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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유란만장 인생
작가 : Q현
작품등록일 : 2020.3.4

이계의 힘으로 성장한 도시
그 도시를 노리는 테러리스트를 잡아라.
멸망할 것인가 아님 멸망시킬 것인가?

*본 작품의 등장인물, 배경, 사건, 소재는 허구입니다. 만약 현실에 일치한다면 그것은 우연입니다.

 
괴물과의 악수 (상)
작성일 : 20-05-06 23:00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7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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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9구역 테러 발생 며칠 뒤, 내각 조사위원회는 결과를 발표했다.

 

 “테러범 아치크 고딘과 그의 성자 드즐룹은 일단 격퇴됐습니다.”

 

 “<일단>이요?”

 

 기자들이 꼬투리 잡았지만 형식적인 것이었다. 모든 미디어는 두켄의 손아귀에 있었다.

 

 “저희가 피해를 분석한 결과 치명적입니다. 나머진 친위대가 추적하고 있습니다.“

 

 앞 문장은 루만과 원정대들이 증언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뒷 문장은 창작이었다.

 

 

 고생한 원정대의 보상은 극히 적었다. 규정을 어기고 검문소를 이탈한 게 원인이었다.

 

 특히 키르간과 협력해서 성역에 들어간 걸 문제 삼았다.

 

 드즐룹을 물리치기 위해서였다는 말은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말도 안되는 의혹만 불러일으켰다.

 

 “왜 그럼 그 놈이 병원으로 소환되는 걸 막지 못한 거지?”

 

 특히 루만에 대한 공격은 재앙 수준이었다.

 

 “성자의 계약자가 놓치다니. 못 물리친 게 아니라 안 물리친 거 아닌가?”

 

 “성자와 계약을 했는지도 모르겠어, 이거 사기 아냐?”

 

 바투란 용병단은 저항도 못했다. 가스통이 친위대에 주먹다짐 했다 된통 당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여론이었다. 라마르 자매들이 열성으로 도왔다.

 

 “두켄의 대응 과정을 두고 사람들의 불만이 엄청나요. 이걸로 반전할 수 있다면…”

 

 그러나 그것마저도 뒤집혔다. 신정부과 친위대를 비방하던 글들은 전부 사라져 버렸다.

 

 남은 건 원정대 용병들에 대한 의혹과 비방이었다. 벨리냐는 끝없는 비방글에 화면을 스크롤 하는 걸 포기했다.

 

 “이게 전부다… 우리 까는 글이예요?”

 

 “두켄 그 자식… 선동의 달인이랬지.”

 

 티나는 혀를 차다가 이내 바닥에 주저 앉았다.

 

 “차라리 그때 나도 엔리를 따라 갔어야 했어.”

 

 

 그러나 두켄과 내각에 납득 못하는 사람은 아직 많았다.

 

 남작은 정례 각료회의에서 흰 봉투를 박스 째로 가지고 왔다. 두켄이 흠칫했다.

 

 “이게 다 뭐야?”

 

 “사직서지, 그럼 아닐까?”

 

 “내가 100번은 거부할까 봐 채워 왔어?”

 

 “허세 부리지 마! 안전국 직원들 것까지 가져왔으니까.”

 

 남작이 뜻밖에 두켄에게 역정을 냈다. 바하두르와 구잘이 당황했다.

 

 “일이 잘 처리됐는데, 뭐가 불만이야?”

 

 “내가 느리고 굼뜨다는데, 자리 차지할 필요가 있어? 당신네가 능력 있으니 그들로 채우라고.”

 

 두켄이 능글능글하게 남작에게 다가왔다.

 

 “자네 답지 않게 속이 좁군 파르한.”

 

 “좁아? 지금 내각이 하는 짓을 말해줘? 너네 잘난체를 위해 남들을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잖아!”

 

 그 말에 각료들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두켄이 한숨 쉬었다.

 

 “넌 대세를 몰라. 우리의 새로운 길을 터는 과정이란 험난한 법이지.“

 

 “그래서, 여론 조작도 태연히 하는가?”

 

 “조작? 당장 거리에 사람 붙잡고 물어봐, 그게 조작인지. 더 이상 회의와 관련 없는 말은…”

 

 남작은 강철 의수를 뻗쳐서 문을 탁 열었다.

 

 “내 발로 간다. 네놈 들러리는 많으니, 난 물러가겠어!”

 

 그가 떠나자 두켄은 비웃었다.

 

 “뇌가 근육인 줄 알았더니… 이젠 정신까지 막 나가는군.“

 

 “하지만 알아서 나간 덕분에 우리가 비밀회의를 따로 할 필요가 없게 됐지.”

 

 바하두르가 한숨 쉬었다. 두켄이 그의 등을 토닥였다.

 

 “하여간 내해 남부에는 숨겨진 기술이 많아. 성자를 공격할 무기부터, 여론을 바꾸게 할 수 있는…”

 

 구잘의 해킹화면에서 한숨이 들렸다.

 

 “그 기술들 인정해. 하지만 그것 만으로 해결하기에는 앞으로가 문제야.”

 

 “너무 걱정 말라고, 정보 보좌관 누님. 우리에게 그게 넘치고 있으니까.“

 

 

 남작은 시 의회 밖에서 알폰소를 만났다.

 

 “사표수리… 됐습니까?”

 

 “몰라, 돌아오라 해도 우리가 안 가면 그만이야.”

 

 “연방에서 이렇게 하면 쇠고랑 차요.”

 

 “여긴 유란이야, 짜샤.”

 

 차가 다가왔다. 남작은 친위대가 제지하기 전에 알폰소를 거기에 태웠다. 조수석에 유스티안이 깁스 하고 앉아있었다.

 

 “스킬라 박사는요?”

 

 “개인 연구실로 갔어요. 이제 마누라가 직장에 있다고 착각할 만한 장소로 가야 쓰는데…”

 

 “바투란 용병단으로 갑시다.”

 

 그 말에 알폰소가 기겁했다.

 

 “거기 가셨다간 저흰 몰라도 남작님은 돌 맞으실 걸요?”

 

 “저 따위 자식을 위해 있는 것보다 맞는 게 나아.”

 

 남작이 눈을 흘겼다. 알폰소가 차량 뒤를 보다가 가방에서 위장용 성역체를 꺼냈다.

 

 “이걸 차 밖에 붙여 놓죠. 두켄이 추적할지도 모르니까요.”

 

 “전투 좀 몇 번 했더니, 전사가 다 됐어. 야시장.”

 

 그들은 8구역 바투란 용병단 사무실 근방에 도착했다. 알폰소가 미리 연락을 하다가, 탄식했다.

 

 “지금 루만 씨는 이틀째 자고 있답니다. 깨울 생각은 꿈도 못 꾼대요.”

 

 

 -----

 

 공허에는 루만의 숨소리만 가득했다.

 

 그녀는 사람 키 만한 바위 기둥 사이를 질주했다. 비도 하나를 들고서.

 

 챙!

 루만은 비도로 내리쳤다. 까라-압특이 꼬리로 막자 엄청난 충격파로 바위기둥이 무너졌다.

 

 “참으로 끈질기구나.”

 

 이무기는 루만을 꼬리 끝으로 살짝 밀었다. 그 한 방에 인간 여자는 뒤로 우당탕 넘어졌다.

 

 “참으로… 뻔뻔하셔라. 어째 사과 한말씀도 없군요.”

 

 “난 분명히 말 했느니라. 계약자 모두의 목숨을 지킬 수가 없을 거라고.”

 

 “그렇지만… 왜 엔리는… 저처럼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거예요?”

 

 루만이 부들부들 떨었다. 까라-압특은 혀를 씰룩이며 대가리를 저었다.

 

 “난 재액의 성자다. 네 인생을 뒤틀리게 한 자에게 뭘 더 바랐단 말이냐?”

 

 “내 목숨은 미친듯이 붙들어 놓으면서… 너무나도 매정하시군요.”

 

 “너가 미워할 일이 가득할 거라고 전에 말했다. 어디 날 해쳐 보아라!”

 

 루만이 소리지르며 비도 하나로 돌격했다. 수 십 차례 찔렀지만, 까라-압특에겐 무소용이었다.

 

 퍽!

 되려 이번엔 이무기의 몸통 박치기에 거의 깔릴 뻔했다. 순간 루만의 얼굴로 뭐가 튀었다.

 

 검푸른 액체… 까라-압특의 피였다. 루만은 자기도 모르게 성자의 깃털 달린 몸통에 손을 댔다.

 

 “왜, 왜 이렇게 많이 흘려요? 왜 이렇게 다친 건데?”

 

 “네 동정 따위 사려고 한 거 아니니, 얼른 네 세계로 꺼지거라.”

 

 까라-압특이 꼬리로 그녀를 내려찍으려 하자 루만이 손을 들었다.

 

 “말해요! 왜 이러는지…”

 

 “성자는 유대란 게 있다. 계약이 길수록 힘도 더 강해지지만, 그만큼 서로 끊어지기 어렵게 되지.”

 

 “… 그래서 엔리는 기간이 짧다고 못 돌아온 거예요?”

 

 “너 답게 직설적이구나. 14년의 세월 동안, 너는 나와 한 몸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컥!”

 

 이무기가 검푸른 피를 마구 토해냈다. 피가 루만의 옷을 적셨다.

 

 “14년 동안… 말하지 않았잖아요?”

 

 “그땐 회복이 빨랐다. 드즐룹 같은 것과 싸울 일이 없었으니까…“

 

 루만은 부들부들 떨렸다. 그리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정말 당신은 날 나쁜 년으로 만드는 군요.”

 

 “우는… 거냐?”

 

 “난 아직도 14년 전 애 그대로였어요. 당신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왔죠. 그러니…”

 

 루만은 주저앉았다. 힘 빠진 이무기가 의도를 알아차리고 그녀를 노려봤다.

 

 “너가 나쁜 년이라니, 맞는 말이로구나. 드즐룹과 싸움을 붙여 놓고 포기를 해?”

 

 “내가 싸워요. 엔리의 복수를 하면 했지. 하지만 당신은 물러나요.”

 

 “성자를 능멸하지 말아라. 이미 한 몸이나 마찬가지인 나를 버리겠다고?”

 

 까라-압특이 씩씩거렸다. 그러자 루만이 돌연 성자를 껴안았다.

 

 “그래요. 당신과 나는 하나. 계약자인 내가 당신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없어요.”

 

 멈칫한 이무기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한동안 그렇게 말이 없었다.

 

 “네 맘대로 하거라. 하지만… 드즐룹의 힘이 약해졌다고 해서 아직 만만한 게 아니다.”

 

 “각오하고 있어요.”

 

 “그럼 이제 돌아가야지. 너만 바라보는 부하들을 이렇게 오래 버려 둘 거냐?”

 

 까라-압특이 다시 꼬리로 땅을 내리쳤다. 바닥이 갈라져 공허에서 낙하하자…

 

 

 “휴우.”

 

 루만은 사무실에서 깨어났다. 복서와 티나가 놀라 정자세로 일어섰다.

 

 “미안, 내가 늦었지?”

 

 “대장이 우릴 두고 어딜 가겠어?”

 

 방 밖에 소란이 일었다. 알폰소와 남작이 루만에게 가려고 하자, 에트렉이 말리고 있었다.

 

 “또 귀한 손님을 불렀구나.”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었어. 물론 대장 얘기가 필요하지만…”

 

 남작이 다가왔다. 그는 루만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손바닥을 자기 가슴에 댔다.

 

 “나에게 욕해도 좋아. 하지만, 여기 알폰소와 유스티안 씨도 그렇고. 두켄과 작별하고 왔어.”

 

 “이제 당신도 당신 인생의 주인공이 됐네.”

 

 남작이 머쓱해 했다. 알폰소가 물었다.

 

 “당신은 그래 어떻게 하실 거예요? 저희는 토의 결과…”

 

 “아치크와 드즐룹. 둘 다 물리치는 건 똑같겠죠?”

 

 알폰소가 혀를 찼다.

 

 “지금 도시는 당신을… 의심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알죠. 하지만 당신도 알 텐데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누군가는 감수하고 사는 걸…”

 

 루만의 말을 들은 남작이 그녀 손을 잡았다.

 

 “혼자 할 생각 마. 여기 같이 짊어지려고 있는 거니까.”

 

 

 -----

 

 유란 어딘가로 숨어든 아치크의 비밀 기지.

 

 조아나는 며칠 동안이나 매달려 있었다. 그녀 몸이 아니라 덩굴이 어딘가에 묶였다.

 

 그녀 얼굴은 피눈물 자국으로 덮였다. 그러나 아치크가 걸어오자 갈라진 성대를 힘껏 짜냈다.

 

 “우릴… 속였어. 이 겁쟁이, 악마!”

 

 “난 있는 그대로 보여줬고, 넌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이다.”

 

 “웃기지 마!”

 

 조아나가 소리치다가 입에서 피를 뱉었다. 아치크는 외팔로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

 

 “너만 당했다고 착각하지 마. 난 소중한 동반자를 둘이나 잃었단 말이다.

 

 하지만 그걸로… 오히려이 망할 도시에 대한 증오심을 더했으니, 이제 그 복수를 완성해야… 해.”

 

 “이 괴물보다 더한 자식… 쿨럭! 쿨럭!”

 

 소녀가 묶인 채로 발길질을 하자, 빌딩 만한 드즐룹이 비웃었다.

 

 “껄껄. 나 몰래 계약 맺은 권속이 반항질이나 하다니. 권속 둘을 제물 삼은 보람이 없구나.”

 

 “시끄럽소. 당신은 언제까지 이 시궁창에서 머물 거요?”

 

 “흥, 지금 성역에 들어갈 수 없는 나를 독촉하는 거냐? 그 잡뱀에게 당한 상처가…”

 

 아치크는 연보라빛 힘을 뿜었다. 그의 눈동자까지 변하자 산왕 드즐룹이 흠칫했다.

 

 “몇 개월 계약한 주제에… 제법이구나. 그럴 힘으로 네 주인의 힘을 채우지 그러느냐?”

 

 “유란을 멸망시키기 전까지는 안 되오.”

 

 “여기 제물이 넘치는데 없앨 생각만 하다니. 한심스럽기는.”

 

 드즐룹의 말에 아치크 표정이 굳었다.

 

 “당신은… 복수에 가담할 생각이 없단 거요?”

 

 “지금은 내가 손실한 힘부터 채워야지. 네놈과는 유대관계가 약해서 좀 강해질 수 없단 말이다.”

 

 아치크가 돌연 덩굴들을 산더미처럼 내밀었다. 그의 말투도 위압조로 바뀌었다.

 

 “지금 유대가 안된다고 했으렸다?”

 

 “건방진 놈. 대놓고 날 우습게 여기겠다는 거냐?”

 

 “그랬군. 그래서 내가 잠시 사라져서 뭘 하고도… 당신이 알 리가 없었지.”

 

 아치크가 회심의 미소를 짓더니, 드즐룹에게 다가왔다.

 

 “일단 당신은 말 대로 해야지. 제물을 서둘러 많이 가지도록 하겠소.”

 

 “교활한 녀석, 멋대로 꼬리 내리지 마라.”

 

 “이건 다 당신과의 유대를 쌓기 위함이요. 그러면 우리가 강해진다고?”

 

 “당연한 걸 몰라서 묻느냐?”

 

 아치크가 등의 덩굴을 내밀었다. 그러자 드즐룹이 툴툴거리며 자신의 것을 그리로 가게 했다.

 

 “이건 오직 계약을 위한 것이오. 드즐룹이여.”

 

 “당연한 소리를…”

 

 거대한 나무괴물은 덩굴이 이어지는 순간 말을 멎었다. 그는 눈을 아래로 깔았다.

 

 덩굴에서 누런 빛이 감돌았다. 그가 아는 가장 악몽 같은 것이었다.

 

 <크아아아아!>

 

 드즐룹이 지하동굴에서 발광했다. 그 굉음에 묶인 조아나가 눈이 뒤집힐 정도였다.

 

 아치크가 소리쳤다.

 

 “당신도… 날 벌레 취급했지. 내가 당하는 걸 즐겼고. 게다가 당신에 몸 바친 리디아 선생과 1103호에게 고마운 줄도 몰라.

 

 유대는 개뿔, 내가 요즘 뭘 한지도 몰랐잖아?”

 

 <크아아아아악…!>

 

 “드즐룹이여, 당신은 이 빛을 알죠? 데오사이드. 아주 희귀한 그 <성자 파괴> 물질 말야.”

 

 고통의 겨운 드즐룹이 그런 것에 응답할 리가 없었다. 아치크는 그를 비웃듯 바라봤다.

 

 “가르 교단. 외우주의 그들은 성자 따위보다 더 굉장한 걸 섬기지. 과연 당신 따위도 밀리는군.”

 

 누런 빛이 갑자기 폭발하듯 강렬 해졌다, 그러자 아치크도 움찔했다.

 

 “물론 당신의 힘보다 통제하기 어려운 게 단점이지만… 이젠 내가 주인이야.”

 

 덩굴 간 연결이 끝났다. 드즐룹은 낮은 신음만 냈다. 그 누런 빛에 자신이 소멸 당한 상태였다.

 

 “나의 종 드즐룹이여. 일어서라.”

 

 아치크의 명령에 거대한 나무 괴물이 일어섰다. 조아나는 놀라 고함쳤다.

 

 “당신… 무슨 수를 부린 거야?”

 

 “지금 유란의 지배자가 저걸 모으지. 하지만 내 덩굴이 놈들의 비밀 창고까지 닿는 걸 몰라.”

 

 아치크는 철제 가방에서 누런 데오사이드를 살폈다. 그가 싸늘하게 말했다.

 

 “이제 다음 단계로 간다. 넌 어쩔 거냐?”

 

 조아나는 벌벌 떨고 있었다. 아치크는 그녀의 맥없는 손을 억지로 악수했다.

 

 “네 정신을 갖고 싶거든 나만 따라와.”

 

 

 -----

 

 게렐-칸은 13구역 암시장 주변을 돌아다녔다.

 

 두켄의 친위대는 그녀와 줄리아의 드론이 숨어 있다는 걸 눈치 못 챘다.

 

 “이놈의 자식들이 대체 뭘 꾸미나 볼까?”

 

 그녀는 내각이 친위대를 시켜 뭔가 모으는 걸 알았다. 게렐-칸은 지하수로를 따라 지하 암시장 가장 으슥한 구역에 도달했다.

 

 철제 상자. 경고 표지가 잔뜩 달려 있는 것이었다. 친위대들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그걸 옮겼다.

 

 “언니, 그럼 이젠 제 드론의 솜씨나 보시죠.”

 

 “흥, 날파리라서 더 잘 들킬 거다.”

 

 말은 그렇게 해도 줄리아의 소형 드론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창고 내부 영상이 나왔다.

 

 “너가 성역체 전문가라며, 당장 확인 가능해?”

 

 “히야. 이거 데오사이드에요. 외우주 밀무역 아니면 못 보는 극희귀 물질인데…”

 

 “그거 들어봤어. 가르 교단이 사람을 세뇌하는 그거 아냐?”

 

 게렐-칸의 질문에 줄리아가 이를 딱딱쳤다.

 

 “반은 맞아요. 대부분은 <성자 파괴검>처럼 극희귀 무기에 넣지만… 저 누런 색, 데오사이드-β(베타)만은 정신을 폭주시키죠.”

 

 “내각 놈… 그렇게 돈을 뜯은 이유가 이걸 모으려는 거였군.“

 

 말 끝나기 무섭게 창고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한 명이 누런 돌에 노출된 것이다.

 

 영상속에서 폭주한 작업자가 날 뛰고 있었다.

 

 “두켄 자식… 이걸 사람을 상대로 쓰려 했다니…”

 

 “정찰은 여기까지만 하죠.”

 

 그녀와 줄리아는 즉시 7구역의 방파제로 갔다. 둑길에 노숙자 하나가 어슬렁거렸다.

 

 “밑바닥 체험 잘 하시는 군요, 옛 의회파 가문 도련님.”

 

 “그렇지만 여러분 드릴 포상금을 옆에 두둑이 끼고 있죠.”

 

 데니즈 그체는 두 사람을 데리고 두켄의 감시가 없는 어촌으로 갔다.

 

 “그래, 그들이 뭘 하는 지 알아냈나요?”

 

 “보시면 엄청 놀랄 겁니다.”

 

 데니즈 그체도 데오사이드를 들은 적 있었다. 그래서 영상을 보기 무섭게 경악했다.

 

 “두켄, 그자가 이런 걸 이용하려 한다고요?”

 

 “이제 당신 아버님의 결단이 필요 하겠군요.”

 

 

 도시국가 무테나크, 의회파 망명 소재지.

 화상 통화에서 부얀은 탁자를 쳤다.

 

 “두켄 그 놈이 가르 교단에서 쓰는 위험물로 사람을 조종하려 한다고?”

 

 “그 양으로 볼 때… 의회파 구역만이 아니라, 유란 전체를 조종하려 하는 거 같습니다.”

 

 “그럴테지, 키르간 놈의 인공성자까지 제압하면 그 놈만 살판 나는 거다.”

 

 부얀은 이를 갈았다. 데니즈가 말했다.

 

 “오히려 잘 된 일입니다. 우리가 돌아갈 명분이 생겼으니까요.”

 

 “너도 이제 뭐를 아는구나. 하지만 지금 우리도 그렇고 페테르와 다른 가문은 병력이 모자라다.”

 

 “이건… 어떻습니까?”

 

 데니즈의 말을 들은 부얀은 고개를 저었다.

 

 “그게 바로 가능이나 하겠느냐?”

 

 “안전국 용병들도 겪었다니 문제될 것도 없지요.”

 

 “좋다. 그러나 우리가 꿀리는 모습을 절대 보여선 안 된다.”

 

 데니즈는 통화를 종료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그는 유란을 벗어났다.

 

 그는 노숙자 옷을 벗고 전의 가문 제복을 걸쳤다. 만일을 대비해 성역체 차크람도 등에 달았다.

 

 “누구냐?”

 

 초병이 그를 겨누자, 데니즈는 여유롭게 말했다.

 

 “의회 가문 그체의 장남 데니즈다. 안케 키르간과 협상하고자 왔다.”

 

 안면 식별은 순식간에 끝났다. 부찬트 영지의 거대한 철문이 열렸다.

 

 “허어… 자네가 무슨 일로 직접 왔지?”

 

 안케 키르간은 슈라를 손잡은 채 화분을 들고 있었다. 시골 농부 같은 인상이었다.

 

 “두켄의 문제 때문에 왔습니다.”

 

 “그 가면이나 쓰는 광대 놈은 나 혼자서도 손볼 수 있는데?”

 

 “지금 그러다간 큰 낭패를 겪을 겁니다. 그게 뭔지 알고 싶으십니까?”

 

 그 말에 안케가 실쭉 해지자, 데니즈가 말했다.

 

 “물론 당신과 거래할 것들을 저는 갖고 있습니다.”

 

 “자네가 우리 방식을 알다니. 따라오게.”

 

 안케는 화분을 내려놓고 데니즈와 악수했다.

 가문의 예였다.

 

 
작가의 말
 

 일이 있어 늦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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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죽어서 명예, 살아서 불명예 (상) 2020 / 4 / 15 205 0 6559   
31 13구역과 루머 약탈자들 (하) 2020 / 4 / 12 207 0 6909   
30 13구역과 루머 약탈자들 (중) 2020 / 4 / 11 215 0 6832   
29 13구역과 루머 약탈자들 (상) 2020 / 4 / 10 221 0 6860   
28 별들의 고향 (하) 2020 / 4 / 9 210 0 8927   
27 별들의 고향 (중) 2020 / 4 / 8 211 0 6879   
26 별들의 고향 (상) 2020 / 4 / 5 201 0 6831   
25 아침드라마겟돈 (하) 2020 / 4 / 4 196 0 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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