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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먼 곳의 도련님께
작가 : 재희
작품등록일 : 2017.2.17

시간여행시리즈, 첫 번째!


대감댁의 천방지축 하인 <단이>. 혼인을 앞두고 도망치지만 일이 마냥 잘 풀릴 리가 없다!

죽을 위기에서 눈 떠보니 현대.
돌아가지도 못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낯선 곳에서, 단이는 다정했던 비움골 도련님을 발견하는데...
과거와 달리 까칠한 도련님과 단이의 아웅다웅 전쟁 같은 사랑 줄다리기.

표지 감사합니다^^

***


“아니에요!”

조곤조곤 달래는 정후의 말을 막아선 단이.
레니에게 들었던 조언을 기어이 입 밖으로 내뱉는다.

“그러니까 연애를 해요!”

꿀꺽.
당황함에 말도 침도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내가요, 도련님만 보면 기분이 싱숭생숭한 것이 참말로 이상하지마는 아마도 이런 게 연모라는 것이 아닌가 해요. 그렇다고 덥석 혼인할 수는 없으니 연애를 해요. 이곳 사람들처럼 만나면서 앞으로의 일을 논의해요.”

단이에게 정후는 언제나 오락가락한 사람이었다.
행동과 말이 달라 그 속을 도무지 알 수 없으니, 종국에는 스스로의 생각으로 선택할 수밖에.

 
1. 시집가는 날의 참새 한 마리 3
작성일 : 17-03-02 14:37     조회 : 123     추천 : 1     분량 : 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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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단이의 엄마는 고운 분이셨다. 그게 이유였다. 높은 댁 하인에게 시집 온 엄마는 딸 하나 낳고 아비에게 욕을 먹기 일쑤였다.

 못된 말 하는 사람들은 단이 보고 애비 모르는 자식이라 손가락질 했다. 주인 나리가 단이와 단이 엄마를 예뻐한 탓이었다. 그게 어떤 불순한 의도인지 아닌지 단이는 잘 알지 못했으나 그런 농지거리만으로도 엄마가 욕을 들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단이 아비는 매양 엄마를 때렸고 마침내는 쫓아내고 말았다. 이것도 단이는 확실히 알 수가 없었다. 어디에 팔린 건지 쫓겨난 건지 아니면 어떻게 되기라도 한 건지. 다만 주인 나리가 무척 화가 나 제 아비를 노비로 팔아치웠다는 것만 기억했다.

 평민이 노비 되기란 무척 쉬웠다. 빚을 지우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다행히 어디론가 사라진 단이 엄마가 평민 신분이라 단이는 그 집에 남을 수 있었다.

 

 몹쓸 아비가 멀리 팔리던 날 밤만은 단이도 또렷이 기억했다. 횃불이 어른거리는 밤중에 아비가 내내 “우라질 년!”하고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끌려갔고, 이어 주인 나리가 혼자 머문 방에 찾아왔다.

 

 “단이야. 네 아비랑 같이 갈 테냐, 여기 남을 테냐. 아비랑 같이 가려면 천민이 되어야 하고 여기 남으면 아비와는 만나지 못한다.”

 

 “어마이는 어디 갔나요?”

 

 “단이야. 이제 네 엄마는 잊어라. 시집갈 때 다 말해주마.”

 

 그 말을 믿고 단이는 대답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사실 별 고민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여기 남을래요. 어마이가 올지도 모르잖아요.”

 

 “아비랑 떨어지는 게 무섭진 않으냐.”

 

 “아바이는 나도 때렸는걸요. 이봐요.”

 

 멍든 팔을 보여주자 주인 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열 살이면 다 큰 게지. 훗날 네 혼처는 잘 봐줄 테니 걱정일랑 말아라. 아비랑 마지막으로 인사할 테냐?”

 

 단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날 꿈에서 엄마를 보았다. 엄마는 색동 댕기를 매어주며 나중에 멋진 신랑 각시 되라고 노래를 불러주었었다.

 

 ‘엄마. 난 이제 착한 각시는 못 되어요.’

 

 착한 각시라면 혼례 날 도망가지도 않고, 도망갔다 이리 되지도 않는다. 주인 나리가 시집가는 날 엄마에 대해 말해주겠다던 약속도 생각이 났다. 왜 그게 이제야 생각났는지 모를 일이다. 아등바등 지내다보니 그새 잊은 모양이다.

 

 ‘주인 나리, 좋은 혼처 주시겠다놓고……. 엄마 얘기 해주신다고 해놓으시고…….’

 

 단이는 괜히 나리를 원망했다가 곧바로 후회했다. 혼내기도 많이 혼내고 갖은 벌도 받았지만 사실 주인 나리가 제게 상냥하다는 걸 알고 있다. 제 남편 될 이도 사실은 괜찮은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리 된 것은 주인 나리를 믿지 못하고 도망간 제 잘못이다. 하지만 혼례하기 싫은 걸 어쩌랴!

 멧돼지에게 쫓겨 절벽에서 떨어진 후에도 단이는 ‘후회하지 않겠다.’라고 수십 번 되새겼다. 도망친 이상 후회만은 하지 않겠다던 다짐이 죽음 앞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눈물 흘리지도 않았다. 끙끙 후회하며 죽어 가느니 이를 악물고 소리를 지르는 게 나았다. 배 곪은 귀신이 되는 건 더 끔찍했다.

 

 “도와…세요. 사람…려…….”

 

 목소리를 듣고 짐승이 오지 않으려나 걱정도 들었지만, 다쳐 죽든 물려 죽든 매한가지였다.

 

 “살려요…. 나 좀….”

 

 목소리가 갈라졌다. 심지어 목소리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아아, 배에서 뭔가가 울컥울컥 쏟아지고 숨 쉬기가 힘들어졌다. 눈앞이 깜빡 깜빡 어두워졌다가 새하얗게 되었다가 격통이 밀려왔다 마비되었다가 정신이 아득해지고 있었다. 뭔가 옆에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짐승이라면 죽은 목숨이고 사람이라면 산목숨이라. 아니, 사람이라 한들 살 수 있을까.

 단이는 포기하지 않고 손을 뻗었다. 낮고 걸걸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봐요! 괜찮습니까?”

 

 단이는 까무러치기 직전에 눈을 간신히 떴다. 피가 너무 많이 흐른 듯 머리가 차게 식는 것 같다.

 

 “도와…….”

 

 단이는 그대로 축 늘어졌다. 삿갓 쓴 남자가 급히 단이 옷을 풀어헤쳤다. 절벽에서 떨어진 상처보다도 멧돼지에 받힌 상처가 컸다. 허리가 뚫리고 이마를 부딪쳤다. 피가 이미 흥건해서, 삿갓 쓴 남자는 쯧쯧 혀를 찼다.

 

 “어쩌나…. 여기선 죽을 목숨인데.”

 

 잠든 채 죽는 것이 나으려나 싶어 삿갓 쓴 남자는 단이의 옷매무새를 갖추고 일어섰다.

 

 “!”

 

 단이의 손이 삿갓 쓴 남자의 도포 자락을 꽉 매어잡고 있었다. 기절한 뒤로도 손등이 새하얗게 되도록 힘을 준 것을 보니 보통 내기가 아니라, 삿갓 쓴 남자는 한숨을 쉬었다. 새삼 단이의 몰골을 살펴본다. 상투 트는 법도 모르는지 길게 땋은 처녀총각 머리에, 어설픈 남장, 새하얗게 바래어가는 뺨. 삿갓 쓴 남자는 고개를 흔들었다.

 더 이상 안 되는 일이라고 몇 번을 다짐한 일이다. 그러나 스무 살도 채 안 되어 보이는 아이가 아닌가. 게다가 이리 살고자는 의지가 강하니 이번만은 괜찮을지도 모른다. 반드시 괜찮아야만 한다.

 그는 결정했다.

 

 “목숨을 살려주나 부디 날 원망하진 말아라. 네가 강한 아이이길 바란다.”

 

 듣지 못하는 말을 하면서 삿갓 쓴 남자는 그 자리에서 제 옷을 모조리 벗었다. 짐보따리를 풀러 흰 셔츠와 바지를 꺼내 입고, 회색 운동화를 신었다. 벗어낸 옷과 신발은 다시 짐보따리에 넣었다. 단이의 짐도 보따리에 대충 쑤셔 넣었다. 준비는 끝났다. 삿갓을 벗어 상수리나무 가지에 걸고 작은 칼로 엄지를 그었다. 흐르는 피를 단이의 정수리에 꾹 누른다.

 

 “조금만 참아라.”

 

 눈을 감는다. 세찬 바람이 그들 주변에서 몰아치기 시작했다. 풀어진 더벅머리가 바람 따라 흩날리고 떨어진 나뭇잎이 한바탕 회오리치고 난 후, 그곳은 텅 비어버렸다. 얼룩덜룩한 핏자국과 댕기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얼마 만에 눈을 떴는지 모르겠다. 단이는 제가 잠을 오래 잤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정신은 점차 맑아지는데 팔 다리가 잘 안 움직였고 목소리도 거의 안 나왔다. 누운 채 단이는 기억을 곰곰이 되짚었다. 산에서 멧돼지에게 쫓기다 절벽에서 떨어졌다. 그 아래에서 도움을 요청했고 누군가가 온 것 같은데, 기억나는 건 거기까지였다.

 

 ‘이리 살아있는 걸 보니 사람이었나 보다.’

 

 옆구리가 욱신거렸지만 다쳤을 때만큼은 아니었다. 치료까지 제대로 해준 모양이라 단이는 안도했다. 그런 모양새로 죽는 꼴이 얼마나 우스웠을까.

 

 감사 인사로 뭘 해드려야 하나 고민하며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눈을 뜨자마자 단이는 황급히 다시 감았다. 대낮인지 햇빛이 너무 강렬했다. 다시 천천히 떠본다. 새하얀 천장이 보이니 바깥은 아니었다.

 천장에 매달린 기둥에서 뿜어져 나오는 흰 빛을 쬐니 점차 작은 소리들이 들려왔다. 두런두런 사람들이 나누는 소리, 발자국 소리, 삐용 삐용하고 우는 희한한 새소리, 시끄러운 소리들……. 영문을 몰라 단이는 눈만 깜빡거렸다.

 혹시나 도성 어느 집에 돌아와서, 정체가 들통 나 주인 나리에게 꾸지람을 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들을 모조리 날려버릴 정도로 어안이 벙벙해졌다.

 

 “어…뭐지. 뭐야?”

 

 뒤늦게 난이는 제가 마고자 비슷한 옷을 입고 있다는 걸 알았다. ‘왜 이런걸 입고 있담.’ 몸은 푹신한 핫이불 위에 뉘여 있었고 팔뚝에는 커다란 침이 박혀있었다. 주위로는 가림막이 쳐져 있어 소리만 들렸는데, 그것들도 범상치 않았다. 숨을 죽이고 상황을 파악하던 중에 가림막이 확 젖혀졌다.

 

 “어머 또 깨셨네. 이제 좀 정신 들어요? 아프면 진통제 더 놔드릴 게 말씀하시고 일어나셨으니 약 바꿔드릴게요. 잠시만요.”

 

 정신없이 말을 늘어놓은 여자는 다시 가림막을 치고 사라졌다. 곧이어 다시 가림막이 확 들쳐졌다.

 

 “일어났네? 지금은 제 정신인 거 같긴 한데, 괜찮니?”

 

 낮고 칼칼한 목소리. 생김새는 몰라도 목소리는 기억했다. 단이는 더듬더듬, 눈으로는 남자의 위아래를 살피다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저 구해주신 분이지요? 감사합니다.”

 

  남자의 윗도리는 희고 아랫도리는 파랬다. 뒷머리는 짧게 쳐져 상투도 더벅머리도 아니었다. 나이가 제법 됨직한 남자는 웃으며 단이 옆에 앉았다.

 

 “몇 번 정신을 차리긴 했는데 금방 또 잠들어서 일반 병실로 옮겼어. 다친 곳은 잘 치료했으니 아물기만 하면 된단다.”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괜찮다는 말인 듯하여 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정신없겠지만…미리 사과할게. 미안하다. 살려면 어쩔 수가 없었어. 아프지는 않니?”

 

 “옆구리가 조금…….”

 

 “목숨이 간당간당했는데 그 정도는 참아야지.”

 

 남자는 쓰게 웃으며 단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왜 이 사람이 사과하는지 단이는 알지 못했다. 분명한 것은 이 사람이 자신을 구해주었다는 것이다.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드릴 건 별로 없고,”

 

 머리맡에 있던 제 짐짝을 뒤져 노란 노리개를 내밀었다.

 

 “좋은 건 아니지만 제 것 중엔 제일 값비싼 거여요. 물론 이런 걸로는 다 인사가 안 되겠지만.”

 

 노리개를 다시 손에 돌려준다.

 

 “그곳 물건은 간직해야지.”

 

 그때의 남자는 조금 씁쓸해보여서 단이는 노리개를 짐에 넣고 그의 얼굴을 가만히 올려다봤다. 수척한 듯 마른 얼굴, 듬성듬성 턱수염은 갓 난 것만 같고 유난히 큰 손은 깍지를 낀채 움찔거리고 있었다.

 

 “그곳이라뇨? 무슨 말씀이신지.”

 

 아까 가림막을 쳤던 여자가 다시 왔다. 뒤로 줄줄이 흰 도포를 걸치고 선 사람들이 아픈 곳은 없느냐, 팔을 움직여봐라, 발을 움직여봐라 하고 질문을 수차례 했다.

 

 “의원들이니 걱정 마라.”

 

 남자의 귀엣말을 듣고 나서야 단이는 긴장을 풀었다. 아마 이곳은 조선땅 아주 먼 곳이고, 치료를 위해 먼 곳까지 데려온 모양이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한단 말인가.

 의원들이 가버리고 단 둘이 남자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한참 말을 골라냈다.

 

 “나는 한정협이고, 여행자라고 소개하는 게 맞겠구나.”

 

 자기소개로 시작한 정협이 간략히 설명하기를, 천만 다행으로 내장은 다치지 않았으나 살갗이 찢어져 한동안도 여기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곳은 자세히 말해도 모르지만 어쨌든 가르치면 낫는다는 곳이니 아무런 걱정 말고 있으라고 했다.

 어쨌든간에야 단이는 자신이 살아났다는 사실과 이 사람이 생명의 은인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닫고 간신히 턱만 주억거렸다.

 

 “정말 감사해요, 나리.”

 

 그리고 약기운이 돌아 까무룩 잠이 들고 그런 단이를 정협은 한참동안 내려다봤다.

 

 “글쎄다. 네게 고마울 짓을 한 건지는….”

 

 미안함 가득한 목소리가 병실을 맴돌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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