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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에게 낭독
작가 : 장하늬
작품등록일 : 2020.8.14

#로맨틱코미디 #오피스로맨스 #세입자 #까칠자상남 ✔️ 하룻밤의 기억을 각자의 이유로, 단 한 번의 언급 없이 그냥 친한 오빠 동생을 유지하고 있는 두 사람. 하지만 계속 떠오르는 그날밤의 기억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우기현. "너의 기억 저편에서 사라진 그 날의 편린들이 영원히 산산조각 되어 흩어졌으면 좋겠어." / 부X친구이자 하룻밤을 함께 한 우기현의 집에서 월세 내고 사는 세입자 송지음. "헤어지면 어떡해? 그래, 고작 하룻밤. 그날 밤 아무 일도 없던 거야.”

 
6화. 일을 시작해보죠
작성일 : 20-08-15 00:54     조회 : 38     추천 : 0     분량 : 5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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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화

 

 

 잠깐 새벽 공기 좀 쐴 겸, 1층으로 내려간 것인데 기현과 마주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생각했었다면 발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조심 조용하게 계단을 내려갔을 것이다.

 

 “그럼 나도 같이 가.”

 

 예상치 못한 기현의 말에 지음은 말동무가 생긴 거 같아 살짝 기뻤지만, 크게 내색하지 않아 기현은 눈치 채지 못했다. 이 시간, 이 공간에서 벤치에 함께 앉아 있으니, 기현이 돌아온 것이 크게 실감났다. 그리고 센치해지는 새벽 감성 때문인지 잊은 줄 알았던 예전의 감정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캐모마일 티. 향 좋지?”

 

 내가 생리통으로 고생할 때마다 오빠 네가 챙겨줬던 차. 그런 내가 짠했는지 그날이면 집에도 데려다주고, 따뜻하게 찜질하라며 핫팩도 챙겨주고, 진통제 먹기 전에 끼니 챙기라고 죽도 사다줬는데.

 

 “응. 오랜만에 마셔보네.”

 

 나를 챙겨주는 그런 따뜻한 마음이 나를 몽글몽글하게 해서 좋아했었나봐. 그냥 친한 동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마음으로 챙겨줬을텐데.

 

 “이게 심신을 편안하게 해준대. 오빠 너 편히 자라고 끓인 거야.”

 

 그냥, 그때가 생각나더라고. 그래서 오늘만큼은 내가 우기현을 챙겨주고 싶어서 캐모마일을 꺼냈어.

 

 “아. 강주환이 갑자기 이불 빨래한다고 했을 때 오빠 오는 거 눈치 챘어야했는데.”

 

 “하. 여전하네. 송지음.”

 

 “나야 뭐, 달라진 건 나이 하나?”

 

 사실, 오빠가 외국에 있는 동안, 달라진 것이 없도록 나는 이 자리를 지키고 싶었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이 자리에 늘 있었어. 혹시, 이곳에 돌아오면 외롭지 않게 따뜻하게 반겨주려고.

 

 “지음아.”

 

 하지만 이렇게 부드럽고 나직하게 내 이름을 불러주면, 오빠 너에게, 나만 위로 받는 느낌이야.

 

 “응, 왜?”

 

 나도 오빠 네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

 

 다음 날,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을 마무리한 지음은 몇 년 전, 기현이 준 USB에 달려 있는 키링이 눈에 들어 왔다.

 

 “나만 보기 아깝다…….”

 

 작고 간결한 붓 터치로 그려진 그림으로 만들어진 키링. 파스텔톤의 색감이 슬쩍 보기만 해도 힐링되는 그림이었다. 그 키링은 기현의 화가였던 엄마가 직접 그려 기현에게 선물했을 것이리라. 지음은 키링에 손을 뻗어 만지작거렸다. 잠시 생각에 잠긴 지음의 무의미한 움직임이었다.

 

 띠링

 

 ― 지음씨, 작업해야할 내용 정리해서 메일로 보냈어요. 이건 급한 건이 아니라 작업 기간이 넉넉할 거예요.

 

 생각 저편에 있던 지음은 문자 소리와 함께 현실로 다시 돌아왔다. 담당하고 있던 업체의 학습지에 삽입될 일러스트 작업과 관련된 문자였다.

 

 ― 네. 확인해볼게요. 고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작업이 마무리되어 정리 후 메일을 보내려던 참이었다. 지음은 답장을 하고 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로그인을 했다.

 

 “…… 오늘이 마지막 날이네.”

 

 지음은 받은 메일을 클릭하려던 손을 멈추며 중얼거렸다. 확인하려던 메일 바로 아래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매칭해주는 메일이 새로 수신되어 있었다. 해당 기업의 구인 공고가 마지막 날이라고 어서 서두르라는 재촉의 문구가 제목이었다. 지음은 해당 메일을 클릭했다.

 

 「 전자책 출판사 쓰담쓰담의 새로운 플랫폼. 위로 받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새로운 공간, ‘나를 다독’에서 동화 일러스트레이터를 모십니다. 」

 

 이 공고는 이번에 처음 본 것이 아니다. 공고가 따끈따끈하게 처음 게시 되었을 때도 보았다. 하지만, 이력서를 넣을 수가 없었다.

 

 그래… 지원하면 좀 그렇겠지?

 

 지음은 고개로 가로를 짧게 젓고 원래의 목적대로 업체에서 보낸 메일을 확인하기로 한다. 메일에 첨부된 압축된 파일을 다운로딩하고 압축을 풀려고 하는데 파일 오류로 열리지 않는다.

 

 “파일이 손상 됐나?”

 

 띠링

 

 해당 파일을 보낸 담당자에게 파일을 다시 전달 받기 위해 연락을 취하려고 할 때,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엇, 파일 다시 보내셨나보다.”

 

 지음은 휴대폰을 들어 문자를 확인했다. 담당자의 문자는 아니었다.

 

 지음이 받은 문자는 그저 황당하기만 한 내용이었다.

 

 지음은 두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반복하며 휴대폰 액정만 들여다 볼 뿐이었다.

 

 ― 안녕하세요, 송지음님. 쓰담쓰담의 새로운 플랫폼, 나를 다독입니다. 1차 서류전형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면접일시는 재공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지원하지 않은 곳에서도 합격할 수 있는 건가? 아니면, 내가 잠결에 이력서를 넣었나? ……? 그럴 수도 있나?

 

 설마해서 지음은 서둘러 구인구직 어플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원 내역을 확인했다. 없었다. 지원한 내역에는 쓰담쓰담도, 나를 다독도 없었다.

 

 분명, 없다.

 

 전산 오류인가? 전산 오류였어도 지원을 해야 가능한 얘긴데.

 

 지음은 결론을 내리고 싶었지만, 생각을 하면 할수록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고 작은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지원하지도 않은 곳에서 합격 문자라니.

 

 지음은 다시 합격 안내 문자를 열어 반복해서 확인했다.

 

 전화해서 확인해볼까. 지원한 적 없다고? 누가 잘못 지원한 것 아니냐고?

 아 진짜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누가 내 서류를 가져가서 대신 제출한 것도 아니고.

 

 띠링

 

 귀신에게 홀린 것 같은 시간 속에 문자 알림음이 이승이라고 알려준다. 이번에는 강다정이다.

 

 ― 메인 언니 뿔남. 제발 내일이 되기 전에는 집에 들어갈 수 있기를. 잠은 집에서 자고 싶어요! 제발!!!!!!!!

 

 아휴 강다정은 오늘도 달 보고 출근하고 달 보고 퇴근하겠네.

 

 다정의 문자를 보고 안쓰러움에 고개를 저을 때, 언뜻 스쳐간 생각이 뇌리에 꽂혔다. 그리고 의문 속에 굳게 닫혀 있던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있다. 있었다. 있었어!

 

 누군가 내 서류를 가져간 적이! 누군가 내 서류를 대신 제출한 적이!

 

 '너, 이력서랑 포트폴리오 나한테 보내. 아는 분 회사에서 사람을 구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네가 딱 일거 같아서.'

 

 다정에게 2주 전, 받았던 전화 내용이 떠올랐다.

 

 '어차피 서류 통과하고 면접도 봐야하는 거라 내 소관은 아니야. 무엇보다 블라인드 채용이야.'

 

 다정의 단호함에 회사도 물어보지 않고 아무 의심 없이 이력서랑 포트폴리오를 다정에게 보냈었다.

 

 '그냥 나는 네 이력서랑 포트폴리오 제출해주는 대행인 정도? 낙하산 절대 아니니까 싫다고 하지 마. 빨리 이메일로 보내줘.'

 

 다정이 추천할 만한 곳이면 좋은 곳일 테니.

 

 ― 강다정! 너 혹시 내 이력서랑 포트폴리오 제출한다던 곳이 쓰담쓰담이야?!

 

 지음은 자신이 추론한 것이 맞는지 확인이 필요해서 다정에게 문자를 보냈다. 발신한지 몇 초 지나지 않아서 다정에게 바로 답장이 왔다.

 

 ― 오. 서류 합격했나보네? 축하축하! 난 회의 들어 가야 해서 이만.

 

 그 이후 다정이 그 내용에 대해 아무 말도 없어서 떨어졌나 보다 생각했는데. 그게 설마, 쓰담쓰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누가 남매 아니랄까봐.

 

 능구렁이가 강주환만 있는 게 아니라 여기 하나 더 있었다.

 

 

 

 *

 

 

 

 “이쪽이 대표실.”

 

 기현의 첫 출근이라 기현과 주환은 회사를 둘러볼 겸 일찍 출근했다. 주환은 기현의 자리가 될 대표실을 소개해주며 대표실에 마련되어 있는 소파에 기현과 함께 앉았다. 쓸데없이 넓지 않고 실용적인 공간의 대표실이었다. 그 옆에는 반 쯤 개방되어 있는 공간이 있어서 사원들과도 자유롭게 소통하고 간단한 회의가 가능할 것 같았다.

 

 “몇 개월만 있을 건데 왜 대표실까지 만들어 놨어? TF팀하고 같은 사무실 사용하면 되는데.”

 

 “원래부터 만들어 놨는데? 그리고 이런 게 있어야 형이 나중에라도 생각나서 다시 오지. 난 형 등골까지 다 빼 먹을 거거든. 절대 여기 대표직 내려놓지 못하게 할거야. 형의 능력을 아니까 난.”

 

 뭐야, 이제 투자 받았으니 나한테 잘 보일 필요 없다는 건가? 왜 이리 솔직해? 투자 받으려고 제안서 넣은 것도 다 내 등골 빼 먹으려고 계획적으로 접근한 거 아냐?

 

 “계산적인 자식.”

 

 이놈에게 당한 거 같다. 그냥 투자 확 엎어 버릴까?

 

 기현은 반쯤 닫힌 눈으로 주환을 흘기며 생각했다.

 

 “알지알지 나도. 그리고, 투자 엎을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

 

 이상하다. 분명 투자 얘기는 속으로 한 거 같은데. 강주환 저 자식이 끼고 있는 저 안경. 나중에 한 번 확인해봐야겠다. 사람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투시경일 수도 있으리라.

 

 “그럼 이제 나를 놓아 주는 게 어때? 내가 무슨 바지 사장도 아니고.”

 

 “댓츠노노. 바지 사장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아.”

 

 주환은 오른쪽 손의 검지를 까딱까딱 가로로 흔들며 말했다.

 

 “여기 최대 투자자야 형이.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형이 바쁜데도 자료까지 챙겨주면서 조언 많이 해줬잖아.”

 

 이렇게 커져서 나를 귀찮게 할 줄 알았으면 오지랖 넓게 조언을 해주는 게 아니었는데……! 과거의 나, 무릎 꿇고 양 손 번쩍 들고 반성해라.

 

 “난 형이 절대 여기 대표직 내려놓지 못하게 할거야. 형의 능력과 감을 아니까 난.”

 

 그래. 내가 많은 사람의 신임을 얻고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너에게까지 신임을 얻지 않아도 되는데… 하하하.

 

 “그래도 아직까진 형이 오래 있을게 아니라 비서 채용은 하지 않았어. 그렇지 않으면 계약직을 뽑아야 하니까. 우리 회사는 다 정규직이거든.”

 

 기현은 방금 전까지 투자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지만 주환의 말에 의구심을 살짝 접기로 한다.

 

 “대신 경영팀에 인원을 늘렸으니까 업무에 필요한 거 있으면 경영팀에 문의하면 돼. 경영팀과 업무 방향성에 대해 사전에 얘기 됐으니까 적극적으로 도와 줄 거야.”

 

 지음과 다정에게 하는 것 보면 젊은 꼰대의 싹이 보였는데 기존 기업들의 문화를 답습하지 않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 같아 주환이 기특했다.

 

 “사실, 경영팀보다 TF팀하고 소통을 더 많이 하게 되겠지만.”

 

 자식. 자리가 사람은 만든다고. 이제 제법 어른 티가 난다.

 

 기현은 주환에게 사내 분위기, 기본 회칙 등과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사실, 이런 업무는 인사팀이 해야 할 일이지만, 안면 없는 대표에게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주환은 판단했을 것이다.

 

 이렇게 웃음기 뺀 진지한 대화가 오랫동안 오가니, 밖에서 직원들이 한 명, 두 명 출근하는 것이 느껴졌다. 출근을 한 직원들은 블라인드가 닫혀 있지 않은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대표실에 사람이 있어 무의식적으로 흘끔 쳐다보았다.

 

 “강대표님하고 같이 있으신 분, 혹시 쓰리무 대표님일까요?”

 

 쓰리무는 직원들 사이에서 기현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급여가 없는 무(無)급, 휴직의 기한이 없는 무(無)기한, TV로는 봤어도 회사 내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 없는 대표라고 해서 무(無)안면. 이렇게 세 개의 없을 무(無)를 달성한 대표라 쓰리무가 되었다.

 

 “엇. 진짜 우기현 성우 분이네. 실물로 보니까 진짜 장난 아니다.”

 

 “그러게요 대리님. 강대표님 보다 더 잘 생기신 거 같아요.”

 

 “에이. 저는 강대표님이 더 멋있는데.”

 

 “뭐 그건 사람 바이 사람이니까. 다 떠나서 이렇게 나마 회사에서 안구 정화 할 수 있다는 게 어디예요.”

 

 궁금한 얼굴을 하고 유리창 밖으로 모여 있는 직원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니 업무 시작 시간이 거의 다가 온 모양이다. 기현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듯 소파의 암레스트를 살짝 치고 일어나며 말한다.

 

 “강대표. 이제 우리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해보죠.”

 

 ‘출판사 쓰담쓰담’

 

 기현은 벽면에 붙어 있는 로고를 보며 마음을 굳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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