

 

 

 

 하임은 아직도 얼굴이 빨갛다.

 

 

 

 "왜? 더워?"

 

 

 

 내 무연한 질문에 그녀는 미안하다는 듯이 제 입술 끝을 못살게 깨문다.

 

 

 

 ".... 발 더러운데... 뭐하러 그래요-..... 어차피-....... "

 

 

 나는 픽 웃고 대답했다.

 

 

 

 "불평 그만해- 하나도 안 더러우니까- , 발 아픈거 보니까 내가 더 아파서 그래-.... 비싼 구두면 발도 좀 편할줄 알았는데..."

 

 

 내 볼멘소리에 하임이 웃는다.

 

 

 "신발 탓 하지 마요- 신발 탓.. 아니거든요- 내가 원래 발에 유난히 살이 없어요- 운동화도 신으면 까질때도 있어요- 뒤에 뒷축이 바로 닿으면-

 

 콕콕 까지거든요-"

 

 

 아직도 살이 벗겨진 곳이 있는데 그녀는 내 손에서 부드럽게 손수건을 뺏었다. 그리곤 다시 똑바로 앉고선

 

 

 앞에 있는 큰 호수와 나무를 무연히 바라본다. 내 무릎위로 돌아간 내 손을 - 손을 뻗어서 잡고는...

 

 

 그녀의 작은 손에 내 손이 꼭 잡힌다- 손은 내가 , 두배는 큰거 같은데도-

 

 

 

 

 "여기는 어떻게... 알았어?"

 

 

 두번째 묻는거 같다. 그녀는 이제야 대답을 한다.

 

 

 

 " 아주 오래전에- 대학교 새내기때에 근처에 왔다가 발견한 곳이에요- 그 뒤론 작업하면서도 한번 왔었고-....

 

 가끔 오거든요-"

 

 

 

 그녀는 풍경을 즐기는 것 처럼 보인다- 나무들은 겨울이 왔으니 , 이제 모든걸 떨어내 버리려는듯

 

 

 마지막 옷깃을 우리에게 날리고 있었다. 낙엽이 비처럼 날리어 왔다.

 

 

 

 "당신 길치잖아-"

 

 

 

 내 지적에 그녀는 기억했냐는 듯 한 표정이다- 그럼 당신에 대한걸 이제와 내가 어떻게 잊겠어?

 

 

 

 

 "그래요-... 지독한 길치인데-.. 어떻게 지나갈때마다 들르게 되다보니-....

 

 그래도 여기 길은 외웠어요- 가끔 바람 쐬고 싶으면 여기 와요-.........

 

 앉아서 한참 있다 가곤 했었어요-.."

 

 

 

 

 그녀의 표정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혼자서?"

 

 

 

 

 내 유치한 질문에 그녀는 웃는다- 호수위로 비치는 잔 물결처럼 빛나는 미소로-

 

 

 

 "네- 가끔은... 혼자서요-... 둘이서도 온적 있었어요-"

 

 그 말에 내가 잠시 멈칫하자 그녀가 묻는다.

 

 

 

 "왜요? 싫어요?"

 

 

 

 나는 잠시 말 없이 웃었다. 그래 , 그녀라고 왜 안될까- 나도...... 나조차도- 하임의 기억으로 덧칠한

 

 하민이의 기억이 있는데-...

 

 그녀는 생각났다는 듯이- 차로 향하려 하길래 내가 먼저 일어섰다.

 

 

 

 "뭐? 내가 가져다 줄게- ..."

 

 

 

 

 

 그녀는 잠시 망설였다

 

 

 

 아름답게 물결치는 머리가 그녀의 어깨에 살짝 내려앉아 있었다.

 

 

 

 

 

 "제가 아침에 가지고 온... 가방에- .... 안에 보면 스노우 볼이 들어있어요.... 그거... 가져다 주실래요?"

 

 

 

 

 "........?....... 알았어-"

 

 

 

 

 나는 그녀의 가방을 뒤적여 곧 그 스노우볼을 찾았다.

 

 

 

 스노우 볼 안에선 눈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이곳에 늦가을의 낙엽이 불어오는것과는 달랐다.

 

 

 

 

 안에 있는 한쌍의 반지-....... 나는 곧 예감할수 있었다. 이 한쌍의 반지가 누구의 것인지-....

 

 

 내가 다 안다고 생각했던... 감히 나 보다야 훨씬 가볍겠지, 그렇겠지... 하고 여겼던 사랑도....

 

 

 

 

 

 당사자에겐 눈보라처럼- 맨발로 헤쳐나간 눈길처럼 아주 춥고 혹독했으리라-

 

 

 

 

 그녀는 그렇게... 오랜시간을- 이 눈보라 안에 있었겠구나-

 

 그런데도....바스락 부서질듯 얼어버린 나와는 달리- 가슴속에 빛을, 따뜻함을 품고 있었겠구나-

 

 

 언제나...나보다- 한뼘씩 강한 여자구나...

 

 

 

 그녀는 내 손에서 스노우 볼을 받아 들곤 자그락 자그락 흔들었다-

 

 

 

 

 "원래 깨서 던질 생각이었는데...... 깨 버리기 싫네요-..... "

 

 

 

 그녀의 눈은 투명한 겨울을 향해있다- 애정어린 눈길은 아닌데

 

 왠지 마음을 콕 하고 찌르는 듯한 눈빛-

 

 

 

 

 "이 반지가 내 손에 놓여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 반지는 계속 겨울속에 있겠죠-....... 그건 그대로 또 아름다울거에요-..."

 

 

 

 

 "......"

 

 

 

 

 "이제 싫었던- 미웠던- 내게 모질었던 모습은 잊을 거에요-

 

 잊고 싶어요-

 

 미안한 내 모습들도요- 알면서도 많이 모른척 했던 그런 모습들도요-....

 

 

 그 동안- 책장 깊숙히 숨겨 뒀었거든요-"

 

 

 

 

 그 말에 내 눈이 슬퍼지고 만다.

 

 생각보다 더 상처가 컸었구나- 예상보다 더 깊었구나-

 

 

 그녀는 내 눈을 보곤 내 얼굴에 가만히- 손을 살짝 올린다- 이마에서 콧날로- 콧날에서 볼로 떨어지는

 

 

 작고 조그마한 손끝, 그 손끝은 아주 작은데도- 아주 따뜻해서

 

 

 

 닿은 곳은 아주 작은데- 마음을 부드럽게 크게 쓰다듬어 주어서

 

 난 그녀의 손을 막을수 없다.

 

 

 

 

 "슬픈눈 하지말아요-... 그 곳에 있다는 것도 잊었었어요-

 

 

 그 곳에 둔건 저였지만- 그걸 잊게한건 ... 그곳에 두었다는 것도 잊게 한건 당신이었어요-

 

 당신의 숨- 당신의 이야기- 당신의 모든것에 내가 매료되어 있어서-"

 

 

 

 

 

 그녀는 숨을 고르듯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 공백에 난 숨을 죽인다.

 

 

 

 

 "당신의 꽃잎이 너무 빽빽해서-..... 그 꽃잎 사이에- 이런 겨울이 있었음을... 난 까맣게 잊고 있었으니까-...

 

 그런 눈 하지 말아요-........"

 

 

 

 그녀는 구두를 내려 놓았다. 그리고 조심스레 구두를 다시 신고- 내 손을 잡고 호숫가로 다가섰다.

 

 바람이 잔물결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바람이 그려준 오선지에 음표처럼 빛들이 내려 앉았다.

 

 

 

 

 눈부신 빛이 그 물 위를 끊임없이 수놓고 있었다. 그녀의 투명한 눈동자에

 

 일렁이는 빛이 비치었다.

 

 

 

 언제나, 내가 상상한 그대로의 장면이었다.

 

 

 물속에 있던 나에게 손을 내밀었던- 그 얼굴-

 

 

 

 

 말갛고 하얀 얼굴에 있는, 투명한 눈동자위로 비치우는-

 

 아름다운 빛이 , 손에 힘을 꽉 주게끔 만들었다.

 

 나는 그 얼굴을 물 바로 아래에서-

 

 

 내밀기가 두려워- 코까지 스칠만큼 가까운 수면 안에서

 

 언제나 , 그런 그녀를 보았던 것만 같았다.

 

 

 

 

 

 그녀는 살짝 웃고- 잠시인가 망설이더니-

 

 

 

 스노우볼을 놓아주듯이-... 마치 잡혀 있던 것을 풀어주듯이

 

 호수에 스노우볼을 놓아주었다.

 

 

 

 약간의 물보라와 함께-

 

 스노우볼은 이내- 물 속으로 사라졌다. 한참이나 그녀는 , 미련한점 느껴지지 않는 얼굴로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나를 보며 웃었다.

 

 

 

 나는 그녀가 내 물가에서.... 사라지지 않길 바라면서 그녀를 살며시 껴안았다.

 

 그녀는 잠시 놀란 듯 했지만- 살며시 내 목을 팔로 감싸는 손길이 느껴졌다.

 

 

 

 

 내 꽃잎사이로 감춰져 있던- 눈보라를 품은 물방울을-

 

 

 

 우리는 그렇게, 함께 보냈다.

 

 

 

 

 -

 

 

 

 

 

 희영은 늦은 시간에 회사에 혼자 앉아 있었다. 마감해야 할 보고서가 남아 있기도 했지만-

 

 혼자 써늘한 집에 들어서고 싶지 않기도 했다. 그 써늘한 집에 들어서면-...

 

 물건들은 가득 차 있건만-

 

 애정이라곤 온기라곤 한톨도없는 그 집이 마치 자신처럼 느껴져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이젠 두려워졌다.

 

 

 아무도 없는 빈 공간과 어둠에서 들려오는 듯한...자신을 만류하는 동생의 목소리까지 지울수는 없었으니까-

 

 

 

 

 

 어쨌든- 이제 자신은 지견에게 약속했으니까-

 

 

 아니 원하는 것을 위해 그러겠다고 , 스스로 말했으니까-

 

 그가 미워하는, 동생의 파멸을 그의 손에 주겠다고......

 

 

 

 희영은 믿는 바가 있었다.

 

 

 지견이 간과한 것들을 , 희영은 불행하게도 알수 있었다.

 

 

 

 

 불행하게도- 알수밖에 없었다.

 

 

 

 

 그날 파티에서 확실하게 건진건 그것이었다.

 

 왠지, 형제인 지견과는 너무나 달라- 꽃같이 고운 그 남자가

 

 눈 앞의 그 여잘 보호하고 싶어서-... 마치 희영이 더러운 것이라도 되는 양 , 떼어내고 싶어 했다는 것-

 

 

 

 거의 본능에 가까울 정도로 자신을 미워하고 있다는 것과-

 

 그 여잘 자신 뒤로 밀어- 반사적으로 보호하는 것을 보았기에...

 

 

 

 

 지견의 말과는 달리- 건조하지 않은 사이란것 쯤은- 충분히 알수 있었다.

 

 

 

 건조한 사이라니..... 여자보다도 남자의 눈에 더 많은것들이 서려 있었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지견은 모른다- 그런쪽에선 놀랍도록 둔하다- 자신도 몰랐더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

 

 안다는 것 자체가 불행이었다.

 

 

 

 이제는 얼었다. 굳었다. 아무것도 통할일 없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마음에......

 

 

 

 지견이 있음을-

 

 

 

 희영은 이번 지견의 추궁에서-..... 그곳에 지견이 있음을 확실히 인식했다.

 

 그건 기쁨이 아니었다.

 

 

 

 놀랍도록 큰, 불행이었다.

 

 

 

 그의 말 처럼- 우린 서로가 원하는 것만을 주고 받았으면 좋았을텐데-

 

 그랬다면 ...... 내 감정이 다칠 일조차- 그걸 또 감출일조차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자신이 한심했다. 못된척- 약은척- 독한척은 혼자 다 했는데-

 

 

 마음속에 ..... 동생이후에 누구도 다시 누군갈 염려하거나- 애틋해 한적조차 없던 그 건조하디 건조한 가슴 속에-

 

 지견이 들어서버린걸-...... 스스로만 가장 늦게 알아버리다니..........

 

 

 

 

 

 사랑의 존재를 인정하고 나니- 그 얼음같다던 지견의 동생을 이해할수 있었다. 눈 앞의 당돌하게 굴던

 

 모든것이 심드렁하다는 듯 눈을 내리깔던 그 여잘 떠올린다.

 

 

 

 그래-지견의 동생은 그 여잘 사랑하게 됬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의 그 여자를 오롯히 버렸다고는 할수 없다-

 

 지견은 그런걸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버린건 버린거지- , 지견에게 사랑은 물건과 같이 버렸으면 버려지는 것이겠지만

 

 보통은, 사랑의 감정이란게 버린다고 해서 마음 먹는다고 해서- 절대로 사라지는 어떤것이 아니란것을...

 

 특히나- 시작을 같이 했는데.... 혼자만 남은 사랑이라면..... 더욱더-

 

 

 

 원래 구원은 없었다면 모를까- 있었던 후에는 없던 일로는 도저히 될수 없다.

 

 구원이라는 것 자체가... 그렇다-

 

 

 

 추웠던 사람에게 온기는 잊을수 없는 따뜻함으로 남고-

 

 떨어지고 싶지 않은 간절함이 되버린다는걸-

 

 

 

 간절함은 목숨에, 숨이 가장 가까운곳에- 바짝 다가가 있는 뾰족한 나이프같은 것임을.....

 

 

 겪어보지 않았던 사람은.... 모른다는 걸.....

 

 

 

 

 

 

 참 이상하지......

 

 

 

 

 

 희영은 슬프게 미소지었다.

 

 

 내내 추웠던 자신에게는- 냉담한 지견 그 자신조차도 구원같이 느껴졌었는데.....

 

 

 그의 애정없는 손놀림조차- 툭툭 뱉는 무시하는 말들도, 단지 지나가는 숨결조차도-

 

 

 구원이었는데...

 

 

 

 

 지견은 왜 나를 구원이라곤 생각치 않을까.......

 

 

 

 

 흘리고 있던 웃음이 눈에띄게 옅어지다 곧 얼굴에서 사라졌다.

 

 

 

 다시 되 짚어 본다 전의 사랑은 사라지지 않았다.

 

 

 

  만약 그 사랑이 큰 위기를 겪는다면.....

 

 가령........ 그 여자가 , 죽을 위기에 처한다면......

 

 혹은 죽는다면......

 

 

 

 희영은 그 말을 떠올리며 눈이 서늘해졌다.

 

 

 

 

 지금의 사랑은 공중분해되기 쉬워질 것이다.

 

 

 아무리 지금이 좋아도- 아무리 따뜻해도......

 

 

 죄책감이란 것이, 무게가 더 무거워져 끈질기게 따라붙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달라질것이다.

 

 

 

 

 그 당돌한 여자는 견디다 못해 도망칠수도 있겠지만.... 그 남자는.... 과연 어떠할까.......

 

 

 

 희영은 핸드폰을 손으로 살짝 살짝 돌렸다.

 

 

 

 확신이 설때까지 - 어두움이 내려 앉은 사무실 안을 슬쩍 돌아다 본다.

 

 

 그리곤 전활 걸기로 마음먹고 , 전활 건다-

 

 

 건너편의 누군가가, 딸깍- 전화를 받았다.

 

 

 

 "부탁할 일이 있어요-"

 

 

 

 

 어두컴컴한 사무실에 그녀의 목소리만이 조심스럽게 울려퍼진다-

 

 

 

 

 

 

 

 -

 

 

 

 

 

 그 뒤, 작약과 나는 벤치에 앉아서 소근소근- 끝없을 이야길 나누었다.

 

 그가 꼼꼼히 닦아준 덕에- 발은 아까전 처럼 고통이 심하진 않았다.

 

 

 

 그는 내내 쾌활하게 굴었지만-

 

 

 나는 오히려 그게 신경쓰였다.

 

 아까 그는 운전을 부탁하며 , 긴장한 태도가 역력했다.

 

 자신이 운전하다가 내가 잘못되기라도 할까봐 극도로 긴장한것처럼 , 운전 중에도 , 마치 내가 거기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 처럼

 

 다급한 눈으로- 나를 살폈다.

 

 

 단지 10분- 15분 남짓한 시간에도 말이다.

 

 

 

 그는 내가 코를 약간 훌쩍이자- 자신의 재킷을 곧바로 벗어서 내게 덮어주었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그의 얼굴이 다정스레 가까이에 다가온다.

 

 

 

 

 "안 그래도 되요- "

 

 

 

 "위에 옷이 얇잖아- 괜찮아 난- "

 

 

 

 자신의 옷도 두껍지 않으면서....

 

 내 어깨에 걸쳐진 그의 재킷에서 그의 향기가 났다. 이젠 그 자체가 되어버린 향수와 짙은 커피냄새가 난다.

 

 

 재킷안의 안감이 부드럽게 팔에 감싸인다.

 

 

 

 

 나는 옷을 벗어주기보다 안아주길 바랬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능청스럽고 뻔뻔한 내 자신에게 조금 웃음이 난다.

 

 

 

 깔끔한 검정 셔츠가 그에게 멋지게 녹아든걸 보니 , 그는 참 어떤곳에 서 있어도- 어떤곳에 앉아 있어도

 

 그림이 되는 남자다- 길고 긴 눈꼬리와- 짙은 눈매-뾰족하다고 해도 무방할 턱선,

 

 아름다운 입술의 선도-

 

 

 

 

 

 그는 내게 묻지 않았다.

 

 

 

 

 그 반지가 무엇인지- 그 안에 서린 기억이 무엇인지-

 

 

 단지 내게 어땠냐고 물었고- 그게 다였다.

 

 

 

 너무도 고맙고 , 너무도 특별한건-

 

 

 

 그런 자리에 지독히 나서기 싫어하면서- 그런게 연극이고 가짜라고 생각하는걸 내가 아는데도-

 

 거리낌 없이 나를 감싸서 보듬어 주었다는 것이였다. 작은 부분에서도- 내가 기 죽지 않게끔-

 

 

 뻔한 사람 같겠지만- 나는 그곳을 , 엉망진창으로 이탈리아로 도망가서 떠나오면서- 몹시도 창피했었다. 나는 매력이 없어서 떨어져서-

 

 

 

 그에게 버림받은 여자였으나- 작약과 함께 그 곳에 돌아가서-

 

 

 왕자님의 손을 잡고 멀리 다른 곳으로 떠나는 사람이 될수 있었다.

 

 

 그의 마법은 몹시도 황홀했고- 그는 몹시도 아름다웠고-

 

 

 

 

 나는 이제는, 진심으로- 내 맘속 어드매를 늘 어둡게 좀먹던 도하의 기억들을-

 

 깨끗하게 볕에 말리고- 보드라운 그의 꽃잎을 대신 내 맘속에 새길수 있었다.

 

 

 

 

 그의 팔이 내 어깨에 따뜻하게 감싸져 왔다. - 낙엽이 바람이 불때마다 우수수 떨어졌다.

 

 

 그는 떨어지는 낙엽을 마치- 무용수같이 우아한 동작으로 잡아서- 내 손에 쥐여주었다.

 

 

 

 "이렇게 예쁜곳에- 당신과 있어서 좋아-"

 

 

 

 그는 내 귀에다 대고 속삭인다- 속삭이는 소린데- 내 맘속에 파동은 한 없이 크기만하다.

 

 

 이제 내가 그 없이 살수 있을까?

 

 

 

 그는 지난번, 이젠 나 없이 살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부끄러운 투가 아니었다. 진정으로 , 마치 당연한 사실을 묻는 듯한 그 정갈한 말투에

 

 

 

 나는 오히려 놀랐었다.

 

 

 

 

 내가 그 안에서 그정도로 큰 존재가 된다는 것에-

 

 그래서 여전히 나는 ..... 아직도 가끔은 그가 날 행복하게 할 때마다- 더 없이 , 내가 감히 이런 행복을 거머쥘 자격이 있는지

 

 

 되새기게 될 때마다- 두려워지고 만다.

 

 

 

 그가 나를 하민씨의 기억의 한조각으로 치부하고 있진 않을까- 아주 가느다란 실같은 의심이 따라붙고 만다.

 

 

 그 의심은 곧 나를 돌아보는 그의 미소에 사라져버리지만 - 그 의심이 그곳에 있었단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맘이 괴로워진다.

 

 

 

 그를 의심하는 내가 싫고- 그러면서 그를 놓치기 싫어하는 나도 싫고

 

 

 이렇게- 처음에 만날수 없었음을-

 

 

 내가 더 아름답던 시절에 , 더 순수했던 시절에

 

 그와 더 함께할수 없었음을

 

 

 

 

 이미 늦었는데도, 괜시리 후회하고야 만다.

 

 소용따위 없는걸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사진 한장... 찍을래?"

 

 

 그의 뜬금없는 이야기였다.

 

 

 그는 나부끼는 낙엽을 마치- 벛꽃잎이라도 된 듯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름답다는 듯이- 고갤 들고서-

 

 

 나는 그의 말에 자연스레 의문을 품었다.

 

 나는 그의 집 어디에도 사진 비슷한것도 보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대답하지 않자 싫다는 뜻으로 여겼는지 내게 설득의 목소리를 꺼냈다.

 

 

 

 

 "나... 사진 잘 찍는 편인데........ 아프기 전엔, 곧잘 찍었었어-

 

 당신, 오늘 정말 아름답거든-... 카메라를 안가져와서- 핸드폰 카메라 밖엔 없지만-"

 

 

 

 그는 내 얼굴을 살짝 쓰다듬었다.

 

 

 "아깝잖아- 경치도 이렇게 좋은데-"

 

 

 나는 머뭇머뭇 말을 꺼냈다.

 

 

 

 

 "아니 좋은데-... 싫은건 아니지만-..."

 

 

 

 그의 눈빛에서 왠지 나는 느낄수 있었다- 아니면 피해 망상에 젖은 내가

 

 제 멋대로 떠올리는 걸지도 모르지만......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하민씨와 이렇게

 

 뷰파인더 사이로-.... 눈길을 마주했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녀는 그에게서- 그는 그녀에게서

 

 서로의 눈길을 뗄수 없었을 테니까-

 

 

 

 나는 고갤 살짝 도리질해 그 생각을 떨쳐버렸다.

 

 그리고 못나디 못난 마음속의 나를 호되게 후려치듯 내쫓았다.

 

 

 

 

 "그럼 우리 같이 찍을래요?"

 

 

 

 그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듯 갸웃거렸다.-

 

 

 "같이?"

 

 

 "이렇게요-"

 

 

 

 

 

 나는 그의 핸드폰을 내 손에 들고 셀카모드로 핸드폰을 바꿨다- 그리고 그에게 바싹 붙어 앉았다.

 

 그는 살짝 당황한듯 콧잔등에 붉은 기운이 돌았다.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았다-

 

 그의 깎아놓은 듯 파르스름한 볼에- 내 볼을 대 본다- 그리고 생긋 웃었다- 가벼운 손놀림으로- 셔터를 눌렀다.

 

 

 

 "봐요- "

 

 

 

 그 사진속의 그는 웃고 있었다. 나도 , 웃고 있었다.

 

 웃는 얼굴이 믿을수 없을만큼 아름답다- 눈에 그려진- 부드러운 곡선-

 

 

 드러난 입께의 가지런한 이도- 그 옆에서 웃고 있는 나조차도 그 빛이 닿은듯이

 

 

 아름다워 보인다- 고맙게도-...

 

 

 

 그는 그 사진을 보고 행복한듯 씩 웃었다.

 

 

 그는 내 앞머리를 살짝 살짝 넘겨주더니 왠지 망설이는 듯 손을 꼬물꼬물 거리더니

 

 결심이라도 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휙 하고 손을 올리더니

 

 

 

 이마에 쪽 하면서 한장 더 사진을 찍었다-

 

 

 

 

 

 

 

 간질거려서 참을수 없을만큼 달달하다- 그가 이런 닭살돋는 짓을 하다니

 

 

 

 나는 믿을수 없어 그를 빤히 보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는 얼굴이 빨개져서 큰 손으로 눈만 빼고

 

 

 얼굴을 가렸다. 그러나 눈 주위까지도 빨갰다.

 

 

 

 "닭살- 정말 닭살이야... "

 

 

 나는 괜히 머쓱함에 그를 타박했지만- 목소리가 웃는 소리같아서- 힘이 별로 실리진 않았다.

 

 

 그는 그 말에 손을 살짝 내렸다. 아주 살짝- 얼굴은 여전히 빨갰다.

 

 

 원래 부끄러움을 타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가- 저럴때 마다 다른 맘보다 귀엽단 생각이 먼저 든다.

 

 

 

 "내가 그랬잖아- 원래 연애는 유치한 거거든-?

 

 니가 지나치게 건조한거야- 앞으로 안그럴꺼야 , 매번 닭살이래 무슨 말을 할때마다- "

 

 

 

 투덜투덜- 토라진 말투가 더 귀엽다- 나는 이번엔 내가 그의 손을 끌어당겼다.

 

 

 내 핸드폰에는 놀란듯한 그와 그의 입술에 진하게 뽀뽀하는 내 사진이 남았다.

 

 

 

 "뭐야!"

 

 

 "투덜대지 말라고 입술 막은거죠-"

 

 

 

 내가 메롱- 하고 혀를 쏙 내밀자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제 손으로 막았다.

 

 눈은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당황이었다가 황당이었다가 웃음이었다가 놀람이었다가 어이없다 였다가....

 

 

 

 "뭐 뽀뽀한번에 이렇게 당황하고 그래요- 우리사이에-"

 

 

 내가 빙글빙글-웃으며 말하자 그는 사나운척 , 화난척 대답한다.

 

 

 

 "니가 방금 나한테 한 짓이 증거로 남았어- 알지?"

 

 

 핸드폰을 흔들어 보인다-

 

 내가 찡그리는 척 하며 되 물었다.

 

 "그래서- 고소라도 하게요?"

 

 

 

 내 말에 그는 씩 웃으며 대답한다..

 

 

 

 "뭐.... 생각좀 해보고? 해볼까?"

 

 

 

 "이럴줄 알았으면 증거는 안 남기는 건데!"

 

 

 내가 아쉬운 척 말하자 그는 웃는다- 해맑게

 

 

 

 "그러게 후회할 짓을 왜 해-"

 

 

 

 "증거가 아니라 추억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랬죠-"

 

 

 그는 그 말에 잠시 멈추었다가 , 그 사진을 다시 보는 듯 했다.

 

 

 

 

 "... 나 너무 놀란거 같은데..."

 

 나도 그 사진을 다가와서 들여다 보고 대답했다.

 

 

 

 

 "그래서 귀엽잖아요-"

 

 

 

 "귀여워? 누가? 내가?"

 

 

 그의 표정은 외계어라도 들은양 이상해진다-

 

 

 

 "네 귀여운데요? 지금도- "

 

 

 

 내가 그의 볼에 손가락을 콕 하고 찍자 그가 눈으로 내 손을 쫓으며 묻는다

 

 

 "뭐야- 이 손 안치워? "

 

 볼멘소리와 부루퉁하게 나온 입술-

 

 

 

 " 귀여운 작약-"

 

 

 

 그는 기막히다는 듯 흥 거리며 한숨을 쉰다.

 

 

 

 내가 너보다 오빠라는것도 까먹은 거냐면서- 투덜거린다

 

 

 

 

 " 오빠라면서- 이 사진에선 내가 누나같네요-"

 

 

 내 말에 그는 다시금 얼굴이 붉어졌다.

 

  부끄러운것도 모른다며 빨개져서 툴툴거리는 그가 좋아서 나는 또 환하게 웃고 만다.

 

 

 

 

 

 우리는 한참이나 그렇게 사진을 찍었다- 사진의 뒤에 비친 빛이 살짝 주황빛으로 물들 쯤에야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날때도 그는 손을 꼭 잡았다- 내 손에 끼워졌어야 할 반지는 아마 빛으로 물든 호수

 

 바닥 어드메 쯤에 있을 것이었다. 추가 달린것도 아니건만 무겁디 무겁게 가라앉아서-.....

 

 

 

  그래도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

 

 

 내 손엔 그 어떤 반지도 대신할수 없는, 꽃반지가 있었으니까-

 

 

 가느다랗고 빛나는 손가락이- 꽃이되어 내 손에 감싸여 있었다.

 

 

 그 행복감으로 충분했다. 그 꽃만으로-

 

 

 

 

 

 내 손만은 이미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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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행복한 질문 ,서로를 좀 더 알게 된다면 2017 / 7 / 24 20 0 15273   
153 새로운 인연, 이제 시작되는 연인 2017 / 7 / 24 17 0 12184   
152 확신, 아니라면 내가 확신할수 있도록 2017 / 7 / 24 19 0 14591   
151 복숭아 향기와 눈물 난 두 볼의 마주닿음 2017 / 7 / 24 16 0 10276   
150 숨어들다 , 그리고 묻다 2017 / 7 / 23 20 0 17010   
149 가면파티 (3) 그리고.... 2017 / 7 / 23 13 0 13974   
148 가면파티(2) 2017 / 7 / 23 16 0 12418   
147 가면파티 (1) 2017 / 7 / 23 20 0 12132   
146 준비 끝, 시선을 모아 쥐다 2017 / 7 / 23 23 0 7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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