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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도전! 에스퍼 리그
작가 : 은백
작품등록일 : 2016.10.28

수십 억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초능력 배틀 스포츠!
그 안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은 소년소녀의 작고 거창한 이야기

 
1부 - 유니온 프릭스(5)
작성일 : 16-10-28 20:50     조회 : 411     추천 : 0     분량 : 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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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이 가여운 영혼에 흠집을 내는 것도 지독한 악행이라면 악행이지만, 말하는 꼴을 보니까 굳이 린다의 덫에 안 걸렸어도 언젠가는 현실의 쓴맛을 봤겠네. 딱 사기꾼 주식이잖아. 저 유토피아도 참 기구한 운명이야. 하고 많은 사람 중 하필 저런 주인을 만나서.’

 

  린다는 속으로 혀를 쯧쯧 차다가 슬슬 욱신거리는 허벅지에 눈살을 찌푸렸다.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큼 비좁은데다 인공조명도 거의 없고 음침한 기운마저 물씬 풍기는 골목길만 전전한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사람 살 만한 곳이라곤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구조는 또 어찌나 복잡한지 출구가 없는 커다란 미로 한가운데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그나저나 집은 아직 멀었니?”

  “거의 다 왔어.”

  “번화가랑 이렇게 거리가 멀면 불편하지 않아?”

  “뭐 어때? 거저 받은 것 치곤 싼 리스크지 뭐.”

  “……집을 거저 줬다구? 어느 통큰 양반께서?”

 

  제13지구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다.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해 뼈 빠지게 벌어도 제 몸 하나 추스르기 힘든 빈민촌에서, 제아무리 낙후되고 쓸모없는 집이라도 기분 따라 생판 남에게 넘길 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당연히 찾아보기 힘들다. 있다면 일찌감치 짐 싸들고 근처의 다른 지구로 떠나기 마련이다. 이런 촌구석에 미련을 둘 이유는 없으니까.

 

  린다는 마치 먹이를 발견한 매처럼 벽안을 초롱대며 아더에게 덤비듯이 물었다.

 

  “누구? 누구? 그게 누구야?”

  “패러독스.”

  “…….”

 

  아더는 그만한 거물의 이름을 입에 담고도 덤덤한 표정이었다. 당연히 린다를 비롯한 범인의 입장에서는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썩 석연치 않은 어조의 질문이 날아온다.

 

  “아직도 그 사람 타령이니? 솔직히 말해서 린다는 못 믿겠네. 애당초 그 사람은 극단적인 신비주의 콘셉트라서 팀 숙소에 없는 건 물론이고 자세한 거주지조차 알려지지 않았잖아. 경기장 밖에서 안 보이기론 1, 2위를 다툰다는데.”

  “그래도 만났어. 주기적으로 몰래 뒤를 밟았거든. 숙소 알아내는 것 정도야 껌이지.”

  “이봐, 그거 엄연히 따지고 들면 법적으로 저촉되는 행위야.”

  “그런가? 하지만 난 패러독스가 좋아서 한 일인데? 다 이해해줄 거야.”

 

  또다시 어깨를 으쓱하더니 별 신경 쓰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린다는 머릿속이 조금씩 뒤엉켜가는 것을 체감했다. 새삼 느끼는 바지만 이 불꽃머리는 순진한 건지 영악한 건지 영 분간이 힘들다. 나름대로 심리전에 정통하다고 자부하고 있던 린다는 그만큼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이게 린다를 끌어들여 역으로 낚는 심리전이라면 제대로 통하고 있는 셈이고, 만에 하나 티끌 하나 없이 순진하고 생각이 없더라도 그건 그거대로 문제다. 비록 한 분야에 도가 튼 고수라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문외한을 상대로는 비교적 약한 모습을 보일 때가 종종 있으니까. 자고로 실력에 따른 상성은 입문<초보<중수<고수<입문이라는 풍문도 있다. 지나치게 경계하는 행위는 자승자박하는 꼴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흘려들을 것만도 아니다. 비기너즈 럭(Begginer's Luck)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대략 10여 분 가량 지났을까. 까마득한 높이의 콘크리트 벽을 자랑하는 막다른 골목에서 아더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모종의 비밀기지 외벽처럼 그 너머는 볼 수 없는 구조로 돼있다. 딱히 호기심이 가진 않지만.

 

  아더가 당당하게 선언했다.

 

  “여기야.”

  “뭐야, 막혔잖아?”

 

  어이없어하는 린다의 반박에 아더는 검지를 까딱까딱 흔들면서,

 

  “아까 네가 말한 대로 패러독스는 사람들한테 사생활을 공개하길 혐오하는 성향이 있어. 그래서 이런 식으로 은둔 생활을 하더라고.”

 

  아더는 굳건한 철벽방어를 선보이고 있는 콘크리트 벽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그 앞에 우뚝 멈춰 섰다. 그러자 탁한 노이즈가 섞인 여성 톤의 기계음이 벽 안에서 새어나왔다.

 

  「제일 바람직한 여성의 헤어스타일은?」

  “모히칸.”

  「제18지구의 섬유 공장에서 일용직을 맡고 있는 헤이즈 씨(29세)는 약 10년간 성실히 일한 끝에 3억 베르크를 모았다. 그에겐 언제쯤 여자 친구가 생길까?」

  “안 생겨요.”

  「계산식 48÷2(9+3)의 답은?」

  “2와 288 모두 정답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은?」

  “작은 하마.”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은?」

  “42.”

  「신원 확인됐습니다.」

  “감사합니다.”

  “…….”

 

  옆에 멀뚱히 서 있던 린다의 표정이 뒤집어진 바퀴벌레의 배 속에서 튀어나온 알집이라도 본 마냥 급격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암호의 일환으로 치부한다면 아주 이해가 안 갈 것도 없지만, 이 사차원스러운 신원확인절차를 보고 있자니 이 불꽃머리 꼬마에게 편견을 안 가지려야 안 가질 수가 없다. 어차피 말로 해결할 거면 음성인식이라는 편리한 시스템이 있을 텐데.

 

  “이쪽이 더 재미있지 않아?”

  “…….”

 

  아, 네.

 

  앞선 기계음의 친절한 멘트에 이어 띠링―하는 가벼운 전자음이 울리는가 싶더니, 콘크리트 벽의 중앙에서 왼쪽으로 조금 치우친 공간에 지름 3cm가량의 작은 점이 생겨났다. 곧이어 그 점이 굼뜬 움직임으로 벽을 잘라내듯이 사람 크기의 직사각형 문을 그려내고, 절단된 부분만이 절묘하게 벽 안쪽으로 후퇴하나 싶더니 옆으로 치우치며 굴 같은 실내 통로를 드러냈다. 어두컴컴한 공간 안쪽으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인다.

 

  원래 밝은 곳을 선호하는 린다에게 썩 만족스러운 환경은 아니었다. 모호한 신음과 함께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으음, 니트족을 위해 개발한 하이테크놀로지야?”

  “패러독스가 쓸 때부터 있던 보안 장치라. 사실 그 암호도 패러독스가 설정해놓은 거야.”

  “패러……독스가?”

  ‘그 녀석, 보기보다 특이한 취향이었네.’

 

  린다는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뭔가 오묘한 감정을 느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인상의 그 자주색 눈빛, 흑백의 장발이 보안 장치와 농담 따먹기를 하는 광경이라.

 

  자기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걸 또 용케도 뚫어냈네. 본인이 알면 엄청 불쾌하겠다.”

  “헤헤헤헤. 칭찬 고마워.”

  “……그래.”

 

  어째 일이 조금씩 꼬여가는 걸 체감하면서도 여기까지 온 이상 되돌아갈 순 없었다. 최소한 맘에도 없는 이 꼬마에게 들러붙은 이상 본래의 목적 정도는 달성하고 빠져야 여태 들인 수고를 보상받는 셈이 된다. 그 보상이 겨우 한두 푼으로 끝날 리가 없다는 점은 다행이다. 속임수와 도주만으로 어둡게 채색된 인생의 전환점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한 액수가 주머니를 가득 채울 것을 생각하니 이 고역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다.

 

  ‘최소 80억 베르크.’

 

  린다는 다시 입술을 핥으며 살쾡이 같은 눈빛을 번뜩였다. 그녀의 푸른 시선은 아더의 품속에서 찬란하고 값진 은빛을 발하고 있을 유토피아에 고정된 채였다.

 

  ‘그거면 10년은 걱정 없이 살 수 있어. 또다시 몸을 숨길 상대가 늘어나는 셈이지만, 뭐 어때? 그 정도 리스크쯤이야.’

  “혼자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는 거야?”

  “으, 응?”

 

  유토피아에게 멍하니 빼앗긴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아더가 살짝 고개를 숙여 곤충이라도 관찰하는 시선으로 린다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당연히 기우겠지만 마치 속내를 샅샅이 읽힌 것만 같아 린다는 손을 홰홰 내저었다.

 

  “아무 것도, 아무 것도!”

  “내 가슴팍 보고 있던 것 같은데. 아까 화장실에서 한 말 때문에 헷갈리는 거야? 나 남자 맞아. 가슴 없어.”

  “그건 알고 있어! 솔직히 조금 중성적인 티가 나긴 하지만 린다는 멀쩡한 남자를 여자로 착각하진 않는다고! 그리고 가슴의 크기만으로 성별을 구분하는 만행은 그만둬! 그걸로 상처받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야!”

  “빵이랑 국수가 남아있던가? 저녁은 또 소금물로 때워야 하나.”

  “사람이 말하면 좀 듣는 척이라도 해! 게다가 뭐야! 앞으로의 일을 턱없이 걱정하게 만드는 그 멘트는! 입에 거미줄도 못 칠 게 뻔하니 겁줄 때 미리 나가라는 무언의 협박이야?”

  “그건 과장해석인데. 뭐, 솔직히 너랑 방을 따로 싶긴 하지만. 식량 문제 때문에 말이야.”

  “……너무 솔직한 것도 가끔은 탈이 되는구나. 어쨌든 린다는 못 물러나. 81만 베르크나 빌렸으면 그에 따른 보답을 하라구. 이 계단만 내려가면 되는 거지?”

  “그래. 상관이야 없지만 내 거처에 그토록 집착하는 네 심보를 당최 모르겠다.”

 

  둘은 입씨름을 끝내고 석조 계단 밑으로 짙게 깔린 어둠의 늪에 몸을 담갔다. 린다는 철제 난간에 몸을 맡기고 몇 번이고 발을 헛디뎌 구를 뻔한 고비를 넘기며 가슴을 쓸어내린 끝에, 고물상에서도 안 받아줄 듯이 낡아빠진 목제 여닫이문 하나를 발견했다. 문이라기보다는 소각장에서 주운 판자 하나를 세워놓은 것만 같았다. 꼴에 사람 사는 곳이라고 그 옆에는 아담한 소화기 하나가 다소곳이 세워져있었다. 최소한 불을 지필 도구 정도는 있나보다.

  아더는 덤덤하게 주홍빛으로 녹슨 문고리를 굳게 붙잡고 비틀었다. 그러자 아귀가 안 들어맞는 불길한 소리와 함께 목제 문이 천천히 입을 벌리고, 개봉박두.

 

  “…….”

 

  그리고 린다는 실어증에 걸리고 말았다.

 

  “왜 그래, 안 들어오고?”

  “…….”

  “내가 말했잖아. 누추해서 실망할거라고. 지금이라도 돌아가려면 안 늦었어.”

  “이거, 애당초 지구청에 등록된 집이긴 하니?”

  “몰라. 패러독스랑 만날 때부터 미리 점찍어놨다가 보육원 나오자마자 쳐들어온 거야. 한 3년쯤 지났는데?”

 

  슬슬 린다의 위기의식이 고개를 들었다. 정말 부주의했다간 불법체류자로 낙인찍힐 가능성도 있다. 어차피 장기체류할 리는 없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아더의 경고대로 집안 광경은 처참했다. 박물관에 전시돼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소형 흑백 TV, 한쪽 다리가 반파된 탓에 책 여러 권을 겹쳐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더블 침대,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고 여기저기 발자국이 찍혀있는 나이테 무늬 장판, 그 위로 정신없이 널브러져 무질서의 끝을 보여주는 옷가지, 필라멘트 전극이 고장났는지 제 구실을 못해 실내의 암흑화에 일조하고 있는 형광등…….

 

  린다는 게이지 MAX로 치솟는 불쾌감과 의무감에 휘말려 비명을 내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왜, 왜, 왜 그래?”

  “도저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린다가 책임지고 새 집으로 만들어놓겠어!”

 

  신고 있던 붉은색 힐을 벗어던지고 거칠게 배낭을 내팽개치고는 소매를 걷어붙이는 시늉을 하며 난장판 실내로 성큼성큼 다가섰다. 겨우 몇 발짝 걸었을 뿐인데 양말에 새까맣게 때가 올랐다.

  린다는 조막만한 얼굴을 무섭게 홱 젖히며 아더를 향해 살기를 뿜었다. ‘비록 본판부터 심히 단출하긴 하지만, 그럴수록 정성스레 다루고 가꿔야 하는 것이 집 아닌가? 자네는 당장 집에게 사과하고 반성하게!’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생생히 전해졌다.

 

  “청소 도구는 어디 있지? 순순히 불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거야.”

  “사, 사올게.”

  “…….”

 

  천만다행으로(?)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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