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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먼 곳의 도련님께
작가 : 재희
작품등록일 : 2017.2.17

시간여행시리즈, 첫 번째!


대감댁의 천방지축 하인 <단이>. 혼인을 앞두고 도망치지만 일이 마냥 잘 풀릴 리가 없다!

죽을 위기에서 눈 떠보니 현대.
돌아가지도 못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낯선 곳에서, 단이는 다정했던 비움골 도련님을 발견하는데...
과거와 달리 까칠한 도련님과 단이의 아웅다웅 전쟁 같은 사랑 줄다리기.

표지 감사합니다^^

***


“아니에요!”

조곤조곤 달래는 정후의 말을 막아선 단이.
레니에게 들었던 조언을 기어이 입 밖으로 내뱉는다.

“그러니까 연애를 해요!”

꿀꺽.
당황함에 말도 침도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내가요, 도련님만 보면 기분이 싱숭생숭한 것이 참말로 이상하지마는 아마도 이런 게 연모라는 것이 아닌가 해요. 그렇다고 덥석 혼인할 수는 없으니 연애를 해요. 이곳 사람들처럼 만나면서 앞으로의 일을 논의해요.”

단이에게 정후는 언제나 오락가락한 사람이었다.
행동과 말이 달라 그 속을 도무지 알 수 없으니, 종국에는 스스로의 생각으로 선택할 수밖에.

 
1. 시집가는 날의 참새 한 마리 5
작성일 : 17-03-17 02:55     조회 : 107     추천 : 1     분량 : 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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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컷 운 단이는 돌아가는 것을 빠르게 포기했다. 사실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었다. 몇 번이나 졸라 시험을 해보고서야 왔을 때의 방법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 그러고도 납득하지 못하고 걸어가 보겠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정협은 지도를 보여줬다. 문제는 단이가 지도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건 언문이에요?”

 

 “언문? 그렇지. 지금은 다 이걸로 써.”

 

 “문자는 안 쓴단 말이에요? 양반 나리 네들이 밸도 좋네요.”

 

 정협은 쓴 웃음을 지었다. 단이는 주인 나리에게 언문을 배웠었다. 한글과 조금 다르지만 정협이 알려주자 더듬더듬 읽었다. 읽고도 놀라며 이내 이것저것 읽어내느라 바빴다. 엉엉 울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한참 그러고 나면 또 우울해지겠지만 정협은 빠른 적응에 내심 안도했다.

 한글 공부 책 몇 권, 어린이용 동화책 몇 권을 주니 나중에는 그것을 읽느라 정신이 없었다.

 

 “책 좋아하니?”

 

 “좋아하고 말고 읽을 수나 있어야죠. 읽을 것이라고는 칠석이 편지밖에 없는 걸요.”

 

 칠석이는 마을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였다. 평민인 것이 안타까울 정도라고 어른들이 말했었다. 한때 단이에게 반해 언문으로 그럴싸하게 적은 편지를 주기도 했다. 글공부하라고 마련한 비싼 종이에 편지글이나 적어댔으니 칠석이는 몽둥이 타작을 맞을 수밖에. 결국에는 관상감에 들어갔다더라 하는 말을 들었다. 칠석이네 아버지는 언제나 단이가 발랑 까졌다며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몇 년 후 칠석이는 엉덩이 튼실하고 방구리 이는데 선수인 찔레와 혼례했다. 정작 편지받은 단이는 칠석이에게 마음이 없었는데 기분이 어찌나 찝찝하던지.

 

 새삼 옛 생각에 잠겨 있다가 정신이 든 단이의 마음속에 호기심이 피었다. 언문을 사용하고 죽을 사람도 고쳐놓는 나라라니. 비록 돌아가지는 못하더라도 애초에 집 떠나려 했으니 어떠랴. 여기까지 온 거 구경이나 하자고 혼자서 기합을 넣었다.

 보고 있던 정협이 피식 웃었다. 그로서는 다행인 일이다. 돌아가겠다며 죽으려 드는 꼴을 볼까 내심 긴장을 하고 있었지만.

 이 여자애는 특이했다. 어쩌면 그곳에는 맞지 않는 성향인 듯도 했다. 하지만 ‘이민자’에 대해서는 언제나 경계를 하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정협은 한참이나 그 병실에 머물렀다.

 

 더불어 병원을 나갈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하자 단이는 울던 것도 잊은 모양새로 방방 뛰었다.

 

 “드디어 고약한 냄새나는 곳을 떠날 수가 있다니!”

 

 “이런 곳에 데려와서 미안하구나.”

 

 “아니, 아니! 정협 나리가 사과하실 필요 없으셔요. 본래 병자들이 있는 곳엔 고약한 냄새가 나는 법이잖아요.”

 

 정협은 여전히 단이에게 미안해했다. 그러나 단이는 그가 자신의 생명을 구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않았다. 그것은 단이가 정협에게 무척 깍듯이 대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본래 나이 지긋한 양반 나리에게도 까불다 맞았던 전적이 있었던 단이었다. 정협에게 예의바르게 구는 것은 비단 신분이나 나이 때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비록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한들, 게서 멧돼지한테 몰려 죽느니 사는 게 낫지 않겠는가. 단이는 허한 마음을 그렇게 달래고 있었다.

 

 

 

 

 

 * * *

 단이가 퇴원하는 날에는 정협의 여동생 정은도 병원에 왔다. 정은은 정협과 더 닮아, 머리를 하나를 올려 묶고 첫 대면부터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상냥한 사람에게 약한 단이가 순하게 수그린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정은도 단이를 귀여워했다. 밑에 있는 거라고는 귀염성 없는 남동생뿐이라, 주변에서 여동생의 악담을 들었음에도 정은은 여동생의 로망을 꿈꾸고 있었다.

 사실 단이는 열 살이나 많은 언니를 대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옛 동네에는 결혼하긴 했지만 동년배를 비롯하여 열 살 즈음 나이차이 나는 여인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처럼 환대받은 일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에 그답지 않게 쑥스러워했다.

 문제는 정후였다. 정협의 집으로 데려온다고 하자 정색을 하면서 반대하고 나섰던 것이다. 결국 정후가 바쁜 때에 정은만 불러 데려가게 된 것이었다.

 

 “실은 동생이 한 명 더 있는데. 오늘 바빠서.”

 

 정협의 말에 단이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은인의 가족이면 저에게도 은인인걸요. 괜찮아요.”라고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 모습이 귀여운지 정은이 머리를 쓰다듬었고 정협도 미안한 미소를 지었다.

 

 “너보다 나이는 꽤 많지만 가르치는 게 일이라 네게 도움이 될 거야. 아직 철없긴 하지만 나쁜 녀석은 아니거든.”

 

 샤워실에서 단이의 옷을 갈아입히며 정은이 말했다. 미리 준비해놨던 정은의 옷과 새 속옷이었다. 바쁘기로는 정은도 만만찮았음에도 이리 온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아무리 은인이라고는 하나 정협이 속옷까지 알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속옷을 입히자 단이가 답답해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며 겉옷을 마저 입혔다.

 

 “세상이 좋아졌다면서 옷은 왜 이리 불편해요? 답답하고 조이고…….”

 

 실은 정협의 비밀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 정은이었다. 시간 여행자라는 것도, 5년 전 그가 저질렀던 실수도 알고 있었다. 단이가 어디에서 왔는지도 이미 들은 후였다.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에는 걱정부터 했었다.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고 걱정하는 정협에게는 차마 속마음을 다 말하지 못하고 “그 애는 괜찮을 거야. 살려는 의지가 강했다며.”라고 위로했다.

 하지만 실제로 단이를 만나 성격을 확인한 후에야 정은은 남몰래 안도했다.

 

 “저는 이제 어디로 가요?”

 

 “우리 집에 갈 거야. 아직 미성년이기도 하고. 적응도 해야지.”

 

 정은의 옷을 입은 단이는 제법 잘 어울렸다. 노란 후드에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치마를 입었다. 치마가 좀 짧은지 맨살이 드러난 종아리를 만지작거리며 단이는 이것저것을 물어봤다.

 집이 얼마나 먼지, 어떻게 가는지, 어떤 집인지, 밥은 언제 먹는지, 하인이 있는지. 그냥 머물긴 미안하니 일손을 돕겠다고도 했다. 정작 무슨 일을 했냐 묻자 주춤 망설였다.

 

 “실은 안채 살림을 도왔는데 못 한다고 욕바가지로 먹었어요. 사기 그릇 깨뜨리지 놋쇠 그릇엔 찌꺼기가 남아있지 바가지 흘리고 음식 쏟고 손 데이고. 아무래도 그쪽엔 손방이라며 사모님 수발을 들었는데 그것도 매양 꾸중이고. 나중엔 아무도 일을 시키지 않아서 그냥 심부름이나 했어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동네 여자애들끼리 모여 수다를 떨 때마다 단이는 할 말이 없었다. 누구는 베 짜는 솜씨가 일품이고 또 누구는 말재간이 좋고 어떤 이는 미색을 흘려 사내들이 줄줄 따랐다. 단이는 유명한 천덕꾸러기였으니 시무룩하게 입만 쭉 내밀고 있었던 것이다. 정은은 그런 단이가 귀여운지 웃음을 지었다.

 

 병원을 나와서부터는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단이는 연신 “와!” 소리를 지르며 둘러보았다. 자동으로 열리는 문, 하늘을 뚫을 정도로 높게 솟은 건물과 빠르게 지나가는 집채만 한 것들.

 

 “저, 저건 뭐죠?”

 

 “자동차야. 음, 마차 같은 거야.”

 

 “말은 어디 있어요? 사람이 지지도 않는데요?”

 

 단이의 질문은 많았고 대개는 설명하기 곤란한 것들이었다. 집으로 돌아가 차근차근 알려주려던 것들이지만 한꺼번에 보이니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정협과 정은은 그런 단이를 이해했다.

 

 주말 한낮이라 거리는 붐볐다. 정협이 구형 소나타를 몰고 오자 정은이 문을 열어주었다. 단이는 곧바로 타지 않고 앞을 힐긋거리고 안으로 얼굴만 넣고 두리번거렸다.

 

 “정말 말이 없네…….”

 

 중얼거리며 타기를 망설였다. 정은이 괜찮다고 해도 주춤거리며 눈치를 봤다.

 

 “근데 저 타도 되요? 저는 양반님네들도 아니고 규방규수도 아닌데.”

 

 제 고향이었다면 오히려 뻔뻔스러웠을 것이, 낯선 곳에서는 오히려 체면치레를 하는 것이었다. 단이 제가 생각해도 뭔가 우스웠지만 이 서글서글한 분위기는 영 익숙해지기가 힘들었다.

 

 “그럼. 여기는 다 탈 수 있어. 나중에 자세히 설명해줄게.”

 

 뒤에서 빵 하고 클락션이 울리고 나서야 단이는 떠밀리듯 차에 올랐다. 차가 아스팔트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단이는 부들부들 떨며 손에 잡히는 아무 것이나 붙잡았다. 비명 지르고 싶은 것을 참고 눈을 감았다가 시원한 바람에 눈을 떴다. 창문에서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세상이 빠르게 지나갔다.

 

 이곳에 와서 처음 보는 것들이 무수했지만 순식간에 변하는 이 풍경은 그중에도 가장 놀라웠다. 단이는 창문 밖에 넋을 놓았다.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로 빠르게 지나가는 세상을 보니 그곳에서의 제 삶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곳에서의 18년도 바람처럼 풍경처럼 눈앞을 스쳤다.

 사라진 어머니, 팔려간 아버지, 추근거리던 칠석이, 얌체 같은 우물가 계집애들, 몰래 떡 집어주던 담평댁, 이야기 들려주던 사냥꾼 아저씨, 언문 알려주던 주인 나리, 제 낭군이 될 뻔 했던 이 그리고 친절한 도련님. 다시는 보지 못하는 사람들과 그곳에서 보낸 시간들이 저 나무와 저 사람들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새 잊었던 눈물이 뚝뚝 흘렀다. 눈물이 떨어지다 바람을 타고 바깥으로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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