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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태양이 걷는 순례길
작가 : 에스뗄
작품등록일 : 2017.6.18

인생이라는 고달픈 순례길에서 맞닥뜨린 뜨거운 태양 하나. 어둠 속으로 달아나는 그믐달 진해연과 그녀를 쫓는 태양 문도준. 과연 태양과 달의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031. 설렘주의보(1)
작성일 : 17-07-11 23:04     조회 : 27     추천 : 1     분량 : 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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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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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7

 

 "프러포즈 도시락 하나 맞으시죠?"

 -네.

 "말씀해주신 취향 반영해서 메뉴 정한 다음, 제가 이 번호로 다시 연락드릴게요."

 

  드디어, 가게를 개업하고 처음으로 프러포즈 도시락 주문이 들어왔다. 나는 주문지에 적힌 대상자의 선호메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기성복처럼 메뉴가 미리 구성된 일반 세트와 달리 프러포즈 도시락에는 단 한 사람을 위해 특별한 메뉴를 담아낸다.

  손바닥만 한 주문지에는 내가 조금 전까지 받아적은, 대상자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빼곡히 적혀있다.

 

 "음, 한식과 분식을 좋아하는 분이네요."

 

  담백한 걸 좋아하고, 너무 단 건 별로. 손이 많이 가는 메뉴도 없고. 여자보다는 남자 입맛에 가까운걸.

  아까부터 뜸을 들이던 전화기 너머의 남성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저... 여자들이 정말 좋아하나요?

 "그럼요.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연락해주신 거죠?"

 -네. 그렇긴 한데...

 

  한 번뿐인 프러포즈인데 혹시 실망하면 어쩌나, 더 비싸고 화려하게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닐까 주저하는 생각이 여기까지 들린다.

  마음은 있으나 영 불안하다 이거지? 이럴 때는 본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필요한 법.

 

 "알려주신 입맛이나 성격을 보니 레스토랑은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마음이 담긴 도시락이니 여자친구분도 분명 좋아해 주실 거예요."

 -그럼 다행이고요.

 "그런 의미로, 혹시 두 분에게 의미 있는 노래나 글귀가 있나요? 저희는 도시락과 함께 편지를 넣어드리거든요."

 -아, 그게...

 

  또다시 머뭇거림이 시작됐다. 그리고 벌써 5번째 한숨. 말을 시작하는 데 유난히 오래 걸리는 남자다.

  아, 6년이나 사귀었으면 워낙 많아서 고르기 힘들 수도 있겠지. 프러포즈를 앞두고 긴장했을 수도 있고.

 

 "급한 건 아니니까 생각해보시고, 제가 전화드릴 때 알려주세요."

 -아, 저기... 네. 감사합니다.

 

  30분 만에 드디어 통화를 마쳤다.

 

 "통화 마쳤어?"

 "응. 꽤 답답한 스타일이네."

 "그래도 그런 성격이 상대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편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동의해보였다. 해온이의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런데 핸드폰을 내려놓자마자 또다시 진동이 왔다. 진동은 나를 재촉하듯 쉼 없이 울렸다.

 

 "진 실장 바쁘네, 바빠."

 "실장은 무슨."

 

  최성진.

  성진 씨 전화는 오랜만이네. 도시락 주문인가? 나는 주문지에 받아적을 자세를 취한 후 통화버튼을 눌렀다.

 

 "네. 진해연입니다."

 -나예요, 해연 씨. 잠깐 집 앞에 나와줄 수 있어요?

 

  나 참. 가수나 매니저나 밤늦게 찾아와서 대뜸 나오라 하는 건 똑같네.

 

 "어디 가?"

 "잠깐 앞에. 이참에 버릇되지 않게 단단히 주의를 시켜야겠어."

 "누군데?"

 "있어. 내가 중국집 배달원이라도 되는 줄 아는 인간."

 

  트레이닝복 차림 그대로 집 앞에 나가니 매일 서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자리한 밀가루의 밴이 보인다. 이제는 익숙하게 내 손으로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

 

 "응?"

 

  뒷좌석이 텅 비어있다? 언제나처럼 빙글빙글 웃으며 반겨줄 거로 생각했는데.

  개미 똥구멍만큼의 허전함을 느끼며 나는 운전자석의 성진 씨에게 고갯짓으로 인사를 건넸다.

 

 "오늘은 성진 씨만 오셨네요."

 "저기, 해연 씨. 미안한 부탁이 있어요."

 

  또다. 대뜸 찾아와서는 다짜고짜 이상한 부탁하기. 듀엣에, 명의 대여에, 이번에는 또 뭔데?

  그보다 이 사람들은 왜 항상 부탁만 하는 건지. 내가 흥신소냐? 아니면 엄마 캐피탈이라도 되는 줄 알아?

 

 "아무래도 도준이랑 사진 한 장만 찍어야 할 것 같아요."

 "허, 장난해요? 명의만이라며."

 "자꾸 디스했지 쪽에서 뭘 캐내려 해서 그래요."

 "이거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구요."

 

  뭐, 사실 계약이라고 말하기도 뭐하지만. 동생 부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용돈을 뜯어내는 누나 같은 느낌이랄까.

  나의 콧방귀를 본 성진 씨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차분하게 대응했다. 그 모양이 마음에 안 들어서 나는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았다.

  다른 건 몰라도 사진은 절대 안 된다. 그러다 그 사생팬이라는 애들한테 걸리면 전국에 얼굴 팔리는 건 순식간이라고.

  그랬다가는 상상으로 그쳤던 그 사단이 실제로 내 눈앞에서 벌어질지도 몰라. 그것도 4D로다가!

 

 "사실 이건 사장님 지시예요. 내일 바로 입금해드릴 겁니다."

 "돈 준다면 내가 덥석 물 줄 알았어요? 날 뭐로 보고...!"

 "이 정도면 어때요?"

 

  성진 씨가 자신의 핸드폰에 금액을 찍어 내밀었다.

 

 "흥, 그래 봐야 얼마나 된다고."

 

  그래도 내민 손이 부끄럽지 않게 한 번 읽어나 주지.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 뒤에서부터 차근차근 읽어가던 나는 그야말로 어안이 벙벙해졌다.

 

 "사진 한 번에 이 정도를 주겠다고? 당신들 돈이 그렇게 많아?"

 

  차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눈으로 묻는 나를 보며 성진 씨가 진지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우리가 그만큼 급해요, 지금."

 "아, 화장도 못 하고 나왔는데."

 

  그놈의 돈이 뭐라고. 늘어나는 0의 개수에 비례해 나의 비굴지수가 상승했다. 마음속 저울은 충격으로 고장 났는지 빠른 속도로 시소 놀이를 시작한다.

  나의 흔들림을 감지한 성진 씨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미리 준비한 모자를 내밀었다. 스페인에서 밀가루가 씌워준 것과 같은 모자였다.

 

 "일단 도준이 모자라도 쓰세요. 아, 마스크도."

 "휴우,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따로 없네요."

 

  이미 시동을 건 성진 씨의 귀에는 나의 푸념이 들리지 않는 듯했다. 골목을 빠져나온 밴은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차창에 비춰가며 모자와 마스크를 계속 매만졌다. 점 하나도 보여선 안 된다고.

  그럼에도 여전히 걸리는 한 가지.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굳어버리는 느낌이 드는, 그 사실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혹시 이거 저번처럼 기사로 나가는 건..."

 "기사가 나갈 건 아니고, 그냥 유인책이니까 걱정 마세요."

 

  유인책이라니 왠지 한 마리의 원숭이가 된 느낌.

  처음엔 분명히 명의만 빌려주기로 했고, 그 이상을 요구할 시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기로 했다.

  약속대로 명의를 제공한 후 보상을 받았고, 오늘 저쪽에서 요구한 일을 이행하면 또 다른 대가를 받는다.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전혀 문제가 없는 논리적인 비즈니스의 일환이다. 그런데 내 마음은 영 내키질 않는다. 자존심 때문인가?

  아니, 밀가루 이 자식은 자기를 믿으라고 했으면 믿음직한 행동을 해야 할 것 아냐? 대체 행동거지를 어떻게 하고 다니길래 자꾸 일을 키우는 거냐고!

 

 "이건 아니야. 뭔가 잘못됐어."

 

  차창 밖으로 포도 젤리를 닮은 한강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잠시 후 차는 인적이 드문 어느 둔치에 멈춰섰다.

  다시 한번 복장을 점검하는 내게 성진 씨가 몸을 돌려 주의를 주었다.

 

 "차에서 내리면 어딘가에 기자가 있을 거예요."

 "기자? 그럼 기사로 나갈 수도 있잖아요."

 "그래도 일반인과의 열애는 보통 묵인해주는 게 연예부 기자들 간의 암묵적인 약속이에요. 톱스타끼리가 아니고는 화제성이 크지 않거든요."

 

  이 인간은 왜 항상 말을 바꿔. 그리고 화제성이 크지 않다고? 그럼 지난번 열애설은 화제가 아니었다는 거야?

 

 "물론 두 사람은 조금 특별한 경우지만, 사진에 대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협상할 거예요. 어떻게든 막을 테니까 날 믿어요."

 

  그러니까 난 그 믿으란 말을 더 못 믿겠다고요. 어쩌지? 나 아무래도 잘못 생각한 것 같아. 내일 아침이면 대서특필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선뜻 문을 열지 못지 못하는 내게 성진 씨가 비장한 표정과 함께 검지손가락을 올려 보였다.

 

 "딱 한 시간."

 "......"

 "한 시간만 남자친구랑 데이트한다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행동하세요."

 "알았... 엄마야!"

 

  그에게 답을 하기도 전에 차 문이 벌컥 열렸다. 문밖에는 나와 똑같이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안 그래도 기자 얘기에 긴장한 상태에서 갑자기 문까지 열리자 나는 너무 놀라 굳어버렸다.

 

 "......"

 "......"

 

  내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앉아있자 남자가 한쪽 눈을 찡긋하고는 마스크를 턱까지 내렸다.

  마스크 하나로도 다 가려졌던 작은 얼굴 안에 알차게 들어간 눈코입의 주인공이 나를 향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밀가루 너 이 자식, 이 원흉!

 

 "왔어요?"

 "아, 깜짝이야. 놀랐잖아요."

 "밤늦게 오느라 수고했어요."

 "하아, 내가 진짜 뭐 하는 짓인지."

 

  평소답지 않게 힘없이 싱긋 웃은 그가 손을 부드럽게 잡아 쥐었다. 손을 감싸는 낯선 온기에 흠칫 놀란 나는 나도 모르게 그에게 잡힌 손을 빼고 말았다.

  나는 혹시라도 그가 다시 손을 내밀까 싶어 후다닥 차에서 뛰어내렸다. 밀가루는 텅 빈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보며 눈썹을 살짝 위로 들어 올렸다.

 

 "그, 그러게 누가 말도 없이 손잡으랬나."

 

  밀가루의 무덤덤한 표정에 더 불안해진 나는 그를 뒤로한 채 얼른 한 반짝 더 내디뎠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밀가루가 더 빨랐다. 두 손으로 내 어깨를 잡고 자신을 향해 돌린 그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천천히 내 얼굴 쪽으로 다가왔다.

  손가락 하나가 지나갈 만큼의 틈을 남기고 단단한 몸을 내게 밀착한 그가 나에게만 들릴 만큼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 지금 데이트하는 중이에요."

 "읏, 그건 알지만..."

 "손만 잡을게요. 나 믿죠?"

 

  후각을 자극하는 달콤한 비누 향과 귓불을 간지럽히는 숨결, 그리고 한껏 낮춘 비밀스러운 목소리에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밀가루의 손은 어깨에서 팔을 스치며 부드럽게 미끄러져 마침내 손까지 당도했다. 크기가 다른 두 손의 가락과 가락이 빈틈없이 얽혀들었다.

  왜 하필이면 지금 그 유명한 '오빠 믿지'가 생각나는 걸까. 이게 정말 기자를 유인하기 위한 작전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맑은 두 눈을 노려보며 여름 냄새 물씬한 공기를 크게 들이쉬었다.

  그러자 곧이어 문도준 선수인증 도장을 쾅쾅 찍는 말이 이어졌다.

 

 "정 못하겠으면 그냥 가만히 있어요. 내가 리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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