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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지금, 여기, 우리!
작가 : 옥작가
작품등록일 : 2017.6.26

해랑도에서 만난 동원과 시인,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에게 빠질 수 밖에 없는 둘.
운명적인 사랑이 시작된다!

“또 만났네요? 여기서 뭐합니까?”
찰나였다. 뒤돌아선 시인이 발이 삐끗했고 뒤로 몸이 기울었다. 슬로우비디오처럼 동원의 눈이 커지고 시인을 잡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시인은 버둥버둥 거렸지만 이미 몸의 중심은 발끝이 아니라 바다 위로 옮겨가고 있었다. 시인은 이제 틀렸다고 생각하며 비명을 질렀다.
“우아아아아! 저 수영 못..”
풍덩!
동원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속으로 뛰어 들었다.
풍덩!

동원과 시인의 사랑 이야기
시인의 가족 이야기
그래서 결국 동원과 시인이 가족이 되는 이야기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

 
제19화. 고백
작성일 : 17-06-28 11:27     조회 : 31     추천 : 0     분량 : 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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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근데 어디 가는 거예요?”

 

  “어쩔 수 없이 평범한 코스예요. 영화 보고 밥 먹고, 술.. 술은 말고 차 마셔요. 우리.”

 

 동원이 웃었다.

 이렇게 잘 웃는 사람이었던가?

 시인은 어안이 벙벙했다.

 

  “저.. 작가님, 어제 제가 실수라도..”

 

  “어? 어제 오빠로 부르기로 했는데요?”

 

  “어머어머! 미쳤나봐. 죄송해요. 제가 집에서 외부인과 술 마셔본 적이 없어서 그런 스타일인 줄 몰랐어요. 술 끊어야지. 없던 일로 해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시인은 부끄러워했다.

 

  “하하하. 시인씨, 나 봐요.”

 

 시인이 손가락 사이로 빼꼼히 동원을 쳐다보자 동원이 말을 이었다.

 

  “어젠.. 내 생애 최고로 즐거운 날이었어요."

 

  "......"

 

  "이번 주는.. 나랑만 보냅시다.”

 

 시인은 새침한 표정으로 손을 내렸다.

 동원은 웃으며 운전을 시작했다.

 어쩜, 운전하는 모습도 멋졌다.

 

 근데 이번 주는 나랑만 보내자니?

 설마 집에도 안 보내 주는 건 아니겠지?

 시인이 혼자 피식 웃었다.

 

 동원의 말대로 그야말로 평범한 데이트였다.

 영화를 보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해변 길을 걷고 너무 더워 카페에 들어가 차도 마셨다.

 

 시인은 동원이 운전하는 동안 맛집을 검색했다.

 잠시 잠시 고개를 들고 밖을 보던 시인의 눈에

 '호텔'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저.. 저기! 저는 그러니까, 저는 엄청 막 자기 주도적인 여성이거든요. 그래서 성인남녀가 호텔을 갈 수 있죠! 갈 수 있는데! 우리가 오늘 처음 데이트인데 이렇게 바로 호텔로 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시인은 안절부절 못하며 운전하는 동원의 팔을 잡고 이야기했다.

 동원은 바뀐 신호에 자연스럽게 차를 멈추고 시인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팔에 올린 시인의 손 위에 살포시 손을 올리고 말했다.

 

  “여기 유명한 레스토랑이 있어요. 저녁 맛있게 먹으려고 예약해놨어요. 놀라지 말아요.”

 

 시인은 겸연쩍게 웃으며 손을 내렸다.

 아니, 내리려고 했다.

 

 동원이 자신의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런 시인에게 동원이 음흉하게 물었다.

 

  “그럼, 내일 데이트는 호텔에 와도 된단 뜻입니까?”

 

  “어머어머, 이 작가님, 완전 이상해요! 신호 바뀌었어요. 출발해요. 얼른!”

 

 동원은 소리 내어 웃었다.

 계속 웃음이 나왔다.

 사랑에 빠졌는지,

 웃음병에 걸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근사한 저녁 식사였다.

 웨이터가 와인을 권했지만 둘 다 괴로운 표정으로 사양했다.

 그 모습에 또 둘은 한바탕 웃어야했다.

 후식으로 달콤한 케잌을 먹으며 시인이 행복해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네? 뭐가요?"

 

  "아까 배에서 울던 그 여자는 누굴까? 연예인도 아닌데 무지 예뻐 보이네."

 

  "......"

 

 시인이 수줍은 표정으로 살며시 미소지었다.

 

  "심장이 계속 뛰더군요. 계속 신경이 쓰이고 말입니다."

 

  "......"

 

  "두려웠어요. 출구가 없는 동굴에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또 사랑을 잃으면 어쩌나.."

 

 시인은 동원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연수를 잃고 동원은 사랑이 두려웠을 것이다.

 사람을 잃는 게 얼마나 아픈지는 시인이 더 잘았다.

 

  "그런데.. 어쩔 수가 없네요."

 

 동원이 웃었다.

 그리고 시인의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이제 시인씨가 나 책임져야겠습니다. 아주, 정말 심하게 푹 빠질 거 같거든요."

 

  "음.... 생각해 볼게요."

 

 시인이 씨익 웃었고, 동원은 한숨을 쉬었다.

 

 이제 저 웃음에 정신을 못 차릴텐데..

 벌써 이렇게 예뻐 보이면 안될텐데..

 

 때마침 웨이터가 따뜻한 커피를 내려 놓았다.

 동원은 호로록 커피를 마시는 시인의 모습을 보았다.

 라떼의 우유 거품이 시인의 입가에 묻어났다.

 시인은 자신의 입을 바라보는 동원을 보더니 갑자기 손사래를 쳤다.

 

  “작가님! 아니에요! 그건 아니에요! 호호호. 드라마도 아니고, 오바예요.”

 

  “네?”

 

  “저 입에 거품 묻어서 설마 뽀뽀하려던 거 아니에요? 눈빛이 그런데요?”

 

  “수염 같다고 말하려고 했는데요?”

 

  “쳇, 저 좋아하는 거 거짓말인가봐요. 수염이 뭐예요?”

 

  "하하하!"

 

 시인은 뾰루통한 표정으로 입술 위 거품을 닦아냈다.

 

  “설마 나 유혹하려고 일부러 라떼 먹었어요?”

 

 동원도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으며 말했다.

 

  “네.”

 

  “풉! 콜록콜록!”

 

 시인의 단호한 대답에 동원은 커피를 뿜을 뻔 했다.

 급하게 삼키면서 사레가 걸려 기침을 해댔다.

 

  “수염 같다고 한 벌이예요! 베~"

 

 기침을 멈춘 동원이 깊은 눈으로 시인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을 보지도 못하고 시인은 웃으며 커피를 마셨다.

 동원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근데 작가님 서울 안 가봐도 돼요?"

 

 시인을 들여보내기가 아쉬워 동원은 바다가 보이는 곳에 차를 댔다.

 저녁 놀이 길게 퍼지며 서서히 어두워졌다.

 둘은 본네트에 몸을 기대고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다.

 

  "아직 촬영을 안해서 며칠 시간이 좀 있습니다."

 

  "그 시간을 다 저랑 보내시면.."

 

 동원이 시인을 응시했다.

 

  "부산에 작가님 집이 없어서 불편하실텐데.."

 

 동원이 말없이 자기를 바라보자 시인은 발끝이 간지럽기 시작했다.

 눈빛이 뜨거워지는 것 같아 심장도 두근두근댔다.

 

 갑자기..

 동원이 몸을 돌리고 팔을 뻗어 본네트에 댔다.

 그 팔 사이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시인이 어쩔 줄 몰라했다.

 

  "어.. 저기.. 그게 아니라.."

 

  "계속 말하면 시인씨가 불리할거예요."

 

  "네?"

 

  "키스 할겁니다."

 

 시인은 더 대답할 수 없었다.

 뜨거운 입술이 자신을 덮쳐왔다.

 피할 수도 없었고, 피하고 싶지도 않았다.

 가볍게 입맞춘 뒤 살짝 입을 떼고 동원이 속삭였다.

 

  "이제 라떼는 내 앞에서만."

 

 동원의 입술이 다시 부드럽게 시인의 입술을 적셨다.

 시인의 입술 사이로 달뜬 숨이 흘러 나왔다.

 

  "내가 사랑할 때 어떤지 알려줄까요?"

 

 살짝 벌어진 시인의 입술 사이로 그가 들어왔다.

 거칠게, 부드럽게, 집요하게..

 시인의 눈이 감기고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아주 잠깐이었을까?

 아니면 정신을 잃을 정도로 깊은 입맞춤이었던 걸까?

 

 동원이 시인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가슴에 시인을 살포시 안았다.

 유도를 해서 그럴까?

 단단하고 넓은 가슴에 안기자 시인의 마음이 더 쿵쾅대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이걸로 안 끝나요. 그러니 나 유혹하려면 마음의 준비부터 해요."

 

  "네.."

 

 시인이 모기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동원의 사랑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

 아니 기대가 아니라..

 이걸로 안 끝나면 좋겠는데..

 아.. 이것도 아니라..

 계속 안겨 있고 싶네..도 아닌 것 같지만..

 

 시인은 문득 이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멋쩍어

 동원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며 부끄러워했다.

 

 아.. 이대로 어디 데리고 도망 가 버릴까?

 잘했어, 이성을 잃으면 안돼.

 드라마 다 때려 치울까?

 아니야, 정신 차려야지.

 오늘은 밤새 운동해야겠다.

 

 참을 인자를 새기며 불붙은 마음을 다잡고 있는 동원에게 시인은 또 가슴에 얼굴을 비비며 기름을 퍼붓고 있었다.

 

 동원은 작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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