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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한조각 씩 잃어버린 토끼 그리고 곰
작성일 : 17-07-25 04:11     조회 : 16     추천 : 0     분량 : 13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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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임이 나간 후

 

 

 

 지혁은 계속 , 한동안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꼼짝도 않았다. 앉은 그대로-

 

 

 

 그리고 조용히 생각했다.

 

 

 

 

 

 유난히 도전적이던 그의 목소릴 떠올린다.

 

 그 사람에게 하임이 무슨 말 을 하고 있을까-

 

 지금쯤 두 사람은... 만났을까?

 

 그래서 두 사람은 괜찮을까?

 

 

 

 

 장하임이 정말.... 나와는 행복한 해피앤딩을 맞을 수 없다던 그의 말이 맞는 말일까?

 

 

 

 어쩌면... 그래.. 어쩌면-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 남자는 장하임에게 전력 투구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 듯 보였으며

 

 

 진심으로 그 사실을 분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쩔수 없이, 수긍하는 내가 짜증나지만-

 

 

 그의 그 태도는 내 가슴에 열등감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나 스스로도 불안감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가란 질문

 

 그리고 한손만 그녀에게 주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라는 질문-

 

 

 그녀가 이해만 해 준다면 상관 없지 않나라는 스스로의 결론과..

 

 

 

 계속 그 후에도 품고 있던 미안함도-

 

 

 

 

 

 

 

 

 몰랐다면 모를까- 언제나 감정은 규정짓는 순간에 실체란 옷을 가벼이 걸쳐입고는

 

 내 마음의 방에 단정하게 앉는다.... 규정짓지 말아야지 하고는 매번 그런다.

 

 그 감정들이 옷을 걸쳐 입고 내 맘의 방에.... 앉아버렸다.

 

 

 

 

 

 

 

 

 한동안은 또 그런 생각을 , 덜어낼수 없이 오래 해야 하겠지

 

 낮게 쉬는 한숨-

 

 

 

 

 

 지금, 우선은 한발인데- 그냥 한발만 내 딛고 싶었는데-

 

 

 

 나는 혼자서 뛸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말도 하지 않고서 그런 생각을 품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연애가 어떻게 이렇게 복잡한 걸까- 전엔 그런 생각 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하민이를 만나기 전에 만났던 , 그 아이들에게도 당연히 감정이란게 있었을 테고 내 무심하고 교만한 태도에 그들도

 

 아마 나처럼 힘들었겠지... 예전 지민이는 , 내게 말했었다. 어떻게 그렇게 상대한테 신경을 써주지 않느냐고-

 

 그 아이는 너에게 자신의 맘을 다 주었다고 생각하고 있던데 너는 대체 왜 그러냐고-

 

 

 당시의 나는 , 정말 철면피였다. 아무렇지도 않게- 지민이에게 말했다.

 

 사귄다고 해서 다 잘해줄거라고 착각할까봐- 분명히 말했다고 ... 우리 사이는 니가 기대하는 데로 흘러가지 않을테니까-

 

 사귀고 싶다면 그래 줄순 있지만- 니가 기대하는대로 내가 그대로 움직여 줄 거라고 생각하진 말아달라고-

 

 그럼 그 애들은 늘 수긍하고 사귄다고- 그게 대체 무슨 마음을 주는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아마도 사귀다 보면 달라지겠지 하고 자신의 감정을 밀어붙이는거지-... 라면서-

 

 그런거라도 원한건 , 사귄다는 그 이야길 원한건

 

 내 마음따윈 상관치 않는다는 그 태도는

 

 그 애들이 먼저 한 행동이라고 그러니까 내 잘못이 아니라고-

 

 

 

 그때의 나는 몹시, 건방지고 못되고- 남의 감정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었다.

 

 

 

 그 감정들도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더 소중히 , 어차피, 거절하더라도

 

 던지지 않고 소중히 내려 놓아 줄순 있었던 거였는데-

 

 

 

 

 남에게 한 만큼 돌아온다더니......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 지민이는 너는 정말 , ... 이러더니 말을 멈추었다. 나중에 물었더니 차마 욕은 못하겠어서 그랬다고 그랬다.

 

 차라리 욕을 해줬다면 좋았을까........

 

 

 

 

 

 장하임의 마음도 그럴까?... 내가 밀어 붙여서 이까지 온건 ... 아닐까? 그때의 나처럼.......

 

 우리는 정말 손을 잡고 함께- 같은 곳에 서있는게 맞는 걸까?

 

 

 

 

 

 왠지 못 걸어서 한발부터 시작해야 했던것은 마치 나 뿐만이었던 것 처럼-

 

 장하임은 내 기분이야 영문도 모를텐데.....

 

 

 그냥.... 복잡한 심경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창 밖을 내다보았다. 가을의 빛을 충실히 받고 있는 여러 그루의 나무들을 그저 바라본다-

 

 

 

 벌써 가을이다,

 

 

 

 

 

 

 

 ...괜한 짓을 했다. 전화는 손 대지 않았어야 했다. 장하임은 준비 못한채 나 때문에 나선거나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어찌 되었든

 

 

 

 장하임의 '선택' 이다. 만약 내가 없었다면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았을까?

 

 그렇게 되는 거였을까? 그랬다면 좋았을까?

 

 

 

 

 지혁은 자신도 모르게 고갤 저었다..... 하임은 그런 가치관에 따라 움직이는 쪽이 아니었다.

 

 아마 그정도로 끌렸다면..... 잠시 내 손을 잡기 전에 내게 먼저 고민할 시간을 달라던지-

 

 아니면 애초에 그에게 고민해 보겠다는 대답부터 했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는 장하임은 적어도 그랬다.

 

 

 

 

 내가 그녀를 잘 안다고 자부할 정도가 되는진 이제 확신할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만큼의 안에서라면-

 

 

 

 

 

 

 

 

 지혁은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서 한참이나 글을 썼다.

 

 

 

 막막하고 복잡한 심경과 달리 글은 , 아니 복잡할 수록 잘 써졌다.

 

 글 쓰는 일은 지혁에겐 일종의 비상구.. 혹은 돌파구였다.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그러나 그 자리에서 버텨야만 할 때... 어쩔수 없이 그 자리에 머물러야만 할때... 그는 글을 썼다.

 

 

 대화할 사람도 말할 사람도 , 원망할 사람도 없던 그 때에........

 

 

 

 

 글은 훌륭한 돌파구가 되어 주었다. 도피할수 있는- 숨어버리기 좋은-

 

 

 

 지긋지긋한 현실의 자신은 잊을수 있었다. 글 속의 사람들에게 투영될때는 오히려 후련하게 느껴졌다.

 

 그냥 현실속에서 슬퍼해 봤자 달라지는 건 없었지만.... 글을 쓰면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으니까-

 

 

 

 

 그건 오랜 시간 혼자 있으면서 든 버릇이기도 했다. 글을 쓸때마다... 머릿속으로 하민이가 걸어오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장하임의 그림을 보고 놀란것도 그 중에 머릿속에 떠올린 것과 너무나 흡사한 그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그림엔 언제나 간절함이 있다... 설명할순 없지만 - 따뜻한 열망이 느껴진다.

 

 

 

 

 

 아무리 글을 써도- 아무리 오래도록 하민일 기다려도.....

 

 그녀는 결코... 오지 않았지만 , 단 한번도 다가서지 않았지만

 

 글은 지혁에게 , 사랑의 감정에 무척이나 가까웠다.

 

 

 

 

 

 

 

 안경에 비치는 모니터의 황망한 불빛 속에 자신의 머리에서 나온 이야기가 일목 정연하게 나와서 올라 앉았다.

 

 ....

 

 

 

 

 

 안경을 살짝 쓸어본다- 얼굴에 올라앉은 안경의 이질적인 무게감-

 

 

 

 

 

 단 며칠 뿐이었는데... 어느새 고요가 불편해지다니-

 

 지혁은 쓴 웃음을 지었다. 사람은 어찌나 이렇게 쉽게 변하는지-

 

 사람이 적응의 동물이란것도 거짓말은 아닌가보다. 나는 어느새 힘들면 냉철한 얼굴 대신

 

 

 쓴웃음이라도 짓고 있었다. 장하임이 내 그런 얼굴을 불편해 하니까-

 

 

 참 쉽게도 변하는군

 

 스스로가 우스웠다. 남들이 변할때 가장 먼저 생각했던게

 

 당신은 참 쉽게도 변하는군 하고 비웃는 것이었는데

 

 

 가장 먼저 변한건 나였다.

 

 

 

 

 그래서 난 스스로 고립되어 있었다. 내가 쉽게 변하는건지 사람이 쉽게 변하는 건진 몰라도 그렇게

 

 쉽게 모든걸 떨칠수 없었으니까.. 나는 원래 얄팍하고 가볍고 조금은 , 아주 조금은 막내라는 역할이라던가

 

 즐거워 하는, 철없어도 이해받는... 내 역할을 좋아했었는지도 모른다. 그 일은 가끔은 진력이 나고 짜증나는 일이었지만

 

 때론- 그대로 즐겁기도 했었으니까-

 

 

 

 

 하민이를 떠올려본다. 꽃은 잊지 않고 매번 보내고 있다. 간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나는 또 새 꽃을 보냈다.

 

 

 

 이건 이상한 보상 심리일지도 모른다. 하민이는 알지도 못할텐데... 아마 그럴텐데-

 

 꽃이건 ,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이건 내가 써내고 있는 이야기든 아무것도 모를텐데..

 

 

 

 

 왠지 나는 , 언제나... 그녀가 다 알고 있을것만 같다.

 

 

 

 

 그녀는 언제나- 내가 말 하지 않는 부분까지도 , 이해하고 동감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마치 몸 속의 예민하고 예민한 부분을 그대로 이해하는 것 처럼, 마치 나와 같은 것처럼-

 

 딱 맞아 떨어지는 퍼즐 조각처럼-....

 

 

 잃어버린 어떤 것을 그제야 찾은 것 처럼.....

 

 

 

 

 

 분명 하민이와 느꼈던 감정은 무엇이었는지 내 스스로가 잘 기억하고 있다. 하민이가 잠들었을때의 감정도

 

 그 이후의 일들도 난 아직 잊지 않았는데....

 

 

 

 

 하임이는 조금 다르다.

 

 

 

 

 분명 난 알고 있었다. 장하임이 나를 좋아한단것도 - 내가 한걸음씩 물러 나고 있었다는 것도

 

 

 

 

 그러나 하임이는 하민이는 몰랐던 것을 알고 있다. 하민이는 천성이 긍정적이고 밝은 애였다.

 

 나는 비록 순 가짜였지만, 가짜 밝음이었지만

 

 하민이는 그것까지도 날 아껴주었다. 그러다보니 , 연극이었는데 진짜가 되었다. 사고 뒤에

 

 나는 안간힘을 썼다. 더 철저하게 혼자가 되려고 철저하게 차가워 지려고 더 철저하게 진짜

 

 나쁜놈이 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장하임은 그게 '나쁜척' 임을 알아챘다. 그것까지는 그녀와 같았지만

 

 

 

 장하임은 그 '척' 을 아낀다기보다 굳이 그렇게 안해도 된다는 걸 가르쳐 주었다.

 

 그런 척 안해도 당신이 차갑지 않은 사람이란걸 원래부터 알았던 것 처럼- 원래 그 '척' 따윈 신경쓰지도 않았다는 식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더 없이 냉정한 나에게 이상스러울 정도로 금방- 연정이란걸 품었다.

 

 

 

 

 

 그걸 눈치 채지 못했다면 내가 이상한 놈이었을 것이다. 내내 눈을 아래에 고정해 두고 있어도

 

 내 눈에 얼굴에 나비처럼 날아와 ,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떨어질줄 모르던 시선....

 

 

 

 

 처음엔 부정하고싶어 연정이 아니라 신기한 감정 때문이겠거니 했었다.

 

 

 그녀에게는 난 좀 다른 존재일 테니까- 이상한 존재일테니까-

 

 

 

 

 그래서 더 못되게 굴었다. 보는걸 느낄때면 기다리지 않고 왜 그렇게 보느냐고 되 물었다.

 

 그래야 그녀가 그제야 눈을 내게서 떼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나면 나는 늘 이중적인 감정을 느꼈다.

 

 

 

 좋은건지 싫은 건지... 알수 없는,

 

 

 

 

 

 

 상대가 만약 하민이었다면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쓸데없는 성질이나 괴팍한 성미 같은걸 참을수 있는 애가 아니었으니까....

 

 

 하민이라면 상황을 아예 짚고 넘어가길 원했을 것이다. 우리가 사귀는 시작에 그랬듯이-

 

 그녀는 법칙부터 정했었다. 그리고 나는 순진할 정도로 그 법칙에 따랐다.

 

 

 거부할수 없을만큼 모든게 달콤했으니까-

 

 

 

 

 

 

 나는 머리를 쓸어넘긴다. 부질없는 짓이다. 두개의 이야기는 별개여야만 한다.

 

 

 계속 이렇게 서로를 저울질 하는것은 미련한 짓이다. 이러지 말아야 한다..

 

 

 

 

 

 

 그때였다. 문 소리가 들렸다.

 

 

 

 작고 조그마한 손이 내 문에 노크를 하는 소리-

 

 마음까지도 두드리는 것 처럼 가슴 끝까지 찡해지는 그 소리

 

 나는 일어섰다. 내가 나도 모르게 살짝 미소짓고 있음을 느꼈다.

 

 

 

 문 앞에서 살짝 숨을 쉬었다. 그리곤 곧 문을 열었다.

 

 

 

 

 

 

 

 

 -

 

 

 

 

 세진이는 내가 울음을 그칠 때 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었고

 

 나를 향해- 예전처럼 상냥하게 웃었다. 긴장하지 말라면서- 그동안 자신이 화를 낸건 정말 미안했다면서

 

 

 답답해서 그랬다고..... 그러고는 또 웃었다. 그토록 오래 나를 알았다면서- 그런 웃음따위 가짜란걸 알고 있는데도

 

 

 나를 배려해서 그는 끝까지 나에게 웃었다.

 

 

 

 

 그 웃음이 더 없이 내 마음을 할퀴었다.

 

 

 

 

 

 그리곤 그는 내게 정중하게 부탁했다. 그 사람에게 전화 달라고 하라고- 자신의 번호를 주라고

 

 

 

 내가 망설이자 그는 씩 웃었다 내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걱정마- 전처럼 욱해서 실수하는 일 없도록 할게- 니가 걱정하는건 그쪽인거 같으니까..."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그 말에 바로 반박했다.

 

 자신을 그렇게 낮추는 건 원하지 않았다. 정말로-

 

 그는 내게 어쨌든 소중한 존재였다.

 

 마치 내가 , 자신을 전혀 하나도 신경쓰고 있지 않단 말은 슬펐다.

 

 슬프고 싫었다.

 

 

 

 

 

 "니가 다치는 것도 당연히 원하지 않아- ..... 무의미한 다툼 자체가 싫어-

 

 그럴 만한 의미가 전혀 없어 "

 

 

 그러자 세진은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을 띄우며 대답했다.

 

 

 "무슨 소리야- 무의미 하지 않아- .. 아마 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걸?

 

 그리고 안 다퉈- 그럴 일 없을거야"

 

 

 

 알수 없는 대답이었다.

 

 

 

 

 "그럼- 부탁할게-"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또 전화할게.... 정말이야- 더 이상은 걱정 마-

 

 넌 충분히 할 만큼 했으니까- "

 

 

 

 

 다정한 말을 남기고서-

 

 

 

 

 

 그러고도 나는 돌아 오는 길 내내 훌쩍였다. 그게 뭐 때문인지 알고 싶지 않았다.

 

 쌍둥이를 잃으면 , 이런 기분일까? 왠지 그런 기분이었다.

 

 

 

 한조각을 잃은 기분-

 

 

 

 맘 한구석의 허전함의 공간이 죄책감으로 메워지는 기분을 느꼈다.

 

 

 

 

 

 

 전에도 세진이가 이상하다곤 생각한 적 있었다. 늘 누가 사귀자고 쫓아다녀야 세진이는 마지못해 사귀는 것 처럼

 

 그렇게 몇번의 연애를 했었다. 늘 여자애들이 먼저 지친다는 것도 그러했다. 먼저 고백하고 먼저 지치고 결국 이별통보를 하곤 했었다.

 

 

 

 그런데 그게 나 때문일거라곤 솔직히 상상도 한 적 없다. 워낙 숫기가 없어서... 혹은 워낙 관심 없다는 듯 이야기 해서

 

 그런 걸까 예상만 했을 뿐이다. 짐작만 했었을 뿐이다.

 

 

 그게 나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안 지금.... 내 추억과 기억은 통째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땐 나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아니었을까?

 

 

 멍청할 정도로 둔했던 나도- 매번 남자친구를 세진이에게 소개 시켜 줬었으니까-

 

 세진이는 한번도 모른적이 없었는데- 내가 누구를 좋아하건....

 

 하물며 작약조차도 들키고 말았으니까-

 

 

 

 왜 이제서야 괴로울까- 세진이가 나한테 말한 당시보다-

 

 세진이에게 내가 말하고 난 뒤가 왜 더 괴로울까-

 

 

 

 

 이미 세진이의 얼굴은 말이 아니었다. 담배...잠시라도 끊은줄 알았었는데- 윗 주머니에 삐죽 나온 담뱃갑을 보면서

 

 까칠한 입술과 머릴 보면서... 난 참담한 기분이었다.

 

 

 

 너무나 죄스러웠다. 왜 이런 기분을 느껴야만 하는지- 왜 나는 쉬운길을 두고서

 

 언제나 그 길 아닌 다른길을 고르는지- 그 길에 고민할 것도 없이 발을 들이는지

 

 

 이런 말 하면 안되겠지만 , 아니 내가 이렇게 죄책감을 느끼는게 너무나 싫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지금의 나는-

 

 나는 작약에게 달려지서 안기고 싶었다.

 

 

 

 

 

 그 품에 안기면- 내가 아끼는 그의 향기를 들이마시면- 이 마음이 가라앉을것 같았으니까-

 

 

 

 

 그는 언제나 이런 기분이었을까- 나는 언제나 그를 다소 원망했다. 손에 닿을듯 닿지 않는 그 거릴 -

 

 내 아픔을 다 품지 말라며 나를 밀어내던 그를 원망했다. 야박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죄책감이 이렇게 무거운데- 내가 느끼는 죄책감이 이토록 무거운데-

 

 그토록 사랑한 그녀를 밀어내고 내 손을 잡으려면 그의 어깨에 실린 무게는 어떠했을까-

 

 그리고 내 손을 잡으려 용길 낸 그때의 .... 그 무게는 또... 얼마나 혹독했을까-

 

 

 어떤 맘으로- 온맘을 다해 내게-...... 와 주었는지-

 

 나는 모를수가 없었다. 이제는-

 

 

 

 나는 문 앞에 다다라서 문을 두드렸다. 발소리와 그다운 차분한 숨소리가 살짝 들렸다.

 

 문이 열렸고 나는 의심없이 그에게 안겼다-

 

 

 

 그는 다소 놀란듯했지만- 곧 한 손으로 안경을 벗는 게 느껴졌다. 그리곤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의 가슴께에 얼굴을 묻고 나는 복잡한 마음을 털어 내고 싶었다.

 

 그는 그런 내 맘을 다 헤아리는 것 처럼,

 

 

 

 내 등을 토닥였다. 그 따뜻함에- 다 아는 듯한 손길에

 

 나는 다시 울음이 터질것 같았다.

 

 

 

 힘껏 참았다. 온 힘을 다해 눈물을 참았다.

 

 그는 한 손으로 내 머릴 쓰다듬었다....

 

 

 

 

 "잘 왔어-"

 

 

 그가 낮은 소리로 내게 말했다.

 

 

 

 "다녀왔어요-"

 

 내가 목이 메는 소리로 대답했다.

 

 

 

 

 아주 여러가질 남겨두고 왔다. 아주 많은 것을 잃고 여기로 왔다.

 

 나는 이 사람에게로- 왔다.

 

 

 

 

 

 

 

 -

 

 

 

 

 

 작약은 별로 놀란것 같지 않았다. 울먹거리는 날 그냥 좀 미안한 얼굴로 바라보았을 뿐이다-

 

 말 없이 날 자리에 앉히곤 티슈를 주었다. 말 없이 부엌으로 가서 물 한병을 주었다.

 

 

 물병은 차가웠다.

 

 

 

 "얼굴이 빨갛다.. 좀 대고 있어- 얼음팩은 없지만 좀 괜찮을거야 -"

 

 

 나는 그의 말 대로 병을 얼굴에 살짝 댔다. 플라스틱 너머의 차가운 물의 넘실거림이 느껴졌다.

 

 

 

 그는 묻지 않았다. 다그칠줄 알았는데- 아니... 다그치진 않더라도 묻긴 할줄 알았는데 아무말도-

 

 묻지 않았다 그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차가운 물로 적신 물수건을 또 가져다 주었다.

 

 

 

 "내 꼴이 그렇게 엉망이에요?"

 

 

 

 작약은 그 말에 살짝 웃었다.

 

 

 

 "눈이 빨개져서- 하얀 피부에 눈만 빨갛게 되니까.. 아파보이네- "

 

 

 

 그는 손수건을 다시 가져가더니 내 눈 쪽을 살짝 살짝 찍어냈다.

 

 

 

 "힘들었지?"

 

 

 그는 그 말 한마디를 하곤 그저 내 얼굴을 닦아주었다. 마치 다 안다는 것 처럼-

 

 

 

 

 "......."

 

 

 

 

 선뜻 대답할수조차 없었다. 내가?..... 아니면 세진이가 힘들었을까?

 

 그는 대답을 기대 하지 않았단 듯이 살짝 웃었다.

 

 

 

 

 입을 연건 나였다.

 

 

 

 ".... 그냥 , 내가 이기적이란 생각때문에 힘들었어요-........

 

 그렇다고 해도 세진이보단 아니었겠죠-"

 

 

 요령있게 설명하고 싶었는데- 내가 느낀 그 이상한 공허함을...

 

 그러나 나오는 말은 싱거운 이야기였다. 내가 하고 픈 말은 아니었다.

 

 

 

 

 "....."

 

 

 

 작약은 그저 내 말을 사려깊게 듣고 있었다.

 

 

 

 

 "얼굴이 까칠해서- 맘이 아팠어요-"

 

 

 

 

 "그래- 그랬을꺼야.... 이해 할수 있어- 무슨 맘인지 잘 알고 있어-...

 

 너 나한테 말하면서 , 나 기분상할까봐 걱정하고 있었잖아- 안그래-...."

 

 

 

 

 그의 목소린 다른 뜻 없이 들렸다. 그때 제이미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말 뒤에 다른 뜻이 없는게

 

 이렇게 후련한 건지 잘 몰랐다던- 말이란 이래야 되는 건데.. 했던 그 순간이-

 

 

 

 어느순간 부터인가.. 작약은 있는 그대로- 말을 돌리지 않고- 피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길 내게 한다-

 

 

 

 

 

 " 난 그저 걱정될 뿐이야- 니가 죄책감 느낄까봐서......

 

 물론 어쩔수 없겠지만- 역시 , 모든 고통은 가벼울수록 나으니까"

 

 

 

 

 

 그의 목소리엔 진심이 묻어났다. 나는 나도 모르게 되 물었다.

 

 

 

 

 "언제나... 이랬어요?"

 

 

 그는 내 눈을 투명하게 바라보면서 , 그도 되 물었다.

 

 

 

 

 

 "....? 뭐가 말이야?"

 

 

 

 "죄책감이요.........

 

 

 심지어 저는 세진이가 웃어줬어요... 그래서 더 한걸지도 모르지만...

 

 세진이는 진짜 , 나한테 부담을 안 주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맘이 너무 무거워요-

 

 

 그런걸 느끼고 나니까 당신이 지고 있었을 짐이...... 얼마나 무거웠을지 난 상상도 안가요...

 

 이것도 난 무거운데.... 맘이 시린데.....

 

 당신은 어땠을지..."

 

 

 

 

 내가 말을 끝맺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자 그는 한숨을 아주 낮게 쉬었다.

 

 그리곤 내 얼굴을 마져 들여다 보며 찬찬히 닦아 주었다.

 

 

 

 

 "..... 우리가 서로 좋아한다고 해서.... 내 짐의 무게까지 생각할 필욘 없어..... 하임아-

 

 그래서 너한테 아주 오래 못 갔었잖아... 죄책감은 , 특히 나는... 사라지는 어떤것이 아니야-

 

 책임이고 기꺼이 져야 하는 무게지....그래, 그게 무거울때도 있어- 죽어라 도망치고 싶을때도 있어-

 

 그런데.... 그걸 피하면 거기에 달려 있는 추억이나 사람에 대한 것 까지... 혹은 그 이상의 것도

 

 

 다 놓아버려야 해... 그냥 잃어야 한단 말이야...... 그래서 그러고 싶지 않아-"

 

 

 

 

 

 

 그의 말은 담담했다. 마치 ..... 아주 오래 병을 앓아서 그 병에 익숙해진 사람이

 

 자신의 병을 이야기 해 주듯이... 너무나 담담하게 들렸다.

 

 

 '다 잃을수는 없다' 그 말이 가슴에 닿자 나는 더 복잡해졌다.

 

 

 

 그 감정은 뭐라고 해야 설명이 되는 감정일까

 

 

 

 

 

 

 "나는 니가 날 만날땐 , 적어도 웃었으면 좋겠어- 물론 우는 게 못났단 이야긴 아니지만...

 

 웃는게 잘 어울리니까 너한테는- 웃는게- 훨씬 예쁘니까

 

 

 

 행복하게 해 주고 있단 생각- 나도 할수 있었으면 좋겠어 - 가짜로 웃으란 이야긴 아니야- 알지?

 

 

 

 그리고 그 친구의 일도...... 너무 오래 아프지 않았으면... 그냥 그랬으면 좋겠어-

 

 물론 쉽지 않을꺼야 , 소중한 친구였으니까.....

 

 그러니까 잃지 마, 소중히 여겨 ...난 그럴 수 없었지만 당신이 죄책감을 고통으로만 여기지 않고 , 오히려 우정을 소중히 여기다 보면..

 

 그 친구와 다시 좋은 친구사이로 돌아가는 것도 쉬울거야"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우리의 눈이 마주친다.

 

 

 

 이건 사랑일수 밖에 없다.

 

 

 

 김도하와의 사랑과는 조금 다르다...김도하랑도 분명 사랑을 했는데..... 그게 식어가는 과정은

 

 너무나 슬펐다. 그는 어느순간 내 옷에도 내 머리에도 내 생각에도 감정에도 내 모든 것에-

 

 

 

 나의 모든것에

 

 관심히 전혀 없었다.

 

 

 내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구나.... 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 그건 찰나였다. 그게 처음이었다.

 

 

 

 그때 마음이 어찌나 아팠던지... 그러나 그런걸 이야기 할순 없었다. 내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응석이라고 생각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렇게 난 당장의 생활에서 그를 걷어 낼 용기가 없어서 그대로-.... 고인 물이라 썩은 내가 나는 걸 뻔히 알면서도

 

 놓지 않았다. 놓치지 않고 그저 잡고 있었다.

 

 

 

 

 하지만 돌아보았더니

 

 

 나만- 잡고 있었다. 이미 그는 없었던 거였다

 

 고인 물은 나 뿐이었다.

 

 

 

 

 

 

 

 세진이에겐 미안하지만 만약 우리가 ...... 작약이 없었다면 , 그리고 이런 상황이었다면..

 

 

 그냥 내가 그를 잃을까 두려워 어설프게라도 연애란걸 시작했다면

 

 세진이도 늘 나같은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언제나 내가 2등이라....... 1등은 커녕 3등으로 추락할것 같은 불안감

 

 그리고 언제나 나만 떠들고 있는 것 같은 소외감.......

 

 

 그리고 혼자만 하고 있는 사랑의 지옥같은 슬픔을...........

 

 

 

 

 세진이는 좋은 아이였다. 그런 대접을 받아선 안된다.

 

 더 따뜻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으니까...... 분명히-

 

 

 

 

 

 

 나는 작약의 눈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그가 너무 좋았다.

 

 너무 좋아서 맘이 아린다는게 이런 걸까- 그는 불안하지 않았을까?

 

 내가 세진이를 만나러 간 내내- ... 아무렇지도 않았을까?

 

 

 컴퓨터 모니터가 켜져있고... 한참이나 그런 걸 보지 못한 것 같은데.. 글이 많이 써져 있었다.

 

 나는 조금은 , 그가 불안하길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왜 이렇게 자꾸만 확인받고 싶은 건지

 

 김도하에겐 차마 말도, 아니 티도 내지 않았던 응석들이

 

 이 사람앞에선 왜 이렇게 쉬이 새어 나올까-

 

 

 

 

 

 

 내가 모니터를 보는걸 알았는지 그는 머쓱한 듯 웃으며 모니터를 껐다.

 

 "...습관이 된건지... 마음이 복잡해야 글이 잘 써지는 거 같아-

 

 니가 간 내내... 글을 썼어- ... 물론 중간 중간 다른 생각을..."

 

 

 

 

 나는 뛰어가 그를 다시 안았다.

 

 

 

 

 처음부터 다 이렇게 말해주면 더 좋았을껄-

 

 나를 한시도 불안하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언제나-

 

 

 

 

 

 

 그는 씩 웃었다. 그리곤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내 머릴 쓰다듬는다.

 

 마치 어린애를 달래듯이 토닥인다-

 

 

 

 

 "당연한거야- 당연히 불안했어....... 그렇지만 굳이 왜 말하겠어- 니 맘만 무거워질 텐데-"

 

 

 

 난 대답하지 못했다. 내 못난 승리감이 곧 죄책감으로 바뀌었으니까-

 

 

 

 "느끼는 거에.. 일일이 감정을 부여하지마-.... 그게 버릇이 되면 더 괴로울거야....

 

 오랜 시간 겪어보니 그렇더군-.....

 

 너도 그냥........ 한걸음부터야...."

 

 

 

 내가 영문을 몰라 대답하지 못하자.. 그는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처음, 재활할때........ 처음엔 당연한 일이지만... 나 서지도 못했었어.... 다리가 수술하고 나면 - 약해지기도 하지만

 

 근육이고 뭐고 자르고 붙이고... 그러고 나면 다릴 내것으로 만드려면 재활이 필수인데 지독하게도 아팠거든

 

 정말 아팠어.. 비명도 지르지 못할 만큼-"

 

 

 

 

 "....."

 

 

 

 

 

 참을성 많아 보이는 그가.......

 

 강비서님이 했던 말이 스쳤다.... 그 긴 재활시절 때문에 강팍해 지신 것도 있다던 그 말....

 

 

 그는 예사로 말을 이었다.

 

 

 

 

 "처음엔 다리에 힘을 주는 지지대 같은 걸 끼고 걸었어-.... 어쩔수 없지 넘어지니까-

 

 

 그것도 마음처럼 안됬어- 나는 그 뒤의... 단 '한걸음'에 집중해야 했어

 

 

 그 순간엔 다른 생각 할 겨를 이 없거든- 걷는것만- 단 한걸음만 그 걸음만 생각하지

 

 

 얼마나 간절하게 올라가는 한 걸음인데- 설마 그걸 걸으며 뛰거나.... 달리거나 하는거 생각할리 없잖아?

 

 

 처음엔 단 한걸음이야-

 

 그냥 그것만 생각해 보는거야- 다음 건 ... 내가 한걸음을 제대로 걸어 냈을때- 그때 생각해야 하는거야......."

 

 

 

 

 그는 내 귓가에 속삭였다.

 

 

 "미안해 울게해서- 미안해- 억지로 선택하게 해서...... 그리고 미안해

 

 여태껏 기다리게 해 놓고서 당신을 더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서-"

 

 

 

 

 나는 살짝 미소지었다. 한걸음이란 그런 이야기였구나-

 

 

 

 이 사람은 자신만의 준비를 얼마나 오래 했을까... 난 그것도 몰랐다.

 

 모르고 그저 채근하기만 한것 같다- 언제나.... 그렇게-

 

 

 나는 살짝 웃었다. 그리곤 재밌는 생각이 나서 그에게 웃으며 물었다.

 

 엉뚱하게 왜 그 대목에 그게 생각났을까-

 

 

 그냥 그와 - 남들처럼 평범한 하루가 간절해 졌다고 말한다면

 

 이것도 사람들은 욕심이라고 할까?...

 

 

 

 

 

 "하루만 ..... 곰 안할래요?"

 

 

 "...?"

 

 

 

 그의 어리둥절한 표정에 난 피식 웃고 말았다.

 

 

 

 

 

 

 -

 

 

 

 

 "이게.... 대체 어디서 났어?"

 

 

 내 어이없다는 듯한 목소리에- 하임은 별일 아니란듯 대답한다.

 

 

 "전의 삽화가 폐장한 놀이공원이 배경이라서..... 그 지방에 내려가서 며칠 있었거든요- 일하는 사람들이랑- 어쩌다 보니까

 

 

 좀 친해 졌었어요 완전 문 닫기 전에 이 두개는 예뻐서 제가 얻었어요- 물론 이렇게 쓸 거라곤 생각치 않았지만요-

 

 

 나머지 하나가 여기 있었는데-"

 

 

 

 

 

 

 지혁이 어이 없다는 듯 되 묻는다....

 

 

 

 

 "이런걸 단지 예쁘단 이유로 얻는거야? 좀 그러기엔 사이즈가 큰데?.........."

 

 

 

 지혁이 중얼거리지만 하임은 아랑곳 하지 않는 듯 하다.

 

 

 하임은 다용도 실로 보이는 곳에 가득 쌓인 박스를 뒤적인다... 정리하는 법부터 가르쳐야 겠다....

 

 

 

 곳곳에 쌓여있는 먼지가 또르르 굴러서 지혁의 발치로 온다.

 

 .....

 

 

 

 발로 살짝 밀어낸다.

 

 

 어김없이 토끼 슬리퍼 발랄하게 흔들려 오는 꼬리-

 

 

 

 

 청소기도.......새 슬리퍼도..............

 

 꼭 사줘야겠다...

 

 

 아니 , 치우는 건 그냥 내가 해 주는게 속 편할지도.......

 

 

 

 

 

 지혁이 그런 생각에 잠겨 있을때 하임이 외쳤다.

 

 

 "아! 여깄네-"

 

 

 그녀가 집어 든건 토끼다. 인형 탈..... 그 퍼레이드 할때 뒤집어 쓰는 토끼의 머리......

 

 

 그리고 곰의 머리채는 이미 지혁의 발 밑에 있었다...

 

 

 

 

 

 "이걸 어쩌자구?"

 

 

 

 그녀는 그런걸 왜 묻냐는 식이다 보면 모르나?

 

 

 "....... 쓰라고요"

 

 

 "쓰라고?"

 

 

 지혁이 되 물었다-

 

 하임은 조근조근 대답한다.

 

 

 "우리 요거 쓰고- 저 앞길까지 죽어라 뛰는 거에요- 그런 다음에 택시 타고 도망치는 거죠!

 

 설마 누군지도 확인 안됬는데 택시까지 쫓아서 오겠어요?"

 

 

 

 

 

 지혁이 웃고 만다.... 이 여자의 기발한 상상력과 엄청난 준비성에...

 

 뛸수 있는건 둘째치고- ...

 

 

 

 "도망쳐서- 뭐 할건데?"

 

 

 

 "영화보러 가요- 멀리-.... 길도 걷구요- 물론 당신과 있으면 난 언제나 즐겁지만

 

 당신은 평범한 데이트를 너무 못해본것 같아서요 , 그럼 당신도 아쉽잖아요"

 

 

 

 하임이 생긋 웃는다.

 

 

 

 "설마- 모를까?.... 나라면, 이거 써도 알것 같은데-"

 

 

 

 "뭐 설마 토끼나 곰이 당신일줄은 생각 못하지 않겠어요? 걸려도 딱 잡아 떼야죠- "

 

 

 

 뻔뻔하게 두눈을 깜빡인다- 참..... 하기사 날 아는 사람이면 그런 생각.. 할리 없으려나-?

 

 

 이렇게 대책없는 장난이 , 좋은 생각으로 들리는 걸 보면 나도 참

 

 눈에 이래서 콩깍지가 씌였다고들 하는 건가보다-

 

 

 

 

 

 "........."

 

 

 

 

 허술한 이야기지만 장하임이 이걸 쓴 모습은 좀 궁금하네... 지혁은 토끼머리에 붙은 먼질 떼어내며 생각했다.

 

 

 

 "당신 먼저 써봐- 티나나 안나나 보자-"

 

 

 하임은 상큼하게도 웃더니 ,맘이 시릴만큼 천진하게 되 묻는다- 웃고 있는 토끼얼굴-

 

 그 속에서 나오는 그녀의 목소리

 

 

 "어때요?"

 

 

 

 갸웃 거리자 달려있는 귀가 흔들린다-

 

 지혁은 아무 말 없이 하임을 당겨 안고 귀에 쪽 소리가 나게 뽀뽀를 한다-

 

 

 맘이 찡해져서 , 그리고 이 여자가 - 자신도 오늘 많이 놀랐을 텐데-.......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내 말을 듣곤 한걸음으로 토끼를 택한 이 토끼가-

 

 너무 예뻐서-

 

 

 

 하임은 쑥쓰러운지 고갤 살짝 뺀다- 토끼 머리가 흔들린다-

 

 

 

 "뭐에요?이상해요?"

 

 

 

 

 나는 웃었다. 나도 모르게 또-

 

 "이상해서 웃었겠어?.... 그리고 이상한데 당겨서 뽀뽀하겠어?"

 

 

 안의 표정을 알수 없으니 기분이 더 묘하다.

 

 

 "..흠.... 크흠..."

 

 

 말도 안되게 귀여운 목소리 크흠 거린다. 나는 발치에 있는 곰 머릴 집어들었다.

 

 머리에 써 본다- 왼족으로 기우뚱 하고 기우는 곰의 머리

 

 

 "난 어때? "

 

 

 그렇게 물었더니

 

 하임이 아이같은 목소리로 웃는다. 그 웃는 소리에 맘이 뿌듯해진다-

 

 

 

 웃는 소릴 들을수 있다면 이런 거 백번은 못 쓸까.... 아니 천번이라도 써 줄수 있다.

 

 

 

 

 머뭇머뭇- 토끼가 다가온다- 곰과 토끼는 그렇게 잠시 서로를 껴안고

 

 잠시동안 키득키득, 마치 소년 소녀처럼 웃었다.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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