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25. 어긋남
작성일 : 20-09-23 20:55     조회 : 125     추천 : 0     분량 : 489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역병 마을. 유아와 성은 늦은 밤까지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돌봤다. 두 사람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탕약을 달이느라 하도 부채질을 많이 해 손목도 아팠고, 허리는 끊어질 것 같았다. 숨이 가빠와 걸음을 걷는 것도 힘든 유아는 비틀거렸다.

 

 “어!...”

 

 발목이 삐끗한 유아를 성이 순식간에 잡아 부축했다.

 

 “괜찮아?”

 “네.”

 

 유아와 성은 티격태격하던 것은 모두 잊은 듯 보였다. 세상에서 서로를 지켜줄 사람은 오로지 둘 뿐인 것처럼, 애틋해 보이기까지 했다.

 

 “어서 먹어.”

 

 망개어멈의 부엌에서 만든 주먹밥을 반으로 나눠 먹거나, 물을 마실 때도 성은 유아를 챙겼다. 유아는 마을의 사람들을 걱정하고, 염려했다. 마을사람들을 챙기느라 자신이 오늘 하루종일 한 끼도 먹지 못했다는 것을 잊을 정도였다. 이마의 식은땀이 흐르고, 얼굴이 수척해지는 것이 눈에 보임에도, 유아는 그것을 모른 채 사람들을 돌봤다. 성은 그런 유아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기특하기도, 반성이 되기도 했다.

 

 “콜록! 콜록!”

 “망개어멈!”

 “어머니...”

 

 유아는 망개어멈의 입에서 나오는 피를 보고 놀랐다. 초기 증상을 보이던 망개어멈의 상태가 점점 더 나빠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밤이 되고 공기가 차가워진 탓이었을까?

 

 “나리...”

 

 망개어멈은 곁에 앉아 자신을 돌보고 있는 유아와 성을 보았다.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망개어멈은 자리에 누운 채 성에게 손을 뻗었다. 성은 망개어멈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고맙습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아닐세. 나야말로, 고맙네. 망개아비가 아니었다면, 아버지께서 그렇게 웃을 날도 없었어.”

 “이렇게 좋은 분을, 어찌...”

 “괜찮아. 괜찮아질것일세.”

 

 유아는 망개어멈의 숨이 가빠오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손도 떨렸다. 죽음을 목격하는 것은 친어머니 이후 두 번째였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죽음은 그녀에게 더욱 두려운 것이었다.

 

 “망개어멈...”

 “아가씨. 아가씨는, 강한 분입니다. 이렇게 예쁘고, 착한 분이 나리를 만나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리고 망개어멈의 호흡은 서서히 잦아졌다. 괴로워하던 표정도 서서히 풀려갔고, 성을 잡고 있던 손의 힘도 빠졌다.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잠든 듯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어머니. 안녕히 주무세요.”

 

 망개아우는 처음 맞는 죽음. 유아가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했을 때와 같은 다섯 살. 유아는 그 아이의 모습에 더 마음이 아팠다.

 

 “어멈...”

 “잘 가시게.”

 

 유아는 성장해있었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세상 떠나가라 울었던 다섯 살의 유아는 어느새 열 여덟의 어른이 되어있었다. 성과 유아는 근처 산의 양지 마른 곳을 찾아 함께 땅을 팠다. 망개어멈의 소식에, 마을의 남자들과 함께 망개어멈의 장례를 치렀다. 함께 땅에 묻고, 다들 죽음을 애도했다.

 

 “중전이 마을에 불을 지르라 했다던데, 사실입니까?”

 

 마을의 촌장이 성에게 물었다. 촌장은 성을 그저 북촌의 어느 선비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럴 리가 있는가? 그리고 이런 일을 어찌 감히 중궁의 명으로 해결하겠는가? 주상전하께서 곧 약재와 의원을 보내주실 걸세.”

 

 그러자 아낙 하나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금줄을 치고, 마을 밖으로는 한 발짝도 못 나가게 하는 걸요? 우릴 그냥 다 죽이려는 거라고요.”

 “그럴 리가 없네. 혹세무민한 말은 하지 마시게.”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망개어멈이 없는 집에서 성과 유아는 망개아우를 재웠다. 잠시 잠을 청하다, 새벽녘 눈을 뜬 유아는 밖으로 나왔다. 성은 한숨도 잠을 자지 않은 것인지, 마당 평상에 앉아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더 자지 않으시고요?”

 “일어났어?”

 “네.”

 

 유아는 성의 옆으로 가 앉아 함께 하늘을 보았다. 성은 문뜩 8년 전 함께 비밀 정원으로 갔던 것이 떠올랐다. 함께 보고, 웃고 떠들던 그때가 참 행복했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정체를 솔직하게 말하기로.

 

 “유아야.”

 “네?”

 “내가, 지금부터 너한테 할 고백이 있어.”

 “고백, 이요?”

 “끝까지 잘 들어줘.”

 “네. 그럴게요.”

 

 유아는 괜히 기대했다. 고백이라는 건 혹시...?

 

 ***

 

 꼭두새벽부터 대왕은 화가 잔뜩 나 있었다. 대전에서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는 대왕과 앞에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는 중전, 성희와 도승지, 구준이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도승지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송구하옵니다.”

 “중전 또한 몰랐나?”

 “예, 전하. 구중궁궐에 있는 신첩이 세손의 일을 어찌 알겠나이까?”

 “어허,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럼요, 전하. 요즘 세자의 환후가 깊어 그것으로 고심인데, 다른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있겠습니까?”

 “오냐. 밖에 들라하라!”

 

 대왕의 명에 문이 열렸고, 문 너머엔 홍보함이 서 있었다. 성희와 구준은 보함을 보고 놀란 눈치였다. 보함은 두 사람을 보았다.

 

 “예판?”

 

 대왕은 보함을 반겼다.

 

 “어서오시오, 예판.”

 “전하.”

 “내 그동안 자네에게 너무 격조했으이.”

 “황공하옵니다, 전하!”

 

 보함은 바닥에 엎드려 흐느꼈다.

 

 “그래. 세손은 어찌, 찾았는가?”

 “아직...”

 “뭐라?! 아직도 세손이 역병의 굴에 있단 말인가?”

 “송구하옵니다. 관군들이 주상전하의 명이라 하여 길을 터 주질 않은 터라...”

 “나의 명? 도승지!”

 “예. 전하.”

 “내가, 관군들에게 그리 명했더냐?”

 

 구준은 답하지 못했다.

 

 “혹, 중전의 명인가?”

 

 성희도 답하지 못했다.

 

 “네 이 쳐죽일 놈들! 감히 어명을 빙자해 세손을 죽이려 했겠다?!”

 

 구준은 바닥에 엎드렸다. 성희도 고개를 숙였다.

 

 “전하! 역병이옵니다. 마을이 전부 역병으로 물들었사온데, 그 마을의 출입을 삼가는 것은 곧 백성을 위한 것이옵니다.”

 “예. 전하. 오해십니다. 그 마을에 세손이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습니까?”

 

 대왕은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보함에게 명했다.

 

 “병판의 자리가 공석인지 오래다. 내 예판을 병판과 겸하게 할 것이니, 그대는 어서 세손을 데려오라! 서둘러라!”

 “예, 전하. 명 받잡겠나이다.”

 

 보함은 급히 대전 밖을 나섰다. 성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리고 난리가 난 이후 두 사람은 중궁전으로 왔다. 성희는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 노친네가 아직도 살아 있었습니까?”

 

 구준은 한숨을 쉬었다.

 

 “오라버니. 어찌 하실 셈입니까? 전하께서 홍씨 가문을 다시 불러들이기라도 하면 어쩌려 하십니까?”

 “그러니 이번만큼은 마마께서도 노력하셔야지요.”

 “나더러, 왕의 수청이라도 들라고요?”

 “그렇게라도 안하시면, 어찌 하시렵니까? 만약 세손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이는 역모입니다.”

 “역모라니요?”

 “마마의 품에서 낳은 자식도 없는 판국에, 세자빈은 석녀(*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성)이지요. 허면 후사는 세손 하나뿐입니다.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지금, 전하께선 우리를 의심하고 있단 말입니다.”

 “오라버니!”

 “내가! 이 집안을 어찌 지켜왔는지, 똑똑히 기억해. 그 자리가, 우리의 지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넌 뭐라 해도 김씨 집안의 사람이다. 명심해.”

 

 구준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성희는 계속해서 강요하는 구준이 못마땅했다.

 

 ***

 

 한편, 성이 제 정체를 유아에게 솔직하게 고백하려는 순간이었다.

 

 “화내지 말고 들어줘.”

 “네. 그럴게요.”

 “난 여덟 살 무렵, 아버지를 잃었어. 할아버지의 손에.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어머니와 따로 살아야했는데, 그때 처음 본 사람이 너였다. 비록 어둠 속이었지만.”

 “여덟 살이요? 그때 저를 봤다고요?”

 “응. 아주 당찬 모습이여서, 사내인 줄 알았지 뭐야. 그리고 난 그때의 너를 알지.”

 “여덟 살의 나를 안다고요?”

 “그럼. 그렇게 2년간을 우린 함께 놀고, 얘기하고 지냈는 걸.”

 

 유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설마!...”

 “그래. 그게 나다.”

 “이름이 이청이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니, 홍성! 너, 그동안 재미있었겠다?”

 “화내지 않기로 했잖아.”

 “후~ 그래. 계속 해 봐.”

 

 유아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너한테 잘못도 많이 했고. 반성도 많이 해. 지금도.”

 “그래야지, 그럼. 거짓말, 딱! 싫어.”

 

 그 말에 성은 마른 침을 삼키며 더 굳어버렸다.

 

 “또 하나 고백할 것이 있는데... 내 이름 아니, 내 성이 홍가가 아니야.”

 “뭐?!”

 “이유가 있어. 내 위치가-”

 

 그때였다.

 

 “저하! 세손저하!”

 

 담장 너머 성을 발견한 무리. 관군들과 보함 그리고 봉수였다.

 

 “세손저하!”

 “봉수야. 외조부?”

 

 보함과 봉수가 성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유아는 그 자리에서 굳은 듯 눈을 끔뻑일 뿐이었다. 성은 난감했다.

 

 “저, 저기... 여긴 어쩐 일들이신지.”

 

 봉수가 말했다.

 

 “무슨 일은요. 저하께서 지금 역병이 우글거리는 곳에 계시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 말을 보함도 거들었다.

 

 “주상전하께서 많이 노여워하셨습니다. 어찌 이런 곳을 오십니까? 한 나라의 세손께서.”

 “세... 손?”

 

 유아가 겨우 입을 열었고, 성은 그 말을 듣고 천천히 유아를 관찰했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

 

 “세손?”

 

 유아는 성을 보고 확인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냈다. 난감해하는 성을 보고 유아는 그동안 자신과 성이 함께한 모든 기억들을 끼워 맞추느라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이틀 동안 주먹밥 한 입을 먹은 탓인지, 현기증이 났다. 유아가 비틀거리자 성은 급히 유아를 부축했다.

 

 “괜찮아?”

 “이건 진짜야?”

 “어?”

 “세손이라는 건 진짜냐고, 아니 진짜냐고요.”

 “미안해. 금방 얘기하려고-”

 “경기관찰사의 여식 맞느냐?”

 

 보함이 성의 말을 뚝 끊고는 유아를 노려보았다.

 

 “예. 맞습니다.”

 “네가 저하를 이리로 모셔온 것이냐?”

 “예?”

 “아, 아닙니다! 제가 이 아이를 데리고 온 것입니다.”

 “어찌 저하를 이런 곳에...”

 “내가 온 것이라 하지 않습니까?”

 

 그 사이 관군들 사이로 수가 나타났다. 성은 그 틈에서 수를 발견했고, 눈빛으로 유아를 부탁한다는 뜻을 전했다. 수는 알아들었고, 성은 이 사람들을 유아에게서 서둘러 떼어 내려했다.

 

 “전하께서 저를 찾으십니까?”

 “예. 저하. 서둘러 가시지요.”

 “예. 외조부.”

 

 사람들이 우르르 휩쓸고 지나간 뒤, 홀로 남은 유아는 충격에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그리고 유아의 앞에는 수가 나타났다.

 

 “경대.”

 

 수의 말에 유아가 고개를 들어 수를 보았다.

 

 “누구십니까?”

 “나? 검은 늑대.”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0 40. 마찬가지 2022 / 1 / 27 33 0 7098   
39 39. 피 마르는 사랑 2022 / 1 / 27 33 0 6099   
38 38. 여기는 어디인가 2022 / 1 / 27 29 0 6794   
37 37. 야한 왕자님 2022 / 1 / 27 30 0 6451   
36 36. 결혼은 현실이다 2022 / 1 / 27 29 0 7770   
35 35. 진짜 2022 / 1 / 27 26 0 6015   
34 34. 드디어 2022 / 1 / 27 27 0 6577   
33 33. 저울질 2022 / 1 / 27 26 0 6764   
32 32. 우연의 탈 2022 / 1 / 27 25 0 5503   
31 31. 왕자의 결혼 2022 / 1 / 27 31 0 6647   
30 30. 계획 2022 / 1 / 27 30 0 5544   
29 29. 연모에 빠진 날 2022 / 1 / 27 30 0 5960   
28 28. 밀회 2022 / 1 / 27 30 0 5906   
27 27. 진심 2022 / 1 / 27 29 0 5446   
26 26. 나쁜 녀석들이 판치는 세상 2022 / 1 / 27 28 0 5022   
25 25. 어긋남 2020 / 9 / 23 126 0 4895   
24 24. 함께 갇히다 2020 / 9 / 23 136 0 6045   
23 23. 여인 2020 / 9 / 23 127 0 6439   
22 22. 수장 2020 / 9 / 22 120 0 6714   
21 21. 누구 2020 / 9 / 22 128 0 7890   
20 20. 왕관의 무게 2020 / 9 / 21 142 0 5172   
19 19. 선택 2020 / 9 / 21 136 0 4937   
18 18. 쉿 2020 / 9 / 21 128 0 7984   
17 17. 인연 2020 / 9 / 21 124 0 4672   
16 16. 또 반하다 2020 / 9 / 21 139 0 5681   
15 15. 컴백 운종가 2020 / 9 / 21 151 0 5433   
14 14. 온다. 나에게 2020 / 9 / 21 135 0 5466   
13 13. 후회 2020 / 9 / 21 136 0 3343   
12 12. 단오 2020 / 9 / 21 131 0 4000   
11 11. 사랑 2020 / 9 / 21 141 0 4097   
 1  2  3  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야릇한 호레이쇼
joinB
내 약혼자가 왕
joinB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