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로맨스
너에게 낭독
작가 : 장하늬
작품등록일 : 2020.8.14

#로맨틱코미디 #오피스로맨스 #세입자 #까칠자상남 ✔️ 하룻밤의 기억을 각자의 이유로, 단 한 번의 언급 없이 그냥 친한 오빠 동생을 유지하고 있는 두 사람. 하지만 계속 떠오르는 그날밤의 기억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우기현. "너의 기억 저편에서 사라진 그 날의 편린들이 영원히 산산조각 되어 흩어졌으면 좋겠어." / 부X친구이자 하룻밤을 함께 한 우기현의 집에서 월세 내고 사는 세입자 송지음. "헤어지면 어떡해? 그래, 고작 하룻밤. 그날 밤 아무 일도 없던 거야.”

 
4화. 이제 내 방에 오지 마
작성일 : 20-08-15 00:52     조회 : 36     추천 : 0     분량 : 506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 왜 거기서 속삭였냐고.”

 

 기현은 피로를 씻기 위해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며 눈썹 사이에 내 천자를 그린다. 조금 전에 자신이 지음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미 비눗물이 다 씻겨 내려간 머리카락을 양 손으로 헝클어뜨린다. 따뜻한 물을 한참 맞고 있는데도 좀처럼 쉽게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

 

 여기에 온 목적을 각성하자. 우기현. 어차피 여기 일만 어느 정도 진행하고 다시 떠날 거잖아. 그동안 어떻게 생활하는지, 괜찮은지만 보고 가는 거야.

 

 기현은 지그시 눈을 감고 가만히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맞는다.

 

 “그래도 오니까 좋네. 여기.”

 

 기현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퍼진다.

 

 

 

 *

 

 

 

 "아 저 방 화장실에 수건 없을 거 같은데."

 

 지음이 다정, 주환과 대화를 하다가 문득 떠올랐다.

 

 "하나 정도는 있을 걸?"

 

 기현이 없을 때 주환이 자주 사용하는 방과 화장실이라 기억을 더듬으며 얘기한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하나 갖다 주고 올게."

 

 지음은 건조 후 정리 되어 있는 수건을 한아름 품에 안았다.

 

 "와 송지음 사람 차별 장난 아니네. 나한테도 좀 그렇게 해줘라!"

 

 주환의 괜한 심술에 지음은 고개를 홱 돌려 실눈으로 쳐다보고는 기현의 방으로 갔다.

 

 "오빠, 수건 가져왔어!"

 

 물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는지 지음의 말에 기현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때 마침 물소리가 끊겼다. 지음은 화장실 문 앞에 수건을 두려고 허리를 숙였다.

 

 "오빠, 여기에 두고……"

 

 갈게. 라는 말을 끝까지 하지 못한 채, 문이 열렸다. 그 문틈 사이로 나오는 따뜻한 수증기와 함께 기현의 모습이 보였다. 하체를 감싸고 있는 수건 위로 잘 쪼개진 탄탄한 몸이 보였다.

 

 "아…… 수건 없는 줄 알고 가지고 왔어. 그냥 앞에 두고 가려고 했는데 오빠가 바로 나올 줄은 몰랐네. 하하하"

 

 희미해졌던 그날 밤의 우기현이 떠올랐다. 지음은 그날을 떠올린 것을 들키지 않으려 어색한 웃음과 함께 빠르게 말했다.

 

 또, 저 표정하고 말투 나왔네.

 

 기현은 당황스러워하는 지음의 모습을 좋아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계속 지음을 당황하게 만들어 싶어지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할 수 없다.

 

 "하나 여기 있던데?"

 

 "아…… 그래? 그럼 마저 옷 갈아 입고 나와. 나 나가 있을게."

 

 지음은 화끈해지는 얼굴을 감싸며 뒤돌아서서 나가려던 찰나, 기현의 손길이 느껴졌다.

 

 "고마워."

 

 기현은 버릇처럼 지음의 얼굴 만한 손바닥으로 지음의 머리를 흩뜨렸다.

 

 "그런데 이제 내 방에 들어 오지 마."

 

 네가 계속 여기에 들어오면

 

 "……?"

 

 너를 내보내기 싫어질 테니까.

 

 "이제 내 방에 들어 오지 말라고."

 

 지음이 기현의 말에 복기하고 있을 때 기현이 다시 한 번 못 박듯 이야기 했다. 지음이 고개를 갸웃하고 잠시 생각을 하자, 결론이 나왔다는 듯 다시 뒤돌아서 말한다.

 

 "와, 이제 돈 좀 벌었다고 내외하는 거야? 지금? 진짜 서운하다 서운해."

 

 그렇게 생각해도 좋아.

 

 기현은 지음의 말에 어깨를 으쓱하며 웃기만 했다.

 

 

 

 

 *

 

 

 

 

 3년 전.

 

 한국에서처럼 휴대폰이 잘 터지지 않는 외딴 나라의 시골에서의 마지막 날 밤, 여행 프로그램을 어떻게, 어떤 정신으로 촬영했는지 모르겠다. 지음에게 연락을 하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았다. 지음에게 다녀와서 연락하겠다는 메모를 남겼지만, 그날 새벽 이후로 관계의 진척이 그대로인 것 같아 답답했다. 그래서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지음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후. 바로 갈 수도 없겠네.”

 

 기현이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스케줄을 다시 훑으니 저번 주에 급하게 잡힌 내레이션 건이 하나 있었다. 침대에 누워있던 기현은 깊은 한숨과 함께 휴대폰을 들고 있던 손을 힘없이 털썩 내렸다.

 

 ‘우기현, 너 진짜 나쁜 놈인 거 알아?’

 

 ‘도대체 나랑 왜 사귄 거야?’

 

 그동안 지나갔던 엑스들에게 기현이 들었던 말들이다. 그들이 먼저 사귀자고 했고, 그것에 응했지만, 결국 끝도 엑스들이 먼저 맺었다.

 

 ‘너 나 안 좋아해. 너, 송지음 좋아해.’

 

 마지막 연애의 상대였던 사람이 기현에게 했던 말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그동안 연애의 상대였던 사람들이 자신에게 헤어지자고 한 이유는 혼자만의 연애에 익숙해진 자신이었다. 지음과 약속이 있는 날에는 몸이 먼저 일찍 준비하고, 지음이 아프다는 말에 데리러 가서 집까지 바래다주고, 지음이 배고프다는 말에 밥 먹자며 나오라고 하고. 이 모든 것이 연애였던 것이다. 기현이 혼자 하던 연애.

 

 ‘오빠, 키스해도 돼?’

 

 그리고 지음의 말과 함께 훅 느껴진 지음의 입술 감촉에 이성의 끈을 놓아 버렸다.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여 그날 새벽을 적셨다. 지음의 아담한 몸은 자신의 품속으로 쏙 들어왔고, 그로 느껴지는 온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실수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연락도 닿지 않는 곳에서 기현은 불안감만 쌓였다.

 

 

 

 

 *

 

 

 

 

 지음이 방에서 나가고 옷을 갈아입은 기현이 아직 물기가 있는 머리카락을 가볍게 털며 부엌으로 터벅터벅 걸어 나온다.

 

 “푸하하하하하하.”

 

 아일랜드 식탁에 앉아 있는 다정은 그런 기현의 모습을 보자마자, 참고 있던 웃음이 일순 터져 나왔다.

 

 사람을 이렇게 푸대접하기 있냐?

 

 기현은 가자미 눈을 하고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다정을 응시하고 있다.

 

 “야 난 내가 그렇게 바라던 초능력이 드디어 생긴 줄 알았잖아. 형 보자마자 미국으로 순간이동 한 줄 알았어. 내가.”

 

 기현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이 실컷 웃던 다정은 좀 전의 일을 생각하며 말한다. 어렸을 때 주환이 기현에게 형이라고 부르는 것을 따라 부르던 다정의 호칭을 모두들 자연스럽게 듣고 있다.

 

 “아니, 온다면 온다고 미리 얘기를 해주지. 그래야 우리도 마음의 준비를 하지!”

 

 지음이 다정의 말을 거든다.

 

 “이보게들. 잊으셨나본데 이 집 주인은 형이야.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올 수 있다고.”

 

 주환이 주목하라는 듯, 식탁을 똑똑 노크하며 말한다.

 

 “아……”

 

 다들 잊었다가 다시 생각나기라도 한 듯, 세 사람이 동시에 일순 탄식하며 내뱉었다.

 

 

 

 

 *

 

 

 

 

 칙- 딸깍-

 

 다 같이 식탁 앞에 앉아 누가 먼저 할 것 없이 맥주 캔을 딴다. 네 명이 동시에 따는 캔 맥주 소리를 듣자, 귓속에서 청량함이 가득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오, 방금 이 소리 들었어?”

 

 지음은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잊은 것처럼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와 진-짜 행복하다.”

 

 지음은 바로 이어서 말하곤 이것이 바로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지! 라고 속으로 한 번 더 생각했다. 지음의 앞에 앉아 마주보고 있는 기현이 그런 지음을 보며 피식- 웃음을 머금으며 맥주를 한 모금 마신다.

 

 네가 좋아하는 그 술. 나랑 처음 같이 먹었잖아.

 

 “우리 송지음이는 행복지수가 참 높아.”

 

 마른 오징어를 한 쪽 어금니로 잘근잘근 씹는 주환이 한 쪽 손으로 턱을 괴고는 지음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다시 이어 말한다.

 

 “우리 중에 가장 오래 살거야. 우리 송지음은.”

 

 기현은 주환의 첫 말에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지만, 두 번째 말에 주환이 방금 말한 첫 말부터 내용을 복기했다. 그리고는 한 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우리?

 

 기현은 그 단어 뒤에 지음의 이름을 연달아 자연스럽게 부르는 주환을 살며시 쳐다본다.

 

 “아 근데 다시 생각해봐도 진짜 웃긴다. 들어오자마자 슬리퍼에 맞아, 송지음 침 섞인 맥주에도 맞아.”

 

 다정은 주환의 ‘우리’라는 말에 신경이 하나도 쓰이지 않는지 자연스럽게 다른 말을 꺼낸다.

 

 그래, 너희들이 있는 곳에는 항상 바람 잘 날이 없었지. 오늘도 봐. 그 사이에서 항상 등 터진 건 나야. 나라고.

 

 그리고 기현은 앞으로도 더 터질 등 생각에 갑자기 막막해졌다. 그 생각에 속이 탔는지 맥주를 원샷하듯 벌컥벌컥 마셨다.

 

 “내 침은 성수와도 같아서 대환영의 의미란 말이야.”

 

 절대 한 마디도 지지 않는 송지음. 그동안 변한 거 큰 상처 없이 너무 잘 지내고 있는 거 같아서 다행이다.

 

 “아니 너희 둘 때문에 환영식이 더러워졌잖아. 금의환향하신 분인데.”

 

 주환은 자신의 양 팔을 크게 벌려 옆에 있는 기현을 보호하듯 담았다.

 

 강주환, 너는 그냥 입 다물고 조용히 있었으면 좋겠다. 제발.

 

 팔짱을 끼고 있던 기현은 주환이 팔이 얼른 떨어지기를 바라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속으로 이너피스를 외쳤다.

 

 “강주환 너는 그렇게 말할 자격 없어.”

 

 “맞아. 환영식해줄 요량이었으면 적어도 우리한테는 알렸어야지.”

 

 지음과 다정, 이 둘이 함께 목소리를 내면, 이길 수가 없다.

 

 “에헤이! 쉿. 비밀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고결한거야.”

 

 주환은 눈을 게슴츠레 뜨며 한껏 치명적인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감추기 위해 비밀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일이 바빠 말하는 것을 잊었을 뿐이리라.

 

 “지랄하네.”

 

 다정이 짧고 굵게 주환을 K.O 시켰다.

 

 이미 이 세계에서 지는 것에 익숙한 주환은 과자에 시선을 고정한 채, 한 가지 코드만 입력된 로봇처럼 과자만 반복해서 먹는다. 이들에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 나이 계급장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건 오직 주환 뿐이었지만, 그것도 제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은 왜 온 거야?”

 

 매번 반격에 실패하는 주환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지음은 기현에게 물었다.

 

 “어, 맞아! 형이 만든 어플 한창 잘 나가고 있어서 바쁘지 않아?”

 

 다정은 주환에게 보낸 날카로운 눈빛을 거둬들이고 지음의 물음에 동조했다.

 

 “한국에도 그런 플랫폼 하나 만들어 보려고.”

 

 사람의 마음을 같이 들여다 봐주는 그런 플랫폼으로.

 

 모르는 타인으로부터 나의 아픔과 슬픔을 나누고 위로해주는 SNS 형태의 어플을 만들어 대박이 난 기현은 그 기세를 업어 잠이 잘 오는 오디오 컨텐츠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두 가지를 통합을 하여 그 기업의 주가는 가파르게 수직 상승했다. 이 결실에는 기현의 어학연수 시절 친구이자, 공동 창업자인 에단이 함께 있었다.

 

 “누가 제안을 해서, 투자하러 온 거야.”

 

 기현은 말끝에 주환을 살짝 쳐다보았지만, 지음과 다정은 신경 쓸 리 없다.

 

 능구렁이 하나가 익명으로 괜찮은 제안서를 보내서, 투자하자 했는데, 그게 강주환이란 걸 누가 알았겠나.

 

 “5개월 후에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니까 형 괴롭히지 말고 잘 해줘.”

 

 주환은 눈과 코를 박고 열심히 과자를 주워 먹은 입으로 오물거리며 말했다.

 

 “뭐야? 아직도 여기 있었어?”

 

 “강다정, 무슨 얘기야. 네가 보고 있는 곳에 아무도 없어.”

 

 “아. 그럼 내가 헛 것을 봤네.”

 

 주환을 놀리는 재미에 사는 이 두 사람 덕분에 피식 웃음이 난다.

 

 이렇게 넷이 모인 것도 몇 년 만인지. 가족보다도 더 가족 같은 사람들.

 

 어렸을 때, 같은 동네에서 만난 우리 네 명은 함께여서 모든 것이 즐거웠고, 무서울 게 없었고, 서로에게 비밀이 없었다.

 

 비밀이 계속 쌓여가는 지금과는 달리.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2 11화. 빗나가는 예상 2020 / 9 / 5 69 0 6049   
11 10화. 널 위하는 일 2020 / 8 / 15 48 0 5644   
10 9화. 너의 숨소리 2020 / 8 / 15 40 0 5982   
9 8화. 채용은 고려해봐야겠네요 2020 / 8 / 15 37 0 5848   
8 7화. 왜 또 여기에 있어? 2020 / 8 / 15 40 0 5533   
7 6화. 일을 시작해보죠 2020 / 8 / 15 40 0 5367   
6 5화. 그 온기를 기억하고 있어 2020 / 8 / 15 38 0 5983   
5 4화. 이제 내 방에 오지 마 2020 / 8 / 15 37 0 5062   
4 3화. 네가 왜 여기에? 2020 / 8 / 15 35 0 5667   
3 3화. 네가 왜 여기에? 2020 / 8 / 15 1 0 5667   
2 2화. 애틋한 그 이름 2020 / 8 / 15 67 0 5737   
1 1화. 3년이 지나간 이 곳 2020 / 8 / 15 279 0 5627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