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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지금, 여기, 우리!
작가 : 옥작가
작품등록일 : 2017.6.26

해랑도에서 만난 동원과 시인,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에게 빠질 수 밖에 없는 둘.
운명적인 사랑이 시작된다!

“또 만났네요? 여기서 뭐합니까?”
찰나였다. 뒤돌아선 시인이 발이 삐끗했고 뒤로 몸이 기울었다. 슬로우비디오처럼 동원의 눈이 커지고 시인을 잡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시인은 버둥버둥 거렸지만 이미 몸의 중심은 발끝이 아니라 바다 위로 옮겨가고 있었다. 시인은 이제 틀렸다고 생각하며 비명을 질렀다.
“우아아아아! 저 수영 못..”
풍덩!
동원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속으로 뛰어 들었다.
풍덩!

동원과 시인의 사랑 이야기
시인의 가족 이야기
그래서 결국 동원과 시인이 가족이 되는 이야기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

 
제20화. 가족이란
작성일 : 17-06-28 11:27     조회 : 41     추천 : 0     분량 : 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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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갔다가 이제 오냐?”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 온 시인은 대문을 열자마자 들려오는 음산한 목소리에 몸을 떨었다.

 

  “작은 오빠야 니는 진짜 사람 깜짝 놀라게! 여기서 왜 이라노?”

 

  “니 짐 어디 갔다 오노? 어제 그 새끼 만나고 오나?”

 

  “진짜 입 저렴하게! 새끼가 뭐고? 그 분이지.”

 

  “오호라! 이 새끼 봐라. 어디서! 이 하늘 같은 오라버니 앞에서 다른 남자 편드노? 어?”

 

  “진짜 또 왜 이라는데? 오빠야 니가 이라니 만나 줄 여자가 없지.. 쯧쯧.. 불쌍하다 불쌍해.”

 

 선수는 갑자기 풀이 죽었다.

 마당 한 켠에 있는 나무 의자에 주저 앉더니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왜애? 왜 그래 세상 다 산 표정이고?”

 

 시인은 슬쩍 옆에 앉으며 선수의 표정을 살폈다.

 

  “이번에 소개팅 한 썸녀가 또 도망 가 버렸다. 인연이 아닌 것 같다며.. 도대체 여자들은 무슨 인연을 그래 찾노? 엉?”

 

  “나쁜년, 진짜 무슨 인연타령이고. 그냥 맘에 안 든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니는 입이 왜 그렇노? 그 새끼 앞에서는 알랑방구 뀌고 내 앞에서는 입이 무슨 공사장 아저씨다 아저씨.”

 

  “크크크. 그건 그러네. 방금까지 어머어머 계속 소리치다 왔는데. 헤헤헤헤. 오빠야가 뭐가 모자라노? 또 아빠에, 큰 형에, 시누이 될 여동생에 가족 관계 다 털리고 도망쳤나?”

 

  “그런가? 가족 이야기 한 것 같기도 하고.. 진짜 우리 아버지랑 살면 지가 완전 편할건데 왜 그러나 몰라.”

 

  “왜 아빠가 오빠야 니랑 사노? 내랑 살지. 아빠 못 뺏긴다.”

 

 대문이 끼이익 하고 열렸다.

 

  “무슨 소리들 하노? 장남이 이래 버젓이 버티고 있는데! 아부지는 내랑 산다.”

 

  “큰 오빠아아! 오늘 일찍 왔네? 헤헤.”

 

  “너거 둘은 여기서 뭐하노?”

 

  “큰오빠, 작은 오빠야 썸녀가 또 로그아웃 하셨대요. 지금 괴로워하고 있는 중.”

 

  “형, 나 여자 한 명 소개 시켜 도.”

 

  “시인이 니는 그 작가랑 뭔데? 만나나?”

 

 가수는 선수의 물음에 대답 대신 시인에게 질문했다.

 

  “으응? 호호호. 내가 너무 좋대. 한 번 만나 주려고.”

 

 시인은 괜스레 몸을 베베 꼬으며 부끄러워 했다.

 

  “이 새끼, 어디서 귀여운 척이고! 확! 니는 예쁜 친구 하나 없나? 맨날 삼총산지 뭔지 은화랑 영현이랑만 놀고! 니가 인간관계가 그래 좁으니 오빠가 장가를 가나 어디!”

 

  “그럼 영현이나 은화는 어때?”

 

  “으으! 그 술꾼들! 고것들이랑 결혼하면 집에 술이 안 남아날걸?”

 

  “내 친구들이지만.. 그건 좀 그렇지. 호호호. 근데 큰 오빠는 연애 안해요? 작은 오빠는 그래도 꾸준히 소개팅 하던데.. 이제 전문의도 됐는데 여자 좀 만나요. 우리 집에도 여자 좀 드나들자.”

 

  “나? 나는 만나는 사람 있는데?”

 

  “어?”

 

  “뭐라고?”

 

 시인과 선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 다 너무 놀라 입을 떡 벌리며 얼음이 되었다.

 

  “치수 부인 내가 소개 시켜 줬다.”

 

  “우와우와! 어떤 분이셔?”

 

  “치수 행님 부인 진짜 이쁘던데? 그면 형수님 될 분도 예뻐?”

 

 시인과 선수는 계속 같이 말을 했다.

 질문인지 혼잣말인지 가수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둘이서 계속 놀라워하고 있었다.

 

  “같이 일하다 정들었지 뭐. 부산병원에서 일 한다.”

 

  “행님보다 공부 잘 했나 본데? 종합병원이면. 크크크. 근데 형님아. 치수행님 소개 시켜 주기 전에 나부터 소개시켜 줬어야지! 응?”

 

  “그건 그렇다. 큰 오빠. 작은 오빠 맘 상하겠다.”

 

  “초밥 집 놀러 와서 보고 치수한테 반했다는데 어짜노? 글고 선수 니는 쪼잔해서 여자 못 만난다. 그냥 교사 때려치우고 절에 가라.”

 

  “푸하하하하!”

 

 시인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가수도 말 끝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뭐라고 항변하려던 선수는 한숨을 한 번 쉬더니 다시 주저앉았다.

 

  “오빠야, 내가 부산 다시 오면 울 학교 쌤 중에 하나 꼬셔서 꼭 소개팅 해 주께. 그니까 힘내라. 짚신도 짝이 있다잖아?”

 

 선수는 오늘은 진짜 실망했는지 시인이 놀리는 듯 위로해줘도 별다른 응징(?)이 없었다.

 시인은 괜히 미안해져서 선수 눈치를 살피다가 가수에게 뜻밖의 제안을 했다.

 

  “큰오빠, 그럼 우리 다 같이 살자. 오빠야 결혼하고, 나도 결혼하고 다 같이 한 집에 살면 어때? 그면 작은 오빠 노총각으로 늙어도 안 외롭지 않나?”

 

  “니는 지금 그걸 해결책이라고 내놓나!”

 

 선수는 일어서서 시인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시인은 켁켁 대면서도 정상적인 선수의 반응에 안도했다.

 

  “생각해보니 괜찮긴 하네. 일단 치수 결혼 시키고 생각 해 보자. 선수 니는 치수 결혼식 날 좀 더 단장해서 오고. 형수님도 오고, 친구들도 많이 올 건데 혹시 아나?”

 

  “우와! 그면 새언니 처음 보는 거야? 그 날, 아빠도 처음 보시겠네?”

 

  “바보들아, 아버지는 알고 계신다.”

 

  “아부지만 알고 우리는 왜 이제 갈차주는데? 진짜! 시인아, 형이 우리 둘을 너무 무시한다. 시집살이는 시누이라는 말도 못 들어봤나? 시동생 시집살이 한 번 시켜봐?”

 

  “아아니, 나는 큰 오빠는 무조건 오케이! 작은 새언니 시집살이 시켜야지!”

 

 시인과 선수는 다시 엉켜붙었고 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집 안으로 사라졌다.

 둘은 머쓱해져서 싸움(?)을 멈추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날씨가 좋은지 하늘 위에 별이 많이 보였다.

 한 동안 말없이 하늘을 보다가 선수가 시인에게 말했다.

 

  “시인아, 이번에는 더 눈 매매 뜨고 연애해라. 지난번처럼 쓸데없는 맘고생 하지 말고..”

 

 시인이 고개를 돌려 선수를 바라보고는 손을 꼭 잡았다.

 

  “응. 오빠야도 힘내라.”

 

  “새끼, 나는 원래 힘이 넘치지. 오늘은 더워서 그렇다. 손 놔라. 간지릅다.”

 

 둘은 잠시 말이 없었다.

 조용한 휴식을 깨고 시인이 말을 이었다.

 

  "오빠야, 근데 오빠야는 내 미운 적 없었나?"

 

  "뜬금없이 무슨 소리고?"

 

  "아니.. 그냥.. 오빠야 니는 가수 오빠한테 양보하고, 내한테 양보하고.. 내가 없었음 더 누리고 살았을텐데.. 오빠야한테 미안해서.."

 

 선수는 진지한 얼굴로 시인을 쳐다보았다.

 

  "정시인.. 오빠야 중학생 때.. 니 초딩 때..."

 

  "응..."

 

  "진짜 니 없애고 싶었다."

 

 시인의 눈에 그늘이 졌다.

 

  "어.. 그랬을거야.."

 

  "그래서 내가 가수 형한테 말했지. 살짝 고민스러웠거든. 형아~ 나는 정시인 저거 없어졌음 좋겠다. 저거 없었음 편하게 내 방도 있고, 내 공책에 낙서도 안하고, 엄마한테 혼나지도 않고.. 얼마나 좋을까? 근데 형아, 내 너무 나쁘나? 시인이가 피가 안 섞인 동생이라서 이런 마음이 드는 거가? 했다."

 

  "응.."

 

  "가수 형이 그라대.. 나는 니 죽이고 싶다고.."

 

  "으응? 뭐라고?"

 

 선수가 회한에 젖은 얼굴로 말했다.

 

  "그 때 내가 가수 형 오답노트 내 친구 한테 팔아 먹었거든. 그거 들킨 날이다. 그 날."

 

 시인은 이야기의 방향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 고개를 갸우뚱했다.

 

  "가수 형이 그라드라. 시인이가 우리 피가 안 섞인 거 같아서 불편하면 아마 예쁘게만 보일거라고.. 원래 남의 집 동생 보면 잘해주게 된다대? 근데 내가 니 없애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진짜 남매인 증거란다."

 

 시인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형이... 나는 니 죽이고 싶지만 죽여도 내가 죽인다. 그래서 남이 니 건들면 가만 안 놔둔다. 니는 어짤래? 누가 시인이 때리면?"

 

  "......"

 

  "그래서 내가 지랄 발광을 했지. 어떤 새끼가 정선수 동생 때리냐고.. 가수 형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래 그게 친동생이라는 증거다. 그러니 쓸데없는 소리 마라. 그라대? 그라고 오답노트 들고 간 거 책임지라며 내 코피 터잤다이가."

 

  "풉! 크크크."

 

  "아직도 니 없애고 싶은 날 있다. 지난 번에 아부지가 니만 연어초밥 해줬을때도 그랬고.. 쓰레기 같은 새끼한테 상처받고 질질 울 때도 그렇고.. 아파가 빌빌 거릴 때도 그렇고.."

 

 시인은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입을 열면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그니까.. 그런 쓸데 없는 질문 마라. 나는 여전히 니를 없애고 싶은 마음이 절절 끓으니. 알았나?"

 

 시인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선수가 시인의 손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야! 정선수! 니 내 셔츠 입었나? 당장 기어 들어 온나! 내일 학회 있는데!!."

 

 갑자기 집 안에서 가수의 분노 서린 고함이 터져 나왔다.

 선수는 비장한 얼굴로 벌떡 일어서더니 대문을 열고 뛰어 나가며 외쳤다.

 

  "시인아, 가수 형 무마시키면 십만원! 오빠야 마라톤 간다."

 

  "이건뭐고? 내 가위로 뭐했노? 이거 머리카락 아니가?"

 

  시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침에 급해서 앞머리 살짝 다듬었는데.... 어쩐지 잘들더라. 수술 가위였어?

 

  "오빠야 나도 같이 가자!"

 

 시인도 황급히 대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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