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작가연재 > 로맨스
먼 곳의 도련님께
작가 : 재희
작품등록일 : 2017.2.17

시간여행시리즈, 첫 번째!


대감댁의 천방지축 하인 <단이>. 혼인을 앞두고 도망치지만 일이 마냥 잘 풀릴 리가 없다!

죽을 위기에서 눈 떠보니 현대.
돌아가지도 못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낯선 곳에서, 단이는 다정했던 비움골 도련님을 발견하는데...
과거와 달리 까칠한 도련님과 단이의 아웅다웅 전쟁 같은 사랑 줄다리기.

표지 감사합니다^^

***


“아니에요!”

조곤조곤 달래는 정후의 말을 막아선 단이.
레니에게 들었던 조언을 기어이 입 밖으로 내뱉는다.

“그러니까 연애를 해요!”

꿀꺽.
당황함에 말도 침도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내가요, 도련님만 보면 기분이 싱숭생숭한 것이 참말로 이상하지마는 아마도 이런 게 연모라는 것이 아닌가 해요. 그렇다고 덥석 혼인할 수는 없으니 연애를 해요. 이곳 사람들처럼 만나면서 앞으로의 일을 논의해요.”

단이에게 정후는 언제나 오락가락한 사람이었다.
행동과 말이 달라 그 속을 도무지 알 수 없으니, 종국에는 스스로의 생각으로 선택할 수밖에.

 
2. 견원지간(犬猿之間) 1
작성일 : 17-07-12 00:50     조회 : 99     추천 : 1     분량 : 480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 견원지간(犬猿之間)

 

 

 

 

 수학과 학원 강사인 정후는 나름 잘 나갔다. 정협의 뒤를 밟은 것도 가장 바쁜 타임이 지난 뒤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각종 강의 자료가 쌓여 사무실이나 마찬가지인 제 집을 놔두고 정후는 오랜만에 정협의 집에 왔다. 정은이야 아버지 일로 바쁘지만 한량인 제 형은 또 뭐가 그리 바쁜지 집은 텅 비어 있었다. 혹시나 또 병원에 있던 그 여자애 옆에 있는 건 아닌가도 싶지만 굳이 확인하진 않았다.

 

 소파에 드러누워 텔레비전을 보며 형을 기다리던 정후, 출출하여 냉장고를 뒤지지만 아무것도 없다. 나갈까 하다가 귀찮아 다시 드러누웠다. 오랜만에 왔는데 형은 언제 오려나. 올 때 뭐라도 사오라고 문자를 적는데 쾅쾅 하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정후가 벌떡 일어섰다. 그가 알기로 형에게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친구도, 지인도 없이 혼자서 여행이나 다니는 것이 제 형의 낙이라고 알고 있었다. 물론 아버지와 싸운 뒤로는 친남매를 제외한 친족들도 찾아오지 않았다.

 

 “누……구십니까?”

 

 정후가 카메라를 확인하지만 머리꽁지만 보일 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형에게 전화를 하려는데 또 다시 문을 두드렸다.

 

 “계시오?”

 

 얄상한 여자 목소리였다. 정후는 황급하게 매무새를 추스르고 문을 열었다.

 

 “어?”

 

 한 번에 알아본 건 아니었다. 병원에서 정협이 돌보던 여자애. 몰래 엿보았던 거라 긴 머리를 바르게 땋고 후드티에 면치마를 입고 서있으니 영판 다른 사람인 줄 알았던 것이다.

 

 “네가 여길 왜?”

 

 아는 사이도 아니니 따져 묻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그런데도 그를 보자마자 단이의 동그란 눈이 일렁거렸다.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정후는 당황했다. 눈망울이 부풀어 오르니 강아지 눈 같다고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제 머리가 미친 모양이다. 이어 한 것도 없는데 눈물이 그렁그렁한 상대를 보니 억울하기도 했다. 병원에서 엿보았을 때 정협 앞에서 눈물을 줄줄 쏟아내던 걸 떠올리며 정후가 뒷걸음질 쳤다.

 이번에도 울려는 건가? 이렇게 갑자기? 처음 본 사람 앞에서? 도대체 왜? 머릿속이 어수선한 가운데 단이가 갑자기 수오에게 달려들었다.

 

 “도련님!”

 

 순식간에 단이의 얼굴은 눈물콧물로 엉망이 되었다. 분비물을 정후의 옷에 쓱쓱 문지르면서도 꽉 부둥켜안고 놓지를 않았다. 놀라, “어, 어.” 하다가 정후는 뒤로 넘어져버렸다. 단이는 그런 정후에게 계속 “도련님, 도련님…….” 하고 매달렸다.

 너무 서럽게 울기에 떼지도 못했다. 현관문을 닫지도 못한 채 정후는 주저앉았다. 여자애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우는데 영문도 모르고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그 소란을 피고 있으니 주차를 하고 올라오던 정협이 놀라 달려왔다. 호수를 알려주었지만 이리 잘도 찾을 줄은 몰랐던 데다가 정후가 와 있었는 줄은 더 몰랐으며, 단이가 펑펑 울고 있을 줄은 당연히 몰랐다.

 

 “단이야, 단이야! 진정해! 정후가 어디 안 간다.”

 

 원 여자애가 이리 힘이 센지.

 정협은 우선 단이를 떼어냈다. 단이는 정후에게서 떨어져 정협에게 안긴 후에야 눈물을 그쳤다. 옷고름으로 닦던 습관 따라 소매 끝으로 눈가를 꾹꾹 찍어 닦았다. 벌게진 눈가가 방긋 웃었다.

 

 “도련님이라도 여기 있어 다행이에요! 여기 저 혼자인 줄 알았는데. 도련님 계셔서 참 다행이에요! 저 아시죠?”

 

 “뭐?”

 

 단이가 정후를 보며 그리 말하는데 알아들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처음에는 병원에서 자신을 봤나 했지만 그것도 아닌 듯 했다. 정후는 설명이 필요한 표정으로 정협을 보았다. 단이는 또 단이대로 정후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줄 알고 조금 실망해서 주절주절 말했다.

 

 “그때 담벼락에서…참새라고, 도련님은 매고 또…저보고 막 도둑이라고…….”

 

 “난 너 모르는데.”

 

 정후는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수상하다고만 생각했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니, 이건 그냥 사람을 착각한 건가? 그렇다 해도 이런 격렬한 반응은 또 뭔가. 그리고 도련님이라니? 제가 생각해도 낯 뜨거운 호칭이라 정후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저 단이인데요. 아, 그때 이름 안 알려 드렸죠? 그땐 떠날 참이라. 제 이름은 단이에요!”

 

 그리 말하며 단이는 엉망진창인 얼굴 그대로 치마 양쪽을 잡고 공손이 인사를 했다.

 

 “도련님이 어찌 여기에 계시고 왜 절 까먹으셨는지 몰라도, 저는 도련님을 만난 것만으로도 기뻐요!”

 

 단이가 환하게 웃었다. 그 앞에 대고 울다 웃으면 어찌 된다 말하고 싶은 것을, 정후는 간신히 참았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느 정도 상황이 진정되고 나서야 셋은 마주앉을 수 있었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며 눈물 콧물 씻고 나온 단이는 언제 울었냐는 듯 말간 얼굴로 싱글거렸다.

 

 “사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여서 도련님을 뵐 줄은 몰랐어요. 근데 머리카락은 왜 자르셨어요? 여기 사람들이 다 잘라서 그런 거예요? 대감님께서 보시면 놀라겠어요. 하기야 도련님 얼굴도 나이가 훌쩍 들어 보이는 게 고생하셨나 봐요.”

 

 “뭐, 뭐! 고생?”

 

 정후가 정협을 노려보았다. 부모보다도 더 아껴주고 챙겨주던 형이기에 그만큼 따르기도 했다. 가족과 연을 끊어도 저와 정은만은 계속 연락하며 지낼 정도였다. 그동안 형의 기행도 많이 보아왔다. 저와 다르게 사람이 착하고 동정심이 많아 여기저기 손 안 뻗는 데가 없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엔 어디서 뭔 일이 있었기에 이런 애를 데려와서는.

 

 이 중 사태를 정확히 파악한 건 정협 뿐이었다. 아마 단이가 말하는 그 도련님이란 과거의 누군가일 게 뻔하다. 현재에 꼭 같은 얼굴이 있는 사례는 그로서도 처음이었다. 그저 닮은 건지 완전히 똑같은지는 몰라도. 어쨌든 정후는 태어날 때부터 봐온 제 친동생이니 단이의 착각임이 분명했다. 정협이 흥분한 단이를 달랬다.

 

 “단이야. 네가 착각하는 거란다. 얜 여기 사람이고 내 친동생이야.”

 

 단이가 눈을 깜빡깜빡 감았다 떴다.

 

 “네가 아는 사람과 닮기만 했지 다른 사람인 거야.”

 

 “닮지 않았어요! 똑같단 말이에요!”

 

 말하며 단이는 덥석 정후의 손을 잡아챘다. 얼결에 손까지 잡힌 정후는 빼지도 못했다.

 

 “참새라 하면서 천도 주시고 웃어도 주시고, 이, 이렇게 매 자국도…….”

 

 단이는 정후의 소매를 걷은 채 모든 행동을 멈추었다. 팔에는 아무런 자국도 없었다. 다시 눈을 깜빡이다가 다른 손을 잡아챈다. 이번에는 정후가 손을 뒤로 숨겼다.

 

 “자, 잠깐만요. 도련님 팔 좀, 그쪽 팔 좀 보여줘 봐요.”

 

 “뭐야, 너 이거 희롱이야! 불쾌감 느끼면 성희롱이라고.”

 

 단이의 집착에 정후는 질려 주춤 물러났다. 점점 단이 애만 탔다.

 

 “아니요. 팔만 보여줘 봐요! 매 흉터가 있을 텐데.”

 

 그제야 정후는 민망한 얼굴로 소매를 걷었다. 소매 아래 팔뚝엔 흉터 하나 없었다. 단이는 넋이 나간 듯 멍하게 주저앉았다. 그 사이에 정협이 둘에게 얼른 설명했다.

 

 “단이가 아는 사람이 너랑 비슷한 모양이다. 고향에 못 가서 좀 외로워했거든. 대신 사과할게.”

 

 그렇게까지 말하니 정후도 나무라기가 어려웠다. 사람을 잘못 보았다는데 어쩌랴. 그보다 기가 빨려 지레 고개를 흔들었다.

 단이는 작은 입을 꾹 다물고 제 생각에 빠졌다. 진짜 도련님이 아니었나. 저리 똑같은데. 혹시 도깨비가 아닐까. 이 세상에도 도깨비는 있을 테니까. 하지만 정협의 형제라 하니 그것도 아닐 것이다. 머리가 혼란스러워 입을 조물거리며 재차 물었다.

 

 “정말, 도련님 아니에요?”

 

 “아니라니까.”

 

 “소녀 모르세요?”

 

 “처음 보거든. 닭살 돋게 도련님, 도련님! 그 도련님인지 뭔지는 이름이 뭔데?”

 

 정후가 답답함에 물었으나 단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몰랐다. 그 아비나 장원급제한 첫째라면 모를까 아랫사람끼리 말할 때는 아직 나이가 안 찬 비움골 정대감댁 둘째 아들이라고만 하면 다 통했다. 심지어 저는 그 동네 사람도 아니었다.

 단이가 머뭇거리자 정후는 더 기가 찼다. 이름도 모르면서 도련님 부르면서 울었던 건가? 어이가 없고 재수도 없고 정신도 없다. 정후는 축축한 제 앞섬만 문질렀다. 그러다 힐끔 단이를 바라본다.

 

 기껏 아는 사람이라 생각했건마는 아니라 하니 단이도 맥이 풀린 모양이었다. 어깨가 축 늘어지고 환했던 얼굴에는 그늘이 깔려 또 금세 울 것처럼 울먹거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울지 않았다.

 입술을 꾹 깨물고 정후를 계속 힐끔거리고만 있자 정협이 얼른 단이를 거실 맞은편의 작은 방으로 이끌었다.

 

 “자, 자, 일단 네 방부터 정리하자. 응? 정은이가 이것저것 사오면 그때 방도 꾸미고.”

 

 “내 방이요?”

 

 “그래. 낯선 곳이긴 하지만 네 집처럼 편하게 지내렴.”

 

 “내……방이면 나만 쓰는 거예요?”

 

 “그럼.”

 

 “정말로 저 혼자서요?”

 

 “그래.”

 

 “그러면 아씨들 방처럼 비단 이불도 놓고 자기도 놓고 그럴 수 있어요?”

 

 정협이 쓰게 웃었다.

 

 “마음대로 하렴.”

 

 울먹거리던 것도 잊고 단이가 벙찐 얼굴로 정협을 따라 빈 방으로 향했다. 단이를 데려올 걸 대비해서 미리 치워둔 방은 작지만 따뜻하고 아늑했다. 붙박이 옷장과 정후가 쓰던 앉은뱅이책상을 놔두었고, 미리 준비해둔 작은 사이즈 침대는 단이의 키에 꼭 맞았다. 단이는 얼이 나가 침대에 누워봤다가 부들부들한 극세사 이불을 만져봤다가 방바닥을 슥 쓸어도 봤다가 문을 열었다 닫았다가 맨 바닥에 대자로 뻗어 누워보기도 했다.

 

 “좋니?”

 

 단이의 눈이 반짝거렸다.

 

 “네! 이런 건 처음이에요! 물론 말 없는 마차 탄 것도 처음이고 혼자 열리는 문도 처음이지만요. 이건…….”

 

 단이는 제 하인방을 떠올렸다. 마님 뒷수발을 들던 낙동이랑 주방 돕던 막녀 셋이서 쓰는 하인방의 가장 구석진 곳이 제 자리였다. 안 그래도 얇은 이불을 막녀가 마구 끌어당기면 끝에 있던 단이는 반만 설렁 덥고 자야했다. 게다가 뭐가 없어지기만 하면 저를 의심하며 짐보따리를 뒤지던 낙동이.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샐쭉한 계집애가 얼마나 얄미웠나.

 

 그 즈음 장을 본 정은이 양 손 한 가득 짐을 들고 돌아왔다. 단이 방에 매달 연분홍 커튼천은 정협이 매달았고 정은은 사온 옷과 속옷을 옷장 안에 주섬주섬 정리해 넣었다. 단이는 요리조리 다니며 도와주는데 그 얼굴에는 웃음이 헤실헤실 떠올라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연재 쉽니다 2017 / 10 / 25 897 0 -
6 2. 견원지간(犬猿之間) 1 2017 / 7 / 12 100 1 4807   
5 1. 시집가는 날의 참새 한 마리 5 2017 / 3 / 17 108 1 4253   
4 1. 시집가는 날의 참새 한 마리4 2017 / 3 / 6 105 1 4884   
3 1. 시집가는 날의 참새 한 마리 3 2017 / 3 / 2 123 1 4936   
2 1. 시집가는 날의 참새 한 마리 2 2017 / 2 / 28 155 1 4811   
1 1. 시집가는 날의 참새 한 마리 1 (6) 2017 / 2 / 17 665 2 4846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달과 나비와 계
재희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