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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변화 , 낯설어도 불쾌하지 않은
작성일 : 17-07-26 21:24     조회 : 15     추천 : 0     분량 : 1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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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벌써 많은것이 변해 있었다. 인상은 여전했다. 눈 및에 내려 앉은 짙은 피로도- 하얀 얼굴도-

 

 

 이 시간에 있는 사람이라곤 접수 간호사 딱 하나인데- 그 간호사도 평소 지혁을 잘 알고 있었다. 개인 사정까진 전혀 몰라도

 

 이 시간에 예약 잡는 사람이라곤 알고 있었는데- 왜 들어와서 잠시 머뭇거렸는지 알것 같았다.

 

 

 

 평소완 너무도 달라서 그랬으리라- 아이는 모자를 벗자 선글라스도 벗고 맨 얼굴이 되었다.

 

 그제야 귀에 달린 붉은게 보였다. 설마 저거 귀걸이야? 아픔을 극도로 경계하던 아이가-

 

 제 스스로 저런 일을 했을 리는 없었다. 깜짝 놀랐으나 김박사는 예사로 눈을 내리깔고 별일 아닌듯 행동했다.

 

 

 

 김박사는 찬찬히 지혁을 뜯어 보았다.

 

 

 아이는 , 아주 많은것이... 달라져 있었다.

 

 

 "그래- 무슨 일이니- 이야기 해 보렴- "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을 걸었다. 지혁이의 눈은 이미 내가 자신을 뜯어 본 것쯤은 안단 표정이었다.

 

 명색이 정신과 의사인데- , 남한테 나를 안 읽혀야 자신의 이야길 털어놓을텐데...

 

 다른이와 달리 이 아이는 나를 너무 빨리 읽는다. 그러니 내가 대처하기가 쉽진 않다.

 

 

 게다가 몇년을 깔린 불신이 정말 지난 방문에서야 , 그토록 오래 내게 왔는데 고작 지난 방문에서야 나에 대한 불신을

 

 조금 내려놓은 상태였다.

 

 

 

 "......그 뒤로- 별일 없었니?"

 

 

 가벼운 질문에 지혁이는 한참만에 입을 열었다.

 

 자신과 싸우는 듯 고집스럽게 입술을 깨물어 뜯다가 , 아주 한참만에 말을 꺼낸 거였다.

 

 

 

 ".... 제가 저를 잘 모르겠어서, 저를 이해 할수 없어서 왔어요-.....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라도 했다면 그 사람에게 묻겠는데-

 

 털어놓고 물을데는 선생님 밖에 없더군요-"

 

 

 

 나는 왠지 씁쓸함에 웃음이 났다. 그러니까... 내가 차선책이지 다른 선택권이 있었으면 다른 선택부터 했겠다는 이야기로군

 

 

 

 

 "그래 , 그분과의 사이는 어떠하니?"

 

 

 

 그 말이 나오자 아이의 입매는 굳었다. 가느다란 눈꼬리가 어두워지며 아이는 다시한번 내게 확인했다.

 

 

 

 

 "어머니.... 께 말씀 안하셔야 합니다. 말해도 제가 해요- 만약 그래야만 한다면요..."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갤 끄덕였다. 참... 이 아이의 이야기는 , 아니... 실제하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도 그만 매료되고 만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실제하나 싶어서 매료 당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런 기분까지 안다면 정옥이는 아마 날 원망하겠지만.... 아이의 이야기는 듣는 것 만으로 때로

 

 가슴의 잊었던 감정이 되 살아 나게끔 한다.

 

 

 

 가슴에 연정 하나를 품었다고 해서 사람이 달라질거 없는데도

 

 내가 달라진듯 해서 귀한 사람을 마음에 품어서 내 가치까지도 달라진것 처럼 느껴지던-

 

 

 

 순수한 시절의 그 감정...

 

 지혁이는 내 얼굴을 보지 않고 말을 이었다.

 

 

 

 

 ".. 최근에 그 사람과 더 부쩍 가까워졌어요-.....그런데 선생님은 제가 말씀하셨죠- 다 안고 가라고..

 

 정공법만이 법은 아니니까- 다 안고 가라고 제게 그렇게 말씀하셨죠-"

 

 

 지혁이는 언젠가부터 내가 한 말을 내게..꼭 확인하곤 한다 - 난 고갤 끄덕였다.

 

 

 

 

 

 "그 사람에게는, 그 사람을 오래 좋아한 사람이 있어요-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모르지 않았어요... 그동안- 솔직히 손을 뻗어 잡을 용기가 없었기에

 

 그 사람에게 제가 무슨 말을 할수 있었겠어요- 그저 그 자리에 있어주었으면 하고 바랄뿐이었죠-

 

 

 우리가 이렇게 되고 나니.. 그 남자가 내게 말하더군요-.... 망설인 이유가 뭐던 , 그건 그 여자에게 좋은 일이 아닐거라면서

 

 

 '두손' 으로 붙들수 있어야 할 거라고 그렇게.... 말하더군요-"

 

 

 

 

 아이의 눈에는 냉정이라기 보단 초탈에 넘어선 어떠한 빛이 감돌았다.

 

 

 "두손... 이라고?"

 

 

 

 

 지혁이가 남의 일에 이만큼 뛰어 든 것 자체가 그 여자분에 대한 지혁이의 마음을 반증하는 거나 다름 없었다.

 

 남 앞에 나설일이 있으면 부당한걸 참고 싫은걸 참아서라도 나서지 않고 해결하는 아이였는데

 

 

 그 남자와 이야기 까지 했다는게 놀라웠다.

 

 그 남자가 어떤 남자인지 보다도- 그를 이끌어 내서 이야기 하게 한게 놀라웠다.

 

 

 

 

 "눈치가 빠른 남자더군요- 그러고 나서 전 좀 고민하고 말았어요- ... 단 몇달이에요 단 몇달-

 

 

 그동안 대답이 없는 것에 너무 오래 매여 있었던 탓인지... 대답이 돌아오고- 숨이 돌아오고-

 

 내가 먼저 잡지 않는다고 해도 , 손을 꽉 잡는 사람 곁에 있으니까..

 

 내가 망설여도 상대가 망설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까........."

 

 

 

 

 

 지혁이는 차마 다 말 못하겠다는 듯 - 내 너머에 있는 창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 알수 있었다.

 

 

 

 참으로 대단한 여자분인건 확실한것 같다. 지혁이는 물론 내게도 특별한 아이였다.

 

 나는 쓸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썼다. 회유, 협박아닌 협박 , 또 친구처럼 격의 없게 대하려고도 해 봤다.

 

 

 

 그러나 이 아이에겐 어떤 방법도 통하질 않았다. 아이는 .. 전에 이야기했듯 유리처럼 예민하고 단단해서

 

 아무것도 스며 들질 않았다. 그냥 자신으로 존재할 뿐이었다. 그 벽이 너무나 견고해서..... 그리고 그 중심엔

 

 하민양이 있었다. 아이는 끊임없이 믿고 있었다. 그분이 돌아온다고........

 

 

 돌아 올수 있다고-

 

 

 

 

 

 

 그런데 그 여자분이 생활에 들어오자- 아이는 변했다. 그리곤 이제 심지어 놓을 생각... 아니 생각뿐이라고 해도

 

 충분하다 적어도 지키고 싶은게 생겨서 그런생각도 했다는 거 아닌가-

 

 

 

 "아주 , 솔직히 놓긴 싫어요- 완전히 안보고 살수 있냐고.. 물으면 그러진 못하겠어요-

 

 내 자신은 우유부단하지 않았었어요 , 예전엔 그랬을지 몰라도 사고 후에 난 회색이 없었어요

 

 

 

 인생은 오로지 흑과 백이였죠-

 

 

  그녀는 내게 아무런 선택도 강요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 사람말을 듣고

 

 나니까...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 시간이 지난다면 그녀도 그런 생각... 하지 않겠어요?

 

 그 마음이.. 당장은 좋기보다 약간 두려워요-... "

 

 

 나는 조용한 목소리로 되 물었다.

 

 

 "놓고싶지 않니?... 내가 저번에 이야기 했었지 , 사랑인지 아닌지부터 되 짚어 보라고..."

 

 

 지혁이는 생각하는 듯 했다. 벌써 마음속에 답은 나와 있을 것이면서도- 다시 고민이라도 하는 것 처럼-

 

 

 

 

 "사랑이 아니라고는 못하겠어요.. 그래서 내 자신이 뻔뻔스럽게 느껴져요-... 그 점이 최악인 점이죠

 

 

 

 

 아이는 혼자 중얼대듯 덧붙였다. 구역질이 나는 점이라면서...

 

 그걸 참을수가 없다면서-

 

 

 

 "하민이는 아주 오랫동안 내 안의 거의 전부였어요 ...... 아마 다 놓고 나면 저는 껍데기밖에 남지 않을것라고 생각될 만큼요-...

 

 

  제게서 제 생활에서, 그녀를 피할순 없어요- 취향이건 습관이건 생각이건.... 거의 그녀를 닮아있지 않은 면이 없으니까요-

 

 거의 모든게 그녀죠...

 

 

 그녀를 놓겠다고 생각하면... 나는 그녀에 대한 모든걸 피해야 할거에요, 생각날 만한 건 모두요-

 

 ... 그게 저라고 할수 있을까요?... 아니 그게 저이긴 할까요?"

 

 

 

 

 그 말은 내겐 대답처럼 들렸다. 놓고 나서- 그녀를 피해야 한단 것 자체가.. 감정이 남아 있다는 소리로 들렸다.

 

 

 아픔이 두려운것이다. 그 아픔이 뭔지가 중요했다. 단지 죄책감인지... 아니면 다른 감정인지-

 

 

 예전.. 아이는 단언했었다. 사랑하는 사람은 하나뿐이라고-...

 

 

 

 "저 자신이 이렇게 , 스스로를 잘 모르는데- 누가 날 알겠어요? 저는... 그게 너무 부끄러워요-"

 

 

 

 지혁이는 참을수 없다는 듯 말미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민이를 보러 갔었어요-..... 가서 그녀를 보니까 미안함부터 끓어 오르더군요-..... 하민이가 아무리 천사같은 아이였대도

 

 나를 아마 용서하긴 쉽지 않을거에요... 저는 그녀의 모든걸 앗았어요 .... 그런데 저를 어떻게 용서 하겠어요-

 

 

 저는 두 사람에게...... 언제나 죄인일거에요-"

 

 

 

 

 지혁이는 울지 않았다. 그러나 표정보다도 눈이 슬펐다. 눈물 한방울 고여 있지 않은데도

 

 짙은 , 말로 다 할수 없는 피로감이 올라있는 그 눈이...

 

 

 언제나 아이가 말을 이으면 그랬듯이

 

 

 

 이런 순간 나는 내 직업을 원망할수 밖에 없었다. 예전 , 강박적인 결벽증이 있던 사람이 나와의 상담을 통해, 또 약물치료를 통해 그걸

 

 완치까진 아니어도 ,치료한적이 있었다. 그의 손은 하도 씻어대서 쩍쩍 갈라져 있었는데 몇년의 치료후에 그의 손은

 

 일반 사람처럼 그럭저럭 고와져 있었다. 그는 나에게 고맙다고 진심으로 말했었다. 그에게 내가 의지가 되었다고-

 

 

 

 무엇보다 그는 결혼할 약혼녀를 위해 그 병을 고쳤다.

 

 

 

 나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그의 의지는 내가 아니었다. 난 약간의 도움을 주었을 뿐이었다.

 

 그의 의지는 그녀를 향한 사랑이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은 어떻게 내가 해 줄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 치료법은 사랑에 대한 욕구로 사람을 살게 하거나 의지를 주는 거였지

 

 

 

 사랑을 놓아버리는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분에 대한 사랑 자체가.... 그 분을 가지려면.... 하민양을 놓아버려야 했으니까...

 

 

 

 

 

 언제나... 내겐 , 지혁이가 다른 환자들 보다 더 특별하다지만.... 나는 어떻게든 , 아주 솔직히 말하면

 

 하민양을 포기 시키고 싶었다. 지혁이가 .. 이젠 좀 행복해 질수 있도록

 

 

 

 

 그래서 밤새 이 아이만 생각하는 정옥이도 이제 좀 편해질수 있도록...

 

 

 

 

 

 

 "제 욕심이 과해서 그런거죠-... 둘다 놓치고 싶지 않은거에요.... 물론 하민이가 깨어난다고 해서

 

 지금 그 사람과 헤어지겠다. 이런건 당연히 아니에요- 그래도 하민이에게 내가 지은 죄가 있으니

 

 하민이가 하고 싶은건 다 도와주고 다 들어줄거에요- 그렇게 곁에 있으면... 만약 그렇게 살면서... 여전히 그녀가 내 곁에 있다면

 

 그녀는 또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요... ,

 

 

 외롭고 힘들겠죠, 저는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그녀가 아무리 좋아도

 

 그녀를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그녀는 더 행복할 자격이 있어요.......

 

 행복해 질 만한 자격이요, 그렇게 되면 평생 혼자라고 해도 나는 그녀를 떠나 줄 거에요-"

 

 

 

 

 "....."

 

 

 

 

 "참 우습죠- 사랑해서 떠나준다.. 이 이야긴 정말 우습기 짝이없는 변명이고 구질구질한 추태라고 생각했던 제가-

 

 

 ......내 옆에 있는 그녀가 온전히 행복하지 못할까봐 이토록 불안하다뇨.. 제가 얼마나 완전치 못한지 알기 때문이에요

 

 물론 지금 당장은 힘들겠죠 그녀도 그럴꺼에요 , 그래도 시간이 지나가면 알지 않을까요 , 날 떠나는게 옳은 선택이었다고

 

 

 

 그렇게 생각할것 같거든요.... 그녀에겐 저만 행복이 아니잖아요- 그녀가 다른 곳에서 행복을 느낄수도 분명히 있거든요-

 

 그럼.... 떠나는게 나을 거에요 ... "

 

 

 

 

 나는 아이의 다소 두서없는 중얼거림을 들으며 , 아이가 듣기 싫어했던 질문을 다시 한번 해야했다.

 

 

 

 "....... 그렇다면 만약, 하민양이 평생 깨어나지 않는다면 어쩌겠니?"

 

 

 

 

 "....."

 

 

 

 

 

 "솔직히 저번에도 말했지만.. 하민양은 지금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면 숨 한줌 들이마시지 못하는 처지야-

 

 조금이라도... 놓으면"

 

 

 

 

 아이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건 탄식에 가까운 말이었다.

 

 "그 숨을 빼앗은건 저잖아요-"

 

 

 

 

 "..... 왜 니가 그랬다고 생각하니? 너도 같이 다쳤어- 운전을 니가 해서? 사고는 낸 사람 탓이라고 할수..."

 

 

 

 아이는 내 힘겨운 반박을 잘라버렸다.

 

 

 

 

 "됐어요 이미 그 문제는 제가 100번도 더 되돌아 본 문제고 제 잘못이라는건 , 잘 알고 있어요 ..."

 

 

 

 "그럼 너는 지금, 하민양을 놓질 못하겠는데-그 사람이 두 손을 원할까봐 겁이 난다는 거니?"

 

 

 

 

 내 질문을 들으며 지혁인 웃었다. 이제껏 이야기 한게 뭐라고 생각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 네... 아니 누구라도 그렇지 않을까요? 그 사람이 욕심쟁이라서 그런게 아니죠- 누구나 그렇잖아요

 

 사랑하면 마음속에 나 뿐이길 바라잖아요-"

 

 

 

 

 

 "그분은 널 이해하잖니.. 니가 처해있는 상황을 알고 있잖니.... "

 

 

 

 

 

 "알고 있대도 , 시간이 지나면 이해할수 없어질 거에요-.. 욕심도 나고 내게 답답하기도 하겠죠-

 

 그런 답답한 자체가 미안한 거에요.... 밤이 와서 잠들수도 없고 그녀가 닿을수 없을땐 난 혼자 생각해요

 

 

 

 독하게 마음 먹고 하민이를 놓자고- 그럼 환청처럼 듣겨요 하민이가 날 원망하는 소리가요-.. 하민인 원래도 순해 빠진 애였어요

 

 

 나를 절대 원망한 적도 없을 뿐더러 그렇게 독한 목소릴 낸 적도 없었죠...그런데 듣겨와요 - 그래서 난 죄책감에 밤새 시달리죠

 

 잠따위 잘수도 없어요- .. 근데 진짜 이상한게- 그녀가 곁에 있으면요.."

 

 

 

 

 지혁인 말을 멈췄다. 눈이 봄에 사로잡힌 듯- 예리하게 빛을 비춰냈다.

 

 좋든 싫든 ... 그분의 존재는 지혁이에게 이미 빛이었다.

 

 

 

 "잊어요 , 고통도... 두려움도- 때론 죄책감 까지도요- 참 우스운게... 처음 가지는 감정도 아닌데

 

 완전히 달라요- 나를 완전히 통제하는 감정이에요-... 마치 거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 처럼

 

 

 그녀가 가까이 있으면 짙어져요- 멀어지면 감각들이 서서히 돌아오죠-"

 

 

 

 

 "..."

 

 

 

 

 

 "그렇다고 그녀에게 내 보일순 없어요- 그 여잔 질투도 대 놓고 하지 않거든요-

 

 하다못해 그것도 나한테서 감춰요

 

 우습죠, 나는 그런 거짓말은 민감하게 눈치챌수 밖에 없는데도 말이에요... 온 힘 다해서 감취요 아주-

 

 지금도 그러는데... 내가 우리때문에 죄책감 느끼는걸- .. 눈치는 챘더라도 목격하고 나면 충격이 클 거에요-"

 

 

 

 

 

 "....."

 

 

 

 

 "무른 여자에요- 제 욕심 다 채울만큼 날 몰아 붙이지도 못할 거에요- 그러니까 더 안쓰러워요

 

 내가 안 챙기면... 자신의 것을 챙길줄 모를거 같아서요-"

 

 

 

 "..."

 

 

 

 

 그 정도로 좋은 사람이니... 니가 빠졌겠지- 니가 흔들리고 정신없이 매료 당했겠지...

 

 회유란게 통하지 않던 너를 , 잔뜩 부서진 조각인데 그걸 꽉 쥐고 피를 질질 흘려도 눈하나 깜빡하지 않던 너를

 

 깨어나게 만들었겠지..

 

 

 

 

 

 "원래.. 누군갈 좋아하면 이런가요? 이렇게.... 조심해야 할게 많은 거였나요?

 

 하나하나- 나쁜걸 피해가게 하고 싶은 맘만 가득 차는 거였나요-?

 

 

 아니면...."

 

 

 

 

 

 아이의 눈은 내 눈을 관통할듯 향했다.

 

 

 

 

 "내가 너무 나빠서-...내가 너무 해로워서-이렇게- 조심스러워 지고 불안한 건가요?"

 

 

 

 

 

 

 나는 대답할 말이 없어- 그저 입에서 바람 새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이의 눈만 들여다 볼 뿐이었다. 그 눈에 고통이 보여서- 열망이 보여서

 

 차마 고갤 돌릴수도 없이- 그 눈만 볼 뿐이었다.

 

 

 

 -

 

 

 돌아오는 내내 작가님은 별 말씀이 없으셨다. 잔뜩 들어있는 약 봉지를 내려 놓고서

 

 별 말 없이 창 밖을 응시하셨을 뿐이다.

 

 

 평소완 옷차림이 너무 달라서 처음엔 다른 사람인줄 알고 깜짝 놀랐다. 작가님의 옷이라고 해 봐야

 

 다 내가 주문을 넣는 거였는데... 이런 옷을 언제 사셨지? 싶은 옷들이었다.

 

 젊은 애들이 입을 만한 옷이었다.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이정도 있었으면 , 이정도 곁에 있었으면 이 사람을 알 법도 한데-

 

 쓸쓸한 표정에서- 짙어진 눈빛에서도 아무것도 읽을수 없다. 언제나-

 

 

 

 어제 괜한소릴 하고 만것은 , 하임씨 때문이 아니었다.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작가님이 위험해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알고 있었다. 하임씨가 따뜻한 사람이란걸- 그리고 작가님이 하임씨를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도

 

 눈치 채지 않을려고 해야 눈치 안 챌수가 없었다. 그뒤 나는 진비서 님께 조심조심- 다 알지 못했던 일들을

 

 

 조금씩 들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시간 속의 작가님의 이야기를-

 

 

 

 아주 조금 조금씩 ...

 

 

 이야기는 아는 것 보다 , 더 고통스럽고 끝이 없이 잔인했다. 들으면서 다 몰랐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을 대체

 

 몇번이나 한 걸까......

 

 

 

 

 그 뒤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이 무리하지 않으시면 도저히- 도저히 하임씨와 함께 할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

 

 

 

 두 사람은 이미 불안해 보였다.

 

 

 

 힘을 실어주고 싶었지만- 둘다 힘들 바에야 이런 사랑은 시작하지 않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작가님을 자극하면 달라질까 싶어서 말씀드린 거였다. 작가님은 자신이 약하다는걸 남이 지적하면

 

 

 몹시 화 내실 테니까.. 차라리 하임씨를 위한 길이라고 말씀드리면.. 혹시 포기가 되시지 않으실까

 

 

 

 했었을 뿐이다. 작가님은 더 힘들어 하시는것 처럼 느껴졌으니까- 하민양 병원에서 걸어나오시던 그 표정-

 

 

 그게 과연 행복이라고 할수 있을까? 매번 너덜너덜 해지면서- 매번 피가 흐르는 줄도 몰라 소스라 친다면서

 

 조금만 아파도 조금만 맘이 복잡해져도 습관처럼 그곳을 찾으시면서...... 그토록 둔하시면서.....

 

 

 

 그저 가만히 있는것이 덜 다치는 법이 아닐까 싶어서......

 

 

 

 

 그런 세상에 누굴 들이려고 하면 상대도 힘들겠지만- 그 세상에 사는 사람은 더 힘들것이다.

 

 

 말하자면 규격 자체가 다른것 같은 느낌인 것이다. 작가님의 세상에서는 티 컵도 하임씨에겐

 

 

 

 온 몸이 담길만큼 큰 욕조같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스스로 견고하게 세계를 쌓아왔고

 

 

 그 규격에 남을 들이면- 그래 당장은 작가님이 포기해야 할게 너무 컸다.

 

 

 

 

 "그 뒤에 형은 별말 없어?"

 

 

 

 

 작가님은 생각 난 김에 묻는다는 듯이 물어왔다. 나는 다소 허탈했다. 내가 사람들에게

 

 미친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묻고 다니는 이유가 뭐라 생각하는 건가... 그래도 그런 것 까지 마음쓰게 하겠나 싶어

 

 

 대답하였다.

 

 

 

 

 "김희영씨가 좀 화난거 같더군요- 전체 회의에서도 눈 한번 안 마주쳐요- 욕심이 많은 여자니까

 

 

 순순히 물러나진 않을 겁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감정적인 대응을 해서 더 놀랐어요- 서로 그런 사이는 아닌줄 알았는데요"

 

 

 

 작가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한마디를 한다.

 

 마치 왜 당연한 사실을 말하냐는 투다-

 

 

 

 "그게 형의 문제점이지- ... 눈 보면 몰라? 그 여잔 이미 이용이 아닌거 같던데, 진심을 무시하면

 

 그건 오발탄이 되서 자신을 덮치는 법이야- "

 

 

 

 

 "둘이... 그런 사이라구요?"

 

 

 

 

 나는 의아해서 되 물었다.

 

 

 

 

 

 "김희영이란 여자가 형을 좋아하는것처럼 느껴지던데- 좋아하니까 나같은 거한테도 발끈해가면서 말을 붙였겠지-"

 

 

 

 대체 자신을 뭐라고 판단하는 건지 물으려다 관둔다-

 

 저건 어쩌면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길지도 모른다- 작가님의 과거는 내 귀로 듣고도 진비서님이 제정신인가 싶을만큼

 

 허황된 이야기처럼 들렸으니까

 

 

 "이사님이 다른건 몰라도 장하임씨한테 관심 가지신건 분명해요- 그렇게 아니라고 했는데도

 

 관심이 가시겠죠- 그걸 일시적인 관심으로 접으실지가 문제긴 한데요....

 

 

 작가님은 날 쳐다보았다. 불안하기 그지 없는 유약한 눈빛으로

 

 

 "사람을 붙이긴 싫어- 형은 눈치도 빠른 편이고... 보복이 더 무시 무시 할 거 같으니까... 그래도 떨어지지 않을것 같으면 결국엔

 

 나도 붙여서라도 약점사냥을 해야 하겠지..... 이미 우리 가족은 끝까지 왔어- 더 이상 추접해 지긴 싫어-

 

 그건 아버지가 원하실꺼야 내가 형에게 달라들어서라도 뭘 뺏는 것 처럼 보여야 내가 드디어 마음이 생겼구나, 욕심내는게 생겼구나

 

 하실테니까-..그럼 그걸로 나를 붙잡으려 드실꺼야"

 

 

 그건 돈은 아닐테고- 하임씨일까?

 

 

 "그건 안되겠죠 , 위험하죠-"

 

 

 "그래 위험하지-"

 

 나는 한숨을 내 쉬었다. 그 한숨에 작가님은 웃었다.

 

 

 "너까지 고통스러울 이유 없어- 그냥 그러려니 해.... 뭐 하나하나 신경을 쓰고 그래-

 

 몰랐던 거 아니잖아-"

 

 

 

 "쉽지가 않네요-..."

 

 

 내 한숨에 그는 진지한 목소리로 조언을 했을 뿐이다.

 

 

 "아픔에서 한발 물러서- 너는 지금 더 냉정해 져야 해-... 그래야 모든게 쉬워질거야 조금씩이라도-"

 

 

 집에 다다르자 그는 여전히 낯선 인살 건냈다.

 

 

 "고마워- 들어가 봐-"

 

 

 문이 닫기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돌아갈 곳은 정해져 있는데 마음이 편칠 않았다.

 

 

 

 -

 

 하임은 자신에게 온 편지를 끊임없이 되 풀이해서 읽고 있었다. 좀 믿기질 않는 일이었다.

 

 이미 불쾌한 일은 아니지만-... 아니 이 편지를 내게 보낸 저의를 알수 없긴 했다.

 

 대체 이 인간은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대체.... 나를 뭐라고 판단하는 걸까

 

 

 이런 사람과 그토록 오래 , 사랑이란걸 한다고 믿었던 내가 의심스러웠다.

 

 아니, 사랑은 나만 했지... 헤어질땐 적어도 그랬었지..

 

 

 ' 서로가 서로를 만나 인연이 되어 평생을 함께 해 보려고 합니다

 

 오셔서 우리를 축복해 주신다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신랑 김도하 신부 이윤지

 

 꼭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 주세요'

 

 

 

 하늘하늘한 종이로 된 신랑 신부가 앞에 붙어있는 카드였다. 분노가 먼저여야 할텐데

 

 나는 자꾸 실소가 났다. 대체 내 주소는 어떻게 알아냈을까? 이 카드를 보고

 

 내가 대체 무슨 감정을 느끼길 바란걸까.....

 

 

 그 밑엔 내가 잘 아는 글씨로 , 익숙한 필체로 글이 쓰여 있었다

 

 

 '니가 오고 싶지 않을것은 알아- 모두에게 나쁜 기억으로 남았지만

 

 마지막은 친구 일수 있었으면 좋겠어-'

 

 

 친구?....

 

 

 나는 창가에 서서 드는 빛에 그 글을 읽고 또 읽었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그때였다.

 

 

 하얗고 가느다란 손이 내려와서 그 편지를 손으로 부드럽게 뺏었다.

 

 나는 놀라서 옆을 쳐다보았다. 옆엔 더 없이 부드러운 눈빛을 가진 작약이 서 있었다.

 

 아무래도 문이 설핏 열려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는 기척도 없이 내 옆에 피어있었다.

 

 

 그 청첩장을 보더니 그는 왠지 웃었다. 기대도 못했다는 식으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그럼... 너를 놓아준 멍청한 녀석한테 감사 인사나 하러 가 볼까?"

 

 얇은 입술 새로 노래하듯 말을 꺼낸다.

 

 

 "......?"

 

 

 "다녀왔어-"

 

 

 다정한 말투다- 아침에. 그렇게 사라져서 내가 얼마나 놀랐는데-

 

 언제나 돌아올때도 말 없이- 그는 그렇게 돌아온다.

 

 그는 내 이마께에 입을 맞춘다. 길어진 머리가 내 이마에 닿았다.

 

 

 아까 느꼈던 불쾌함은 슬픔들은 이미 한참이나 멀어진 듯 했다.

 

 그는 그 편질 내려 놓았다. 그리곤 내 이마를 짚으며 내 눈을 쳐다보았다.

 

 "머린 안 아파? 약 먹어야 할까?"

 

 

 나는 말 없이 그의 뺨에 손을 가져다 댔다. 상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하는 도하대로-..... 행복하면 그만이라도- 그를 부정하고 싶어도 그도 어떤 것에선 내 안에 흔적으로 남았겠지-

 

 그런 내가 , 그런 시간을 버텨온 내가- 결국엔 이런 사람을 만날수 있었으니까-

 

 손에 닿은 뺨이 뜨거웠다. 그는 그 손에 의지하듯 눈을 살짝 감으며 내 손에 부드럽게 얼굴을 비볐다.

 

 그 눈길이, 그 뺨이 너무 감미로워서 나는 말 없이 그저 그를 응시하였다.

 

 그리고 오래도록 내 손이- 눈속에 파묻혀 혼자만 사는 얼음여왕처럼

 

 아무도 의지하질 않았던 그에게...... 부드러운 힘이 되었으면 하고 소망하였다.

 

 

 손의 따뜻함으로 충분하다고 되뇌일 쯔음 그가 눈을 떴다.

 

 마치 내 속을 들여다 본 것처럼 , 눈이 맟닿자 어쩔수 없이 웃음이 났다.

 

 나는 그제야 대답을 했다.

 

 

 "잘 왔어요 집에- "

 

 그는 말 안해도 안다는 듯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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