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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도전! 에스퍼 리그
작가 : 은백
작품등록일 : 2016.10.28

수십 억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초능력 배틀 스포츠!
그 안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은 소년소녀의 작고 거창한 이야기

 
2부 - 도주자(2)
작성일 : 16-10-28 21:26     조회 : 341     추천 : 0     분량 : 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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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제38회 에스퍼 리그 결승전의 결과는 팀 노아즈 아크와 헤일로 엔터테인먼트 간의 은밀한 협약으로 만들어진 거짓입니다. 노아즈 아크 팀원 마리아…… 아니, 마리오네트의 미래 예지 능력을 악용, 노아즈 아크의 대전 상대가 반드시 패배할 수밖에 없도록 조건을 조작한 겁니다. 아시다시피 경기에 임하는 선수 이외의 사람의 초능력은 결코 경기 중에 개입할 수 없습니다. 이 명명백백한 규정을, 헤일로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일정한 보수나 특혜를 받고 이를 묵인해준 거고요. 이건 반칙입니다. 물증? 영상, 음성 파일 모두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조사 측에서는 거들떠보지도 않더군요. 이미 헤일로 엔터테인먼트 측에서 구워삶은 뒤입니다. 이쪽으로 넘기라고요? 빌어먹을 그쪽도 똑같겠지!’

 

 

 

 

  세간의 사람들이 전부 거짓말로 치부하며 웃어넘겼던 패러독스의 주장. 이 말이 모두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진실이어야 한다는 위험한 전제가.

 

  “또 이렇게 물어봤자 무의미할 거 같지만, 아더는 그 음모론을 진심으로 믿니?”

  “당연한 거 아냐?!”

 

  꼭 자기 일이라도 되는 양 이를 바득바득 갈며 분한 기색을 여과없이 내비치며 패러독스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게다가 그 마리오네트라는 여자. 세간에는 안 알려졌을지 몰라도……. 패러독스에겐 둘도 없이 소중한 연인이었다고!”

 

 

 

 

  마치 귀족 가문 외동딸 침실 같은 느낌의 호화찬란한 방.

 

  넓이만 해도 수십 평을 상회하는데다, 거구의 남자들만 추려서 인간 피라미드를 쌓는다 해도 몇 층이나 가야 천장에 닿을지 짐작도 안 가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더불어 초고가의 크리스탈제 샹들리에와 천잠사로 짜인 천 장식품이 화려하게 수를 놓고 있으며, 연회에나 쓰일 법한 크기의 식탁에는 아르카디아 전역에서 모여든 산해진미가 빼곡이 포진해있었다. 물욕 가득한 사람에게는 천국 이상의 이상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정작 이 방의 주인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패러독스……. 오오, 패러독스…….”

 

  이토록 황제 부럽지 않은 혜택을 누리면서도 아직 마음에 차지 않은 것이 있는지, 묘령의 아가씨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섧게 우는 목소리가 그 넓은 방을 가득 메웠다.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쯤은 알아요. 이제 와서 잘못을 빌어도 늦은 거겠죠? 그게 아니라면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저한테 용서를 구할 기회를 주세요…….”

 

  애달픈 넋두리 몇 마디가 이어지기 무섭게, 침대 위에서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위치한 인터폰이 감미로운 멜로디를 연주했다. 근대 유럽 귀족풍 인테리어 가운데 유일하게 현대 문명의 혜택을 받은 이단아 격의 그 기기는, 오열의 주인공이 수화기를 들자마자 비열과 교만으로 가득한 남성의 웃음소리를 여과 없이 내보냈다.

 

  「히-하! 굿 모닝, 미스 마리오네트! 마이 프레셔스 베이비! 잘 지냈어? 놀지만은 않았고?」

  “……닦달하려고 오신 거면 이만 나가세요, 그래비트.”

 

  좀 전까지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눈물겨운 목소리로 자책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비록 목이 잔뜩 메여 매서운 느낌은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비장한 끼가 드문드문 비쳤다.

 

  “얼마 뒤에 있을 노아즈 아크의 11회 챔피언 방어전 시나리오라면 전부 완성해서 제출 끝냈어요. 자, 남은 볼일이 있나요? 없죠? 당분간 혼자 있고 싶으니 들어올 생각일랑…….”

  “말라! 이건가? ANG?”

 

  요란스런 파열음과 함께 불청객이 난입했다.

  말뿐인 제지는 신경도 안 쓴다는 듯이, 사태는 침실의 주인 아가씨로선 감당하기 힘든 단계까지 이르고 말았다. 고풍스런 철제 문고리가 제 역할을 못하고 와지끈 부러지고, 흔들거리는 목제 여닫이문의 부근 바닥에는 짙은 빛깔의 나무 파편이 정신없이 널브러져있었다. 불청객 남자는 수백만 베르크는 족히 나갈 법한 문을 박살내놓고도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으쓱일 뿐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삼각 선글라스와 자줏빛 모히칸 머리, 망토 달린 형광색 무대 의상 차림을 감안하면 평범한 패션 센스는 아니다. 인기 록밴드의 보컬을 연상시키는 외양이다.

 

  여하튼 범죄 현장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법한 전개와 작태다. 억지로 기세를 과장해 그 남자를 물러서게 하려다 일이 틀어지자, 위장포처럼 이불을 뒤집어쓴 아가씨는 딸꾹질이 났다.

 

  “헉……!”

  “귀한 커스터머가 왔으면 공손히 도어를 열어야지, 내가 누군지 알고 있을 거 아냐? 제1지구청장이자 현 아르카디아 집정관인 ‘로드’님이 우리 친아버지야! 안 그런가, 미스 마리오네트? 유 같이 천한 출신의 레이디가 이런 고귀한 몸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을 글로리하게 생각하지 않고.”

 

  마리오네트. 그녀의 본명이자, 가장 불리고 싶지 않은 호칭. 일명 꼭두각시.

  맘 같아선 부모님을 붙들고 그 해괴한 작명 센스를 탓하고 싶지만 그 당사자들은 이미 요르단 강을 건너서 작별을 고한 상태다. 어린 시절부터 이름 때문에 주변인들에게 놀림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 뼛속깊이 트라우마로 남았으며 아직도 자신을 이렇게 부르는 사람에겐 경멸 어린 시선을 보내곤 한다. 다만 철저히 ‘약자’의 위치에 내몰린 그녀로서는 더 이상 강경하게 대응할 수단이 없다.

  단 한 남자. 그녀를 위해 새 이름을 지어준 자상한 남자가 있긴 했지만.

 

 

 

  “마리오네트? 무슨 이름이 그렇지? 지어준 사람도 참 성의 없군. 줄여서 ‘마리아’라고 하는 게 훨씬 간편하고 사랑스럽지 않을까 싶은데.”

  “마리아?”

  “싫은가? 즉석에서 지었다곤 해도 너무 흔해빠져서 문제라면 사과하겠다. 그럼 어떻게 불리면 좋겠는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

 

 

 

  “…….”

  “ANG? 또 무슨 감상에 빠져있는 거야, 레이디?”

 

  하지만 비정한 불청객은 마리오네트에게 달콤한 과거를 되새길 틈도 주지 않았다. 성폭행 현장의 범인처럼 거칠게 이불보를 걷어치우고는 안에서 고양이 앞의 생쥐처럼 웅크리고 있는 아가씨를 강제적으로 일으켜 앉혔다. 일순 환자복으로 착각할 법한 파자마 차림에 옅은 녹색 머리칼과 연두색 눈, 새하얗게 질린 피부에서 중환자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특기할 점이라면 가냘픈 목에 찬 순금의 액세서리. 단순히 장식용 사치품으로 보기에는 옷차림과의 괴리감이 심하다. 잘 때나 혼자 방에 처박혀있을 때까지 차고 있을 이유가 과연 있을까. 생김새만 놓고 보면 애완견한테 채우는 목줄 같기도 하고, 여하튼 시선 끌기에는 최적인 물건이다.

 

  그녀의 작은 품속에는 한 흑백 머리의 젊은 장발 남자 사진이 순금제 사각 액자 속에 보물처럼 꼭 안겨있었다. 그래비트라 불린 로커 스타일의 남자는 모난 삼각형 선글라스를 고쳐 쓰고 잔뜩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추억팔이도 작작하시지, 건방진 레이디? 언제까지 과거만 보고 살아가면서 데드 라이프를 향유할 건가, ANG? 슬슬 현실을 직시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당신처럼 돈에 미쳐 무고한 사람들을 생지옥으로 몰고 가는 악마에게 이해를 바라진 않아요. 그 아이의 수술이 끝난 지금, 저한텐 그이 말고는 아무 것도 필요 없어요.”

  “히하! 브레이브, 브레이브. 그것 참 땡큐할 일이군. 머리 쓸 일을 하나 줄여줘서! 덕분에 차선책을 마련할 일도 없어졌잖아! PROFIT!”

  “무슨 의미죠?”

 

  마리오네트가 억지로 경계하는 눈빛으로 쏘아붙이자,

 

  “디스 원!”

  “?”

 

  전교 1등을 한 아이가 엄마에게 성적표를 내미는 듯한 기세로 어른 손바닥만 한 종잇조각 하나를 내보이는 그래비트. 마리오네트는 미동하는 손을 천천히 뻗어 그것을 받아들고는 깨알 같이 촘촘히 씐 글줄을 훑어나갔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동공이 흔들렸다.

 

  “서, 설마…….”

  “내가 미스 마리오네트에게 처음 전하는 희소식이려나? 여하튼 그 시건방진 가이에게서 온 레터야. 숙소 정문의 우편함에서 파인드. 혹시 의심할 구석이라도 있나? ANG?”

  “아니요. 이건 확실해요……. 필체는 똑똑히 알고 있거든요. 분명히 그이에게서 온…… 재회의 메시지…….”

 

  마리오네트는 활화산의 분화구에서 끓어오르는 용암마냥 치솟는 감격에 겨워 한손으로 입을 막은 채 소리죽여 울었다.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참회의 기회가 온 것이다. 그것도 패러독스 측에서 먼저 접근하는 방식으로!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조차 가지 않았다.

  사실 경계심을 바싹 세운 쪽은 오히려 그래비트였다.

 

  ‘솔직히 이해가 안 가는군. 아이 돈 언더스탠. 이제 와서 무슨 바람이 불어 저 레이디랑 만나고 싶다는 거지? 이대로 심신미약으로 자연사하게 두기엔 아까운 물건이니 모처럼 목숨을 연장시킬 찬스가 온 건 나로서도 웰컴이지만, 이상한 꿍꿍이가 있을 거 같단 말이야.’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그래비트는 실없이 웃으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오우, 노. 의심병이 또 도진 모양이군. 아무리 이쪽에 빚진 게 많아도 설마 옛 걸프렌드에게 썸씽을 하진 않겠지.’

  “제13지구의 헤일로 비전 유료 경기장 글로리 에스퍼즈 1층, 오후 4시. 그런데 기재된 약속 시간이 조만간이네요. 얼른 가야하지 않을까요?”

 

  마리오네트는 감동의 바다에서 가까스로 헤어 나오자마자 시침부터 확인했다. 앞으로 겨우 6시간. 실로 오랜만의 재회니 이것저것 준비할 것까지 감안하면 결코 넉넉한 시간이 아니다.

 

  “싱크 어바웃 잇, 생각을 해보라고. 미스 마리오네트, 잠시 까맣게 잊은 모양인데 우리 노아즈 아크는 에스퍼 리그의 현 챔피언이라고. 위치상으론 바로 옆이지만, 아무 일정 예고도 없이 제13지구 같은 빈민 구역에 들른다면 모양새가 이상하잖아?”

  “그럼 어떻게?”

  “깜짝 팬 미팅의 명목으로 가는 거지. 서프라이징 파티! 내가 미스터 노아에게 허락을 받고 오지. 판을 화려하게 벌여놓으면 패러독스 가이도 미스 마리오네트를 찾는데 어려움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럼 만남은 쉽게 성사되고, PROFIT!”

 

  그래비트는 한껏 과장된 오버액션으로 장밋빛 미래를 그리다가,

 

  “그러니 밥 좀 제대로 챙겨먹으라고, 레이디. 무슨 비극의 프린세스 연기도 아니고, 그렇게 삼시세끼 굶어봐야 이미 떠나버린 가이가 알아주긴 해? 처음 숙소에 들어왔을 때보다 훨씬 초췌해졌잖아. 그러다가 무슨 프러블럼이라도 생겨버리면 내가 미스터 노아를 볼 면목이 없다고. 알겠어, ANG?”

 

  경고에 가까운 충고로 이 불편한 만남을 마무리 짓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수리공은 오늘 콜할 테니, 문은 아마 컴백할 때쯤 고쳐질 거야! 그럼 준비나 하고 있어!”

 

  아무래도 상관없는 사족이 덧붙여졌지만 마리오네트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패러독스를 다시 만나 용서를 구할 수 있다는 희망만이 파도치고 있었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파도치는 것은 희망뿐이 아니었다.

  온몸을 차츰 잠식해오는 공포감.

 

  마리오네트는 고사리처럼 가는 손가락으로 순금의 목줄 액세서리를 만지작거렸다. 차가운 금속 특유의 감촉이 가슴을 시리게 만들었지만 머리는 피가 쏠려 도리어 화끈거렸다. 잠깐 메말랐던 눈물이 다시 울컥 쏟아졌다. 이대로 죽을 때까지 울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미안해요, 패러독스. 정말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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