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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먼 곳의 도련님께
작가 : 재희
작품등록일 : 2017.2.17

시간여행시리즈, 첫 번째!


대감댁의 천방지축 하인 <단이>. 혼인을 앞두고 도망치지만 일이 마냥 잘 풀릴 리가 없다!

죽을 위기에서 눈 떠보니 현대.
돌아가지도 못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낯선 곳에서, 단이는 다정했던 비움골 도련님을 발견하는데...
과거와 달리 까칠한 도련님과 단이의 아웅다웅 전쟁 같은 사랑 줄다리기.

표지 감사합니다^^

***


“아니에요!”

조곤조곤 달래는 정후의 말을 막아선 단이.
레니에게 들었던 조언을 기어이 입 밖으로 내뱉는다.

“그러니까 연애를 해요!”

꿀꺽.
당황함에 말도 침도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내가요, 도련님만 보면 기분이 싱숭생숭한 것이 참말로 이상하지마는 아마도 이런 게 연모라는 것이 아닌가 해요. 그렇다고 덥석 혼인할 수는 없으니 연애를 해요. 이곳 사람들처럼 만나면서 앞으로의 일을 논의해요.”

단이에게 정후는 언제나 오락가락한 사람이었다.
행동과 말이 달라 그 속을 도무지 알 수 없으니, 종국에는 스스로의 생각으로 선택할 수밖에.

 
1. 시집가는 날의 참새 한 마리4
작성일 : 17-03-06 18:44     조회 : 104     추천 : 1     분량 : 4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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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을 따라온 정후는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중이였다. 형이 오지랖 많은 거야 알았지만 어디서 처음 보는 여자애 수발을 들다니. 서른 넘어서 어린 애 꾄 건 아닌가, 무슨 사고라도 친 건 아닌가 내심 걱정을 하며 병실 앞에서 들어가지도 않고 있었다.

 말릴까, 말까.

 정후는 결국 문 앞에 기대어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있으려니 누군가가 정강이를 발로 툭툭 쳤다.

 

 “너 왜 여기 있어?”

 

 정협이다.

 

 “형. 누구야 쟨?”

 

 “이게 정은이가 준 거야?”

 

 정협은 대답 대신 정후의 손에서 에코백을 받아든다. 안을 뒤적거리다 정은이 입었던 옷과 새 속옷이 섞여 나왔다. 정협이 얼른 집어넣고 다시 정후를 밀어냈다.

 

 “고맙다. 바쁠 텐데 넌 이만 가봐.”

 

 “쟨 누군데?”

 

 “나중에 말해줄게.”

 

 “수상한 사이는 아니지? 책임질 일을 했다거나.”

 

 “나중에, 나중에.”

 

 정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병실로 들어갔다. 정후의 입이 꽉 다물리며 터벅터벅 병원을 나섰다. 평소와 다른 정협의 태도는 확실히 수상했다. 병원 문을 거의 나서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누나 정은이었다.

 

 “잘 가져다줬어?”

 

 “어. 근데 형 또 어디서 사람 주웠는데, 누난 알아?”

 

 “뭐……대충. 아버지한텐 말하지 말고.”

 

 “알지.”

 

 “대신에 식사 자리 꼭 나오라고 오빠한테 말 했어?”

 

 “아. 깜빡했다.”

 

 “얘는. 그런 걸 말했어야지.”

 

 “나중에 말할게. 지금은 바빠. 짬내서 온 거라.”

 

 애초에 정은의 심부름을 한 것도 정협이 병원에 있다는 말 때문이었다. 어딘가 다쳤나 해서 급하게 왔더니만.

 

 정후는 내던지듯 전화를 끊고 품을 더듬거렸다. 형 몰래 배운 담배가 고팠다. 그러나 문득 아직도 병원 앞이라는 걸 깨닫고 슬금슬금 병원 담장까지 걸어갔다. 가면서 생각해보니, 병실문틈으로 얼핏 보였던 그 여자애 모습이 꽤나 예쁘장해서 괜한 불안감이 올라왔다.

 

 

 

 

 

 * * *

 

 며칠 몇날의 날들이 지나갔는지 단이도 알지 못했다. 처음에는 졸음이 계속해서 쏟아졌고 그 다음으로는 미칠 듯이 심심한 날들이 지나갔다. 정협이 옆에 없는 날들이 많았는데 그럴 때 할 것이라고는 남들 하는 얘기를 듣는 것 뿐이었다.

 

 단이가 있는 방은 넓고 길어서 여럿 이부자리마다 병자들이 누워 있었다. 그들 옆에서 돌보는 사람들은 거의 검은 머리 검은 눈이지만 옷차림은 생전 처음 보는 것이었다. 남자들은 왜놈처럼 죄 뒷머리를 짧게 쳤고 여자들은 남자처럼 바지를 입고 있었다.

 저들끼리 친한지 방 안의 사람들은 무척 말이 많았다. 정치가 어쩌고 음식이 어쩌고 대학이 어쩌고. 말 들어보니 같은 조선 사람인 듯 하여 단이는 한결 마음을 놓았다. 다만 조선말인 건 아는데 처음 듣는 단어들이 나오니 단이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또한 방 안의 불빛은 밤이고 낮이고 눈이 시리도록 밝아 ‘어쩌면 천상에 온지도 모르겠다.’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왕진을 온 의사들이 쭉 둘러보고 단이에게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하고 난 날, 단이는 몸이 다 나은 뒤의 일을 생각했다. 그런 일을 당했는데도 정신을 못 차리고서 팔도 구경할 계획을 세웠다. 남으로는 봇짐장수들 다니는 삼남의 명소를 돌고, 북으로는 개성도 가보고 배타고 대륙으로도 가보자고 원대한 꿈을 하나씩 곱는 중이었다.

 

 신기하게도 배에는 큰 천을 떡 하니 붙여놓았는데 움직이면 아프긴 하지만 이제는 약도 필요 없을 정도로 아프지가 않았다. 가끔 머리가 울리긴 했지만 그건 머리를 부딪쳤기 때문이라고 의사가 말해주었다. 머리야 어릴 때부터 갖은 어른들한테 맞고 다녔으니 비단 절벽 때문은 아니리라 생각했지만.

 

 몸이 괜찮아지니 좀이 점점 더 쑤셨다. 의사 혹은 간호사가 보일 때마다 언제부터 나갈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그때마다 대답은 “조금만 더 지켜보죠.”였다. 결국 단이는 애타게 정협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토록 단이가 기다리던 정협은 며칠이 지나서야 왔다. 단이는 그를 보자마자 벌떡 손을 흔들었다가 “아야야.”하고 엄살을 피우며 드러누웠다. 그 모습에 정협이 웃으며 다가왔다.

 

 “몸은 좀 어떠니.”

 

 “괜찮아요. 나리, 이것 봐요. 머리에 붙인 천도 다 뗐어요.”

 

 단이가 머리를 꿰맨 부분을 보여주었다. 왼쪽 윗부분이 하얗게 살이 드러나 꿴 자국이 남아있었다.

 

 “땜빵 생겼어요. 이게 뭐람.”

 

 시무룩해하는 단이를 보면서 정협은 좀체 웃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그는 단이의 신분을 정리했고, 조금 전에는 퇴원 날짜를 잡아오는 길이었다. 일주일도 지나기 전에 단이는 병원을 나와, 지인 한 명 아는 것 하나 없는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가야 했다.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머무는 집과 신분을 등록시켜주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기술적인 문제를 논외 하더라도 본인이 납득할 수 있는가라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었다.

 정협이 선뜻 입을 떼지 못하는 사이에 단이는 병원을 나간 후에 할 것들을 줄줄 읊었다. 동네에서 몇 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사경을 헤맸던 걸 생각해보면 크기만 한 꿈이었으나 마냥 신이 나있었다.

 정협이 단이의 손을 양 손을 잡고 “단이야.” 불렀다. 진지하고 무거운 눈빛에 단이는 딸꾹거리며 말을 멈추었다. 물끄러미 정협을 올려다보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빠르게 감지했다. 분위기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단이의 후천적 재능 중 하나였다.

 

 “네게 차마 못했던 말이 있단다.”

 

 “말씀하세요, 나리.”

 

 정협이 무슨 말을 할지 단이로서는 도무지 알 도리가 없었다. 심지어는 설마 포졸에게 잡혀가야 하나, 노비로 몸 팔아 약값을 대주어야 하나 싶은 갖은 생각들만 떠올랐다.

 

 “사실은 이제 너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없단다.”

 

 “네?”

 

 “여긴 네가 살던 곳이 아니야. 치료하기 위해 데려왔지만 돌아갈 방도가 없어.”

 

 “네에?”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단이의 머리가 핑핑 돌아가다가 “여기가 저승인가요?” 하는 말만 툭 튀어나왔다.

 

 “저승은 아니고…….”

 

 “그럼 극락인가요? 그런 거겠죠? 목숨도 살려주었으니. 아니, 극락이면 죽은 건데.”

 

 “…굳이 말하자면 다른 세곈데.”

 

 “하, 하지만 조선말을 쓰잖아요! 하물며 대륙도 왜도 다 다른 말을 쓰는데…….”

 

 정협은 더 돌려 말할 자신이 없어 사실대로 고백했다. 지금은 단이가 살던 때로부터 무려 400여 년 뒤고 조선은 없어지고 다른 나라가 세워졌으며 세상은 영판 다르게 바뀌었다고. 더불어 이 시간대에는 평양이나 백두산도 못 간다고 말해주었다.

 한동안 단이는 대답 없이 동그란 눈만 깜빡깜빡 감았다가 떴다. 새카만 눈동자에는 이해하지 못하는 의문으로 가득한데도 무엇을 물어야할지 몰라 헤매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다시는 한양에 돌아가지 못한다는 거예요?”

 

 “이곳이 그곳이긴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그래.”

 

 “그렇게나 먼 곳이라고요?”

 

 “멀다면 먼 곳이지.”

 

 “하, 하지만 나리께서 저를 이곳으로 데려왔잖아요.”

 

 “그래.”

 

 “그럼 나리가 저를 다시 돌려놔주시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게 더는 안 된단다.”

 

 “나, 나리는 왔다갔잖아요! 왜 나는 안 돼요?”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는 듯 정협의 어깨가 축 내려갔고 목소리도 가라앉았다.

 시간여행은 정협도 잘 알지 못하는 매커니즘으로 이루어졌다. 애초에 그는 자신이 왜 시간을 이동할 수 있게 된 건지도 잘 알지 못했다. 어떤 위험이 있는지도 자세히 모르지만, 사용하지 않기에는 이 능력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을 뿐.

 

 그 후 인터넷을 뒤져서 정협은 자신과 같은 사람이 몇 명이 더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들의 인적사항은 알지 못했다. 인터넷 상의 점조직으로 이루어진 모임 <여행자들>. 여행자만이 할 수 있는 것, 그것은 전혀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단 이일에도 원칙은 있다. 첫째, 주요 사건이나 인물에 개입하는 등 다른 시간대의 흐름을 바꾸지 말 것. 둘째, 이유 없는 도둑질 살인 등 범죄를 저지르지 말 것. 셋째, 의뢰 외로 무책임하게 누군가를 이동시키지 말 것. 넷째, 다른 시간대에서 정체를 들키지 말 것. 다섯째, …….

 

 어쨌든 정협은 여행자였고 여행자들은 모두 자유롭게 시간대를 오갈 수 있었지만 원칙과 상관없이 불가능한 것이 두 가지 있었다. 이미 여행한 시간대에 다시 갈 수는 없다는 것과 다른 사람은 단 한 번만 이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들은 이미 5년 전에 정협이 시도해보면서 알게 된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을 이동시킬 때는 단 한 번만 가능하단다. 그러니까 조선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

 

 “어, 어…하지만, 하지만…….”

 

 “미안하다. 너를 살리기 위해서이긴 했지만 미리 말을 못했구나.”

 

 집으로, 주인 나리께 영영 돌아가지 않으려던 건 아니었다. 세상을 다니며 경험을 쌓고 즐긴 후 주인 나리의 화가 풀릴 때쯤 들러 안부드릴 생각이었다.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가서 못 들은 이야기도 듣고 본 것들 이야기도 하고 자신은 이렇게 잘 살아있었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멀어도! 아주 멀어도, 계속 가다보면 갈 수 있지 않겠어요? 그렇죠?”

 

 단이의 울음 섞인 물음은 간절했지만 정협은 그에 응대해줄 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을 타이르듯 쓰게 웃었다.

 

 “걸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시간이라는 건 그런 거지.”

 

 단이는 넋이 나가 한참을 그대로 낯선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나마도 하늘은 제 살던 곳과 같구나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라 주르륵 흐르기 시작했다.

 

 한편 정후는 문 뒤에 바짝 붙어서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병원을 가는 정협을 몰래 따라와 누군지 물어보려던 계획이었다. 정협이 단이의 손을 잡을 때까지만 해도 튀어나갈까 말까 고민했었다.

 그런데 사뭇 진지한 이야기를 하듯이 조용조용하더니 곧이어 사나운 여자애가 펑펑 울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병원 구석진 자리라고는 하지만 여자애가 우니 사람들이 안 쳐다볼 리가 없다. 정후는 힐끔거리며 보는데, 어째 정협은 말리지도 않고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수그리고 앉아있었다.

 

 “도대체 뭔 상황이야!”

 

 형을 믿지만 마음이 불안한 정후가 혼잣말로 빌었다. 범죄만 아니면 형이 무슨 짓을 하든 지지해줄 거라고 다짐하면서.

 그러나 서럽게 우는 단이를 보니 측은한 마음이 불쑥 들었다. 나중에는 형의 가슴팍에 안겨 눈물 콧물 다 짜내는데 뭐라 하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다가 또 홀로 병원을 나가 버렸다. 가는 길에 푹 한숨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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