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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Fanatic
작가 : 길헤윰
작품등록일 : 2017.6.21

동생이 결혼을 한단다. 그래도 난 그리 상관 없었어. 그와 깊이 관계되지 않으려 했지.
몇 개월 후, 나라가 망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계략/이중인격(?) 남주 #초식계 여주


 
6. 검은 갑주(2)
작성일 : 17-06-21 22:48     조회 : 24     추천 : 1     분량 : 5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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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검은 갑주(2)

 

 "예, 그렇습니다."

 

 "결혼 적령기의 아가씨니 제국 가서 시집은 잘 가겠네. 현모양처가 될 거야."

 

 "이만 돌아가죠, 리첸님."

 

 아드리안은 언제 장난쳤느냐는 듯 다시 무뚝뚝해졌다. 일중독 아드리안은 할 일이 많을수록 표정이 딱딱해졌다. 리첸은 오늘은 좀 늦게 퇴근하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라리마의 생일파티에 가기 위해선 그는 오늘도 철야를 해야했다. 라리마의 생일 파티는 빠르게 다가왔다.

 

 "아가씨, 정말 어울려요! 진주 목걸이도 멋스럽게 소화하시네요!"

 

 진주는 부인들이나 할 법한 것이었지만, 사실 왕국은 해변을 많이 끼고 있기 때문에 귀한 진주도 싸게 잘 나왔다. 그만큼 가성비를 생각한다면 진주가 좋았다. 왕국의 결혼식에도 진주 반지가 자주 등장하는만큼, 헤일린은 꽤 괜찮은 선택을 한 것이었다. 귀걸이의 얇은 체인이 얼굴을 갸름하게 보이게 했다. 헤일린은 셀리의 손길대로 구두를 신고 숄을 걸쳤다.

 

 "응. 눈에 띄지도 않고 단정하고 딱 좋네."

 

 "며칠동안 마사지 받으신다고 고생하셨어요, 아가씨."

 

 "응. 책 못 읽은 보람이 있어서 다행이야."

 

 셀리는 그녀가 평민으로 태어났다면 사서가 되었을 거라며 한숨을 쉬었다. 몇 시간동안 누워있어야하는 마사지도 셀리의 협박 비슷한 강요로 겨우 받은 것이었다. 다른 영애들은 몇 주 동안 마사지를 받기도 한다는데, 헤일린은 그 시간에 책 읽는 걸 선호했다. 셀리는 헤일린의 고운 피부를 보며 강요(?)하길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했다. 헤일린은 셀리의 배웅을 받으며 연회장으로 향했다.

 

 "제 사랑스러운 딸 라리마의 생일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위 층에는 체스를, 아래층에는 퀄리오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놓았으니 부디 즐겨주십시오."

 

 "제 생일에 이리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제 짝이신 아드리안 백작님께도 행운을 드리고 싶습니다. 곧 결혼식을 올리니 많은 참석 부탁드려요."

 

 마침 페리헬 부녀가 인사를 하고 있었다. 아드리안은 계단 바로 밑에서 라리마의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었다. 사람들은 사랑스러운 예비신부를 위해 박수를 쳐주었다. 헤일린은 러셀 부인 옆에 서있는 첼과 사라스를 슬쩍 보았다. 첼은 좋은 경사에도 웃지 않고 짜증나보였다. 첼이 시선을 느끼고 그녀를 바라보려하자, 그녀는 빠르게 앞을 보며 박수를 쳤다. 아드리안은 그녀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아슬아슬했군요, 헤일린 영애."

 

 "아, 아드리안 백작님."

 

 그는 자연스레 그녀에게 '헤일린'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아마 전에 헤일린이라고 불러도 된다고 한 걸 유념해둔 것 같았다. 뭐, 상관없나. 헤일린은 아드리안의 유능함을 존경하고 있었다. 동생의 남편이 될 것이고 그건 곧 가족이 된다는 것이었다. 헤일린은 아드리안의 호칭을 거부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에게 선입견을 갖지 않는 소수의 인물이기도 한만큼, 허용해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피곤해보이십니다."

 

 "괜찮습니다. 돌아가서 일찍 자면 되겠지요."

 

 그는 굳이 제 상태를 부정하지 않았다. 잠은 언제나 모자랐고, 그건 일상이었다. 솔직한 그의 말에 헤일린이 살짝 웃었다.

 

 "'모든 영웅은 과로로 죽는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조금은 쉬면서 일하세요. 백작님의 유능함은 언제나 대단하지만, 그게 일을 많이 해야한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어린 라리마에게서는 들을 수 없었던 말이었다. 우아한 발음은 제국과 왕국의 것이 섞여있었는데, 그럼에도 그녀의 말은 가슴 깊이 박혔다. 무조건 힘내라는 밝은 목소리가 떠올랐다. 압박감으로 다가왔던 그 말이 잊혀지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 상냥한 말을 던지듯이 하다니,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정신을 차렸을 때는 라리마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아드리안님!"

 

 라리마가 그에게 덥썩 안겼다. 그는 주변을 살폈다. 라리마는 누굴 찾고 있기라도 했었나 같이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헤일린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아드리안은 참으로 기묘하다고 생각했다. 어찌 환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없어질 수 있는가.

 

 "누굴 찾고 있었나요?"

 

 "아닙니다, 라리마. 생일 축하합니다. 15살이 되었군요."

 

 "네! 이제 저도 15살이랍니다!"

 

 라리마는 그에게 팔짱을 꼈다. 사람들은 라리마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사교적인 자신을 꺼내기 위해 미소를 지었다. 그럼에도, 기묘한 한 사람이 자꾸 생각이 나는 것 같았다.

 

 "저 꼬맹이의 생일 파티에 끌려오다니, 기분 나빠."

 

 작게 욕지기를 하던 그에게 샴페인 한 잔이 내밀어졌다. 고개를 돌리니 헤일린이 있었다. 머리카락을 뒤통수로 올린 탓에 고운 목선이 드러났다. 얇은 팔이 숄에 살짝 비치고 있었는데, 미묘한 색기에 그가 잠시 생각을 멈추었다.

 

 "파티에 오셨으니 그런 표정은 마십시오, 경."

 

 "끌려왔는데 좋은 표정을 지으라는 건가?"

 

 "뭐, 이해는 합니다."

 

 "그대도 끌려온 건가?"

 

 헤일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샴페인을 조금 마실 뿐이었다. 리첸은 그녀에게 대답할 의사가 없음을 알았다. 주변 사람들은 체스를 두고 있었는데, 리첸과 그녀만이 다른 이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들은 아래층에서 벌어지는 퀄리오를 구경하고 있었다.

 

 "돌링이 여기까지 퍼진 모양이로군. 제국의 문화는 요근래 더 심하게 퍼지고 있어. 왕국이 고향인 후배는 어떻게 생각하시나?"

 

 "경께서 무슨 대답을 바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한 대답이지. 난 헬린 후배를 진솔한 사람으로 봤는데 말이야."

 

 은근한 압박이었다. 작게 한숨을 쉰 그녀가 대답했다.

 

 "제국은 3세기 전부터 전쟁을 하지 않았습니다. 내실을 강화하고 복지에 집중했지요. 주변 왕국과 우호를 다지는 것도 황권 강화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페닐 왕국에게도 제국의 문화가 퍼지는 건 당연합니다."

 

 "내가 사람을 잘 못 봤군."

 

 제국의 역사에 근거한 대답임에도 그는 만족한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조금 화난 표정이 되어 그녀에게 한 마디하는 것이었다. 여긴 베실린 아카데미가 아니라는 건가. 헤일린은 예의 짓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달랬다.

 

 "진정하세요, 경."

 

 "좋아. 그럼 다시 대답해봐."

 

 어쩐지, 그녀는 대답을 망설이고 있었다. 복잡한 표정이 되어 그를 마주보고 있었다. 무엇이 그녀를 곤란하게 만드는지 그는 알고 싶었다. 그래, 그는 그녀를 시험하고 있었다. 제국의 역사를 배운 페닐 여인. 그녀의 정체성을 파헤치고 싶다는 욕구는 처음부터 있었다. 그녀의 흑안을 마주 보았을 때부터. 그는 짖궂은 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저는 그저,"

 

 그녀가 대답하려던 찰나, 아래층에서 큰 목소리가 들렸다. 때마침 그녀에게 다가오던 라리마와 아드리안도 그 목소리에 집중했다.

 

 "제뉴어리! 내가 연습시켜준다고! 자리에 앉아, 어서."

 

 "첼?"

 

 라리마가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아보았다. 첼과 사라스, 그 친구 몇 명이 제뉴어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라리마와 헤일린의 안색이 변했다.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왜 하필 내 생일 파티에서! 하지만 옆에 헤일린이 있었다. 아니, 이 곳에 헤일린과 아버지, 어머니가 계시는 한 함부로 첼을 말릴 수 없었다. 진실을 말할 지도 모른다. 두려움이 라리마의 어깨를 긴장시켰다.

 

 "오늘은 특별히 내가 대련해줄게."

 

 제뉴어리는 곧 빈 대련장 의자에 앉혀졌다. 첼의 친구들은 다른 이들의 인형을 바닥으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제뉴어리의 인형은 강제로 연결되어 퀄리오 대련장 위로 올려졌다. 제뉴어리의 안색은 사색이 되어버렸다. 사라스는 첼을 말리고 싶은 눈치였으나,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퀄리오 싸움은 이렇게 하는 거야!"

 

 무서움에 떠는 제뉴어리가 인형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병정 인형은 저보다 작은 인형에 의해 맞게 되었다. 제뉴어리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다. 소년들은 제뉴어리가 또 당하고 있다며 관람하기 바빴다. 실제 싸움이었다면 제뉴어리는 무참하게 상처가 났을 것이 분명했다. 라리마는 러셀 부인을 찾으려 했으나, 러셀 부인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하지? 첼이 사고를 치면 전부 내 책임이 되어버려. 아버님께 부탁드리면……! 라리마는 손톱을 깨물고 있는 것밖에 못했다.

 

 "경."

 

 "응?"

 

 아이들의 소란을 지켜보고 있던 리첸이 그녀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헤일린은 차분한 어조로 그에게 말했다.

 

 "물 흐르는 듯이, 수면 위의 나뭇잎 같이 살아남을 겁니다."

 

 "뭐?"

 

 무슨 말이야, 그게. 소란에 밀려 리첸은 질문도 잊어버린 듯했다.

 

 "그게 제 대답입니다, 리첸 경."

 

 리첸은 그제야 제 질문을 기억해냈다. 제국의 것이 흘러들어오는 지금, 왕국은 그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국의 역사를 배운, 페닐 왕국의 한 여인은 제국의 기사에게 대답했다. 그저 물 흐르듯 살겠노라고. 헤일린에게 있어서 가장 현명하다고 여겨지는 판단이었다. 개인의 힘으로 문화나 상황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그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이유는 못 된다. 헤일린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만해."

 

 "자, 싸워봐! 덤벼보라고!"

 

 이 곳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냥 도서관으로 도망갈 걸. 그럼 이런 좌절은 맛보지 않았을 거야. 그 편지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었어. 내가 싸울 수 있다고? 거짓말. 보낸 이가 누구든, 참 원망스러웠다. 싸울 의지를 다 잃어버리려는 찰나, 누군가 난입했다.

 

 "흑기사, 돼?"

 

 "!"

 

 아이들만의 공간에 여성이 들어왔다. 밝은 갈빛 머리칼이 보이자, 다들 긴장했다.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사뿐사뿐 다가오고 있었다. 헤일린은 유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성숙한 미소에 소년들의 얼굴이 붉어졌다. 첼은 그녀가 제게 교육선생을 붙인 사람이라는 걸 기억해냈다. 그래, 저 불결한 혼혈도 마음에 안 들어! 그는 이참에 그녀도 교육시켜주기로 했다. 혼혈따위가 대들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흑기사는 됩니다만, 제대로 된 기사가 될 수 있겠습니까?"

 

 "물론. 제뉴어리만 허락해준다면야."

 

 제뉴어리는 그녀를 마주보았다. 비웃는 첼의 말에도 그녀는 제뉴어리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올곧은 눈빛에 제뉴어리가 시선을 피했다. 내 이름도 알고 있었어? 헤일린은 제뉴어리에게 말했다.

 

 "갑주, 입어주었구나. 기쁘단다, 제뉴어리."

 

 갑주라는 말에 제뉴어리의 동공이 커졌다. 이 옷을 보낸 이가 라리마의 사랑을 받는 헤일린이었다고? 왜 헤일린이 제게 호의를 베푸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헤일린은 한걸음 더 그에게 다가왔다. 검은 드레스가 움직임에 살랑거렸다. 제뉴어리의 옷도 검었다.

 

 "널 돕게 해주겠니, 제뉴어리?"

 

 제뉴어리는 생각했다. 검은 갑주를 입은, 저 사람을 믿어보자고. 헤일린은 처음으로 제게 갑주를 선물해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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